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업] 성장이란 이름의 환상 (2/2)

대교 – 모두가 아는 침체

 

같은 교육업체이면서도 유독 낮은 평가를 받고 있는 기업군이 있다면, 이는 학습지 업체들일 것이다. 아래 표는 2007년 주요 교육 업체들의 매출액, 영업이익과 현재 시가총액을 정리한 표이다. 2008년 결산이 미처 이루어지지 않은 관계로 편의상 2007년의 자료를 사용하여 적절하지는 않지만 대략적으로라도 주식시장에서 어떤 회사의 성장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e러닝 업체들이 주식시장에서 인정받은 승자라면 학습지 업체는 확실한 패자임에 틀림없다. 대표적인 학습지 업체 대교는 메가스터디에 비해 많은 영업이익을 벌어들였음에도 시가총액이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주식시장의 이러한 평가는 정당한 것일까?

 

[자료1] 상장 주요 교육기업 투자지표

 

학습지 시장이 침체일로를 걷고 있다는 것을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우선, 소비자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 낮은 출산율은 이 회사의 장기적 성장 전망을 어둡게 하는 지표임에 틀림없다. 인구구조의 변화는 결코 이 회사의 미래에 우호적이지 않다. 또한 학습지 고객의 상당수가 저소득층에 해당하기 때문에 장기화된 경기 침체는 고객의 이탈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사실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최근 몇 년간 급격한 성장가도를 달려온 e러닝 업체와 역사가 오래된 학습지 회사를 동일 선상에 놓고 비교하는 것은 현역 육상선수와 은퇴한 선수의 기록을 비교하는 것과 같이 무의미한 일이다. 두 산업은 분명 다른 사이클에 놓여져 있는 산업이다. 하지만 투자는 단순히 두 선수 중 어떤 선수가 달리기에서 이길 것인가를 평가하는 시합이 아니다. 투자에는 이러한 내기와는 달리 다른 변수가 한 가지 있는데, 그것은 게임에 참가하기 위해 지불하는 가격이란 요소다. 경마와 투자에서 돈을 벌기 쉽지 않은 것이 바로 이 탓이다.

 

오늘 분석을 할 기업은 대교이다. 누구나 한번쯤 접해 봤을 이 회사의 역사는 197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초창기 일본의 구몬 학습지를 통해 과외방 영업을 하던 이 회사는 85년 로열티 지급과 관련된 문제로 일본 구몬 본사와 트러블이 발생하자 독립을 선택하고, 91년 눈높이란 자체 브랜드를 설립한 후 승승장구하며 현재 200만을 넘는 회원을 보유한 대교그룹으로 발전하였다.

 

[자료2] 대교 시가총액, 배당수익률, 동사 영업보고서

 

우선주와 자사주를 고려한 이 회사의 현재 시가총액은 약 4380억이다. 현재 가격대에서 우선주의 배당수익률은 9%에 육박한다.

 

[자료3] 대교 현금흐름추이 (단위 : 10억), 동사 영업보고서

 

학습지 산업의 비즈니스는 단순하다. 이 회사의 원재료는 단순한 종이뿐이다. 학습지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열연 코일이나 니켈이 필요하지 않다. 이 회사가 하는 일이라곤 단지 백지를 사들여 간단한 수학 문제를 인쇄한 후에 이를 학생들이 공부하도록 하고 담당 교사로 하여금 학생을 관리해주게 하는 것이 전부이다. 이렇게 단순한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는 사업이지만 학습지 사업이 처음 일본에서 등장한 1950년대 이후 지난 50년간 이 산업은 놀라운 수익성을 유지하여 왔다.

 

[자료4] 대교 주주이익추이 (단위 : 10억), 동사 영업보고서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학습지 사업은 돈이 들지 않는다. 한번 교재를 만들어 놓으면 교재 개정에 드는 비용 말고는 특별히 들어갈 비용도 없다. 게다가 한번 들어온 고객은 빠져 나가기 쉽지 않고, 네트워크 효과로 고객은 자연적으로 증가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런 학습지 사업의 특성을 고려할 때 웅진그룹, 대교그룹, 교원그룹, 재능그룹과 같은 국내 굴지의 그룹이 이런 학습지 시장에서 출발했다는 사실은 크게 놀랍지 않다.

 

그런데 이런 학습지 시장의 1위 기업인 동사가 지난 2000년 이후 지속적으로 투자를 늘리고 있는 모습이다. 따라서 미미한 규모의 주주이익을 창출하는데 그치고 있다. 최근에 이루어진 일련의 투자는 성장의 한계에 부딪친 이 회사가 장기적인 성장력을 확보하기 위한 몸부림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이 회사가 영업활동을 통해 1000억 가량의 현금을 만들어낼 능력을 갖고 있음을 감안하면 현재의 시가총액 4380억은 굉장히 저렴한 가격대인 듯 느껴진다. 하지만 저렴해 보이는 것 자체가 투자의 이유가 되는 것은 아니다.

 

[자료5] 대교 외형추이 (단위 : 10억), 동사 영업보고서

 

이 회사는 94년부터 2004년까지 매년 연평균 12%의 속도로 매출과 이익을 늘려왔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2004년 상장 이후 지속적인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에 동사의 주가는 상장 이후 꾸준히 상승하여 1만원(분할기준)을 상회하였으나, 현재 2004년의 공모가 4,200원 수준으로 하락하였다. 주식시장에서 투자자들은 이 회사에 대한 관심을 잃어가고 있다. 반면 투자자들의 이목은 빠르게 성장하는 e러닝 업체와 정체된 학습지 시장에서 창의력으로 그 파이를 늘려가고 있는 웅진씽크빅과 같은 기업에 집중되고 있다. 어쩌면 이러한 소외 속에 기회가 있을 수 있다.

 

[자료6] 대교 수익성 추이 (단위 : 10억), 동사 영업보고서

 

수익성의 측면에서는 놀라울 정도의 꾸준함을 보여주고 있다. 이 회사는 매년 20%를 상회하는 매출총이익률과 10%에 근접한 영업이익률을 유지하고 있다. 치열한 경쟁에도 불구하고 이 회사가 이러한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동사의 비즈니스모델의 견고함과 프랜차이즈 가치의 증거일 수 있다.

 

필자가 학습지 산업에 처음으로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어린 시절이었다. 초등학생 때 재능수학을 했었는데, 숙제를 너무 하기 싫어서 재능 선생님이 오는 날이면 방문을 잠그고 방에서 안 나온다고 떼를 쓰던 기억이 난다. 이처럼 학습지에 대한 좋지 않은 기억을 갖고 있으면서도 필자가 이 사업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어린 생각에 이 산업이 노다지 산업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두껍지 않은 문제집 몇 장을 나누어주고 일주일에 한번 선생님이 채점해 주는 것이 전부인데 부모님은 매달 회비 형식으로 학습지 회사에 돈을 낸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학습지를 푸는 것에는 관심조차 없지만 부모들은 학습지를 공부하라 아이들을 닦달한다. 사실 선생님이 가르쳐주는 것이 그렇게 많은 것 같지도 않다. 이 정도 채점은 나 혼자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런데도 어머니들은 학습지 회사에 보통 문제집 보다 훨씬 비싼 돈을 지불하는데 스스럼없다. 하지만 나 혼자 공부하는 것이 낫다고 아무리 부모님을 설득해봐도 9살짜리 꼬마의 말은 씨알이 먹힐 리 없다. 그러니 어린 나이의 꼬마는 학습지 회사에 대한 원망이 커질 수 밖에 없다.

 

당시 어린 나이의 필자는 당연히 학습지 선생님이 그 많은 돈을 다 버는 것이라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커서 꼭 재능 선생님이 되어야지 하고 다짐했던 적도 있었다. 나중에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아무리 관리하는 학생이 많아도 학습지 선생님이 결코 많은 돈을 받지는 못한다고 한다. 그럼 도대체 누가 그 돈을 가져간단 말인가? 나는 이 노다지 사업을 할 수 없는 것일까? 답은 학습지 회사의 주주가 되자는 것이었다.

 

학습지 회사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니 자연히 대교란 회사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다. 당시 대교는 비상장 회사였는데, 2004년 상장을 앞두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얼핏 공모가격도 그렇게 높아 보이지 않았다. 학습지 시장에 대해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기에 공모에 참가해 볼 계획도 세워보게 되었다. 하지만 예비사업설명서를 꼼꼼히 읽다 보니 이 산업의 전망이 결코 밝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자료7] 대교 2003년 예비사업설명서 일부

 

첫째, 학생수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이 회사 고객이 200만이 넘는다는 것은 이 회사가 고객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지만, 그만큼 성장의 한계에 도달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회사가 학습지 시장의 1위 지위를 유지하더라도 시장 자체가 줄어들면 성장을 할 수 없다. 연평균 12%의 성장은 과거의 추억에 그칠 수 있다. 둘째, 성장하지 않는 회사는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발악을 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대개는 기존 사업의 프랜차이즈 가치가 미치지 않는 영역에 섣불리 투자를 하여 투자자금만 고스란히 날리기 십상이다. 대교와 눈높이라는 브랜드는 분명 초등/유아 학습지 시장에서 최고의 브랜드 가치를 지니고 있지만 이것이 온라인 교육 사업과 중고생 학습 시장에까지 미치는 것은 아니다. 때론 교육 시장에서 초급 학생을 대상으로 한 브랜드라는 것이 중고등, 성인 시장으로의 진출을 발목 잡을 수 있다.

 

즉, 이 회사는 분명 외형 신장이 둔화될 것이고 이에 따라 다양한 신규사업에 투자할 것이다. 그런데 신규사업에 대한 투자가 기존 학습지 사업과 같은 캐시카우로 자리잡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모한 기대일 수 있다. 이러한 판단에 기초하여 당시 필자는 대교의 주식을 매수하지 않는 것이 낫다고 판단하였다. 실제로 당시에는 대교보다 저평가된 기업들이 많이 존재하였기 때문에 굳이 무리하여 이 회사의 주식을 살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런데 이 회사의 주가는 이런 필자 생각의 짧음을 비웃듯 빠른 속도로 상승하기 시작하였고, 상장 1년 후 공모가의 2배 수준인 8,000원 선에서 거래되다 2007년 상승장에서 11,000원을 넘어가기도 하였다. 상승장에서의 투자자들은 이 회사의 성장성에 대한 우려를 크게 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런데 주식시장의 변덕은 고작 몇 개월 만에 투자자들로 하여금 이 회사의 성장성에 대한 우려를 재기하게끔 하고 있다. 이 회사가 성장 동력을 잃었음은 상장을 준비하던 2003년부터 지속적으로 지적되어온 상황이었다. 하지만 악화된 투자 심리는 이렇게 새롭지 않은 사실에도 과격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 회사 제품의 단가는 한 달에 3만원 남짓에 불과하며 비교적 충성도 높은 소비자층을 확보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 회사의 주가는 2008년 1월 7일 9,330원으로부터 2009년 1월 7일 4,850원으로 하락하였다. 아무리 역성장을 하는 기업일지라도 일년에 가치가 48% 줄어들지는 않는다.

 

주식시장의 우려는 언제나 투자자에게 좋은 기회를 낳는다. (1) 이 회사는 무차입경영을 하는 회사다. 08년 3분기말 기준 이 회사는 단 1원의 차입금 없이 현금성 자산으로 1494억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이 회사는 신한금융지주의 지분 1.46%를 보유하고 있는데, 주가의 급락에도 불구하고 이 지분의 가치는 현재 1760억을 상회한다. 유가증권을 포함한 현금성 자산이 시가총액의 73%에 달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 회사는 2007년 배당금과 이자수익만으로 122억을 벌어들였다. 여기에 이 회사는 장부상 676억, 공시지가상 1224억의 토지와 장부상 1246억의 건물을 보유하고 있다. 대부분의 부동산이 영업용 부동산이나 봉천동 롯데백화점 뒤편 대교빌딩과 사당고가 옆 대교방송 빌딩과 같은 건물은 비교적 환금성 높은 자산이라 평가하였다.

 

[자료8] 방배동 대교방송 빌딩, 맵토피아

 

[자료9] 봉천동 대교빌딩, 맵토피아

 

[자료10] 용인 대교 물류센터, 맵토피아

 

(2) 영업의 역성장이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 할 지라도 이 회사의 영업은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판단은 학습지 산업의 구조적인 특성과 업계 1위라는 눈높이의 위치에 기초한 것이다. 이 회사의 지난 5년간 영업이익 평균액은 720억이며, 지난 2008년의 영업익 추정치는 620억이다. 따라서 보수적인 계산을 위해 2009년 이 회사가 600억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이후 매년 5%씩 영업이익이 감소한다는 가정을 세우고 2018년을 끝으로 영업을 중단한다고 가정한다. 이렇게 구한 보수적인 추정치에 10%의 할인율을 적용하면 이 회사 영업부문의 가치가3384억이라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자료11] 대교의 보수적인 가치산정과정

 

이렇게 보수적으로 구한 영업가치에 비영업자산의 가치를 더한다. 역시 보수적인 가정을 위해 이 회사가 보유한 모든 부동산 자산의 가치가 영업을 위해 필수적인 자산이라 가정하여 현금성 자산만을 가치산정에 포함한다. 더욱 보수적인 계산을 위해 보유중인 상장 유가증권의 가치에 20%의 할인율을 적용한다. 이렇게 구한 이 회사 가치에 3분기말 기준 이 회사의 모든 부채 총액 2114억을 차감하면 이 회사의 가치에 대한 보수적 추정치 4172억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보다 보수적인 투자자라면 이 회사의 지난 몇 년간 자본 배치의 실수를 감안하여 이 회사가 향후 저지를 자본배치의 실수에 따른 손실 금액의 현가 합계를 인위적으로 1000억이라 산정하여 이 회사가 약 3172억의 가치를 지닌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러한 계산은 지나치게 인위적이며 과정 자체에 많은 문제점을 내포한 보수적인 가정들이 내포되어 있으나, 이렇게 보수적으로 산정한 내재가치 이하에 주가가 거래될 때 주식을 매수할 수 있다면 그만큼 안정적으로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마련이다. 실제로 이 회사는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극에 달했을 무렵 시가총액이 3500억 선으로 하락하였는데, 이는 이 회사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의 108%에 불과한 것이며, 극단적으로 보수적으로 산출한 이 회사 내재가치와 349억밖에 차이 나지 않는 가격대이다.

 

필자는 이처럼 보수적인 가정이 현실화 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이 회사 주력 제품인 눈높이 수학의 월 회비는 3만 3천원으로 일반 단과 학원에 비하여 아직까지 크게 낮은 수준이다. 따라서 학습지 산업은 가격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판단된다.

 

[자료12] 동사와 경쟁사 주요 제품 가격표, 동사 영업보고서

 

동사의 경우 시장점유율이 40%에 육박한다고 해도 경쟁사의 제품과 크게 차별화를 내기 쉽지 않으며, 최근의 경우 오히려 경쟁사의 제품에 비해 낡은 브랜드의 이미지를 갖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경쟁사 제품에 대한 고려 없이 이 회사가 제품 가격을 단독으로 인상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학습지 업체들의 수익성이 집단으로 악화되어 갈 때, 이들이 수익성 회복을 위해 가격을 단체로 인상하게 될 경우, 고객의 저항 없이 손쉽게 판매 단가를 인상할 수 있다. 즉, 이 회사는 가격 결정력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충분한 가격 잠재력을 갖고 있는 회사라고 판단된다. 앞에서 검토한 인터넷 강의 업체들의 경우, 이미 강의 단가를 지난 5년간 200%가량 인상하였음에 반해 학습지 업체들은 7년간 단 22%의 가격 인상만을 단행하였을 뿐이다. 늘어나는 가격의 spread는 고객들의 학습지에 대한 매력도를 높일 수 있다.

 

우리보다 인건비가 비싸고 저렴한 비용에 다수의 비정규직 강사를 구할 수 없는 서구권의 학습지 시장은 대체로 과목당 월 120불 가량을 학습료로 책정하고 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사가 학생을 직접 방문하는 형식이 아닌 학생 혹은 부모가 센터에 찾아가 지도를 받는 방식의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교사가 매주 학생의 집에 방문을 하여 지도를 함에도 매월 과목당 3만원 선의 가격대에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할 때 한국의 학습지 시장은 충분한 가격 잠재력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학습지 시장이 이처럼 충분한 가격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면,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단지 고객의 총 수가 줄어든다고 해서 학습지 업체들의 매출이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하는 것은 판단의 착오로 이어질 가능성이 존재한다. 고객이 줄어들어도 ARPU를 끌어올림으로써 매출을 유지/신장할 수 있는 것이다. 역설적으로 줄어드는 유아인구는 한국판 소황제의 탄생으로 이어져 학습지 회사들에게 프리미엄급 상품 판매 증가라는 기회를 제공하여 줄 수 있다. 이때 중요한 점은 이 회사가 변화하는 환경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일 것이다. 하지만 다소 아쉽게도, 이 회사는 지난 몇 년간 그리 뛰어난 대처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여담이지만, 3대 학습지 회사 중 정수기 장사를 하지 않는 회사는 대교 뿐이다. 2위와 3위 업체인 교원과 웅진은 각각 웰스 정수기와 웅진코웨이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학습지 회사가 고객과의 접점을 활용하여 생활 가전을 판매하는 것이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대교 강영중 회장이 경쟁사의 경영진에 비해 사업 수완이 낮다고 평가할 수도 있는 반면 그가 오로지 교육 시장에 역량을 다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다.
 

(2) 이 회사에게 있어 해외시장은 여전히 미개척지이다. 학습지 시장은 우리나라에 있어 이미 포화된 시장이지만 해외에서 자녀 교육을 위해 학습지를 활용하는 부모의 수는 그리 높지 않은 현실이다. 하지만 세계 각지에 먼저 진출한 구몬 교육이 부모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그 시장을 천천히 넓히고 있다. 특히 미국의 경우 전통적으로 사칙연산에 대한 교육이 크게 중요하지 않게 여겨졌으나, 최근 들어 사칙연산에 대한 기초 교육의 강화와 함께 아시아식(구체적으론 일본식) 학습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시장의 선두주자 구몬은 차차 시장을 넓혀가고 있는 모습이다. 대교 역시 91년 대교 아메리카의 설립 이후 구미 대륙 개척에 힘쓰고 있지만 기존 구몬의 브랜드를 넘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하지만 선두주가 구몬이 지속적으로 학습지 시장 개척에 힘쓰고 있으며 대교 역시 지속적인 이노피 경시대회의 개최 등을 통해 이노피의 이름을 소비자에게 알리는데 힘쓰고 있다.

 

[자료13] 구몬의 해외 프랜차이즈 지점 수

 

해외 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학습지 사업은 잠재고객이 엄청나다는 점에서 분명히 매력적이다. 미국의 유아와 초등학생은 4000만 명이 넘고, 중국의 유아와 초등학생수는 무려 2억 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엄청난 시장이 과거 우리가 그랬듯, 학습지라는 문화를 받아들이고 눈높이의 문제집을 푸는 시대가 올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이 회사의 잠재력은 분명 무궁무진하다.

 

하지만 지나친 기대는 금물이다. 우수한 교사를 저렴한 비용으로 고용할 수 있는 한국과 그렇지 못한 미 대륙의 학습지 시장은 그 양태가 천차만별이다. 여기에 규모의 경제가 시현되기까지 오랜 기간이 걸리기 때문에 한국과 같은 수준으로 학습지 단가를 낮추는 것은 경제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니 자연히 학습지 시장이 형성되는데도 오랜 시간이 걸리게 마련이다.

 

강영중 회장은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게 교육이다. 때문에 교육은 참고 기다리면 슬금슬금 나타나기 시작한 효과가 시간이 갈수록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고 말한다. 대체로 투자자들의 시간의 지평은 경영자의 그것에 한참 못 미치게 마련이다. 장기적인 시각을 갖고 이 회사 경영진을 신뢰할 수 없는 투자자라면 이 회사가 해외에서 성공 가도를 달리는 모습을 확실히 확인한 후에 이 회사의 주주가 되는 것이 몇 배는 나은 선택일 것이다.

 

이 회사의 장기적인 성장에는 의심이 들어 이 회사의 미래와 관한 리스크를 어느 정도 선에서 제한하고 싶은 투자자들에게는 좋은 방법이 있다. 우선주를 사는 것이다. 경제가 활력을 잃어 다시금 저금리 시대로 돌입하고 있는 국면에 9%에 육박하는 배당 수익률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배당수익률이 9%에 육박하게 되면 이 회사는 보유한 풍부한 현금 자원을 예금에 예치해 두는 것보다 우선주를 매입, 소각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인 자본 배치가 될 것이다. 최근 우선주를 지속적으로 매수하고 있는 대주주의 모습은 투자자에게 좋은 힌트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우선주에 대한 투자 역시 충분히 성공적인 투자가 되기 위해선 이 회사의 미래가 밝아야만 한다. 해가 지날수록 위축되는 학습지 시장과 경쟁자들의 공격적인 시장 침범은 분명 심각한 경계 요소임에 분명하다. 해외 사업은 아직 씨앗을 뿌린 단계에 불과하다. 단기적인 기대는 금물이다. 이 회사의 미래를 살필 때는 반드시 보수적인 관점에서 접근하여야 한다. 대교의 역습이 언제 시작될 지 예측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서울대학교 투자동아리 SNU VALUE]
                                                                                                                                              작성자 정기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