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기업]바다의 성공신화 창조한 '사조그룹'

강소기업을 찾아서#3-사조그룹

숙과 제수의 대결로 관심을 모으던 현대건설의 우선매수협상자로 현정은 회장이 이끄는 현대그룹이 선정되었다. 치열한 경쟁 끝에 그룹의 숙원이던 현대건설을 인수하게 됐지만 언론이나 투자자들이 보는 시선은 기대보다는 걱정이 다소 앞서는 것 같다. 현대그룹의 주력계열사인 현대상선과 현대엘리베이터 등이 소식이 전해짐과 동시에 일제히 하한가나 그 근처에서 마감되었다는 것이 그 근거다.



굵직한 인수 건을 성공시켰던 기업들은 거의 예외 없이 승자의 저주에 시달려야 했다. 대우건설을 인수했다가 그룹전체가 흔들린 금호그룹을 비롯해 총수가 구속된 C&그룹 등 여러 그룹이 대형 M&A 이후 배탈이 났다. 승자의 저주가 발생한 원인은 경영권을 인수한 가격이 지나치게 긍정적인 시나리오만을 가정한 높은 수준이었고 애초 목표와 다르게 기존 사업역량과 시너지를 내는 데도 실패했기 때문이다.

이와는 달리 2000년대 들어 M&A에 가장 성공적이었던 한국의 기업집단을 꼽으라면 주저 없이 사조그룹을 들 수 있다. 사조그룹의 성공 원인은 승자의 저주에 시달린 그룹들과 정확히 반대였다. 기대감이 반영되지 않은 적절한 가격에 인수가 이뤄졌고 그룹 내 기존 사업들과의 시너지가 극대화됐다는 것이다.



사조해표(구 신동방), 사조대림(구 대림수산), 사조오양(구 오양수산), 사조남부햄 등이 최근 몇 년 사이 사조그룹의 휘하에 들어온 기업들이다. 주력 제품이 식용유, 어묵, 맛살, 햄으로 사조그룹의 M&A 방향이 식품업에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해 구매와 판매 양면에서 힘을 가져가려는 것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 기업들은 세 가지 공통점이 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브랜드 인지도가 확고히 있다는 점, 식품업계 니치마켓 플레이어라는 점, 인수 당시 법정관리 중이거나 경영권 공백이 있어서 매각자 측에서 제 값을 받기 힘들었다는 점이 그것이다. 특히 수산기업들은 다른 회사가 인수하는 경우와는 달리 사조그룹이 인수할 경우 시장을 독과점적으로 지배할 수 있게 된다는 측면에서 확실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었다.

사조그룹은 인수합병을 통해 단순히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관리부분을 통합하고 사조C&C와 같은 마케팅 전문 자회사를 설립함으로써 고정성 경비를 최소화했다. 또한 엄청난 선단과 구매력을 앞세워 어선연료, 낚시, 먹이 등 구매를 일원화함으로써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었다. 해방 이전에 지었다는 사조산업 본사건물의 계단을 올라가다 보면 사조그룹 특유의 짠돌이 정신을 느낄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사조그룹의 성공요인으로 타이트한 비용관리를 꼽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 결과 올해 사조그룹은 그룹매출이 2조원 수준에 육박하고 그룹출범 이래 최고 수준의 순이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매출에서 횟감용 참치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서 엔고의 덕을 톡톡히 보기도 한 게 사실이지만 일본과 거래 관계가 없는 계열사들이 골고루 실적호전을 보인 점으로 볼 때 사조그룹 특유의 문화를 바탕으로 인수 기업의 경영을 정상궤도에 올렸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정치인 출신이란 독특한 이력을 가진 그룹 총수인 주진우 회장의 꿈은 ‘바다의 대통령’이다. 그룹 총수의 꿈이 크다는 것은 주주들에게 양날의 칼이다. 회사를 성장시킬 수 있는 최고의 원동력임과 동시에 어느 정도의 재무적 리스크를 감수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더구나 주진우 회장이 인터뷰를 통해 밝혔던 해운업 진출 가능성은 한번쯤 사조그룹에 관심 갖는 잠재 투자자들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 되었다. 1차 산업적인 성격이 강한 기존 수산업에 비해 해운업은 자본규모의 차원이 다르고 서비스업의 성격이 강하다. 따라서 M&A에 능한 사조그룹이라고 하더라도 과거 사례처럼 그 성공여부를 예단하기는 힘들다.

돈 들어갈 일은 이뿐만이 아니다. 선박 노후화로 인해 교체주기가 점차 돌아오고 있다. 일례로 지난 8월 뉴질랜드 부근에서 조업하던 1600톤급 사조오양 선박이 침몰한 사건이 있었다. 선박 침몰은 대단한 뉴스지만 사조오양에 미치는 재무적 영향은 거의 없었다. 이 배는 1972년에 진수된 배로서 장부가치가 거의 남아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선령이 25~30년된 배가 늘어나면서 신조선을 사거나 쓸만한 중고선을 사는데 대규모의 자금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사조그룹의 가장 큰 고민거리다.



사조그룹은 담보로 삼을 만한 부동산 자산도 많고 현금흐름도 좋기 때문에 당장 차입금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대부분 재무구조가 우량한 음식료업에 익숙한 투자자들에겐 별종으로 비칠 수 있다. 지속된 M&A로 지배구조가 난마처럼 얽혀 있다는 부분도 걸리는 대목이다. 지금까지 조용히 성공적인 딜로 사세를 불려온 사조그룹이 앞으로 오너의 꿈과 회사의 성장 속도를 어떻게 잘 조화시켜나갈 수 있을 지 지켜보자.



김민국 VIP투자자문 대표이사 / kim@vipass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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