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점탐방기]'유통파워의 확인'

[현장스케치]

롯데백화점 ‘본점’과 이마트 ‘천호점’과 롯데마트 ‘잠실점’,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을 아내와 함께 돌아봤다. 롯데백화점 본점을 돌면서 내내 머릿속에 ‘왜 사람들은 롯데백화점을 찾을까?’라는 의문을 들고 다녔고, 이마트를 다닐 때는 ‘이마트가 어떻게 성공했나’라는 의문 속에 주말에 넘쳐나는 인파를 비집고 다녔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러한 의문에 대한 답은 간결하게 나오지 않았고, 나름대로의 답을 찾는 여정은 험하게 변해갔다. ‘가격비교’라는 아이디어를 제공해준 아내와 함께 대표적인 상품들의 가격을 직접 비교해봤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몇몇 상품을 제외하고는 대체적으로 비슷한 수준의 가격을 보이고 있어 ‘가격차’가 눈에 띄게 나타나지 않고 있었다.

그렇게 별다른 차이점을 구체적인 언어로 뽑아내지 못한 채 매장을 돌고 있는데, 둘을 구분 짓는 명확한 차이점이 하나 둘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대전에서의 경험을 기준으로 판단해 보니 ‘이마트’는 대전점이나 천호점이나 비슷한 면이 많았다. 매장 구성에, 무엇보다 입점 브랜드가 거의 비슷했다.

이마트 자체 의류 브랜드인 ‘EBASICS’, ‘UNITED DESIGN’ 및 웰빙 트렌드에 맞물린 ‘자연주의’ 등 대부분 자사 브랜드 위주로 매장을 구성하고 있었으며, 전반적인 분위기가 대전점이나 천호점이나 커다란 차이를 느끼지 못할 정도였다. 즉 기계로 ‘이마트’를 찍어내는 느낌이 강했으며, ‘이마트’는 ‘무엇이다’라는 정의를 나름대로 내릴 수 있도록 ‘표준화’시켜 놓은 듯 했다.

또한, 매장도 사람이 붐비는 번화가에 위치하는 등 이마트 내부적인 ‘표준안’이 뚜렷하게 정립되어 있는 느낌이 들었다. 이러한 총체적인 느낌이 ‘이마트’라는 브랜드를 형성하고 있으며 그러한 브랜드 파워가 고객들에게 강하게 어필하고 있다는 결론에 다다르게 되었다.

물론 ‘이마트’가 워낙 목이 좋은 곳에만 입점하기 때문에 매장마다 성공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현재 ‘천호점’이 있던 자리는 번화가임에도 불구하고 그전부터 들어서는 백화점마다 망했던 자리임을 고려해볼 때, ‘이마트’의 성공을 단순히 자리에만 돌리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반면에 ‘롯데마트’는 ‘롯데마트’라는 단어가 하나의 브랜드 파워를 보일 만큼 명확한 구성이 없었다. 3년간 대전 서구 관저동에서 살면서 겪었던 롯데마트 ‘서대전점’과 오늘 방문한 ‘잠실점’은 분위기가 달라도 너무 달랐다. 아내는 ‘이 곳이 롯데마트가 맞나?’라며 놀라워했고, 나 또한 어리둥절했다. 엇비슷한 위치의 ‘강변점’과도 느낌이 확연하게 달랐다. 일단 매장 분위기 자체가 판이했다. ‘잠실점’은 할인마트라기 보다 하나의 백화점과 비슷한 분위기를 갖고 있었다. 반면에 ‘강변점’은 대형 슈퍼마켓의 느낌이고, ‘서대전점’이 일반적인 ‘할인마트’ 분위기를 갖고 있다. 입점해 있는 브랜드도 ‘잠실점’은 많이 달랐다.

의류에서는 ‘BASIC HOUSE’와 ‘MIND BRIDGE’가 상당히 넓은 점포를 구성하고 있었고, 화장품은 ‘IOPE’가 중심에 있었다. 그러나 ‘서대전점’에는 이름을 알 수 없는 브랜드로 가득했었다. 매장의 위치도 달랐다. ‘잠실점’과 ‘강변점’은 사람이 붐비는 번화가에 위치하고 있는 반면에 ‘서대전점’은 정말 ‘외딴곳’에 홀로 유유히 자리를 잡고 있다. 대전에서도 상당한 외곽에 자리하고 있어 그 근처 사람들만 이용할 뿐이다. 이렇게 통일되지 못한 매장 분위기와 위치는 ‘롯데마트’라는 하나의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구성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틀간의 할인점 탐방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유통파워의 확인’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막연하게나마 주위에서 들어왔던 할인점들의 파워를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E 마트>

‘이마트’의 경우 특징적인 것은 PB상품이 항상 모든 진열대의 정 중앙을 차지하고 있었다. E-PLUS라는 브랜드가 붙은 제품들로 고객들이 카트를 끌고 들어가면 가장 잘 보이는 부분에 넓게 자리하고 있었다.

 < 이마트 카스타드 제품 진열순서(2006.9.5) >

위의 사진은 순서대로 ‘E-PLUS 카스타드’와 ‘E-PLUS 카스타드’를 만든 ‘롯데 카스타드’, 그 아래 큰 관련없는 ‘오리온 카스타드’ 제품이 진열되어 있는 모습을 담았다. ‘E-PLUS 카스타드’와 ‘롯데 카스타드’는 세로로 진열되어 있어 더 눈에 잘 띄는 반면에 ‘오리온 카스타드’는 옆으로 쌓여있어 그다지 눈에 들어오지 않게 진열되어 있었다. 자사 제품을 좀 더 눈에 띄게 진열하기 위해 ‘롯데’는 어쩔 수 없이 마진이 작은 PB제품을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 이마트 불가리스 진열모습(2006.9.5) >

드링크 요구르트 시장점유율 2위(하루평균 60만개) 제품인 ‘불가리스’의 진열모습이다. 중앙에 넓게 진열되어 있었으며, 묶어팔기나 끼워팔기를 하지 않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반면에 아래 경쟁제품들은 묶어팔 수 밖에 없는 운명이었고, ‘불가리스’는 대충 쌓아놓은 것 같아 보였는데, 경쟁제품들은 세워서 쌓아놓았다. 그만큼 ‘불가리스’의 물량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분유도 프리미엄 분유 시장점유율 1위 제품인 ‘매일유업’의 ‘앱솔루트’가 넓게 진열되어 있었다. ‘앱솔루트’ 왼쪽에 널려있는 ‘맘마밀’도 ‘매일유업’인 것으로 보아 ‘매일유업’의 제품력과 더불어 판촉을 위한 노력을 느낄 수 있다.

<롯데마트>

‘롯데마트’는 과자 중 초특가 판매상품 진열대를 모두 ‘롯데제과’와 ‘오리온’ 제품으로 가득 채워놓고 있었다. 물론 ‘롯데제과’, ‘오리온’을 제외한 타사 제품도 초특가 판매를 하고 있었지만, 진열대가 잘 알아보기 어려운 곳에 있었고, 제품들도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쌓아놓은 모습이었다.

또한 매장 중앙에 있는 ‘롯데제과’, ‘오리온’의 초특가 제품들은 현재 상당히 잘 팔리고 있는 제품들을 묶어서 팔고 있었으며, ‘해태제과’의 초특가 제품들은 브랜드 인지도가 없는 제품들이 초특가로 팔리고 있었다. 즉 ‘롯데마트’ 측의 초특가 행사에 ‘롯데제과’와 ‘오리온’은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데 반해 ‘해태제과’는 소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롯데마트 오리온제과 제품 초특가 행사 진열대(2006.9.6)>

‘롯데마트’도 PB상품 밀어주기에 여념이 없었고, 계열사 밀어주기는 ‘이마트’와 다른 점이었다. 아래 사진에는 ‘롯데 델몬트’ 제품이 가장 잘보이는 부분에 진열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반면에 롯데마트 PB상품인 ‘와이즐렉’ 우유는 ‘롯데햄우유’가 제조하기 때문에 별도로 밀어주는 우유가 없이 시장점유율 순서대로 진열되어 있는 모습이었다.

 <롯데마트 카스타드 진열대 모습(2006.9.6)>

롯데마트 역시 이마트와 마찬가지로 PB상품을 잘 보이게 진열해놓았다. ‘와이즐렉 카스타드’도 ‘롯데제과’에서 납품하고 있었다. 계열사라는 특혜가 아니더라도 PB상품 제조사로서의 혜택을 누리고 있음을 PB상품 왼쪽에 진열되어 있는 ‘롯데 카스타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롯데마트 라면 진열대 모습(2006.9.6)>

‘오뚜기’의 라면 시장에 대한 관심을 엿볼 수 있었는데, 라면 진열대의 좋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 또한, ‘열라면’의 경우 특가 행사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참이슬’이 최근 들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음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후발주자인 ‘처음처럼’은 아무런 증정품이 없었는데, ‘참이슬’은 한박스 구매시 한 병 더 주는 것뿐만 아니라 ‘진라면’을 2개씩 붙여주고 있었다.

‘풀무원’이 독점하던 포장두부 시장은 전국시대가 도래한 것 같았다. 물론 아직까지는 ‘풀무원’의 진열대가 가장 넓었지만 경쟁업체들의 기세가 만만치 않았다.
 

할인마트의 파워를 실감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PB상품 위주의 진열대 구성과 할인마트와 잘 협력하는 제조업체에게 나름대로 특혜를 주는 모습들을 여실히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제조업체’가 나름대로 파워를 보여줄 수 있는 여지도 발견했는데, 그것은 시장점유율 1위 브랜드를 많이 보유하는 것이다. PB상품이 없는 품목의 경우, 고객들의 편의를 위해 업계 1위 제품을 확보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모습은 ‘드링크 요구르트’ 품목과 ‘라면’ 품목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김세훈(shkim@viptooz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