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발효,매력적인 BM..성장성 고민도

[고영업이익률형 기업]

 

진로발효는 지난 2004년 7월에 이 코너에서 다룬 바가 있다. 전방산업인 소주시장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에 소주시장이 성숙국면에 접어들면서 향후 성장성이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매력적인 BM 때문에 2년이 지났지만 어느새 주가는 크게 상승했다. 2년 전과 비교했을 때, 진로발효는 기업가치 측면에서 달라진 점이 있을까? 이번에도 지난 번에 다시 다루었던 국순당과 에이블씨엔씨의 경우처럼 진로발효를 다시 살펴보고자 한다. 다시 살펴봄으로써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는 것 또한 가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진로발효는 많은 가치투자자들이 한 번쯤 매수를 고려해 봄직한 몇 안 되는 회사들 중 하나다. 그것은 진로발효의 BM 때문이다.

 

우선 국내 주정업에 대해서 알아보자. 현재 전국에는 10개의 주정업체가 있다. 업계 1위인 진로발효(M/S 16.6%)를 비롯해 창해에탄올(M/S 14.3%), 일산실업(M/S 10.9%), 서영주정(M/S 10.3%), 풍국주정(M/S 9.6%) 등이 있다. 한 업종 내 10개의 경쟁업체들이 많다고 생각되지만 사실 이들 업체들은 경쟁할 필요가 없다. 단지 M/S 및 생산 CAPA를 감안해 정부에서 할당하는 생산량만 담당하면 된다. 그렇기 때문에 경쟁강도로 인해 촉발되는 판관비율은 여타 음식료 업체들보다 훨씬 낮은 특징을 갖고 있다.

 

 

농심, CJ, 오뚜기 등 상위 음식료 업체들의 판관비율이 최소 15%에서 최대 25% 범위 내 인 것과는 달리 진로발효를 비롯해 상장된 풍국주정과 무학주정은 매출액의 5%~10% 범위 내에서 판관비가 지출되고 있다.

 

특히, 농심 등 상위 음식료 업체들의 판관비 대부분이 광고선전비와 판매촉진비 등 프로모션 비용인 반면에 진로발효 등 주정업체들의 프로모션 비용은 거의 제로다. 일반적으로 음식료 업체들의 프로모션 비용은 높을 수 밖에 없는데 경쟁이 치열한 이유도 있지만 대형 할인점의 존재 때문이다.

 

즉, 대형할인점이 주요 유통채널로 부각됨에 따라 이들의 요구들을 울며 겨자 먹기로 들어 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반면에 주정업은 음식료 제조업종에 속해 있지만 전혀 다른 판매프로세스를 갖고 있다. 10개의 주정업체들은 생산한 주정을 단지 대한주정판매라는 단 하나의 유통채널에 납품하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대한주정판매는 이 주정들을 진로와 두산, 그리고 지방 소주제조업체들에게 나눠준다. 대한주정판매가 단 하나의 유통채널이기 때문에 주정업체들과의 교섭력에서 강력한 갑의 입장에 있을 거라 생각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대한주정판매는 작년에 3,700억 원의 매출액을 기록했지만 당기순이익은 10억 원에 불과하다. 이렇듯 수익성이 안 좋은 이유는 한 마디로 대한주정판매는 수익성을 우선시하는 회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즉, 이 회사는 주류업종의 투명한 세수확보를 위해 정부가 1982년부터 단일창구로 탄생시킨 만큼 수익성과는 거리가 멀다. 대신 진로 등 소주제조업체들에 대해서는 강력한 갑의 위치에 있는데 지난 3월에 5.8%의 주정가격인상을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은 그 한 예이기도 하다.

 

진로 등 소주제조업체들은 자체적으로 원가를 절감시켜 마진을 유지하거나 소주 출고가를 인상시켜 마진을 확보하는 방법 밖에 없다. 대한주정판매가 아니면 주정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주세사무처리규정에 의해 모든 주정은 대한주정판매를 통해 판매해야 한다고 법으로 명시돼 있다)

 

대한주정판매 지분구조

 

그 외 수익성이 안 좋은 이유는 대한주정판매의 지분구조에 해답이 있다. 주정업체들은 M/S 비중대로 대한주정판매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단일유통업체인데도 불구하고 예상과 다르게 주정업체들이 대한주정판매의 수익성을 관리하고 있다. 음식료 업종의 가장 커다란 리스크라 할 수 있는 대형 유통업체들의 횡포를 주정업체들에게는 전혀 해당되지 않고 오히려 법적인 보호를 받고 있다.

 

하지만 주정업의 특성 상, 농가 소득증대를 위해 주요 원재료인 쌀보리는 우선적으로 국내산을 배정 받고 나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외국산을 쓸 수 있다는 점은 원가율 개선가능성이 제한돼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산 쌀보리는 외국산 타피오카에 비해 9배 가까이 비싸다. 정부는 10개 주정업체들에 대해 국내산과 외국산 원재료 비중을 6:4로 관리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정부가 유통시스템에 대해서 법적인 보호를 해주는 대신 농가 소득을 위해 어느 정도 주정업체의 희생이 불가피함을 의미한다.

 

 

 

진로발효는 과거 진로그룹과 계열분리를 끝낸 1993년부터 안정적인 BM의 영향으로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했다. 심지어 IMF 때에도 20% 이상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작년에 영업이익이 2004년에 비해 무려 27.4%가 감소하면서 우려가 발생했다.

 

하지만 이는 조업을 중단한 유원산업을 인수하면서 발생한 영업권 상각비용이 제조원가에 반영됐고, 추가된 생산CAPA를 위해 발효시설 설비수선비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번 반기기준으로 31.4%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지난 3월 인상한 주정가격인상의 효과 때문으로 추측된다.

 

진로발효는 주정업만 하지 않는다. 작년 8월에 부동산임대사업부문을 인적분할하여 제이타워를 설립했는데 연간 19억 원~20억 원 상당의 임대수익이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27.6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진로발효에게 매년 5억 원의 지분법평가이익이 예상된다.

 

사실 진로발효가 주정업과 어울리지 않는 부동산임대사업을 영위하는 것은 향후 성장성에 대한 고민으로 해석된다. 안정적인 BM이지만 소주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지 않고 매년 5% 이내의 성장을 하고 있어 올해와 같이 진로와 두산 간의 프로모션 경쟁이 발생하지 않는 한 성장 모멘텀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장봉용 회장의 지분이 62.5%에 달하고, 기타 개인투자자들 또한 장기투자 성향을 갖고 있어 유동성이 부족하다는 단점을 갖고 있다.

 

 

양동선 sebian523@viptooz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