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킬 VS 하이드] 급락 건설주, 투자 적기?

[지킬 VS 하이드] 급락한 건설주, 지금이 투자적기인가?/ VIP투자자문 김민국 대표






사업규모가 31조원에 달하는 단군이래 최대의 도심개발 사업인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이 사업중단위기에 봉착했다. 건설주간사인 삼성물산쪽에서 이대로는 사업성이 없다며 용적률을 올려주고 토지 중도금을 준공시점까지 무이자로 연기해주지 않는다면 더 이상 사업을 진행하기 힘들다고 선언한 것이다. 이에 대해 사업진행의 한 축인 코레일 측에서는 프로젝트를 안 했으면 안 했지 계약조건은 변경하기 힘들다고 최후통첩을 보냈다.

용산프로젝트는 사업진행 초기만 해도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관심을 모으면서 사업자 공모 당시 치열한 경쟁입찰 끝에 삼성물산이 건설사업자로 선정되었고, 용산 주변의 땅값을 동반 상승시킨 화제의 프로젝트였다. 하지만 부동산경기가 급랭하면서 사업자에게 부담을 지워주는 천덕꾸러기로 전락했고 한국 부동산 시장이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프로젝트로 인식되고 있는 형편이다.

지난 6월 말 3차 건설업 구조조정을 통해 16개의 워크아웃 및 퇴출 건설사가 결정되었다. 이 발표를 통해 불확실성이 해소되었고 모두가 건설주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지금이야말로 건설주를 싸게 담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하는 시각도 있다. 이에 ‘지킬 VS 하이드’에서는 지금이 건설주를 역발상 투자할만한 시기인가에 대한 토론을 지상 중계하고자 한다.

지킬: 지금 건설주들은 지나치게 저평가된 상태인 것 같네. 한국의 대표적인 건설사들인 삼성물산, GS건설, 대우건설의 주가가 장부가 수준에 불과하고 대림산업이나 현대산업과 같은 대기업들의 주가는 장부가의 60~80% 수준이야. PBR이 0.2~0.3배에 PER 2~4배인 중소형사들도 수두룩하다더군. 건설사들에 대한 우려가 크다지만 그 우려가 지금 주가에는 충분히 반영되어 있다고 생각하네.

2008년과 2009년도에도 자동차에 대한 우려가 지나쳐서 현대차 주가가 4~5만원대까지 빠졌지 않나. 하지만 지금 주가는 14만원이 넘는다네. 주식은 부정적인 전망이 극대화된 시점에서 사야 하니 지금이야말로 건설주에 역발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좋은 시기가 아닌가?


하이드: 건설주들의 PBR 만 본다면 자네 말도 일리가 있어 보이네. 하지만 건설주들의 장부를 제대로 분석해 본 적 있나? 예전부터 건설회사의 장부는 블랙박스로 불린다네. 다른 업종과는 달리 공사진행률이나 대손충당금을 쌓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서 회사임의로 조정이 가능한데다, 또한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할 때 지급보증을 하거나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서 부채를 떠넘길 수도 있는데 이게 본 회사의 재무제표에는 전혀 나타나지 않아.

나중에 IFRS가 도입되면 이것도 다 드러날 수도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회사에서 부채를 감추려고만 하면 얼마든지 감출 수 있지. 지금도 대부분 건설사들의 평균 부채비율이 150%를 훌쩍 넘는 수준이지만 실질적인 부채비율은 아마 그거보다 훨씬 높을걸세.


지킬: 너무 부정적인 면만 보는 거 같은데, 그 정도는 건설을 안다는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 알고 있는 내용 아닌가?

하이드: 앞으로 달라지는 건 그것뿐만이 아니야. 지금까지는 아파트 공사를 몇 년에 걸쳐 진행할 경우 매출액과 이익을 매년 나눠 장부에 반영할 수 있었는데, IFRS가 도입되면 공사 완공 후 아파트를 매입자에게 실제로 넘기는 시점에 한꺼번에 매출액을 반영하게 되지. 이렇게 되면 분양대금은 선수금으로 잡혀 부채비율은 더욱 늘어나게되. 물론 IFRS가 대형사부터 순차적으로 반영된다고는 하지만 연결재무제표가 기본재무재표가 되는 새로운 회계원칙의 특성상 건설사들의 숨겨진 부실들까지 드러나는 건 시간문제일 거네.

지킬: 우리나라 미분양주택은 5월말 기준으로 11만 가구 수준인데, 작년말 대비 1.3만 가구 정도 감소했다네. 겉으로 보았을 때는 건설사들이 미분양 때문에 아우성인 것 같지만 적절하게 가격할인도 하고 실수요자들이 구매를 하면서 미분양이 점차 해소되어 가는 추세지. 물론 건설사들이 만족할만한 가격에 팔고 수익을 올리는 것은 아니지만 이 추세를 무시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 IMF시절에도 미분양이 11만 가구를 넘어섰지만 부동산 시장이 안정되면서 이 물량은 순차적으로 소화가 되지 않았는가?

하이드
: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달라. 그래도 그 때는 인구구조상 주택수요가 늘어나던 시기였지만 지금은 오히려 주택수요가 줄어들고 있는 시기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지. 그리고 미분양이 줄어들었다고는 하지만 진짜 악성 미분양물량은 그대로 남아있다고 봐야 하지 않겠나?

지방을 다녀보면 중도금, 잔금 무이자는 기본이고 대놓고 할인판매를 하는 아파트들도 쉽게 볼 수 있지. 이런 악성 물건이 있으면 새로 분양을 하는 건설사는 높은 가격에 분양하기 힘들어지고, 도저히 분양이 안되겠다 싶으면 헐값에 임대를 놓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거야.

지킬: 예전에 비해 아파트 매매가격대비 전세가격비율이 올라가고 있는 것도 눈 여겨 봐야하네. 2007년도에 42%정도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46%까지 올라왔어. 서울이야 예부터 전세가격비율이 낮지만 현재 지방에는 60%가 넘는 아파트들도 수두룩해.

한국 사람들은 예전부터 자기 집에 대한 애착이 강해서 눈칫밥 먹으면서 남의 집에서 사느니 대출 좀 받아서 집을 사는 사람이 많은 편인데, 이 정도 전세비율이면 그냥 집을 사버리는 수요도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이네. 더구나 지속적으로 전세난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저금리 상황이 지속되면 차라리 집을 사버리는 대체수요도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 생각해.

하이드
: 자네.. 지나치게 추세만 보는 거 아닌가? 자네 말대로 전세가가 집값의 46%까지 올랐다고 해도 여전히 집값이 전세값의 두 배 이상인데 여전히 이것을 싸다고 할 수 있나? 전세는 사용가치이고 매매가격은 투자가치인 셈인데 사용가치가 투자가치의 두 배가 넘는다면 나는 전세로 사는 게 훨씬 더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생각해.

예컨대 아파트를 10억원에 사서 4억5천만원 정도에 전세를 주면 나머지 5억5천만원의 최소한 은행금리 이상의 기회비용을 벌충할 정도로 아파트 가격이 올라줘야 하는데 지금 상황에서 그게 과연 가능할까?

결론적으로 아파트 가격에는 여전히 거품이 많고 자네 말대로 전세 수요가 매매 수요로 대체되는 건 아전인수 격인 과도한 낙관이라고 생각하네.

지킬: 자네야말로 집을 너무 경제학적으로만 보는 거 아닌가? 집에는 사회학적 의미도 같이 담겨있어.

하이드: 이왕 이야기 나온 김에 집 사는 수요가 크게 늘어나기 쉽지 않은 이유를 한가지 더 이야기해 봄세. 자네 PIR이라는 지표를 들어본 적이 있나? PIR이란 가구당 연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을 나타낸 지표인데, 만약 자네 집에서 버는 돈이 연간 5천만원이고 자네가 살려고 하는 집값이 5억원이면 PIR이 10인 셈이지.

2008년 기준 자료에 따르면 PIR은 전국 기준으로 6.3배, 서울 12.6배로 나타났는데 미국의 3.5배나 일본의 3.7배보다 훨씬 높은 수치야. 자네 주변 젊은 사람들 중에 돈 벌어서 집 산 사람이 얼마나 되나? PIR이 12.6배면 서울에 사는 사람들은 거의 13년 가까이를 한 푼도 안 쓰고 모아야 집을 살 수 있다는 이야기야.

이건 모아둔 게 없는 젊은 사람들은 집사기가 거의 힘들다는 이야기나 마찬가지라는 얘기지. 미래의 실제 주택 수요층인 젊은 사람들이 집을 살 수 없다면 지금의 주택 가격도 결국 거품이라고 보네.



지킬: 자네 건설사들의 역량을 국내 아파트에 지나치게 초점을 맞춘건 아닌가? 우리나라 건설업체들이 갖고 있는 해외건설역량도 과소평가해서는 안되네. 올해 건설사들의 예상 해외 수주물량은 43조원으로, 금융위기로 인해 그간 미뤄져 왔던 대형 프로젝트 발주가 이제 본격화되고 있는데 중동 쪽 석유화학 플랜트를 비롯해서 우리 플랜트 수요는 계속 늘어나고 있지.

우리나라가 수주를 하고 있는 국가의 범위도 계속 늘어나고 있고 석유화학 플랜트 외에 원전 수주를 비롯해 예전보다 고부가가치 건설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네.

하이드: 글쎄, 나는 우리나라의 해외건설능력에도 상당히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보는데... 다소 지역이 넓어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우리나라 건설사들이 진출한 지역은 대부분은 중동 쪽에 치우쳐 있어.

우리나라 건설사들이 아무리 실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건설은 기본적으로 고용창출효과가 크고 그 지역의 특수성을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하는 산업이다 보니 자국 건설사들에게 우선적으로 기회가 주어지지.

당장 가장 건설경기가 좋은 중국을 보게. 그 뜨겁고 규모가 크다는 중국건설시장에 진출한 우리 건설사들이 얼마나 되나? 말하기 민망할 정도지.

한국만 해도 해외 건설사가 거의 발을 붙이지 못하고 있는 형편 아닌가? 기술적으로는 중국 건설사들보다 앞선 부분도 있겠지만 각국의 건설시장은 다른 국가에 대해 상당히 배타적이야.

지킬: 중동에서 실력을 쌓으면 다른 곳에서도 기회가 나오지 않겠나? 사실 UAE의 원자력발전소 수주도 그게 끝은 아닐텐데...

하이드: 당장은 지역적으로 중동, 분야에서는 플랜트 쪽에 한정이 되어 있는 게 사실이지. 그러다 보니 유가수준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해. 지금 진행되는 프로젝트들도 유가가 급락하게 되면 시작단계에서 중단될 프로젝트들이 속출할 걸세.

또 올 상반기의 원화 강세-유로화 급락 상황에서 유럽 쪽 건설업체들의 공격적인 수주로 우리나라 건설사들의 수주가 주춤하면서 이탈리아나 스페인등 유럽 쪽 건설사들이 잇따라 대형 프로젝트를 따가는 상황이 발생했네. 이런 업체들과 경쟁하면서 외형을 유지하려면 우리 건설사들의 공사마진도 계속 낮아질 수 밖에 없어.

시공중심의 저마진 경쟁구도에서 탈피해서 고마진을 내려면 설계, 컨설팅 위주로 가야 하는데, 원천기술을 확보한 선진국 건설사들과의 기술장벽을 극복하기는 아직 요원한 거 같고...

지킬: 부정적으로만 보면 어느 것 하나 긍정적인 것이 있겠나? 자네가 말한 건설사의 부정적인 측면들이 나는 이미 대부분 가격에 반영된 이슈라고 보네. 오히려 자네가 말한 이슈들이 한두 개 라도 과도한 것이라고 증명되는 순간부터 건설주 실적이 턴어라운드하고 주가도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건설경기가 지나치게 악화되면 고용수준이 떨어지고, 아파트 가격이 폭락하면 은행권을 비롯한 금융권 부실이 급증하게 될 거네. 통상적으로 이런 상황에서 결국 정부가 규제를 풀고 예산지출을 늘려서 건설 경기를 활성화했던 게 반복됐던 일이지.

모든 사람이 아니라고 할 때 과감하게 욕심을 내는 것이 역발상을 즐겨 하는 가치투자자의 바람직한 자세라고 생각하고, 나는 가장 최악의 상황인 건설주에 과감하게 투자하겠네.

하이드: 무조건 싼 것만을 산다고 가치투자자라면 그것만큼 쉬운 투자가 어디 있겠나? 물론자네 말대로 건설주에 대한 우려가 과도한 것일 수도 있지. 하지만 여러 가지 정황으로 판단하건대 지금 건설주에 투자하는 것은 지금 보여지는 수준보다 훨씬 더 리스크가 크다고 생각해.

PBR이 낮다고 하지만 건설업의 특성상 순자산가액은 프로젝트 한두개 날아가거나 현금흐름이 꼬이면 아무 의미 없는 수치가 되어버릴 걸세. 실제로 이번 구조조정 평가에서 C등급을 맞았던 벽산건설이나 중앙건설, 한일건설도 모두 PBR 0.1~0.2대에 거래되고 있었고... 건설업의 DNA가 가치투자자에게도 맞지 않고, 투자자들이 기대할 수 있는 안전마진 또한 외견상 보여지는 것과는 달리 크지 않다고 보네.

또한 아파트를 포함한 우리나라 부동산 가격은 결코 싸지 않아. 부동산 소비자들에게 가격보다 높은 가치를 줄 수 있어야하는데, 현재의 가격 수준은 그 가치를 주기 힘들다고 보네. 일본도 부동산 버블이 꺼진 후 건설사 구조조정을 미루다가 몇 년 뒤 건설사들이 한꺼번에 도산한 사례가 있지.

나는 우리 건설사들이 ‘싸지만 싸지 않다’고 보네. 나는 당분간 건설주 투자는 피하는 게 현명하다고 생각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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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한마디 (댓글 6개)

  1. 가우리
    가우리 | 10.07/19 16:15
    잘 읽었습니다.
    답글쓰기
  2. 점프
    점프 | 10.07/19 19:01
    쉽고 재미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답글쓰기
  3. ValueTimer
    ValueTimer | 10.07/19 20:34
    지킬박사와 하이드가 대화하는 구조.. 기막힌 발상입니다.
    김대표께서 몸소 하이드를 자처하신게 재미있네요.
    항상 악마의 속삭임에 더 끌리게 마련이죠.^^
    답글쓰기
  4. 생활탐구
    생활탐구 | 10.07/20 09:09
    건설주 전망 부정적이죠
    하지만 전 일부이지만 건설주 최근 매입했읍니다
    업종대비 재무구조 우수하고
    주택사업비중이 낮고 기타 토목 건축 플랜트
    비중이 큰 건설주가 pbr0.2~0.3 정도면 매적적
    이라 볼수 있읍니다
    물론 우량가치투자 종목으로는
    건설주가 맞지 않지만
    경기 민감형 유형으로는
    조선 해운과 마찬가지로
    분명 기회가 있다고 판단됩니다
    문제는 건설업종이 아니라
    개별 기업의 문제라 봅니다
    답글쓰기
  5. PRIOR
    PRIOR | 10.07/21 16:01
    현대차 이후 지킬 n 하이드 시리즈가 나왔네요..
    현대차의 경우는 지킬의 승리로 마무리되었는데 이번에는 어떻게 될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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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포레스트검푸
    포레스트검푸 | 10.08/01 14:51
    천하태평의 낙관론자는 은퇴후에 최고급 신형 승용차를 몰고다니고,

    비관론자는 은퇴후 수십년된 중고차를 타고 다닌다네요.

    어쨋거나 대단히 좋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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