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내화,현대제철 수주가능성 예단 '금물'

[현장스케치]

한국내화와 현대제철은 혈연관계

 

내화물이란 고온에서 용해가 안되고 고열에 견뎌내는 물질로서 1300℃ 이상의 열처리를 하는 모든 공업에 사용되는 세라믹스를 말한다. 내화물 제품을 크게 분류하면 그 형태(물리적 분류)에 의해 정형, 부정형 내화물로, 화학성분(화학적 분류)에 따라서는 산성, 중성, 염기성 내화물로 구분된다.

 

내화물은 수요업체인 제철소 및 시멘트 업체, 유리제작사 별로 요구하는 SPEC이 틀리고, 내화물 자체가 소모품의 성격을 가지고 있어 회사별 사양에 맞는 지속적인 제품 공급은 물론, 유지보수가 필요하기 때문에 한번 제품이 들어가면 공급자가 바뀌는 경우가 거의 없는 특징이 있다.
 
국내 내화물업체로는 중소형 업체 포함 약 200여 개사가 있으나, 상위 4개사가 높은 비중으로 주요 거래처(대형 철강사)의 요구 특성에 맞는 내화물을 공급 중에 있다. 국내 대형 철강사 기준 가장 높은 시장점유율을 가지고 있는 조선내화는 POSCO(당시 포항제철)설립때부터 납품하기 시작했고, POSCO의 1, 2차 개방 이후 POSCO의 자회사인 포스렉과 한국내화 등이 POSCO에 납품하기 시작했다. 현재는 조선내화와 포스렉이 POSCO 수요량의 90%를 납품하고 있고, 한국내화 등의 회사가 나머지를 10%를 공급하고 있다.

 

시장점유율 3위를 기록중인 동국내화는 동국제강의 자회사로 동국제강의 수요량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동국내화가 동국제강을 거의 전담한다면 한국내화는 현대제철을 전담하고 있다. 비록, 당진 공장인수로 현대제철 전체 수요량의 40%만 담당(한보철강에 내화물을 납품하던 원진 등의 업체 비중이 지속적으로 유지되기 때문)하지만 INI스틸 시절에는 70% 이상 담당하였다.

 

포스렉이나 동국내화는 각 철강사의 지분이 들어가 피를 나눈 사이이지만 한국내화와 현대제철의 경우는 좀 다르다. 한국내화와 현대제철의 관계는 고 정주영 명예회장 시절부터 이어진다. 한국내화의 대표이사인 김근수씨는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조카(정주영 회장의 여동생의 아들, 정몽구 회장의 이종사촌)라는 혈연의 관계가 있다. 이러한 관계는 현대제철의 당진공장 인수로 2배(350만 톤 고로 2기) 이상 증가하는 생산능력의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전망을 가능케 한다.

 

과점적 시장에서 경쟁시장으로..

 

과거의 내화물 시장은 동국제강과 동국내화의 관계처럼 수요자와 공급자의 변화가 잘 일어나지 않는 과점적 시장을 형성하였다. 이러한 시장구조는 중국이라는 복병이 등장하면서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하였다.

 

내화물의 원자재를 거의 중국에서 수입해서 사용을 하는데, 중국 정부의 원자재 보호 정책(완성품 수출의 경우 세금을 낮추고, 원재료 수출의 경우 세금을 올리는 정책)에 따라 많은 업체들이 원자재를 들여와서 제품을 생산하기 보다는, 가격이 매우 싼 중국산 내화물을 직접 수입해서 내다 팔고 있는 실정이다.

 

내화물이라는 것이 큰 제품 차별성(고로에 들어가는 내화물 제외)이 없기 때문에 시장은 빠르게 공급과잉으로 변모하였고, 그만큼 국내 내화물 업체의 경쟁이 치열해졌다. 또한, 중국의 원자재 수출 규제로 한국내화 같이 내화물 제품 비중이 큰 업체(상품 비중 18%)에게는 원자재 가격 상승이라는 이중고를 안겨주고 있다.

 

이렇듯 공급자간 치열한 경쟁은 수요자의 입지를 강화시키는 결정적 요인이 되고 있고, 이는 철강 업체를 비롯한 수요업체가 여럿의 내화물 업체에서 공급 받는 형태로 바뀌었다. POSCO가 2003년에 전기로에 사용되는 내화물에 한하여 3차 개방을 실시하였고, 시멘트 사와 유리제조사들도 경쟁입찰 체제를 강화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현대체철도 당진 제철소에서 소요되는 내화물에 대해서 강화된 경쟁입찰 방식으로 구입하게 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현대제철과 혈연관계를 가지고 있는 한국내화를 비롯한 다른 내화물 업체들도 현대제철의 당진공장 인수로 인한 내화물 수요 증가에 사활을 걸고 있다. 초기 건설 물량뿐만 아니라 당진공장에서 매년 발생하는 조업물량(교체수요)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현대제철에서 700만 톤의 고로가 건설되고 여기에 필요한 내화물을 100% 공급한다면 초기 건설 물량이 200억 원에 달하고 조업물량이 연간 300억 원씩 발생된다. 이는 한국내화의 1년 매출액 보다 큰 규모이다.

 

한국내화의 수주 가능성을 예단하는 것은 금물

 

현대제철과 한국내화의 관계와 지금까지 INI스틸 시절의 내화물 수요량의 절대 규모를 한국내화가 차지하였다는 사실만 놓고 보면 당진공장에서도 수주 받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한국내화는 2005년에 당진에 4만평의 토지를 구입하는 등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그런데, 경쟁이 치열하다는 점 외에도 한국내화의 치명적인 약점이 또 하나 있다. 고로에 들어가는 내화물을 한 번도 생산해 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고로를 가지고 있는 POSCO의 경우는 조선내화가 독점적으로 전담하고 있으며, POSCO측에서도 고로용 내화물은 개방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 즉, 국내에서 고로용 내화물을 생산하고 건설한 회사는 조선내화가 유일해, 이번 현대제철 고로용 내화물 수주에 유리한 입장을 점유하고 있다. 한국내화 측에서는 외국의 고로용 내화물 업체와 기술 제휴를 통해 극복할 방침이라고 밝히고 있다.

 

현대제철의 당진공장 인수는 분명 한국내화에게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고로가 아니더라도 전기로 생산능력도 증가하기 때문에 일정 부문의 수혜는 가능하다. 하지만, 지금의 주가 수준은 한국내화가 고로용 내화물까지 수주할 것이라는 기대가 녹아 있는 것 같다. 그러나 현대제철이 누구의 손을 들어줄 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김세훈(shkim@viptooz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