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섭 펀드 - 07년 6월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올리는 포트폴리오입니다. 지난번 포트를 작년 4월에 올렸으니 1년 2개월만이네요.
저는 최대한 보수적인 투자를 하려고 하며, 년 15% 정도의 수익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독점력이 있으며, 재무 구조가 우수하고 ROE가 높은 기업들을 선호합니다. 한번 고른 기업은 기업의 내용에 변화가 없거나, 더 좋은 기업이 나타나지 않는 이상 꾸준히 보유하려고 합니다. 폭발적인 이익이 기대되는 기업보다는 (보통 그런 기업은 투자자들의 기대에 못미치는 경우가 많더군요.) 불황에서도 사람들이 돈을 쓸 수 밖에 없는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업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투자를 시작한지 이제 2년밖에 되지 않은 초보 투자자이며, '초보자의 행운'에다가 대세 상승이 겹쳐서 스스로도 놀라운 투자성과가 나왔습니다. 저 딴에는 보수적인 투자를 해서 포트의 회전률이 높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1년 전의 포트폴리오를 보니 그래도 꽤나 변화가 있었군요.

사실 대학원에 오면서 직접 투자를 신경써서 할 시간과 정성이 부족해서 거의 방치를 해두고 있었는데요. 오히려 거래를 많이 하지 않은 탓에 더 좋은 성과를 거둘 수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1년전과 비교하였을 때 투자 규모는 거의 변하지 않았고, 금액면으로 보았을 때 간접투자를 직접투자보다 훨씬 많이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결정적으로 제가 예전에 올린 이채원 전무의 책 서평에도 썼지만 '이채원 전무가 내 돈을 운용해준다는데, 굳이 왜 직접 투자해야하나? 내가 그 분보다 실력이 나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펀드별 수익률도 올려드릴까 했는데 귀찮아서 관두려고 합니다. 10개-_-가 넘어가는 각종 펀드들에 투자하고 있으며. 주로 가치주 펀드(신영마라톤, KTB마켓스타), 중소형주 펀드(유리스몰뷰티, 한국 10년밸류), 중국(미래솔로몬차이나, 월드와이드차이나, 봉주르차이나, 한화꿈에그린, 동부차이나) 인도(미래솔로몬인디아, 월드와이드 인디아), 베트남(한국월드와이드), 중남미(봉쥬르중남미), 동유럽(우리CSEasternEurope), 소비재펀드, 원자재 펀드에 약간 지나치게 분산 투자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물펀드, 럭셔리 펀드등의 섹터펀드는 선호하지 않는 편입니다.) 비중은 국내>중국>인도>기타 순입니다.
지나칠 정도로 분산투자를 하는 이유는 첫째가 '공부'를 해보기 위함이여. 둘째가 어떤 펀드가 가장 좋은 수익을 올릴지 모르기 때문에 제 스스로 지주회사가 되어 나름대로의 펀드 오브 펀드를 만들어서 평균적인 수익이라도 올려보자는 것입니다. 그 펀드 오브 펀드 중에 제 스스로 운용하는 펀드도 있는 셈이죠. (갈수록 비중이 낮아지고 있습니다만-_-)

그러면 제 펀드 보유 기업들에 대해서 설명을 잠깐 드리겠습니다.

삼영엠텍, 하나투어, 코엔텍, 하림, 듀오백 코리아 등은 05년도 중반 정도 투자를 처음 시작할 때 사서 지금껏 보유하고 있고, 하나금융지주 역시 그때 샀다가 이틀 전에 75% 정도의 수익률을 남기고 팔았습니다.

삼영엠텍은 제 인생 처음으로 때린 10루타입니다. 지피님의 추천으로 사서 아직까지 그냥 아무 생각없이 가지고 있었더니 이렇게 되었네요. (지피님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립니다.) 아이러니 한 것은 제가 여태껏 매수한 기업들 매수 후에 기업 내용을 본 거의 유일한 기업이 삼영엠텍입니다. 제가 살 당시에 아이투자에서 굉장히 유행했던 기업이기 때문이죠. 사실 그래서 투자 금액이 매우 미미합니다. 여기 있는 기업들 중에 초기 투자 금액이 거의 최저 수준이라 10배가 올라도 다른 종목들과 평가액에서 그리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그냥 덤덤할 따름이예요. 헐헐. (다만 10루타가 정말로 가능하긴 하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할까요.) 동사는 여전히 잘 하고 있고 조선업은 앞으로 3년치 일감을 확보했다고 하네요. 그래서 계속 가지고 있을 예정입니다.

와토스 코리아, SK우, 유유는 작년 초에 사서 1년 넘게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이며,

작년 북핵 폭락 때 꾸준히 지켜보고 있던 인선이엔티, 서흥캅셀, 아이레보를 벌벌 떨면서 샀습니다. 머리로는 '단기적인 폭락일 뿐이다'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매수를 하려니 무서워서 '조금만 사고 나중에 더 떨어지면 추가매수를 하자'고 소량 매수를 했더니 그냥 올라버려서 바라보고만 있습니다. 유유도 작년초인가 11000원대까지 폭락을 했었고, 와토스 코리아도 5000원 후반대까지 바겐세일기간이 있었습니다만 무서워서 더 사지를 못했습니다. 사실 이제는 '이게 제 실력이겠거니' 하고 그냥 그때 팔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와토스 코리아는 변기 부품과 같은 화장실용 부품들을 독점적으로 생산하는 기업입니다. 이제 누구나 다 읽으셨겠지만 '월가의 영웅'에 나오는 완벽한 기업에 이렇게 잘 맞아 떨어지는 기업이 없을 정도입니다(지저분한 업종에 종사하는데다가 우스꽝스런 이름까지. 저는 볼 때마다 '치토스'가 생각납니다.). 처음 매수하였을 때에는 가치투자의 명가 신영투신에서만 가지고 있었는데. 증권가의 주목을 받을 때까지 굉장히 부진하였으나 꾸준히 기다렸더니 결국에는 오르는 것을 보고 과연 피터린치의 말이 맞구나 하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습니다. 최근에는 '물 펀드'가 유행을 하면서 그런 펀드들에서 매수하고 있기 때문에 오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제품중에 변기에 설치하는 절수 수도꼭지가 있습니다.) 건설경기가 좋아지고 있고, 집을 지을 때 변기를 안 넣을 수는 없는 일이지요. (이는 아이레보에도 같은 아이디어 입니다. 집을 지을 때 자물쇠를 안 달 수는 없으니까요)
CEO 께서 무차입 경영까지 하고 있어서 더할나위 없는 기업이지요. CEO칼럼을 자주 쓰시는데 읽을 때마다 아주 든든합니다. 제가 투자 경험이 길지 않은지라 '건설 경기가 최악일 때 건설 업종을 사자.' 하는 생각으로 (그래도 자신이 없어서) 와토스 코리아와 아이레보, 인선이엔티를 소량 샀었는데, 현재로써는 괜찮은 역발상이었던 것 같습니다.

SK는 짐 로저스의 '원자재에 투자하라'를 읽고 미래에셋의 로저스 원자재 펀드에도 투자를 뽐뿌질 하기도 했지만, 정유기업들이 거의 폭리에 가까운 이득을 취한다는 것에 관심을 가지게도 했습니다. 특히 석유값이 오르든 내리든 더 큰 이익을 남기는 기업들을 보고, 그 기업들을 욕하기 보다는 차라리 주식을 매수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최근에는 지주사 테마까지 겹치기도 하더군요.

올해 매수한 기업들은, 한국금융지주2우B, 현대미포조선, 한국전자금융 등입니다.

한국금융지주는 제가 너무 좋아하는 기업이라 샀습니다. 일단 한국의 투자 문화가 변화하고 있다는 것에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사실 많이 늦은 아이디어였지요. 이미 많이 오르고 난 후에 샀으니까요) 저조차도 한국 10년 밸류, 월드와이드 차이나 등등에 투자하고 있으며 부모님, 친구들을 비롯한 주위의 (펀드와는 상관 없이 보이던) 많은 사람들이 펀드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리고 간접 투자를 시작하는 것을 보고. 이제 '한국의 투자 문화가 바뀌고 있다. 펀드 간접 투자가 대중화 되면 가장 이익을 보는 곳은 어디일까'. 하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습니다. 일단은 10년 밸류 펀드가 마음에 들었고, 그런 펀드를 자신있게 내놓을만한 철학이 있는 회사라면 믿어볼만 하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증권사들 중에 가장 균형잡힌 포트폴리오를 가진 지주회사이기도 하고, 펀드 운용에 의한 수익 비율이 미래에셋 다음으로 높으며(아마 그럴 겁니다) 삼성증권과 함께 자통법의 최대 수혜주로 떠오르기도 하더군요. 개인적으로는 한국금융지주 홈페이지에서 여러 다른 운용사의 펀드를 매수하기가 아주 용이하게 되어 있다는 점도 한몫을 했습니다. 직접투자는 미래에셋으로, 간접투자는 한국투자증권으로 하니 거의 커버 못하는 펀드들이 없더군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2우B는 2010년에 보통주로 전환하게 되어 있습니다. 현재 보통주와의 괴리가 20% 정도인데, 이 정도 간격이 유지가 된다면 3년 후에 20%의 추가 수익을 무위험으로 얻을 수 있습니다. 투자문화의 변화 뿐만 아니라 자통법에 의해 수혜가 예상되는 다른 증권사들도 매수해볼 생각입니다. (삼성증권과 미래에셋을 보고 있습니다.)

현대미포조선은 더 설명드릴 필요가 없겠고. 작년 초에 바보같이 삼성중공업을 팔아버린 쓰라린 기억이 있어서. 올해 초에 '지금이라도 조선업을 하나 사야겠다'고 현대중공업과 미포조선을 저울질 하다가 '주도주가 아닌 상대적으로 작은 기업을 사자'는 생각에 미포조선을 골랐습니다. 현재 수익률이 나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사람 마음이 간사한 것이 '그냥 현대 중공업 살걸'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허허.

한국전자금융은 누구나 한번 돈을 뽑아보셨을 나이스 현금지급기를 소유하고 있는 ATM기 관련 회사입니다. 지하철, 터미널 등등에 ATM기를 높고 높은 수수료-_-를 받아가죠. 역시 이 수수료가 아까워 죽겠다는 것에 아이디어를 얻은 생활속의 발견 기업입니다. (SK와 마찬가지로 억울하게 돈을 뺏긴다는 느낌이 드는 기업이 있으면 좋은 투자대상일 수 있지 않을까요.) ATM이 먼저 자리잡고 있는 곳에는 또 다른 ATM이 들어올 확률이 적기 때문에 장소를 선점해놓았다는 것이 진입장벽을 크게 만들고 있습니다. 수수료 수입이 약 절반정도 되며, 기타 은행의 ATM의 유지/관리를 아웃소싱 해주는 것에서 오는 수익이 나머지의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비슷한 사업을 영위하는 한네트와 비교했을 때 수입원이 다양해서 (시장 점유율도 당사가 약~간 높습니다.) 마음에 들었고. 한국전자금융은 최대주주인 한신정이 든든하게 뒷받치을 해주고 있다는 점이 차별적입니다. 은행들이 사용하는 금융결제원의 네트워크를 공짜로 사용할 수가 있어서 한네트보다 훨씬 효율적입니다. 은행에서의 ATM관리 아웃소싱이 더 늘어나는 추세라는 점, 은행에서 돈관리를 하는 것에 거래처를 자주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 등이 기업의 안정적인 성장을 더욱 보장해줄 것이라는 생각이었습니다.
한가지 문제점은 최근 은행권에서 24시간 이용가능한 ATM기를 확대하고 있다는 점이 우려되는 점입니다. 사실 이런 비은행권 ATM에서 돈을 뽑는 것은 보통 늦은 시간대에 은행 ATM기가 작동하지 않을 때가 많으니까요. 하지만 24시간 하는 ATM기가 많아진다면 유지/관리에대해 동사에 일거리가 더 늘어나는 것이기도 해서. 앞으로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갈수록 투자는 어려워지고 기업을 고를 시간은 없어집니다. 같은 업종에 있는 비슷한 기업의 경쟁우위를 판단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최근에는 마음 편하게 그 '업종'을 사는 것을 선호하고 있습니다. Kodex200과 kodex은행도 그런 면에서 아주 좋아하고 있으며, 매달 적립식으로 약간의 금액을 들여 사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kodex조선, kodex증권, kodex건설, kodex제약 같은 섹터펀드가 나온다면, 마음 편하게 얘네들로 펀드의 상당부분을 구성하고 싶습니다만. 음… 그래서 이게 안된다면 경쟁 우위를 가지고 있는 여러 기업을 사려고 합니다. 만약 300만원을 들여서 증권업종을 사려고 한다면, 어느 한 기업을 고르는 것보다 100만원씩 한국금융지주, 삼성증권, 미래에셋을 사서 스스로의 섹터 펀드를 만드는 것이죠. 세 종목중 가장 좋은 수익은 못 올리겠지만 평균은 갈 수 있겠지요.

글을 길게 쓰는 특기가 또 발휘되고 말았군요. 오늘은 시간도 없어서 짧게 기업들에 대한 코멘트만 하려고 했는데…주저리주저리. (여기까지 읽으신 분이 과연 있다면) 긴 글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사실 제 포트에 있는 기업들 중에 제가 스스로 고른 기업들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요즘에는 예전의 그 고수분들이 다 어디로 가셨는지 보이지 않아서. 저부터도 아이투자에 잘 들어오지 않습니다만… 예전부터 제가 몰래 아이디어를 얻었던 봉래님, 신태용님, 알루님, 지피님, 장낭투님, 서병수님, 캬오님, 양반님, galadriel님, 닥터케이형님 등등 분들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