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시멘트,화려한 날은 지나고

현금성자산 주주몫이 안될 것

 

                                                                                                 (한일시멘트 영업이익률 추이)

 

정부는 IMF 이후 국내 경기 활성화 차원에서 대규모의 공공 주택과 SOC 투자를 집행하면서 건설 경기를 부양시킨 바 있다. 2002~2003에는 다세대/다가구 건설에 세재 혜택을 비롯한 다양한 인센티브를 부여하면서 주택 공급에 박차를 가하였다.

 

다세대/다가구, 오피스텔, 주상복합의 공급 확대는 단위 면적 당 시멘트 소요량이 많기 때문에 시멘트 업체에게 큰 수혜가 돌아갔다. 또한, 2003년까지만 하더라도 시멘트 사의 ‘카르텔’이 굳건하였던 터라 제품 가격을 지속적으로 올리면서 27%라는 경이적인 영업이익률을 달성할 수 있었다.

 

2004년에 접어들면서 이러한 상황은 역전 되었다. 10.29 대책 등 부동산 규제 정책이 지속되었고 중국 시멘트가 시장을 잠식하기 시작하였으며, 외국 자본이 유입되면서 쌍용양회, 라파즈 한라시멘트가 15년 만에 처음으로 제품 가격을 낮추면서 카르텔은 붕괴되었다. 카르텔의 붕괴는 급속도로 시멘트사들의 경쟁으로 이어졌고 시멘트사들의 아성은 무너지기 시작하였다.

 

중요한 점은 시멘트사들의 영업이익률 10%~15%는 IMF 이후 인위적인 건설 경기 부양 이전으로 회귀한 것에 불과하다. 오히려, 20% 이상의 영업이익률이 비정상적인 상황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카르텔 붕괴 이후 시멘사들의 가격 경쟁의 여지는 남아있다는 판단이고, 영업이익률 훼손은 장기화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2002~2003년의 영광의 재현은 다시는 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판단이다.

 

제품 가격 하락은 장기간 지속 될 수도..

 

                                                                                      (자료: 한일시멘트, 단위: 원/톤)

 

시멘트가격은 지난 90년대 이후 공식적으로 인하된 적이 한 차례도 없다. 따라서, 지속적인 가격상승은 시멘트업체들의 고수익구조를 강화시키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그러나, 2005년 초부터 외국계 자본이 유입된 쌍용양회와 라파즈 한라가 제품 가격을 인하하기 시작하면서 시멘트 가격은 경쟁적으로 인하되기 시작하였다.

 

외국계 시멘트 업체가 공격적으로 제품 가격을 인하하는 이유는 지금의 마진율이 13% 이상으로 충분히 높고, 가장 최근에 대규모로 증설한 성신양회를 노리는 수단이라는 설명도 있다. 성신양회는 국내 업체 중에서 가장 CAPA가 크기 때문에 고정비 위험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어 제품 가격 하락에 가격 큰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로 2005년 적자전환, 라파즈의 경우 실제로 외국에서 이러한 방법으로 덩치를 키운 바 있다)

 

따라서, 쌍용양회와 라파즈 한라, 동양 등의 외국계 자본 시멘트사들의 가격 공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쉽게 예측할 수 없는 부문이다. 한일시멘트도 만약을 위해 현금을 지속적으로 쌓아둠으로써 장기전에 대비하는 모습에서 비장함 마저 느껴진다.

 

제품 가격 하락의 또 하나의 중요한 이유는 레미콘사들이 대형화 되었다는 데 있다. 지난 해 유진종합개발이 고려시멘트를 인수하였고, 동양레미콘, 세운 레미콘 등의 중형 급 레미콘 7개사가 합병을 하는 등 레미콘사들이 대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레미콘사들의 대형화는 시멘트 업체와의 협상력을 증가시켜 시멘트 제품 가격 하락에 일조하고 있다.

 

또한, 레미콘사들은 건설 경기 위축과 출혈 경쟁으로 원가 이하에서 판매하는 등 영업이 극도의 어려움에 처해있다. 이러한 레미콘사들의 영업상 어려움과 대형화는 가격이 싼(33,000원 수준)중국 시멘트의 수요로 이어졌고, 중국시멘트의 내수 점유율은 6.7%에 달하고 있다.

 

 

부진한 시멘트 업황

 

시멘트산업은 전형적인 장치산업이기 때문에 생산량 변동에 따른 이익변화가 크게 나타난다. 건설경기 침체로 내수가 줄어든데다 수입시멘트의 잠식 현상까지 더해 업체들의 실질 가동률(베트남, 러시아 등을 수출 물량은 밀어내기에 불과)은 크게 떨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시멘트 업체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Factor인 시멘트 출하량은 2004년 5.8%감소세를 이어가면서 2005년에도 전년대비 15.8% 감소하였다. 이는 IMF 시기를 제외하고는 최근 25년 내에 가장 큰 감소세이다. 이 같은 큰 폭의 출하량 감소의 원인은 건축 허가 면적의 감소와 함께 시멘트 업체의 동행지표(시멘트는 건설 공사 가장 초기 단계인 타설 시에 사용)인 건축물의 착공이 8/31 대책 여파로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건축부문의 회복세가 요원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 있다. 정부가 재건축/재개발을 차단하고 있는 가운데 각종 규제로 건축 허가를 받아 놓고도 건축 착공을 뒤로 미루면서 상당부문 착공으로 연결 되지 못하고 있다. 2007년부터 공사에 들어 갈 판교 신도시가 이벤트 이전에는 출하량 증가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총체적인 영업 악화 주가에 반영되어 있나?

 

 
                                                                                     (한일시멘트 주가 추이, 자료: 대신증권)

 

한일시멘트의 2005년 실적은 2004년 대비 매출 19.3%에 감소에 영업이익이 무려 58% 감소 하였다. 이러한 실적 감소 추세가 장기적일 수 있다는 불확성이 존재하는 가운데 주가는 오히려 2004년 저점 대비 상승하였다.

 

전체적인 시장 상승과 건설업은 연관 되어 있다는 시장 의식, 그리고 높은 자산가치에 기인한 결과라 판단된다. 그러나 건설업 주가가 상승한다고 시멘트 업체의 주가가 견조해야 한다는 생각은 크게 잘못 된 생각으로 판단된다.

 

건설업의 주가 상승은 IMF 이후 건설사 구조조정의 완료와 재무구조의 개선, 주택 시장의 확대, 민자 SOC 사업 확대, 제2의 중동 붐 등의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반영되면서 실제 숫자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멘트 업체는 오히려 경쟁이 심해졌고  마진이 낮아졌으며, 건축 경기가 악화되었고 이익도 반 토막이 났다. 또한 이러한 환경은 장기적일 수도 있다. 따라서, 건설주가 주가가 상승 추세에 있다고 해서 시멘트사들의 주가도 견조해야 한다는 논리는 설득력이 없다.

 

쌓아둔 현금은 결코 주주에게 안 돌아 올 것이다. 

 

                                                                                                                            (단위: 억 원)

 

한일시멘트는 2001년 이후 꾸준히 현금을 쌓으면서 2005년 말 현재 1,600억 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과연 이 현금들이 어디에 쓰일 지 궁금한 대목인데 적어도 주주한테는 돌아오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관계자에 따르면 보유 현금은 외국계 자본 시멘트 업체들의 가격 공격이 장기화 될 경우를 마지막 보루로 사용되거나, 저 성장 산업에서 탈피하기 위해 신규사업 진출에 사용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본사 사옥(역삼동 시가 1,500억 상당)과 영등포 레미콘 공장 등도 매각 계획이 전혀 없음을 확인시켜 주었다. 

김세훈(shkim@viptooz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