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5] 상장 건설업체의 외형 추이 (단위 : 십억), 상장기업 영업보고서

상장건설업체는 외형상으로는 분명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해오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2000년도의 경우를 보아서도 알 수 있듯, 건설업체는 외형적으로 꾸준한 순이익 기조를 유지하다가도 부실자산을 떨어내며 한 해에 큰 폭의 손실을 기록할 수 있는 가능성을 항시 지니고 있다. 따라서 건설업체에 대한 투자를 결정하기에 앞서 가장 먼저 살펴보아야 할 항목은 자산의 건전성이다. 현재 투자자들은 건설업체의 훼손되어가는 자산 건전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자료6] 미분양 주택 추이(전국, 단위 : 호수), 국토해양부

실제로 많은 지표들이 건설업 투자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미분양 주택 수는 16만호를 넘어서며 외환위기 때 최고치인 11만 6천 가구를 훌쩍 뛰어넘었다. 준공 후 미분양 수치도 25.3%로 IMF당시의 17.6%를 뛰어넘는다. 이러한 미분양사태는 자연히 건설업체의 유동성 위기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이러한 팩트는 모든 투자자들이 기인지하고 있는 사실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여전히 건설업에 기회가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

[자료7] 상장기업 유동부채, 미수금 (단위 : 십억), 상장기업 영업보고서

2003년 이후 상장 건설 기업의 미수금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니 자연히 유동부채 역시 따라서 증가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자산이 부실화되어 미수금이 제때 회수되지 않아 올 한해 건설회사들은 상당한 유동성의 위기를 겪고 있다. 실제로 지난 11월 시공능력 41위로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수주를 쌓아오던 신성건설이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며 투자자들을 연쇄 도산 공포의 도가니탕 속으로 몰아 넣고 있다.

투자자로써 건설업에 대해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흑자도산의 가능성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건설업은 그 사업구조상 현금흐름상 중대한 문제점을 지니고 있으며, 현재의 건설업황은 건설업체를 심각한 유동성 위기와 자산 훼손으로 이끌어갈 수 있다. 따라서 지난 기간의 영업실적만 맹목적으로 살펴보고 투자하는 것은 심각한 투자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신성건설은 왜 망했을까?

[자료8] 신성건설 영업 추이 (단위 : 천), 신성건설 영업보고서

위의 차트는 지난 11월에 법정관리에 들어간 신설기업의 영업추이를 보여준다. 신성건설 2008년 3분기에 영업적자로 돌아선 것을 제외하곤 98년 이후 꾸준한 영업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회사였다. 이런 회사가 단 한 분기의 영업적자로 돌연 부도설이 돌더니 법정관리에 들어섰다. 영업이익 추세만 보던 투자자였다면 뒷통수를 맞은 셈이다. 하지만 이 회사의 현금흐름을 면밀히 들여다보면 그러한 사태를 미리 짐작할 수 있었을 것이다.

[자료9] 신성건설 주주이익추이 (단위 : 천), 신성건설 영업보고서

이 회사는 매우 들쭉날쭉한 주주이익추이를 보이고 있으며 특히 최근 3년인 2006~2008년의 기간 동안 큰 폭의 주주이익 적자를 기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흑자폭은 2003~2005년 기간의 주주이익 흑자폭을 크게 뛰어넘는 것이다.

[자료10] 신성건설의 유동부채와 미수금 추이 (단위 : 천), 신성건설 영업보고서

전체 상장 건설기업의 추세와 마찬가지로 신성건설 역시 미수금이 늘어나며 유동부채가 함께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와중에 미수금이 회수되지 않으니 갑작스런 유동성 위기를 겪게 되고, 이를 넘어서지 못한 기업은 부도를 맞게 되는 것이다. 자세한 분석은 하지 않았지만, 신성건설의 케이스는 우리에게 건설업에 대한 투자가 얼마나 위험한 투자인지를 알려준다. 현금흐름과 영업이익의 괴리율이 높은 건설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른 산업을 분석할 때 보다 더욱 기업의 현금흐름에 주목하여야 한다.

[자료11] 신성건설의 배당금지급 추이 (단위 : 천), 신성건설 영업보고서

신성건설은 꾸준한 영업이익을 올리는 와중에 현금성 이익을 창출해내지 못해왔다. 그러던 와중에 유동성 위기로 동맥이 막혀 법정관리에 처하게 되었다. 그런데 신성건설이 법정관리에 들어서기 전 마지막 해인 2007년도에도16억원 가량의 배당금을 주주에게 지급하였다는 사실은 건설업계의 위험관리능력의 부족과 배당금이라는 지표가 투자자들에게 확고한 안전마진이 되어주지 못한다는 것을 알려준다.

스누밸류 리서치 팀은 지금 이 시점에 건설업에 대한 투자는 철저하게 안전성의 관점에서 접근하여야 한다고 판단한다. 따라서 앞으로 상장 건설 업체들을 철저하게 현금흐름의 관점에서 그 투자의 위험성과 적절성을 판단해 나갈 것이다. 그렇다 보니 중요한 투자 포인트와 기회를 지나치는 가능성도 있으나 언제나 놓쳐버린 고수익보다는 원금의 보전이 가치 있게 마련이다.

이에 상장건설업체의 유동성 위기에 대한 이해를 위해 현재 유동성 위기설을 겪고 있는 대림산업 계열 3사의 영업보고서를 분석해보도록 하겠다.

대림산업

[자료12] 대림산업의 현금흐름분석 (단위 : 십억), 대림산업 영업보고서

최근 유동성 위기설에 시달리고 있는 대림산업의 현금흐름추이이다. 이 회사의 현금흐름을 면밀히 분석하였다면, 이 회사의 주가가 급락하기 이전에 매수를 망설이게 되었을 것이다. (대림산업의 매출은 건설부문과 유화부문으로 나뉘어져 있으나, 분석의 편의를 위하여 유화부문에 대한 별도 분석을 생략한다.)

[자료13] 대림산업의 주주이익추이 (단위 : 십억), 대림산업 영업보고서

낙관적인 가정을 하여 늘어나는 영업자산이 현금성 자산이라 감안하여 주주이익을 산출하여도 긍정적인 결과를 얻기 힘들다. 이 회사의 주주이익 추이는 신성건설의 그것과 닮아 있다. 3분기에 소폭 현금이 회복되고 있지만 최근 이 회사의 현금사정이 좋지 않을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자료14] 미수금과 유동부채, 순유동자산 추이 (단위 : 십억), 대림산업 영업보고서

회계장부상 현재 이 회사의 순유동자산은 2조원에 달해 12월 19일 현재 시가총액 약 1조 7천억을 뛰어넘는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자산의 건전성이다. 미분양으로 자산이 부실화되면 미수금과 매출채권이 회수되지 않고 언제 현금화될 지 모를 재고자산이 늘어난다. 그러니 순유동자산에 비해 시가총액이 낮다고 안전마진이 확보되었다고 쉽게 확신할 수는 없는 것이다.

미수금이 회수되지 않으니 유동부채가 자연히 늘어난다. 위에서 언급하였다시피 순유동자산은 늘어나고 있지만, 자산의 건전성이 의심되고 있다. 자산이 부실화되면 자산은 큰 폭으로 줄어들 수 있지만, 그렇다고 부채는 줄어들지 않는다.

[자료15] 대림산업 부채비율과 유동비율 추이, 대림산업 영업보고서

마찬가지로 자산의 건전성이 의심되는 상황에서는 낮아지는 부채비율과 높아지는 유동비율이 안전성의 지표가 되지 못한다.

[자료16] 대림산업 운전자본비율 추이 (단위 : 십억), 대림산업 영업보고서

회사의 유동성 부담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부채비율과 유동비율보다는 운전자본비율 추이를 살펴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미수금, 미지급금, 미지급비용의 비중이 큰 건설업의 특성상 순운전자본 계산에 이를 포함하여 계산하였다. 2008년 3분기말 현재 동사의 순운전자본은 3조원이 넘는다. 이는 전체 자산대비 46%에 해당한다. 높은 운전자본 그 자체가 부정적인 지표인 것은 아니지만 지금과 같은 건설업황 둔화기에 높은 운전자본비율은 상대적으로 좋지 않은 자금흐름으로 이어질 수 있다.

분양경기가 침체되면 미착공물량과 함께 대여금, 보증금, 용지재고 항목이 증가하게 마련이다. 착공과 준공이 이루어진 이후 미분양이 증가하게 되면 공사미수금과 완성주택의 증가로 이어진다. 이런 공사미수금의 증가는 손실을 실제보다 적게 인식하게 할 가능성이 있다. 현금흐름상의 이익과 회계장부상의 이익의 차이가 발생하는 것은 바로 이 공사미수금 계정의 탓이다.

[자료17] 대림산업 외형지표, (단위 : 십억), 대림산업 영업보고서

외형적으론 영업이익률이 개선되고 있으며 매출액 또한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 수주잔고까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으니 매력적인 투자대상이라 판단할 수도 있다. 현재의 시가총액은 이렇게 빨리 성장하는 회사의 지난해 영업이익 4369억의 4배 남짓한 수준에 형성되어 있다. 하지만 현금흐름을 먼저 보고나니 의심부터 들게 마련이다.

대림산업은 지난 2005년 6월 서울시가 공개 매각한 뚝섬 상업용지 경쟁입찰에 참여하여 3구역을 따냈다. 대지면적 1만8200m2의 낙찰가액은 3823억원, 3.3m2당 낙찰가가 무려 6945만원에 달해 당시 건설업계에서 화제가 됐었다. 부지를 워낙 고가에 사들이니 자연히 고분양가로 이어졌고, 지난 2월 한 채당 40억이 넘는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 한숲 e-편한 세상을 선보였다. 분양가가 워낙 높다 보니 대림산업은 VVIP마케팅을 내세워 일반인은 모델하우스 접근을 차단한 채 부유층만을 대상으로 한 영업을 펼쳤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했다.

청약자 수는 총 3명으로 청약경쟁률은 0.15대 1에 그치고 말았다. 현재 동사는 미분양물량에 대해 분양을 서두르고 있으나 미분양물량은 6월말 현재 여전히 156채에 이르고 있다.

[자료18] 뚝섬 한숲 e-편한세상 청약 현황

뚝섬 한숲 e-편한세상 분양은 대림산업의 공격적인 주택사업전략 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 수년간 대림산업은 주택시장의 침체에도 불구하고 아파트 분양사업에 공격적이었다. 또한 이런 아파트 공급은 주로 서울 도심과 지방 중소도시에 집중됐다. 하지만 주택시장 침체기에 이러한 공격적인 사업확장은 하나둘씩 미분양으로 돌아오고 있다. 자세를 급선회하여 신규분양보다 미분양 물량 해소에 집중하고 있다지만, 주택시장의 침체시기에 미분양 물량을 해소하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다. 이 회사는 중단기적으로 자금 악화가 계속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차입금 부담이 지속 증가할 수 있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까지 전국에서 청약을 접수한 388개 단지 가운데 25.2%인 98개 사업장이 단 한 명의 청약자도 받지 못했다. 아파트 4곳 가운데 한 곳은 청약률 제로였던 셈이다. 이 가운데 서울지역 아파트도 3곳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높은 청약경쟁률이 곧바로 계약률 100%로 통했던 예전의 공식도 올해는 깨졌다고 한다. 이는 당첨 이후 계약을 하지 않는 청약자들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사측에서는 유동성 위기는 없고 조만간 해결될 문제라 하지만 한번 추세가 꺾인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기를 기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에 동사를 포함하여 미분양 사태에 시달리고 있는 건설업계는 고환율로 관심이 급증되고 있는 해외동포들의 자금 유입을 기대하고 있으나, 전국적인 미분양 사태를 본질적으로 해결하기엔 무리이다.

동사가 보유한 SOC, 자회사 지분가치가 1조 4천억에 달할 정도로 풍부하다지만, 이런 자산들은 유동성이 크게 떨어지게 마련이다. 따라서 급격한 유동성 위기에 처하게 될 경우 안전마진이 되지 못한다. 물론 부실을 감안하여도 동사의 현재 주가는 싼 편이다. 부실에 대한 리스크가 과도하게 주가에 반영되어 있을 수 있고, 현명하게 자산의 가치를 평가하여 투자자가 차익을 거둘 수 있는 기회가 분명 존재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주식시장에는 이렇게 굳이 위험을 감수하지 않아도 저평가 되어 있는 회사들이 충분히 존재하기에 무리할 필요가 없다 판단된다. 가격이 저렴하여도 굳이 주택사업을 감행할 이유가 없다. 이에 스누밸류 리서치팀은 대림산업에 대한 투자 판단을 유보하기로 하였다. 大馬不死라지만 역사 속에서 우리는 침몰한 타이타닉호와 현대건설의 사례를 찾을 수 있다.

[자료19] 건설사별 미분양 가구 수 및 미분양 자금

삼호

[자료20] 대림그룹 지배구조, 매일경제

5공시절 산업합리화 정책에 의해 삼호와 함께 고려개발이 대림그룹의 계열사로 편입된 이후 지금과 같은 지분구조가 확립되었다. 최근 경영 3세인 이해욱씨의 그룹 지주회사 격인 대림코퍼레이션의 편법 승계 논란이 일고 있는 점은 경영진의 윤리성에 의심이 가는 측면이다. 현재 대림산업은 삼호의 지분 46.76%를 보유한 지배 주주이다.

[자료21] 삼호의 현금흐름 분석 (단위 : 10억), 삼호 영업보고서

현금흐름을 분석해보자. 대림산업의 자회사인 고려개발, 삼호는 대림산업의 아파트 브랜드인 e편한세상을 함께 사용하고 있다. 두 계열사중 삼호는 건축 비중이 높은 반면 고려개발은 토목 부문에 특화된 회사이다. 삼호 역시 대림산업과 마찬가지로 둘쭉날쭉한 영업현금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자료22] 삼호의 주주이익추이 (단위 : 십억), 삼호 영업보고서

삼호도 대림산업과 마찬가지로 영업이익은 매년 지속상승하고 있으나 원활한 현금흐름을 창출해 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2007년에 큰 폭의 주주이익 적자를 기록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자료23] 삼호의 수익성 추이 (단위 : 십억), 삼호 영업보고서

이런 현금흐름은 성장하는 회사에서 쉽게 발견된다. 삼호 역시 대림산업과 마찬가지로 굉장히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그렇기에 주주이익이 일시적으로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조심스런 투자자는 그러한 성장세를 눈으로 확인할 수 없다면 여전히 수익성의 진실성에 의문을 품어야 한다. 동사가 경쟁이 심한 건설업계에서 이처럼 빠른 성장세를 지속 구가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자료24] 삼호의 매출액 구성

위의 자료는 삼호의 매출액 구성표이다. 삼호 역시 건축이 전체 매출의 62%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미분양과 관련된 리스크에 노출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자료25] 삼호의 미수금, 유동부채, 순유동자산 추이 (단위 : 십억), 삼호 영업보고서

삼호 역시 대림산업과 비슷한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미수금이 늘어나며 유동부채가 따라 증가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순유동자산이 증가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안심할 수는 없다. 보고서 작성 시점 현재(2008/12/19) 삼호의 시가총액은 637억으로 순유동자산의 1/3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흥미로운 수치인 것은 분명하다.

[자료26] 삼호의 안정성 비율, 삼호 영업보고서

부채비율, 유동비율, 이자보상비율 모두 안정적인 수치를 보여주고 있다. 이자보상비율은 무려 12배에 달한다. 하지만 자료상에는 나타나 있지 않지만 올해 자금사정 악화로 인해 급격히 이자비용이 늘어나며 올해 3분기까지의 이자보상비율은 4.37배로 낮아졌다.

[자료27] 삼호의 운전자본비중 (단위 : 10억), 삼호 영업보고서

삼호 또한 35%에 달하는 높은 운전자본비중이 단기적으로 자금압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존재한다.

스누밸류 리서치 팀에서 기업을 평가하며 PER이나 EV/EBITDA와 같은 수치를 가치평가의 척도로 사용하지 않는 것은 과거의 수익이 미래의 수익을 담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건설업체를 포함한 모든 기업의 가치는 오로지 미래 현금흐름의 할인과 비영업자산 가치의 합산 통하여서 구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런데 문제는 대부분의 주택 사업을 벌이고 있는 건설업체들의 미래 수익을 지금 이 시점에서 확신할 수 있냐는 것이다. 기성 매출로 인식된 부분 역시 미분양과 자산 부실화로 인해 현금화의 우려가 지속되고 있는데, 신규 사업이 지난 몇 년과 같이 호황을 지속할 수 있으리라 판단하는 것은 지나치게 순진한 기대일 수 있다. 그러니 자연히 건설주에 대한 우리의 관심은 안정적인 유동성을 보유하고 있으면서 풍부한 자산가치를 보유한 회사로 초점이 모아지게 마련이다.

이런 관점에서 대림산업과 삼호 두 회사는 모두 우리의 관심사가 아니다. 스누밸류 리서치팀은 삼호와 관련하여서도 투자의견판단을 유보하기로 하였다. 삼호가 포트폴리오에 포함되지 못한 이유는 대림산업과 동일하다. 우리는 굳이 무리하여 주택사업을 감행할 이유도 용기도 없다.

고려개발

대림산업의 우백호인 삼호와 함께 좌청룡 고려개발에 대해 살펴보자. 대림산업은 동사의 지분 49.8%를 보유하여 최대주주의 위치에 있다. 고려개발은 꾸준히 스누밸류 관심종목군에 포함되어 있었으나, 스누밸류 자산운용팀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포트폴리오 편입을 미뤄왔다.

첫째, 고려개발은 대림산업의 브랜드 가치의 수혜를 받을 수도 있으나, 오히려 이로 말미암아 주택시장에 무리하게 뛰어들게 됨으로써 주택시장 리스크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

둘째, 천안 프로젝트, 거제도 땅 관련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가운데, 자산의 시가 그대로 자산가치를 반영해주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우려는 상당부분 올 4분기 동사의 주가 급락과 함께 현실화 되었으나 스누밸류 리서치팀은 현재의 주가 수준은 동사의 현재주가는 동사의 가치를 현저히 저평가하는 수준인 것으로 판단, 동사에 대한 관찰의견을 제시하며 분석을 개시한다.

[자료28] 고려개발의 매출액 구성 (2007년), 고려개발 영업보고서

우선 고려산업은 다른 계열사들과 달리 토목비중이 높은 회사이다. 이에 주택 비중이 높은 계열사들에 비해 투자 위험성이 낮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주택 사업부문의 브랜드 가치가 낮은 중견건설사들의 경우 높은 주택의존도와 낮은 주택 브랜드가치는 주택시장 침체기에 독으로써 작용하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동사는 주택사업에 있어 계열사인 대림건설의 아파트 브랜드 e편한세상을 사용하고 있으며, 토목사업비중의 높고 뛰어난 자체개발능력을 보유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건강한 체력을 지닌 중견건설사라 평가할 수 있다.

당사는 2007년 시공능력 27위의 업체로 토목, 건축, 자체 아파트 공사, 철구조사업의 안정적인 사업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 3분기말 현재 수주잔액은 1조 6500억으로 약 2년 분량의 일감을 확보해 놓은 셈이다.

[자료29] 고려개발의 현금흐름추이 (단위 : 10억), 고려개발 영업보고서

당사의 현금흐름추이를 보면, 다른 건설사들과 마찬가지로 들쭉날쭉한 흐름을 보여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보다 정확한 이해를 위해 현금흐름표의 수정치를 구하여 주주이익 추이를 구해보면 다음과 같다.

[자료30] 고려개발의 주주이익추이 (단위 : 10억), 고려개발 영업보고서

동사는 2000년대에 들어서 빠른 이익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하지만 2004년부터 2007년까지 큰 폭의 유형자산 투자가 이루어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 결과 흑자를 유지하던 주주이익이 적자로 돌아섰다. 하지만 상당수의 투자현금 유출은 민자SOC관련 지분 취득에 의하여 발생한 것이기에, 이를 자본적지출로 보아야 할 지의 의문은 남아있다.

[자료31] 순유동자산, 미수금, 유동부채 추이 (단위 : 10억), 고려개발 사업보고서

역시 미수금이 증가하니 유동부채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이 지속화되면 자금난의 압박을 받을 수 있다. 당사의 2007년말 순유동자산은 약 2000억으로 현재 시가총액 700억대를 훌쩍 뛰어넘는다. 역시 흥미로운 현상이다. 미수금의 회수가능성이 높다면, 현재 가격대에서 이 회사에 투자를 하면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

[자료32] 순운전자본비중추이 (단위 : 10억), 고려개발 사업보고서

순운전자본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지만, 전체 자산총계가 증가하며 운전자본비중은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계열사인 삼호에 비해 고려개발의 유동성 사정이 조금은 낫지 않을까 추측할 수 있는 측면이다. 

[자료33] 고려개발 외형 발전 추이 (단위 : 10억), 고려개발 영업보고서

이 회사의 성장 스토리는 드라마틱하다. 자체 개발능력과 민자SOC에 강점을 갖고 있는 동사는 이에 대림산업의 주택 브랜드 가치까지 시너지효과를 발휘하여 가히 놀라운 성장세를 지속하여 왔다. 하지만 이러한 동사의 성장세 탓에 역설적으로 주택 부문의 리스크에 노출되는 효과가 발생하였다. 스누밸류 리서치팀은 동사의 주택 사업부문은 전체 외향 중 굉장히 미미한 수준에 불과하지만 미분양 사태가 자칫하여 유동성 문제로 점화될 가능성을 의식하여 왔다.

분양을 진행중인 동사의 사업지는 평촌, 천안, 구미, 대구 등지로 지방 미분양 리스크를 그대로 떠안을 가능성이 있는 지역이다. 이후의 사업지는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으나 역시 안심할 수는 없다. 그 동안 분양불패지역으로 불리던 용인지역에서 분양 예정인 용인성복지구 사업이 미분양 사태로 이어질 경우, 동사는 심각한 유동성 문제를 떠안을 가능성이 존재한다.

[자료34] 고려개발의 지급보증 내역 (단위 : 백만), 고려개발 영업보고서

동사의 전체 주택분양연대보증 잔액 1조원 중 80%가량을 차지하는 용인성복지구 사업은 미분양 사태로 이어질 경우, 시행사인 제니스건설과 제니스티앤에스의 불량한 재무제표는 동사가 미분양 물량을 떠안을 가능성으로 이어진다. 물론 가능성에 불과하지만 지금 이 시점에 건설업에 대한 투자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리스크 관리이다. 제니스건설은 토지매입과 관련하여 사업이 지연되며 자본구조가 악화되어왔다.

[자료35] 용인 신봉, 성복지구 분양 현황, 이데일리

용인의 현재 부동산 사정을 감안하면 평당 1500만원 이상의 고분양가는 낮은 분양률로 이어질 수 있다. 역시 가능성뿐이지만 1314가구의 전체 분양은 요원해 보인다. 일반적으로 공사미수금이 발생하지 않으려면 서울/수도권의 경우 평균 분양률이 75%를 상회해야 한다. 만약 분양률이 50%도 넘지 못한다면 PF자금 상환마저 어려워질 수 있다. 낮은 분양률은 동사의 운영자금부담 압박으로 다가올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고려개발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고려개발이 풍부한 자산가치로 작금의, 그리고 지속될 유동성 위기를 슬기롭게 이겨낼 가능성이 비교적 높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동사는 자금난 해소를 위해 지난 12월 8일 보유중이던 거제도 부지를 330억에 매각하였다. 시가로는 400억~470억을 호가하며 개발 가능성이 충분한 부지였지만 동사가 이 부지를 전량 매각한 것은 유동성 위기 심각성의 방증일 것이다.

[자료36] 거제도 부지 매각공시, 2008/12/8

[자료37] 공용주차장으로 사용중인 고려개발의 거제도 부지, 모닝뉴스

이 부지는 고려개발이 84년부터 거제도 간척사업을 진행하며 매입하게 된 것으로, 당시 취득원가가 11억 선이었음을 고려하면 당사는 4분기 해당토지 매각차익으로 약 320억을 계상하게 된다. 이는 현재 동사의 시가총액 700억의 45%에 해당한다. 동사는 이 부지를 종합쇼핑몰로 개발할 계획을 갖고 있었으나 시급한 유동성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이 부지를 매각하게 된 것으로 추정된다.

[자료38] 동사가 개발중인 천안리조트 조감도, 대전일보

이 외에도 동사는 천안프로젝트란 명칭으로 천안에 워터파크를 포함한 리조트를 개발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동사의 기업가치중 상당량을 차지하는 것이지만 자세한 설명은 추후에 개시될 별도의 고려개발 보고서에서 이어서 하기로 하고 이 곳에선 유동성 문제의 측면에만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자료39] 고려개발 순차입금 추이 (단위 : 십억), 고려개발 영업보고서

일반적으로 동사와 같이 비영업자산을 다량 보유한 자산주의 경우 SOTP 밸류에이션 방식을 활용하여 구한 NAV로 가치를 평가하는 것이 일반적이나, 위의 차트에서 볼 수 있듯이 건설회사의 경우 공사대금 회수가 잘 되지 않아 미수금이 증가하게 될 경우, 유동부채가 더불어 급격히 증가하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순차입금이 급증하는 경우가 존재한다. 따라서 이렇게 될 경우 EV의 상당부분을 채권자에 양보해야 하며 주주가치가 급격히 수축되는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이에 대한 시장의 반응으로 현재 동사의 주주가치인 보통주 시가총액은 700억원 수준으로 폭락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러한 밸류에이션 방식의 맹점은 회수되지 않은 미수금과 매출채권의 가치를 0으로 할인하여 평가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운전자본의 비중이 높아지게 되면 기업의 가치가 급격히 줄어드는 것으로 평가를 하게 된다. 물론 이런 현상은 주로 건설사가 자금난을 겪게 될 때 나타나기에 어느 정도 정당한 측면이 있지만, 상당부분 기업의 가치를 왜곡하는 착시현상에 불과하다. 3분기말 현재 여전히 동사의 자본 총액은 3000억에 달한다. 이는 동사의 시가총액 700억의 약 4.3배에 달하는 수치이다. 물론 자산의 건전성이 의심되는 시점에서 주가순자산비율이 무조건적인 안전마진이 되지는 못한다.

투자자로써 주목해야 할 점은 이 회사가 어떻게 유동성 위기를 해소해 나가고 차입금을 회수하느냐이다. 욕심 내어 확장한 주택 사업 부문의 미분양 사태가 어느 정도 해결된다면, 그리고 용인 사업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진다면 동사는 자금난에서 해소되어 늘어나기만 하던 차입금을 해소해 나갈 것이라 판단한다.

유동성 위기가 파국으로 이어지지 않아도, 지속된다면 진행중인 프로젝트들이 연기, 취소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는 영업가치의 축소로도 이어져 기업 전체의 가치가 위축될 가능성이 상당부분 존재한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최악의 상황만 모면할 수 있다면 현재 동사의 주가는 지나칠 정도로 가치를 무시하고 있다. 그렇더라도 공시된 정보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동사의 유동성에 관한 정보는 한계가 있기에 함부로 투자를 단행하기란 쉽지가 않다. 따라서 거제도 부지 매각과 같은 지속적인 유동성 확보 노력이 이어져 차입금이 감소하는 것을 확인한 후, 현금흐름이 돌아서는 것을 확인한 후 매수하여도 늦지 않다고 판단한다.

 
                                                                                                                 [서울대학교 투자동아리 SNU VALUE]
                                                                                                      작성자 정기홍, 노정민, 장완욱, 전민제, 태원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