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인더, 배상금과 충당금 그리고 순이익

[아이투자 정연빈] 주식투자를 하다보면 대상 회사가 뜻하지 않는 불확실성에 노출되는 수가 있는데 이때 투자자의 관심은 그 불확실성이 해당 기업에 미칠 영향이 어떠할 것인지가 될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최근 거액의 소송에 휘말린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사례는 배상금 지급 여부에 따른 충당금 처리, 그리고 순이익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편집자>

코오롱인더스트리(이하 코오롱인더)가 영업비밀 침해 소송 1심 판결에서 패소했다고 지난 23일 공시했다. 총 배상금액은 9억 2025만 달러다. 이는 22일 원/달러 환율 기준 1조 487억원으로 코오롱인더의 2분기 자기자본 1조7000억원의 61%에 해당하는 규모다. 회사 측은 항소를 포함, 모든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화학사 듀폰은 지난 9월 방탄용 첨단소재 아라미드에 대한 영업비밀을 침해당했다며 코오롱인더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막대한 배상금 지급 우려로 코오롱인더 주가도 최근 급락했다.

무엇보다 배상금 지급을 위해서는 현금이 필요하다. 코오롱인더가 1조원의 현금을 지급할 상황인지 재무제표를 통해 살펴보자.

코오롱인더는 2분기 말 기준 현금 1580억원, 금융자산 5200억원, 투자부동산 400억 등 7180억원의 비영업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비영업자산은 영업활동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자산을 뜻한다. 따라서 현재 가진 비영업자산을 처분해도 1조원의 배상금을 지급하기엔 부족하다.

동양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2심 재판 판결이 2012년 말~2013년 초에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즉 소송에서 최종 패소한다면 실제 배상금을 지급해야 하는 시기는 앞으로 1년 이후가 될 수 있다.

코오롱인더는 올해 상반기 영업을 통해 2249억원의 현금을 벌었다. 이런 추세를 유지한다면 향후 1년간 기대되는 현금흐름은 3000억~4000억원이다. 즉 코오롱인더가 배상금을 지급하려면 비영업자산을 모두 처분하고, 앞으로 1년간 벌어들이는 현금을 모두 배상금 지급에 써야한다. 이는 성장을 위한 투자나 부채 상환에 현금을 투입할 여력이 감소한다는 의미도 된다.

물론 다른 방안을 모색할 수도 있다. 즉 배상금 지급을 위해 부채를 늘릴 수도 있다. 지난 2분기 말 코오롱인더의 부채비율은 176%, 유동비율은 96%다. 전체 자산에서 차입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34%다. 일반적으로 부채비율은 100% 미만, 차입금 비중은 10% 미만이면 안전하다고 판단한다. 만약 배상금을 모두 차입해 지급하면 부채비율은 428%로, 차입금 비율은 57%로 각각 늘어난다.

충당금에 따른 순이익 영향은?

회사 측에서 항소할 방침인 만큼, 아직 배상금 지급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코오롱인더는 배상급 지급을 대비해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충당금은 손실이 예상될 때 이를 대비해 기업이 미리 쌓아두는 일종의 '비상금'과 같다. 충당금은 쌓는 시점에 손실로 처리돼 재무제표에 기록된다. 즉 충당금이 쌓이면 그만큼 해당 시기 순이익이 감소한다. 만약 실제 발생한 손실액이 쌓아둔 충당금보다 적으면 그 차이는 이익으로 다시 기록된다. 이를 '충당금 환입'이라고 한다.

1심 패소 판결이 나왔기 때문에 코오롱인더는 4분기부터 충당금을 설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충당금을 설정하면 해당 금액만큼 순이익이 감소한다. 즉 코오롱인더가 1조원의 충당금을 쌓는다면 앞으로 코오롱인더의 순이익은 총 1조원 감소할 수 있다는 의미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회사 측은 충당금을 올해 결산에서 일시에 반영할지, 내년 4개 분기에 균등하게 분할해 반영할지 회계법인과 논의 중이다. 코오롱인더는 올해 3분기 누적 2934억원의 순이익(잠정)을 기록했다고 지난 24일 공시했다. 따라서 올해 1조원의 충당금이 4분기 반영된다면, 코오롱인더는 올해 6000억원 가량의 순손실을 기록할 수 있다.

만약 올해 4분기부터 내년까지 분기별로 균등하게 분할해 반영한다면 매분기 약 2000억원 정도의 충당금이 발생한다. 코오롱인더는 올해 매분기 약 1000억원 가량의 순이익을 기록했다(연결기준). 즉 충당금을 위 예상대로 매분기 쌓는다면 분기 순이익이 1000억원 흑자가 아닌 1000억원 적자로 기록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한편, 회사 측은 전문가들이 판결하는 2심에서는 배상금 규모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증권가에서는 배상액 규모가 줄어든다 해도 최소 7000억~8000억 정도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주가가 급락하면 감정적인 투자자들은 즉각적인 매도나 추가 매수로 대응하기 쉽다. 하지만 보수적인 투자자라면 주가 급락을 섣부른 매수기회로 삼기 보다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투자 판단을 내려도 늦지 않을 것이다.

보너스, 증권사 견해는?

동양 : 목표가 16만원 유지. 이미 지난 9월 배심원 평결로 배상금 지급에 대한 악재는 주가에 반영.
삼성 : 목표가 11만원 → 8만원 하향. 배상금 규모는 부담스러우나 막연하게 할인된 현 주가는 재평가될 기회. 장기적인 접근 필요.
하나 : 목표가 12만4000원 → 7만9000원 하향. 4분기 영업익 18% 증가 전망. 단기 주가는 바닥권.
현대 : 목표가 11만9000원 → 9만원 하향.
현 주가는 최악의 경우 감안해도 저평가. 4분기 및 2012년 주력사업 호조로 실적은 개선 전망.
우리투자 : 목표가 12만5000원 → 7만5000원 하향. 듀폰사와 소송 패소에도 저평가 매력은 여전.
유진 : 화학업체 중 유일하게 4분기 이익 증가 예상하나, 소송 불확실성 커 분석 중단. 분석 중단 직전 리포트 목표가는 12만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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