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살펴볼 한화석유화학은 LG화학과 더불어 국내 PVC 생산의 양대 산맥이다. PVC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살펴보면 원유 내의 납사를 크래킹(Cracking)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에틸렌을 주 원료로 한다. 물론 에틸렌을 100% 주 원료로 하는 합성수지가 폴리에틸렌과 같은 PE계열인 반면에 PVC는 에틸렌과 염소를 약 40:60으로 혼합해서 생산한다. 중간원료로 생산되는 EDC와 VCM은 PVC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화합물일 뿐이다.

즉, 에틸렌과 염소를 섞어서 만든 것이 EDC이고, 이 EDC를 열분해 하면 VCM이 생성된다. 이렇게 생성된 VCM을 중합하면 PVC가 최종적으로 생산되는 것이다. 이러한 방법을 에틸렌 공법이라고 하는데 한화석유화학에서 PVC를 생산할 때 쓰는 방법이다.

한화석유화학의 사업구조를 보면 흥미롭다.

원료 조달에서부터 생산된 제품 납품에 이르기까지 일괄적인 수직계열화 시스템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즉, 대림산업과 50:50으로 합자한 국내 최대의 여천 NCC로부터 에틸렌과 프로필렌 등 기초원료를 조달 받아 폴리에틸렌과 PVC 계열, 그리고 CA 계열을 생산하고, 다시 이를 한화석유화학이 100%의 지분을 갖고 있는 한화종합화학에 납품하고 있다.

한화종합화학은 2000년 한화석유화학으로부터 물적분할 했다. 원래 한화석유화학이 석유화학과 소비재사업부문을 동시에 영위했지만 사업의 집중과 효율성을 도모하기 위해 두 사업부문으로 물적분할을 하게 됐다고 한다.

이렇듯 전반적인 제조시스템이 일괄적인 논스톱으로 이루어졌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미 언급했지만 PVC 제조에서도 한화석유화학은 수직계열화를 이루고 있다. 즉, 자체 보유하고 있는 CA 설비를 통해 PVC 생산에 필요한 염소를 CAPA 이상 생산해 자체적으로 조달하고 있다.

한화석유화학은 생산 CAPA의 약 200% 정도 생산해 이 과정에서 남는 염소는 한국바스프 등에 판매하고 있다. 한국바스프는 안정적인 염소 조달을 위해 아예 한화석유화학의 지분 14.52%를 보유한 상태다. 염소는 그 자체로 OP마진이 약 40% 이상 달하는 고부가가치 품목이다. 현재 국내 CA 시장의 60% 이상 시장점유율을 갖고 있는 한화석유화학의 영업이익률이 10% 이상인 반면 LG화학이 5%인 점은 이러한 구조에 기인한다.

하지만 한화석유화학의 영업상황은 2004년을 정점으로 하락 추세에 있다. 우선 고유가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물론 여천 NCC로부터 원료를 공급 받고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저렴한 가격으로 조달 받을 수 있지만 지속적인 원유가격 상황은 점차적으로 이마저 어럽게 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중국이다. 한화석유화학이 생산한 PVC는 주로 중국으로 수출되고 있는데 중국이 지속적으로 생산 CAPA를 늘림으로써 향후 PVC 제품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즉, 원재료 가격은 높아지고, 향후 제품가격은 낮아지면서 마진폭이 감소되는 부정적인 시나리오가 예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화석유화학이 매력적인 점은 (금호석유화학과 마찬가지로) ㈜한화와 더불어 한화그룹 내 양대 지주회사이기 때문이다. 작년에 기록한 3,286억 원의 순이익 중 2,604억 원이 한화석유화학이 보유하고 있는 계열회사로부터의 지분법평가이익이었다. 자산구조를 살펴봐도 3조 원의 전체 자산규모 중 투자자산 비중이 약 45.7%로 가장 높다.

주요 계열회사들을 보면 물론 여천 NCC와 한화종합화학, 그리고 한화유통 등이 있다. 장부가액 기준으로 약 12,689억 원이다. 약 11,400억 원 상당의 시가총액을 넘는 수준이다. 물론 이러한 자산이 그냥 자산으로 남는다면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석유화학업종과 관련이 없는 한화유통의 지분은 매각될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미 유통업은 국내 포화된 부지 등을 고려하면 적극적인 M&A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더욱이 한화유통의 경우, 압구정동의 갤러리아 백화점 등 주요 부지에 알짜 자산들을 보유하고 있다. 신세계나 롯데그룹으로의 매각 시나리오를 예상해 본다.

또한 한화그룹 차원에서 추진했던 대우건설 인수 건이 백지화되면서 컨소시엄으로 참여했던 한화석유화학은 약 1,500억 원의 현금을 기업가치를 개선시키는 방향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현재 8,000억 원 수준의 차입금을 보유하고 있지만 부채비율은 약 84%로 재무구조는 안정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