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P칼럼]가치투자 전략 믿어도 되나?

[같이하는 가치투자]

가치투자 전략 믿어도 되나?
해외사례에서 배운다 - 전설의 세쿼이어펀드




‘한국형 가치투자 전략’이란 책을 통해 가치투자가 알려진 지 10년이 되어간다. 가치투자가 한국에 처음 소개되었을 때 전략의 유용성에 대한 의문이 던져졌다. 가치투자가 뿌리를 내리기엔 한국시장이 너무나 비효율적이고 투기가 난무하는 시장이란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사람들이 지적한 바로 그 비효율성과 투기적 성향 때문에 가치투자자들은 버려진 보석들을 발굴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꾸준한 성공을 거뒀다. 그 결과 가치투자에 대한 의구심들은 사라지고 주요한 투자전략 중 하나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가치투자에 대한 의구심이 다시 제기되는 눈치다. 금융위기 이후 한국판 니프티피프티(Nifty Fifty)라 불릴 만큼 대형주 중심의 장세가 펼쳐지면서 가치투자 펀드들이 액티브 펀드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탓이다. 일각에서는 소외된 종목을 들고 있는 가치투자자들이 시대착오적인 선택을 하는 투자자들로 여겨지고 있다. 소외의 기간이 잠깐이 아니라 영원일 수 있다는 애정 어린 충고도 꽤나 받는다.

이런 이야기가 꼭 새롭지만은 않다. 그렇지 않다면 가치투자를 소수의 방법이라 부를 수는 없을 테니까 말이다. 오히려 이런 현상은 가치투자자에게 기회로 작용하곤 했다. 하지만 때의 문제가 아니라 가치투자 전략의 근본적인 무용론이 나오는 것만큼은 짚고 넘어가야겠다는 생각이다. 투자자들이 특정 업종에 몰려있고 가격보다 수급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현 상황에서 오히려 도입해야 할 방식은 가치투자라 확신하기 때문이다.

가치투자 전략의 근본적인 효용성을 증명하기에 국내 가치투자의 역사는 너무나 짧다. 그래서 가치투자가 원래 미국에서 도입되었던 것인 만큼 미국에서 오랜 기간 가치투자 철학을 일관되게 고수해 탁월한 장기 성과를 거둔 ‘세쿼이어 펀드’의 역사와 내용을 짚어봄으로써 가치투자에 대한 좀더 깊은 이해를 얻어보기로 하자.




Lesson 1 : 장기투자와 복리수익률





1970년에 1만 달러를 이 펀드에 맡겼다면 현재 220만 달러로 무려 220배가 불어난 놀라운 성과를 올릴 수 있었다. 반면 같은 기간 S&P500에 투자했다면 40년간 57배에 불과하다. 하지만 초반 두 그래프 간의 미미한 차이에서도 보듯이 처음 10년 수익률은 289%로 같은 기간 105%를 올린 S&P500에 비해 압도적이라 할만한 성적은 아니다.

문제는 장기로 가면서부터다. 20년이 지난 1990년에는 누적수익률이 각각 2,145%, 900%로 벌어지고 그 후 10년 뒤인 2000년에는 13,000%, 4,800%까지 차이가 나게 된다. 복리수익률의 위력을 보여줌과 동시에 가치투자 펀드가 단거리 선수가 아닌 마라톤 선수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는 궤적이다. 다시 말해 눈덩이를 크게 굴리는 가치투자의 진면목을 보기 위해선 10년도 모자라는 셈이다.

Lesson 2 : 시장을 이기는 것 vs 잃지 않는 투자


가치투자는 잃지 않는 투자를 목표로 한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 사이에 생기는 오해가 가치투자를 하면 절대 수익률이 마이너스가 나지 않는다 혹은 시장을 늘 이긴다는 것들이다. 하지만 연간 단위 실적 측정에서 그럴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22,000%를 올린 세쿼이어펀드도 41년간 시장수익률보다 낮았던 해가 17번으로 전체 기간의 40%에 해당한다. 심지어 마이너스가 난 해도 6번이 있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런 장기 수익률이 가능했을까? 위의 수익률 표를 보면 가끔 40~70% 수익률이 나는 구간이 있는데 이때 수익률을 크게 끌어 올리고 다음해 혹은 이듬해 거기서 수익률을 크게 까먹지 않으면서 계단식으로 수익률을 우상향 시켜왔다. 마라톤으로 치자면 전체 구간을 일정한 속도로 뛰는 것이 아니라 스퍼트 낼 때 확실히 내고 이후 쳐지지 않도록 페이스를 관리하는 것과 같다.




여기서 스퍼트를 내는 구간이 다른 액티브 펀드들과 다르다는 점도 눈에 띈다. 일례로 니프티 피프티가 한참 진행 중이던 70년대 초에는 4년 연속 시장을 하회했으며 심지어 IT붐이 한창이던 99년에는 시장이 21% 오르는 동안 -16%의 성적을 기록했다. 뜨거운 주식에 손을 대지 않고 원칙을 지켰던 탓에 돌아온 결과였다. 하지만 부진한 성적 직후인 75~78년, 00~01년에는 원칙을 지킨 보답을 톡톡히 받았다.


결국 이런 결과들이 모여 41년간 이뤄낸 연평균복리수익률은 14.27%다. 연목표수익률 15%가 별거 아닌 거 같지만 매년 반복해서 41년간 지속하면 22,000%의 수익률이 되는 것이다. 이 또한 매년 15%라는 숫자가 똑같이 기계적으로 찍히지 않았음을 밝혀둔다. 장기적인 15%가 의미가 있는 수치인 셈이다.

Lesson 3 : 성장에 대한 다른 시각


세쿼이어펀드가 걸어온 41년간 니프티피프티 붕괴, 오일쇼크, 블랙먼데이, 정크본드 붐, S&L붕괴, IT버블, 9.11사태, 금융위기 등 굵직한 경제사적 사건들이 있었다. 이외에 최근 이집트 소요 사태처럼 소소한 사건들까지 합치면 수 많은 악재들을 겪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떻게 난제들을 헤치고 놀라운 수익률을 달성했을까?




현재 세쿼이어펀드의 포트폴리오 편입종목을 보면 엑슨모빌, GE, 애플 등 지수 구성 시가총액 상위종목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즉 장기수익률 비교로 S&P500을 사용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지수를 따라가고자 시장추종 종목을 편입하지는 않는단 얘기다. 아주 초창기부터 투자해 사이즈가 커진 버크셔헤서웨이를 제외하면 주요 종목의 시가총액은 4~20억 달러 수준이다. 이는 미국시장에서 중형주에 해당한다.

여러 가치투자의 스펙트럼 중 세쿼이어펀드는 장기성장주에 강점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편입종목의 업종을 보면 보험, 제약, 유통, 건자재, 기계 등 전통산업 위주로 구성되어 있다. 즉 첨단기술주에 성장의 해답이 있다고 믿는 것이 아니라 전통산업에서 예측가능한 성장을 찾아내려 한다는 사실을 유추할 수 있다. 일례로 패스널(Fastenal)은 산업용 공구를 유통하는 재미없고 전통적인 사업이지만 현금흐름을 활용해 M&A 등을 통해 사업을 전국적으로 확장함으로써 장기성장을 구가해왔다.

종합해보면 시장에 연연하지 않고 기업에만 집중해 예측가능한 성장주에 장기투자함으로써 모든 파고를 뛰어넘고 결과적으로 시장보다 더 높은 장기수익률을 달성했다고 결론지을 수 있다. 즉 세쿼이어펀드의 꾸준한 수익률은 곧 편입종목의 성격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이들은 화려한 매매 스킬도, 시장흐름을 짚어내는 동물적 감각도 없었지만 오직 기업을 보는 안목과 확고한 투자철학만으로 가치투자를 증명해냈다.


맺는 말

아직 한국의 가치투자 역사는 세쿼이어펀드의 첫 10년에 해당할 정도로 짧다. 아직 걸어온 길보다는 걸어가야 할 길이 많은 분야다. 가치투자 전략에 대한 의심을 하기엔 너무 이른 시점이다. 오히려 가치투자 전략에 맞게 노력과 정성을 들여 이를 잘 수행하고 있는가에 더 많은 힘을 쏟아야 한다. 또한 이런 어려운 때에 시장에 흔들리지 않고 원칙을 지키며 올바른 선택을 할 때 궁극적으로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확신을 얻어야 한다. 그럴 때에 한국에도 세쿼이어펀드 같은 가치투자의 종결자가 탄생할 수 있다.

VIP투자자문 대표이사 최준철 wallstreet@vipass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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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한마디 (댓글 3개)

  1. 서정
    서정 | 11.02/18 10:43
    투자자들이 특정 업종에 몰려있고 가격보다 수급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현 상황에서 오히려 도입해야 할 방식은 가치투자라 확신하기 때문이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답글쓰기
  2. 시라라
    시라라 | 11.02/19 08:38
    감사합니다.
    답글쓰기
  3. SHIP
    SHIP | 11.02/19 16:25
    신념이 절실한 때에 단비같은 사례 감사합니다.
    분산투자도 아니고, 대형인기주 아닌 중형주 위주의 뚝심있는
    장기가치투자의 선구자죠,

    참고로, 1999년말까지 누적된 연복리수익률은 세콰이어 18.9% 대 S&P500 15.2% 였는데(헤그스트롬 책),
    최근의 금융위기 장세를 지나면서 45년간 수익률이 서로 비슷한 수준으로 다소 하향된 듯 합니다.

    저 펀드의 최근 10여년 상황이 궁금했었는데 아주 시의적절한 점검이신듯 합니다.

    국내 코스피지수 성장률도, 모두들 잘 아시겠지만
    사실 31년간 10.1% 밖에 되지않습니다(1980.1.4 - 100, 2010. 12월말 2,000 기준시)
    따라서, 최근 2년간 연평균 20%가 넘는 코스피시장 성장은 금융위기 후의
    회복정도가 반영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듭니다.
    거기다 대형인기주 위주의 주도장세여서
    짧은 기간이지만, 가치주들이 상대적 소외감을
    느끼게 되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다들 힘내셔야지요, 가치투자는 신념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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