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영 회장은 왜 건설·조선업을 함께 했을까?

[서평]<대한민국 업종별 재무제표 보는 법> (이민주 지음)

재무제표는 주식투자자의 기본 참고서다. 기업의 살림살이와 경영 상태에 대해 구석구석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재무제표가 제조업, 금융업, 유통업 등 서로 다른 업종에서는 다른 모습을 하고 있어서다. 동일한 잣대로 평가하기 어렵다면, 주식시장의 수많은 상장기업 가운데 가장 싸고도 좋은 기업은 어떻게 골라내야 한담?

이런 고민에 싸인 투자자들을 위해 반가운 해설서가 나왔다. <대한민국 업종별 재무제표 보는 법>이 그것이다.

저자는 한국투자교육연구소 부설 버핏연구소의 이민주 소장이다. 한국일보 기자 시절에 워렌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을 직접 인터뷰한 후 가치투자에 대해 눈을 뜬 그다. 이후  버핏연구소장으로 변신한 그는 워렌 버핏의 투자법 연구서와 가치투자자를 위한 투자 도우미 서적들을 꾸준히 내왔다.  

그의 새 책 <업종별 재무제표 보는 법>은 전작 <대한민국 산업분석>의 후속편이라고 할 수 있다. <대한민국 산업분석>은 그동안 종목 분석에만 치우쳤던 투자자들에게 산업별 특성을 짚어줌으로써 기업에 대한 이해의 폭을 더욱 넓힐 수 있도록 도움을 준 바 있다.

<업종별 재무제표 보는 법>은 <대한민국 산업분석>을 통해 산업에 대한 이해를 마치고 이제는 산업별로 재무제표가 어떻게 다른지 알고 싶어졌을 투자자들을 겨냥했다. 그리고 친절히 해설했다.

이 소장은 우리가 알고 있는 재무제표는 주로 제조업의 것이라며, 여기에 소매유통업, 금융업, 수주업, 서비스업을 추가해 크게 다섯 가지 유형의 재무제표를 따로 익힐 것을 권하고 있다.

각 유형별로 중요한 체크 포인트가 어떻게 다른지 꼼꼼하게 짚는다. 제조업체의 부채비율은 낮은 것이 미덕이겠지만 조선·건설 등 수주업에서는 선수금이 부채비율 안에 포함되어 있다는 점을 지적하는 식이다.  

딱딱한 재무지식 해설이 자칫 하품을 유발하진 않을까? 우려는 접어도 좋다. 책은 숫자에 대한 얘기에 앞서 구체적인 기업 사례를 구석구석 풍부히 담았다. 업종별로 특색 있는 재무제표가 도입된 계기와 도입 초기의 풍경도 묘사한다.

수주업에 속한 건설업과 조선업의 공통분모에 대한 설명 한 토막. 저자는 故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사례를 인용한다. 그리고 건설·조선업의 공통점을 일찍이 간파한 정주영 창업주의 선견지명에 찬사를 보낸다.

정주영 창업주는 현대건설이라는 굴지의 건설업체를 키운 후 조선업체인 현대중공업을 창업한 바 있다. 저자는 "건설과 조선 모두 '고객의 발주에 따라 야외에서 거대한 무언가를 만든다'는 특징이 있는데, 정주영 창업주가 이를 알아채고 두 업종에 진출했다"며 타고난 기업가 정주영의 눈썰미에 감탄한다.

저자는 "공식을 일부러 외우려 하기보다는 해당 기업의 주된 영업활동이 무엇이고, 이 과정에서 어떤 계정 과목이 주된 영업활동에 관련되는지를 생각해 보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강조한다. 그가 굳이 재무제표에 스토리를 입힌 이유다. 

한 업종 재무제표에 대한 장이 끝날 때 배치해 둔 Q&A 코너, 상세한 용어설명 등 궁금증을 풀어주는 친절한 편집도 좋다. K-IFRS(국제회계기준) 도입 첫해를 맞아 기존 회계기준(K-GAAP) 재무제표와 비교해 달라진 부분에 대한 설명도 잊지 않았다. 아울러 업종별 주요 기업들을 깔끔하게 표로 정리한 특별부록 '한국의 업종별 기업 리스트'도 유용하다.

종목 뒤에 숨은 산업별 특성에 눈을 뜬 투자자들이라면 책꽂이에 꽂아두고 수시로 참고할 만한 책이지 싶다.










스프링 펴냄
이민주 지음 ㅣ 34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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