[아이투자 박동규] 지난해 실적 개선세를 보인 대정화금의 귀추가 주목된다. 작년 글로벌 경기 악화로 상당수 상장사들이 부진한 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대정화금은 매출액과 영업이익, 순이익이 모두 20% 넘게 성장했다. 대정화금의 투자 매력은 무엇일까?

대정화금은 시험용약품(시약)과 원료의약품 생산 및 판매 사업을 하고 있다. 시약은 화학적 방법에 의한 물질 검출 또는 정량을 위한 반응에 사용되는 화학약품을 말하며, 원료의약품은 완제의약품의 주성분이 되는 화학제품을 의미한다. 이들 제품은 기초화학 분야의 필수재다.

대정화금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국내 시약시장 규모는 약 3000억원 내외로 추정된다. 시약은 기업, 병원 및 대학교의 연구실에 주로 쓰이고, 해외 의존도가 높아 경기 민감도가 낮은 편이다.

국내 시약산업은 대정화금을 비롯해 덕산약품공업, 삼전순약공업이 40년간 과점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이 중 대정화금은 매출액 기준 시장점유율 15%로 2위를 달리고 있다. 시약산업에서는 얼마나 많은 제품을 국산화 시켰는지가 회사 기술력의 척도가 될 수 있는데, 대정화금은 판매 중인 2만여 종의 제품 중 4700여 종을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대정화금은 2007년부터 국내 업계 최초로 직접 생산한 시약을 수출하기 시작했다.

시약산업은 대체시장이 없어 해외의존도가 높다. 하지만 판매가격이 환율에 연동돼 마진율에는 큰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2007년부터 2009년 금융위기 동안에도 매출은 연평균 20% 증가했으며, 최근 3년 연속 10%가 넘는 영업이익률과 순이익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13.4%, 순이익률은 11.1%를 기록했다.

한편,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25.4% 증가한 562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22.7% 늘어난 75억1900만원, 순이익은 26% 증가한 62억3900만원으로 집계됐다. 회사측은 거래처 다변화 등으로 실적이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대정화금은 핵심소재 국산화 사업에 따라 수혜가 기대되는 업체 중 하나다. 핵심소재 국산화 (WPM, World Premier Materials) 사업은 2018년  1억 달러 규모로 추산되는 글로벌 소재 시장에서 우위(점유율 30% 이상)를 확보하기 위해 추진되는 국책사업이다. 투자금액는 지난 2010년부터 2018년까지 1조원 규모이다. 

시약은 각 산업의 핵심 소재 및 부자재 연구 개발의 필수 재료로 현재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WPM사업으로 핵심소재의 국산화가 이뤄질 경우 국내 시약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신규사업에 따른 외형 성장도 눈여겨 볼만 하다. 현재 대정화금이 추진 중인 신규사업은 HPLC 고순도 용매, 식품 첨가제, 화장품소재 사업 등이다. HPLC 고순도 용매는 액체 크로마토그래피 분석 장비에 사용되는 필수용매로 지난 11월부터 시험가동을 시작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HPLC 고순도 용매는 국내 제약 회사의 수요가 많은 아세토니트릴을 중심으로 올해부터 매출이 본격화 될 것으로 기대된다. 화장품 소재는 자외선 차단제에 사용되는 산화아연(Zinc Oxide)과 주름방지제에 사용되는 PMMA(폴리메틸메타아크릴레이트) 등으로 애경산업에 공급이 확정됐다. 식품첨가물은 기존 거래했던 식품 제조업체와 협력을 통해 고품질 기능성 식품 첨가물로에 쓰일 예정이다.

회사측에서 내놓은 올해 신사업 부문별 예상 매출액은 HPLC 용매 25억원, 화장품 소재와 식품첨가제가 각각 15억원씩이다.

자회사인 대정이엠의 성장도 대정화금에 우호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풀이된다. 대정이엠은 중대형 이차전지용 전구체 및 양극활 물질을 생산하는 업체다. 중대형 전지는 전기차,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에 주로 쓰인다. 대정이엠의 지분은 대정화금이 24.9%, GS칼텍스가 14.5% 보유하고 있다. 이 회사의 현재 생산능력은 1개 라인 연간 기준으로 전구체 1800톤, 양극활물질 1200톤 수준이다. 

대정이엠은 2013년까지 4개 생산라인을 확보하는 등 향후에도 생산능력을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대정화금은 대정이엠에 전구체 원재료인 코발트, 망간, 니켈 등을 100% 납품한다. 대정이엠 전체 매출에서 이들 원재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40~45% 수준이다. 따라서 대정이엠의 생산능력 확대는 대정화금의 매출과 지분법이익을 증가시킬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