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 기회는 위기와 함께 찾아온다 (2/5)

핵심은 없고 내용만 길어서 업로드하는데 장난이 아니네요. 학기중에 공부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라 최신이 아닌 내용도 있고 잘못된 내용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또한 저희 스누밸류에서는 건설업을 개별기업에 대한 집중투자가 아닌 포트폴리오의 관점에서 접근하였기 때문에 개별 기업과 관련된 내용이 오류가 상당 부분 존재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 글은 한번 매수 혹은 매도를 추천하는 글이 절대로 아닙니다.

부족한 글 읽고 응원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럼 두번째 분석글입니다. 정리하다보니 양이 많아져서 아마 연재가 생각보다 길어질 것 같습니다.

<목차>
1. 건설업 Preview
2. 관심기업(1)
3. 관심기업(2)
4. 부록 - 인구구조와 건설업의 관계에 대한 고찰


[산업보고서] 건설업 – 기회는 위기와 함께 찾아온다 (2/5)


상장 건설기업 중 투자 적정 기업을 선별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다음과 같은 스크리닝 과정을 거쳤다.

2007년까지의 영업 보고서를 정리한 자료들을 통해 코스피 상장 건설 기업들을 (1) 순차입금 감소, (2) 무차입금형, (3) 미수금감소형, (4) 무미수금형, (5) 주주이익 창출형으로 분류하였다. 그 후 해당 유형에 포함되는 건설업체에 가점을 배부하였다. 차입금관련형과 주주이익창출형에는 가점 2점을, 미수금관련 항목에는 각각 가점 1점을 부여하였다. 

[자료1] 스누밸류 스크리닝 프로세스 (1)

그렇게 구해진 수치에 각 종목의 PBR의 역수를 곱하여 투자매력도를 평가하였다.

[자료2] 스누밸류 스크리닝 프로세스 (2)

마지막으로 얻어진 종목들에 대해 정성적인 분석을 통해 다시 관심기업군을 압축하고, 스크리닝을 통해 걸러지지 않은 종목 중에 별도의 이유로 투자 매력이 있는 기업에 대한 분석을 추가하였다.

이를 통해 스누밸류에서 걸러낸 종목은 일성건설, 삼부토건, 삼환기업, 삼환까뮤, 신세계건설, 계룡건설, 서광건설, 범양건영, 신일건업, 한신공영, 경남기업, 태영건설, 삼성물산등이다. 대부분의 선정기업들이 토목주, 자산주, 자원개발주로 분류될만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

범양건영 – 생존이 곧 성장이다

첫번째로 분석을 시작할 회사는 범양건영이다.

[자료3] 범양건영 매출비중, 범양건영 영업보고서

1958년 출발한 이 회사의 매출 비중은 건축 55%와 토목 31%로 이루어져있다. 시공능력 70위의 중소건설업체로 다른 대형 건설회사에 비해 특별한 장점을 갖고 있지 않다. 그런데도 우리가 이 회사로 분석의 시작을 하는 것은 이 회사가 건설업의 위기에서 한 걸음 빗겨 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자료4] 범양건영 수익률 지표, 범양건영 영업보고서

이 회사는 1996년 이후로 단 한번도 영업이익률을 10%를 넘어선 적이 없다. 그만큼 이 회사의 영업에는 특별한 장점을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이 회사의 이러한 낮은 수익성이 도리어 이 회사의 투자 매력도를 높이고 있다.

[자료5] 범양건영 현금흐름 추이 (단위 : 10억), 범양건영 영업보고서

대부분의 건설업체들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이 최근 3개년 동안 급속히 악화된 것에 비해 이 회사의 현금흐름은 오히려 개선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벌어들인 돈을 차입금을 상환하는데 사용하고 있다.

[자료6] 범양건영 주주이익추이 (단위 : 10억), 범양건영 영업보고서

현금흐름이 개선되니 자연히 큰 폭의 주주이익을 창출해 내고 있다. 이는 다른 건설회사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흐름이다.

[자료7] 범양건영 미수금, 유동부채 추이 (단위 : 10억), 범양건영 영업보고서

미수금에 대량의 자본이 묶인 다른 회사들과 달리 이 회사의 미수금 비중은 크지가 않다. 이 회사의 안정적 운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자료8] 범양건영 순차입금추이 (단위 10억), 범양건영 영업보고서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통해 차입금을 꾸준히 상환해 나가고 있음을 재차 확인할 수 있다. 2007년말 현재 이 회사의 순차입금은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2008년 3분기말 현재 선급금의 증가에 따른 차입금의 증가로 동사의 순차입금은 일시적으로 289억으로 늘어났다.)

[자료9] 범양건영 운전자본추이 (단위 : 10억), 범양건영 영업보고서

운전자본에 자산의 상당량이 묶여있는 경쟁사들과 달리, 범양건영은 운전자본 부담이 덜하다. 적정 운전자본 비중은 존재하지 않지만, 지나치게 높은 운전자본 비중은 기업에게 운전자본에 대한 부담으로 작용한다.

[자료10] 범양건영 재무건전성 추이, 범양건영 영업보고서

차입금을 상환하니 이자보상비율과 유동비율은 높아지고 부채비율은 하락하였다. 300%의 이자보상비율은 경쟁사에 비해 높지 않으나 영업이익과 현금흐름의 괴리율이 낮기 때문에 이 회사의 재무건전성은 높은 편이다.

[자료11] 범양건영 외형 추이 (단위 : 10억), 범양건영 영업보고서

매출액은 성장하고 있지만 기타 이익지표는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으로 이 회사의 주력 부문인 토목 부문의 최저가입찰제 확대 등을 들 수 있으나 가장 큰 원인은 이 회사가 사업 확장에 경쟁사와 달리 욕심을 내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회사의 영업보고서를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다. 이 회사는 성장을 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그렇기에 욕심을 낸 다른 경쟁사들과 달리 큰 위기에 빠지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요즘의 건설업황에서는 생존이 곧 성장이다. 스누밸류 리써치팀은 동사의 위험관리 능력에 높은 점수를 부여하고, 건설업의 유동성 위기로 동사 역시 매력적인 가격대로 떨어졌을 때 매수하면 단기간에 높은 수익률을 거둘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안정적인 영업능력에 동사의 투자매력도를 더하는 것은 동사가 보유한 풍부한 부동산 자산가치이다.

[자료12] 동사 보유 주요 부동산 (단위 : 백만), 범양건영 영업보고서

장부상 각각 7억과 36억으로 계상된 방배동 사옥과 빌딩의 공시지가는 180억에 달한다.

[자료13] 범양건영 본사, 서울 사무소 위치, 맵토피아

이수교차로 부근에 위치한 것이 동사의 본사 사옥(좌측 상단)이다. 이 지역엔 최근 재개발로 대림아크로리버와 롯데캐슬, 동부센트레빌 등이 들어섰다. 상가 지역에 위치한 방배동 빌딩(우측 하단)과 달리 동사의 사옥은 장기적으로 주택으로 재개발 될 가능성이 충분한 입지라 판단된다. 인근 부동산 확인 결과 동사의 방배동 빌딩과 방배동 사옥의 가치는 토지가치 만으로 약 290억에 달한다. 하지만 이 방배동 두 빌딩은 모두 빠른 시일 내에 재개발 가능성이 높지 않으며, 현재 영업용으로 사용중이기에 이 회사의 가치를 구할 때 큰 폭으로 할인하여 계산하는 것이 정당하다. 

[자료14] 화이트비치, 제주월드 위치, 맵토피아

여기에 동사는 제주도 화이트비치와 제주월드 를 보유하고 있다. 제주 탑동 부지 매립을 통해 동사가 80억에 취득한 이 부지는 공시지가상으로 260억에 달한다.

[자료15] 동사 소유의 화이트비치 호텔, 화이트비치 호텔 홈페이지

화이트비치 호텔과 제주월드 모두 낡은 시설로 인하여 운영이 잘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하지만 이 부지는 인근의 라마다 호텔과 멀지 않은 위치에 있으며 언제든지 재개발을 통해 가치를 증대시킬 수 있는 부지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사측은 자금 투자에 따른 사업성의 문제와 토지 취득 과정에 있어서 발생한 차익 반환 문제 등과 관련하여 섣불리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제주도 부지의 가치는 방배동 빌딩의 가치와 마찬가지로 큰 폭의 할인을 하여서 계산한다.

[자료16] 범양건영 해외 수주 잔량 (단위 : 백만), 범양건영 영업보고서

동사는 2000년대 후반 들어 공격적으로 해외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하지만 현재 공사 진척이 진행되고 있지 않은 현실이다.

[자료 17] 베트남 프레체 아파트 조감도, 수주잔액 915억

 

[자료18] 마나사비즈니스 센터, 수주잔액 782억

[자료19] 두바이 비즈니스베이 빌딩, 공사 진척률 12.45%, 수주잔액 461억

현재 진행중인 해외 프로젝트 중에 실질적으로 프로젝트가 진행중인 곳은 [자료17]의 두바이 비즈니스베이 빌딩 밖에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 동사가 이처럼 수주 후에도 해외 프로젝트를 보류하고 있는 있는 이유는 역시 사업성에 대한 부정적 판단 때문이다. 한국의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듯 요즘의 글로벌 경기 둔화로 인하여 세계 전반의 부동산 경기가 함께 좋지 않은 현실이다. 이런 환경 속에서도 무조건 사업을 진행하는 경쟁사들과 달리 동사는 사업성이 부정적으로 판단될 경우 사업을 진행하지 않는 보수적인 운영을 하고 있다.

여기에 첨부하여 동사는 코리아로터리서비스의 주식 1,310,776주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코리아로터리서비스 전체 주식의 10.83%에 해당하는 지분으로써 동사는 코리아로터리의 대표이사이자 범양건영 회장의 사위인 남기태씨에 이어 2대 주주의 위치에 있다. 장외주식에서 거래중인 코리아로터리서비스의 시가는 11월 경에 13,000원에 거래되었으나 12월 22일 현재 9,450원에 거래되고 있어 전체 시가는 약 124억에 달한다.

스누밸류 리서치팀은 이처럼 안정성을 갖춘 동사는 부동산 경착륙에 대한 우려, 건설사 유동성에 대한 위기로 주가가 급락한다면 언제든지 매수하여도 좋은 기업으로 판단하였다. 11월말에 동사의 시가총액이 순자산의 절반 이하인 600억 이하로 떨어지는 이상현상이 발생하였고, 이에 스누밸류 리서치팀은 동사를 포트폴리오에 추가하였고, 12월말 현재 동사의 시가총액은 약 800억 선으로 상승하였다.

일성건설 – 숨겨진 가치주

두번째로 분석할 회사는 잘 알려지지 않은 시공능력 81위의 건설사, 일성건설이다.

[자료20] 일성건설 2007년 매출 비율, 일성건설 영업보고서

토목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회사로 당사의 토목 매출은 2008년 3분기까지의 매출 중 42.6%에 달한다. 현재 수주잔고는 2720억에 불과하다. 이 회사의 매력 역시 범양건영과 마찬가지로 요즘의 건설업 유동성 위기에서 한발 빗겨 서 있다는 점이다.

[자료21] 대구 침산 코아루 입지

동사의 PF 보증금액은 185억에 불과하다. 이것은 현재 일성건설에서 건설중인 대구 침산동 코아루 268세대와 관련된 것이다. 입지의 우월성과 좋은 분양조건에도 불구하고 현재 이 단지도 다른 대구지역 아파트들과 같이 심각한 미분양에 시달리고 있다. 따라서 동사가 장기적으로 해당 물량과 관련하여 채무를 인수하게 될 가능성이 상존한다. 하지만 동사는 건전한 재무구조로 인하여 이 물량이 해소될 때까지 큰 타격은 입지 않을 것이다.

[자료22] 일성건설 현금흐름 추이 (단위 : 10억), 일성건설 영업보고서

현금흐름에서 특별한 움직임을 읽어내기는 힘들다. 그래서 이에 약간의 수정을 가하여 주주이익을 구하여보면 다음과 같다.

[자료23] 일성건설 주주이익 추이 (단위 :10억), 일성건설 영업보고서

다른 건설사들과 달리 꾸준한 주주이익을 창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동사가 최근 3년간 벌어들인 주주이익은 329억으로 동사의 12월 23일 현재 보통주와 우선주를 감안한 시가총액 290억을 뛰어넘는다. 동사는 이러한 주주이익 창출력을 바탕으로 지난 3년간 51억을 주주에게 배당해주었다. 지난해 배당금은 주당 300원(보통주기준, 우선주 350원)으로 현재 주가 수준에서 5%가 넘는 배당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자료24] 일성건설 미수금, 유동부채 추이 (단위 : 10억), 일성건설 영업보고서

미수금과 유동부채 역시 이 회사의 영업규모를 고려하였을 때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

[자료25] 일성건설 순차입금 추이 (단위 : 10억), 일성건설 영업보고서

일성건설은 구조조정 이후 순차입금이 마이너스인, 사실상 무차입 경영을 지속해오고 있다. 2007년말 동사의 순차입금은 (-)360억에 달하였으나, 3분기말 현재 단기차입금이 증가하여 (-)134억을 유지하고 있다.

[자료26] 일성건설 순운전자본 추이 (단위 : 10억), 일성건설 영업보고서

미수금 부담이 적으니 다른 경쟁사에 비하여 운전자본 부담이 가볍다.

주변지역에 비해 최저가에 분양한 용인 보라지구 트루엘의 경우를 보아도 동사는 높은 이익률을 포기하는 대신 안정성을 추구하는 회사임을 알 수 있다. 여기에 현금성 자산으로 500억을 보유하고 있고 지난 3년간 영업이익으로 평균 60억을 벌어들였다. 3분기말 현재 순차입금은 (-)134억에 총부채는 751억이다. 여기에 매도가능증권 244억(건설공제조합 지분 158억)을 보유하고 있다. 동사가 보유, 운영중인 하남 물류 창고부지(약 10,500평, 공시지가 195억)와 안산 서울프라자, 안산 이즈마트는 보너스다. 용평리조트를 보유한 통일그룹의 장기성장동력이 레저산업이라는 것 또한 그룹 건설계열사인 일성건설의 미래를 한층 밝게 해주는 요인이다. 모든 불확실성을 감안하여도 동사의 현재 주가는 투자 매력도가 매우 높다고 판단된다.

[자료27] 일성건설 안산부지, 맵토피아

신세계건설 – 처량한 기러기 아들

이 회사에 대한 투자를 우리가 미루어왔던 이유는 이 회사의 장기적 전망 부재에 있다. 마트 내수시장의 포화로 더 이상 신규출점 여력이 존재하지 않는 이마트 탓에 동사의 미래 매출을 낙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신세계는 이러한 포화시장에 대한 대책으로 중국 시장 진출을 택하였지만 중국 시장에서는 한국에서와 같이 사이트 건립을 통해 상권을 형성하는 방식이 아닌, 기존 건물을 개조하여 이용하는 방식을 채택하였기 때문에 신세계건설은 밥줄이 끊기게 된 상황이다. 마치 일자리를 찾아 해외로 떠난 기러기 아빠를 둔 아들과 같은 신세다.

[자료28] 신세계건설 외형 추이 (단위 : 10억), 신세계건설 영업보고서

이 회사는 계열사의 지원에 힘입어 놀라운 성장을 거듭해왔다. 하지만 기업의 가치의 상당량은 미래가치에 달려 있는 만큼, 계열사 물량이 줄어든 후에 어떤 식으로 발전해 나갈 지 확신할 수 없는 회사에 투자를 결정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건설업계에 몰아 닥친 한파는 어느덧 이 회사의 주가를 미래가치에 대한 고려 없이도 매수할 수 있는 가격대로 떨어뜨렸다.

[자료29] 신세계건설 수익성 지표

그동안 놀라운 수익성을 올려온 동사이지만 이마트의 내수 성장 드라이브가 멈춘 현 시점에서 이런 수익성이 앞으로도 유지된다는 보장은 없다. 따라서 과거의 지표만 보고 투자하는 것은 타당하지 못한 투자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자료30] 현금흐름 추이 (단위 : 10억), 신세계건설 영업보고서

경쟁사들에 비해 전반적으로 양호한 현금흐름을 보이고 있다.

[자료31] 주주이익 추이 (단위 : 10억), 신세계건설 영업보고서

CAPEX가 늘어나며 큰 폭의 주주이익을 올렸던 2004년 이후 주주이익 폭이 감소하였지만, 투자 금액의 회수가 걱정되는 다른 건설회사와 달리 이 회사의 현장은 대부분 계열사와 관련된 것이 많아 우려할 수준이 아니다.

[자료32] 미수금, 유동부채 추이 (단위 : 10억), 신세계건설 영업보고서

미수금이 사실상 없고, 유동부채는 늘어나는 추이이나 대부분 매입채무이기 때문에 역시 우려할 만한 사항이 아니다. 

[자료33] 순차입금 추이 (단위 : 10억), 신세계건설 영업보고서

2007년말까지는 순차입금이 (-)400억으로 건설사에서 보기 드문 무차입 경영을 유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최근 피앤폴루스 관련 채무 인수로 인하여 이런 무차입경영은 일시적으로 중단된 상태이다.

[자료34] 순운전자본 추이 (단위 : 10억), 신세계건설 영업보고서

미수금이나 재고자산에 묶여있는 자본이 거의 없다. 앞서 언급한 피앤폴루스 사태와 관련하여 일시적으로 유동성이 악화될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이 회사가 다른 건설사들과 함께 도매급으로 넘어가는 것은 무척이나 억울한 일이다.

신세계의 성장 드라이브가 내수시장에서 중국시장으로 넘어가니 이 회사는 이에 대비하여 홀로서기를 준비하여왔다. 하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다. 온실 속에 자란 아이일수록 세상에 나서는 것이 두려울 따름이다.

가장 먼저 사건이 터진 곳은 청담동 피엔폴루스 사업장이다.

[자료35] 청담동 피엔폴루스

2003년 건설 시작 당시부터 초고급 건축으로 엄청난 화제를 일으키며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청담동 피엔폴루스의 모습이다. 2005년 분양 당시 최고의 분양가를 호가하였음에도 92세대를 성공적으로 분양시켰다. 하지만 신세계건설과 시행사인 경원코퍼레이션은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에 위치한 상가는 어쩐 일인지 분양을 미루어왔다.

[자료36] 피엔폴루스 위치, 맵토피아

부동산 경기와 관계없이 청담동 한복판의 상가가, 그것도 아파트가 성공적으로 입주를 마친 후에도 오랜 기간 분양이 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언뜻 이해가 되지 않는 측면이 있다. 실제로 많은 곳에서 이 곳 상가를 탐을 내왔다는 사실에 더욱 그러하다.

[자료37] 경원코퍼레이션 담보제공내역, 경원코퍼레이션 영업보고서

신세계건설이 떠안은 1200억의 채무는 피엔풀유한회사가 경원코퍼레이션에 보증 섰던 금액으로 보이며, 이는 경원코퍼레이션과 신세계건설이 피엔폴루스 사업을 위해 설립한 SPC로 보인다.

[자료38] 신세계건설 채무인수약정 현황, 신세계건설 영업보고서 (2007년말)

실제로 신세계건설은 경원코퍼레이션에 1200억원의 채무인수약정이 되어 있었으며, 사업약정이 불이행될 경우 사업시행권 및 채무를 인수하도록 되어 있었다. 경원코퍼레이션의 부도사유에 현재 많은 논란이 일고 있지만 신세계측의 의도가 어찌 되었든 이는 세간의 평가와 달리 신세계건설에 해가 되는 상황은 전혀 아니다.

[자료39] 신세계건설의 피엔폴루스 상가 인수 조건

우선 이 회사는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회사가 전혀 아니다. 이 회사에게 1200억의 채무 증가는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 여기에 이 회사가 인수한 피엔폴루스 상가는 인수조건에 비해 훨씬 가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신세계건설은 공시를 통해 “인수한 신탁재산은 향후 제3자 매각 또는 그룹 관계사 매각 등을 통해 채무 상환할 계획임”이라 밝히고 있다. 유통강자인 신세계의 계열사인 신세계건설이 최적의 입지에 위치한 최고급 상가의 처리를 걱정하는 것은 어불성설이 아닐까. 스누밸류 리서치팀은 시장의 냉담한 투자 분위기가 놀라운 기회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피엔폴루스 문제는 차처하더라도 이 회사의 장기적 성장동력이 확보된 것은 여전히 아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신세계건설은 신세계를 쫓아 중국시장에 진출할 가능성도 상존하며, 경기도 여주에 자유CC와 의정부역사지분을 보유한 이 회사의 자산가치도 무시할 수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아들을 버리고 돈 벌러 중국으로 떠난 아빠지만 다행히도 아들을 완전히 버린 것은 아니다. 이마트는 중국에서 열심히 기반을 다지고 있다. 당분간 외형규모의 축소는 불가피해 보이지만, 신세계건설의 주가는 이러한 현실에 과잉반응하고 있다. 10월 말에 이 회사의 주가가 300억원 이하에서 거래되는 납득하기 힘든 비이성적인 현상이 발생하였고, 이에 스누밸류 리서치팀은 신세계건설을 모델 포트폴리오에 추가하였다. 편입 후 주가가 단기간에 급상승한 경향이 있으나, 스누밸류 리서치팀은 현재 신세계건설의 주가는 여전히 매력적인 가격대라 판단한다.

한신공영 – 세스클레먼의 선택

스누밸류 리서치팀에서 관심을 갖고 있는 다음 기업은 한신공영이다. 한신공영을 처음으로 관심갖게 된 계기는 이 회사가 가치투자의 대가, 세스클레먼이 운영하는 바우포스트사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이기 때문이다. 바우포스트는 현재 한신공영의 지분 12.66%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 주가는 바우포스트의 매입단가에서 크게 하락한 상태이다.

[자료40] 한신공영의 순차입금 추이 (단위 : 10억), 한신공영 영업보고서

2008년 3분기 보고서를 살펴보면 한신공영의 순차입금이 증가한 모습을 나타내며 이에 따라 순차입금의 비중 역시 따라 늘어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이는 건설업계 전반에 공히 해당되는 사항이므로 한신공영만의 문제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신공영의 순차입금의 액수는 24억 정도로 무시해도 좋은 수준이다. 동사는 사실상 무차입경영을 하고 있다. 3분기말 현재 총차입금액은 879억 수준이니 무차입경영이 아니라 할 수 있지만, 이 회사는 현재 854억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이다. 이 회사가 이처럼 풍부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차입금을 사용하고 있는 것은 대부분의 차입금이 건설공제조합을 통한 저금리의 대출 자금이기 때문이다.

[자료41] 한신공영 대출금 잔액 현황 (2007년말), 동사 영업보고서

대부분의 차입금의 이율이 높지 않으니 이자비용에서 이자수익을 차감한 순이자비용은 무시해도 좋은 경미한 수준이다.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단순히 순차입금의 크기나 부채비율이 아닌 부채의 질이다.

다음은 한신공영의 매출액 비중이다.

[자료42] 한신공영의 매출액 구성(08년 3분기말), 한신공영 사업보고서

국내의 건축과 토목 매출이 대부분이며 해외 매출의 비중은 크지 않다. 그 중에서도 국내 건축 부문의 비중이 큰 것을 알 수 있다. 즉 동사는 국내 주택 건설 경기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자료43] 한신공영의 공공부문 수주현황, 동사 영업보고서

[자료44] 한신공영의 민간부문 수주현황, 동사 영업보고서

한편 매출현황을 살펴보면 공공부문이 38%, 민간부문이 62%로 이루어져있다(수주잔량 기준).  일반적인 주택 건설사에 비하여 관급공사의 비중이 큰 편이다. 또한 민간 부문에서도 사업 리스크가 비교적 낮은 편인 재개발, 재건축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이는 동사가 국내 건축 경기 악화에 따른 충격이 상대적으로 낮을 수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실제로 동사는 현재 200여세대의 미분양 물량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며, 이는 동사의 영업규모에 비하여 큰 수치가 아니다. 

[자료45] 한신공영의 현금흐름 분석 (단위: 십억), 한신공영 영업보고서

역시 현금흐름에서 특이한 움직임을 찾아보기 힘들어 이에 수정을 가해 주주이익 추정치를 구해보았다.

[자료46] 한신공영 주주이익 추이 (단위: 십억), 한신공영 영업보고서

2002년 워크아웃 졸업 이후 주주이익이 꾸준한 흑자를 기록하다, 2007년 CAPEX가 크게 증가하며 마이너스로 전환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최근에 운전자본에 상대적으로 많은 돈이 묶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회사의 현금성 자산의 규모에 미루어 짐작건데 아직까지 우려할 수치는 아니다.

[자료47] 한신공영의 운전자본비중 (단위: 십억), 한신공영 영업보고서

이 그래프 역시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한신공영의 운전자본 비중은 최근 증가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경쟁사들에 비해 높은 수치가 아니다.

[자료48] 한신공영의 유동부채 미수금 추이 (단위: 십억), 한신공영 영업보고서

2002년부터 미수금과 유동부채가 꾸준히 증가하다가 최근 3개년간 정체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미수금은 이 회사의 미분양 주택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

[자료49] 한신공영의 수익성 추이 (단위: 십억), 한신공영 영업보고서

마지막으로 손익계산서를 보자면, 이 회사는 워크아웃 이후 외형상으로도 건실한 추세를 유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동사를 매수하면 여기에 동사가 보유중인 잠원동 사옥의 가치가 보너스로 주어진다.

[자료50] 동사 보유 토지 내역 (단위 : 10억), 한신공영 영업보고서

장부상에 266억에 계상된 동사의 잠원동 사옥 부지는 잠원동 알짜배기 부지에 위치해 있다. 

[자료51] 한신공영의 잠원동 사옥, 서울 사무소 위치, 맵토피아

베니건스가 입점해 있는 이 건물은 확인된 재개발 계획이 없기에 동사의 가치평가에 별도로 추가하여 주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순차입금이 없는 회사의 가격 1400억원을 고려하면 굉장히 후한 보너스임에는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