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오토넷,차려진 밥상 어떻게 먹을까?

[현장스케치]

현대차그룹의 유일한 전장부품 업체

 

현대오토넷은 2000년 4월, 현대전자 전장사업부로 시작되어(현재까지 본사가 하이닉스 공장 내에 위치해 있다)경영부실과 현대그룹 관련 이슈 등으로 현투증권, 예금보험공사 등 뚜렷한 대주주 역할이 없는 상태를 몇 년간 지속하였다.

 

더욱이, 2002년 현대차그룹은 그룹자체적으로 본텍과 현대모비스를 통해 전장부품을 조달할 계획을 가지고 현대오토넷의 납품 비중을 줄이고 본텍과 현대모비스 납품 비중을 크게 올린 바 있다.

 

다급해진 현대오토넷은 전장부품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Sensor류, ECU(electronic Control Unit)류, Actuator류에 집중하기 보다는 상대적으로 부가가치가 낮은 카오디오, 네비게이션 등의 제품을 저가에 해외 업체에 넘기는 일에 몰두하였다. 이는 자연스럽게 실적 감소로 이어졌고, 수익성 역시 크게 감소하였다. 

 

그러나, 기적이 일어났다. 지난 해 8월, 예금보험공사에서 현대차그룹(42%)과 지멘스(21%) 컨서시움이 대주주로 등극하게 된 것이다. 더욱이, 현대차그룹 차원에서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였던 본텍을 인수하였고, 현대모비스의 카트로닉스 연구소를 양수하면서 현대차그룹 내에 유일한 전장부품 업체로 자리 메김 하게 된 것이다.

 

국내 최대의 전장부품업체로서 현대차그룹에 편입되었고, 특히 동종업계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하는 지멘스를 대주주로 맞이하였다는 점에서 현대오토넷의 성장성은 높을 것으로 기대되면서 ‘제2의 현대모비스’, ‘현대차그룹의 유일한 대안’ 등의 칭송을 받으며 시장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현대차는 왜 현대오토넷을 선택하였나?

 

자동차 전자제어 전장부품 분야는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방대하고 다양하며, 시장규모 또한 매우 크다. 자동차 전장부품은 흔히 언급되는 Infotainment관련 A/V, Navigation 말고도, 크게 Engine Management System, Transmission Management System, Chassis 및 Car body에 장착되는 각종 안전/편의 System (ESP, EPS, ECS, ABS, EBD, TCS 등)을 구성하는 ECU, Sensor, Actuator 들로 적지 않은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특히, 여전히 이와 같은 차량용 전자제어 시스템 부문은 장착률 및 지속적인 기술개발로 향후 가장 뚜렷한 성장분야가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현재 자동차 부품 가운데 전자부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16-20%로 추정된다. 그런데 그 비율이 궁극적으로는 50%에 근접할 것으로 판단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차그룹 등 국내 완성차 업체는 해외 업체(Bosch, Delphi)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계속 수입에 의존할 경우 향후 경쟁력을 좌우할 전자부품 부문에서 뒤쳐지게 된다는 점을 간파하였고.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싸고 좋은 차’가 대세라고 하면, ‘싸게’ 만들기 위해서라도 국산화 필요성이 매우 커지게 되었다. 이에, 그룹 내에서 전장부품을 키워야 한다는 강한 의지가 생겼고 그 처음은 모비스였다.

 

그러나, 모비스는 자동차 보수용 부품과 모듈을 생산하는 자동차 부품 전문회사이다. 따라서, 전장부품의 이해가 낮은 상태에서 ‘카트로닉스 연구소’ 등을 설립하면서 박차를 가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반면, 현대오토넷은 현대전자의 한 사업부문이었고, 현대그룹이 자동차 전자화에 대비하여 지난 20년간 꾸준히 R&D투자를 한 기업이다. 그 결과 카오디오는 물론 ABS, 에어 백, 그리고 일부 엔진에 ECU를 설계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전장 부품의 중요도가 날로 커가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차그룹은 더 이상 모비스를 기다려 줄 시간이 없었다. 현대차그룹은 본텍을 붙여주면서까지 현대오토넷을 그룹 내 전장부품 전문업체로 매듭지었고, 모비스를 자동차 모듈화 전문업체(전장부품과 모듈의 한 구성요소)로 구분 지었다.

 

현대오토넷 어디까지 성장할까?

 

현대차그룹의 의지로 현대오토넷이 먹을 밥상은 다 차려졌다. 차려진 밥상을 어떻게, 얼마만큼 먹을지는 전적으로 현대오토넷에 달려 있다. 현대오토넷 성장성을 시장에서 조금은 과하게 평가하는 이유는 다음의 3가지 이유이다.

 

ㄱ) 자동차 전자 전장산업의 성장

 

 
  (자료: 현대오토넷 IR북)

 

중국/인도 등의 Bric’s 국가들의 빠른 경제성장으로 글로벌 자동차 규모가 크게 증가하는 가운데, 자동차 가격에서 전장 부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현재의 16~20%에서 향후 10년에 40~50% 수준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따라서, 자동차 전장부품의 시장규모도 커질 수 밖에 없는 구조이고, 현대오토넷이 먹을 수 있는 파이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ㄴ) 현대차 그룹의 성장

 

 
(자료: 현대오토넷 IR북)

 

현대차그룹은(현대차+기아차) 2005년 350만대 생산체재에서 알라바마, 중국, 인도, 슬로베키아 등 해외 현지 생산법인의 CAPA 증설로 2010년 650만대 생산체재로 확대시킬 계획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계획대로 된다고 한다면 현대차그룹의 유일한 전장부품 업체인 현대오토넷의 탑재 비중이 상승하고, 제품의 장착되는 차의 숫자 자체가 커질 수 있다.

 

ㄷ) 신규제품의 확대

 

전장부품에는 그 종류와 수가 매우 많다. 흔히 알고 있는 카오디오, 네비게이션은 여러 전장부품들 중에 Information System 중에 한 두 제품에 불과하다. 전장부품은 바디제어장치, 샤시제어장치, 파워트레인 장치, 정보화 장치로 크게 4가지로 나뉜다.   

 

대표적인 바디제어장치에는 에어백을 비롯하여 Corner Sonic System(차량과 장애물과의 거리 및 위치를 표시 부 등을 통해 운전자에게 알리는 시스템), ACC(Adaptive Cruise Control: 차량의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도록 제어하여 안전운전과 편익성을 보장하는 장치) 등 10~15가지 제품군이 있다. 샤시제어장치는 ABS, EPS(주행속도, 조향각도, 조향력 등의 변화에도 안정적인 조향성을 확보해 주는 제품) 등 대략 7~10가지 제품군이 있다. 파워트레인 장치에는 대표적으로 엔진ECU가 있는데, 연료분사량, 점화시기, 공회전 속도, EGR 양과 시기를 제어하는 제품이다.

 

현대오토넷은 현재 이들 제품군에서 대부분의 바디제어장치와 파워트렌인 제품의 일부를 생산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진정으로 전장부품의 중요성을 인식했다면 어떠한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현대오토넷이 기술을 가질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협조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현대오토넷의 성장은 더욱 가속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의 주가는 지나친 기대

 

전방 부품 시장의 절대규모 성장, 현대/기아 생산 대수 증가와 점유율 증대에 의한 성장, 제품군의 성장, 등으로 현대오토넷의 높은 성장성은 매우 확실해 보인다. 실제로, 현대차그룹 편입 이후, 현대/기아차의 주문이 쇄도하고 있고, 새로운 차종에 현대오토넷 제품이 탑재되어 생산되고 있다.

 

그러나, 주의해야 할 점은 지금의 현대오토넷의 주가 수준은 모든 기대치를 넘어 선 수준으로 판단된다. 2005년 결산 실적 기준, (2006년7월3일 현재가 기준)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의 PER은 각각 7.53배와 8.16배 수준이다.

 

현대오토넷의 높은 성장 가능성과 현대차그룹의 전장제품에 대한 절박함, 현대차그룹의 지원 가능성 등을 감안하며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의 평균 PER에 53% 프리미엄을 부과하면 12배의 PER이 산출된다. 현대오토넷의 현 시가총액이 2조 3340억 원이 PER 12배의 가치로 정당화 되기 위해서는 순이익이 1,945억 원으로 증가해야 한다. 이는 2005년 결산 기준 순이익 384억 원의 5.06배에 해당하는 수치다.

 

현재의 시장 평가가 유지된다면, 2005년 대비 순이익이 5.06배 성장해도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의 평균 PER에 53%의 프리미엄을 더한 가격에 거래된다는 말이다. 참으로 비싼 주식이라 안 할 수 없다. 더욱이, 밥상은 차려져 있지만 밥을 뜰 숟가락이 제대로 안 갖춰져 있는데 말이다.

 

김세훈(shkim@viptooz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