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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유효 무전무효(有錢有孝 無錢無孝)

11.08/18
임석민

돈은 개인의 행복과 불행을 좌우하고 부모, 형제, 친구 등 주변사람과의 관계를 결정짓는다. 돈이 많고 적음을 떠나 돈 이야기만 나오면 모두 예민해진다. 돈이 부모와 자식의 관계를 바꾼다. “아비가 누더기를 걸치면 자식은 모르는 척하지만, 아비가 돈주머니를 차고 있으면 자식은 모두가 효자다.” 셰익스피어의 통찰이다.

혈연관계보다 강력한 공동체는 없다. 하지만 돈은 혈연관계도 무너뜨리고 있다. 따로 사는 부모와 자녀의 접촉은 매우 뜸하지만 부모의 소득이 많을수록 접촉빈도는 높아진다. 숭실대 정재기 교수는 <한국의 가족 및 친족의 접촉빈도와 사회적 지원의 양상(2007)>이라는 논문에서 OECD 회원국 중 한국만이 유일하게 부모의 소득이 높을수록 자녀와 만나는 횟수가 늘어난다고 분석했다.

한국에서 자녀들이 동거하지 않는 어머니를 1주일에 1번 이상 만나는 비율은 조사대상 27개국 중 최하위인 27%였다. 논문에 따르면 통계적으로 부모소득이 1% 높아지면 부모와 자녀가 1주일에 1번 이상 대면할 가능성이 2.07배나 높다. 다른 나라에서는 특별한 상관관계가 없었다. 한국인은 돈 빌릴 때는 가족을 찾지만 정서적 도움은 친구에게서 구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2005년 3월 28일자 동아일보 사회부장(이진녕)의 “아들을 고발합니다!”의 일부이다.

60대 노인이 보낸 편지 1통을 받았다. 아들의 패륜을 세상에 알려달라는 하소연이었다. 노인은 건축업을 하다 2년 전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지금은 전철에서 껌팔이를 하는 떠돌이 노숙자 신세로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글씨체로 보아 많이 배우지는 못한 분 같았다.

노인은 그동안 번듯한 직장에 다니는 아들의 집을 몇 번 찾았다가 문전박대를 당했었고, 어느 날 왼쪽 수족이 마비되어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어 다시 아들을 찾았다가 말로 형언할 수 없는 모욕을 당했다는 것이다. 현관문을 열어 준 아들에게 “갈 곳도 없고, 찾아올 곳은 오직 너밖에 없으니 살려 달라”며 통사정을 했지만, 아들은 “죽은 줄 알았는데 왜 죽지 않고 찾아왔느냐”며 멱살을 잡고 현관 밖으로 내동댕이쳤다는 것이다. 힘들게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공부시켰는데 어떻게 자식이 이런 짓을 할 수 있는지 세상이 원망스럽다며 이승을 하직하기 전에 아들의 패륜을 세상에 고발하고 싶다는 하소연이었다.

2008년 4월, SBS〈그것이 알고 싶다〉는 해외에서라도 자식과 함께 살고 싶어 하는 부모의 마음을 이용, “잘 모실게요”라는 감언이설로 늙은 부모를 초청하여 부모의 재산을 빼앗고 해외에 방치하는 해외고려장의 실태를 고발했다.

최석필(32년생)씨 부부는 딸자식들과 행복한 여생을 꿈꾸며 2004년 캐나다에 갔지만, 전재산 7000만원을 큰딸에게 빼앗기고 작은딸에게 버림받아, 한인교회에서 제공한 쪽방에서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며 깡통을 주우며 생활하고 있었고, 임인규(27년생)씨 부부는 필리핀에서 아들에게 버림받고 피눈물을 쏟으며 되돌아왔다.

이러한 패륜은 지금의 우리만이 겪는 것이 아니다. 19세기 프랑스 문호 발자크(1799〜1850)는 《고리오 영감》에서 몹쓸 딸자식들을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다.

고리오는 매년 6만 프랑 이상을 벌어들이는 부자였지만 자신을 위해서는 1200프랑 이상 쓰지 않았다. 딸들의 기분을 좋게 하는 것만이 그의 행복이었다. 딸들은 승마를 했고 마차를 가졌다. 그는 그 대가로 단지 한번 껴안아 보는 것으로 만족했다. 귀족과 부자와 결혼한 두 딸은 아버지의 돈을 상속받은 후 아버지를 외면했다. 아버지가 죽어가는데도 무도회에 입고 갈 의상비를 달라고 아버지를 조르고, 고리오는 마지막 남은 돈을 털어 주고 이렇게 탄식했다.

“아! 여보게, 자네는 결혼하지 말게. 결코 자식을 낳지 말게! 자넨 자식들에게 생명을 주지만, 자식들은 자네에게 죽음을 줄 거야…. 나는 이 사실을 10년 전부터 알고 있었지. 내가 재산을 거머쥐고 딸년들에게 주지 않았다면, 딸년들은 여기에 와 있을 테지. 그 애들은 키스로 내 뺨을 핥을 거야!”

효의 나라 동방예의지국으로 불렸던 이 나라도 많이 달라졌다. 의사 아들을 상대로 부양료 소송을 낸 65세의 어머니, 사업가로 성공한 뒤 수백억원대 재산을 잇달아 사회에 기부해왔던 80대 어머니(85세)가 “재산을 마음대로 처분하지 못하게 한정치산(限定治産) 선고를 해달라”며 의대교수인 맏아들(58세)이 소송을 하는 세상으로 변했다.

늙으면 자식 촌수보다 돈 촌수가 더 가깝다. 자식 속에 역적이 있고 부모 속엔 충신이 있다. 자식의 부모사랑은 변할 수 있어도 부모의 자식사랑만은 변함이 없다. 돈 없이 오래 사는 것은 재앙이다. “돈 없는 젊은이는 되어도 돈 없는 노인은 되지 마라!” 윌리엄스의 충고이다. “사람은 관 뚜껑을 덮을 때가 된 다음에야 자손과 재물의 무익(無益)함을 안다.” 채근담의 글이다.


글 / 임석민 한신대 국제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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