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그룹]작지만 강한 그룹, KPX그룹

강소그룹을 찾아서 (2) - KPX그룹

학 회사는 일반적으로 이익의 부침이 심하고 대규모 자본지출이 끊임없이 필요한 사업으로 인식되어 있다. 게다가 제품의 차별성이 적어 경제적 해자를 구축하기가 어렵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KPX그룹을 보면 이러한 편견을 날려버릴 수 있다.






KPX그룹은 KPX홀딩스 산하에 KPX케미칼, 화인케미칼, 그린케미칼, 라이프사이언스(이상 상장사), 바이오텍 등의 회사를 거느리고 있는 화학전문그룹이다. 업황에 따라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화학 한 우물을 팠음에도 불구하고 적자 나는 계열사가 없고 각 회사들이 내부에 현금을 쌓아놓을 정도로 탄탄한 내실을 자랑한다.

일례로 그룹의 모태가 된 핵심계열사 KPX케미칼(구 한국포리올)은 79년부터 지금까지 30년 연속흑자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2000년 초 순이익이 200억원 대에서 올해 400억원을 바라볼 정도까지 안정적으로 성장해왔고 꾸준한 현금흐름을 바탕으로 매년 중간배당과 기말배당을 해 온 점도 자랑거리다.

이런 결과가 가능했던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아이템의 우수성에 있다. 주력제품인 PPG는 우레탄의 주원료로 자동차, 냉장고, 신발, 합성피혁, 페인트 등 다양한 분야에서 꾸준히 소비되는 품목이다. 게다가 용도에 따라 물성을 맞춰야 하는 특성으로 인해 다품종소량생산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품목은 400여개, 수요처는 200여개에 달한다. 이것이 진입장벽으로 작용해 KPX케미칼은 줄곧 시장점유율 60%를 유지하고 있다.


그룹의 또 다른 축인 KPX화인케미칼(연질우레탄의 원료가 되는 TDI 생산)은 KPX케미칼과는 달리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되는 국제시세의 영향을 받는 단일품목 사업이다. 그런 까닭에 부침이 존재하지만 긴 불황으로 경쟁자가 도태된 2006년부터는 확실한 승자의 이익을 챙기고 있다. 게다가 위험한 물질을 사용하고 수율이 잘 나오지 않는 공정 특성상 새로운 진입자가 공장을 돌리기 어려운 특징을 가진다. 2006년도 64억원에 불과했던 순이익이 2007년도 업황호조와 함께 400억원으로 뛰어오른 일은 KPX화인케미칼이 그룹에서 공격수 역할을 하고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KPX그룹을 일군 양규모 회장은 비운의 경영자 국제상사 고 양정모 회장의 동생이다. 또한 대한전선 설원량 회장의 미망인 양귀애 고문의 오빠이기도 하다. 그만큼 사업적 경험이 풍부한 집안 출신으로 업에 대한 이해도가 뛰어나고 손익 관리에 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형의 사업적 굴곡을 목격해서인지 외부 노출을 잘 하지 않고 극도로 보수적인 경영을 한다. 그래서 KPX홀딩스에만 1,000억원 이상의 현금을 쌓아놓고도 시너지가 날 수 있는 휴켐스, 금호미쓰이 등의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했다는 평가다.

또한 돈은 잘 벌지만 벌어들인 자본을 활용하는 능력이 미숙하다는 지적도 있다. 2006년 홀딩스 체제 이후 여유자금으로 주식투자에 나섰다가 2008년 주가 하락으로 손실을 입었고 계열사들이 환헷지를 위해 키코에 가입했다가 환율상승으로 창출된 이익을 고스란히 날려버렸기 때문이다. 물론 현금창출능력이 워낙 뛰어나 회사 존립에 영향이 없었고 금방 손실을 복구했지만 이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는 그룹의 상장사들 특히 KPX홀딩스가 사업내용에 걸 맞는 평가를 받지 못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자본활용의 미숙함과는 별개로 회사가 가진 화학기술을 바탕으로 한 기술개발 및 사업아이템 발굴에는 탁월한 역량을 보여주고 있다. 예를 들어 KPX화인케미칼에서 정밀화학 부문을 가지고 분사한 KPX라이프사이언스는 원료의약품을 개발해 다국적 제약사에 납품할 정도의 수준에 올라섰으며 KPX케미칼에서 분사된 KPX그린케미칼은 EOA, ETA로 시작해 포스겐 기술을 바탕으로 폴리카보네이트의 원료가 되는 DMC까지 개발하면서 독자회사로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KPX케미칼은 2003년 전자재료 개발을 시작해 7년간의 산고 끝에 100% 수입에 의존하던 반도체연마용 패드를 양산할 수 있게 되었다.

화학사업에서 중요한 핵심 능력으로는 수요처를 고려한 입지선정과 적절한 시기의 캐퍼 증설 결정이 있다. 이 부분에 있어서도 KPX그룹은 주의를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KPX케미칼은 중국의 우레탄 수요 증가를 예상해 2005년 도요타통상, 삼성물산과 함께 난징포리올을 설립했다. 현재 범용제품 위주로 생산해 수익성이 좋진 않지만 장기적인 안목으로 볼 때 합리적인 결정이었다고 평가된다. 한편 KPX화인케미칼은 2009년 725억원을 들여 TDI 생산 캐퍼를 10만톤에서 15만톤으로 늘리기로 결정했다. 2011년 5월부터 생산이 되는데 그 시기까지 전세계 증설물량이 제한적이라 가동과 함께 기업가치의 증가가 예상된다.



돌다리도 두들기는 보수적인 문화로 여타 중견그룹들처럼 M&A의 재미를 보진 못했지만 화학기술을 근간으로 직접 알짜 계열사들을 세우고 키웠으며 시기에 맞춰 성장전력을 구사한다는 점이 KPX그룹의 장점이자 특징이다. KPX그룹의 상장사들이 안정적인 성장을 원하는 가치투자자들을 유혹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준철 VIP투자자문(www.vipasset.co.kr)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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