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패션기업으로 성장 기대

[언더그라운드 가치주]시몬느

“시몬느”란 회사 이름을 들어본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버버리, 코치, 마크 제이콥스, 셀린느, 그리고 나아가 루이비통모에에네시(LVMH) 등 럭셔리한 브랜드 이름은 패션분야에 관심 없는 사람이라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특히 루이비통모에에네시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럭셔리 브랜드의 대명사다. 시몬느는 이런 30여 개 이상의 세계적인 회사들과 거래하고 있는 핸드백 전문 제조업체다. 1987년에 설립돼 업력은 20년이 채 안되지만 세계적인 명품회사들과 거래하는 데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우선 시몬느는 단순한 OEM(Original Equipment Manufacturing)업체가 아니다. 흔히 대기업과 거래하기 위해 중소형회사들은 OEM방식으로 물량을 따오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에 익숙해지다 보면 중소형회사들은 단순히 대기업의 하청업체로 전락하게 된다. 주문자가 요구한 설계도대로 아무 생각 없이 단순 하도급 생산만 해도 먹고 살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자신만의 기술력을 갖고 있는지의 여부다. OEM 방식을 원하는 중소형 회사들은 많다. 좀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면 기존의 OEM업체들은 어느 순간 일감이 없어질 수 있다. 따라서 기술력 있는 중소형회사들은 ODM(Original Design Manufacturing) 방식에 집중하고 있다.

 

ODM은 주문자가 요구한대로 직접 설계하고 개발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OEM방식보다 마진을 취할 수 있는 폭이 커진다. 시몬느의 경우, 해외바이어가 신제품에 대한 컨셉을 제시하면 디자인 노하우가 풍부한 영업직원(시몬느는 50명 이상의 영업직원을 보유하고 있다)이 바이어를 만나 소재 디자인 등 제품에 대한 의견을 제시한다고 한다.

 

즉, 제품개발 초기단계부터 관여하는 것이다. 이는 기술력과 노하우가 없으면 절대 불가능하다. 시몬느는 가방 디자인에 관한 패턴만 10만 개 이상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한다. 그리고 다수의 기능장을 보유하고 있어 오전에 바이어가 샘플을 주문하면 오후 내에 바로 제품이 나오는 등 샘플링이 즉시 돼서 해외바이어들이 선호할 수 밖에 없다고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시몬느의 경쟁력 핵심은 박은관 사장의 리더십이라 할 수 있다. 이미 레드오션이라 여겨진 봉제업 분야에서 명품 핸드백 ODM사업이라는 틈새를 보고 블루오션으로의 성장가능성을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처음 거래를 하기 전에 세계적인 핸드백 업체들 은 어림도 없다는 식으로 시몬느를 상대해 주지 않았는데 박은관 사장은 우선 이들이 갖고 있는 아시아 제조업체에 대한 선입견을 부숴버리는 데 집중했다고 한다.

 

즉 명품은 유럽에서만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라 아시아에서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인데 “Well Design, Well Made, Well Price”라는 3W를 제안하며 베팅을 했다고 한다. 이렇게 해서 도나카렌과 거래를 처음 시작하게 됐는데 처음에는 미덥지 않았던 도나카렌은 나중에는 시몬느의 품질과 40% 절감된 생산비용에 놀랐다고 한다. 이렇게 해서 도나카렌의 물량을 대부분 가져올 수 있었고, 차례대로 세계적인 업체들과 거래선을 확장하게 됐다고 한다.

 

특이한 건 앞에서 설명한 ODM방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QA(Quality Assurance) 개념을 도입한 점이다. 조그만 회사에서 이러한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 자체가 신선하게 느껴진다. 이 개념은 주문시작부터 끝까지 생산업체가 책임지는 시스템이다. 패션분야에서 보기 드문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예전에는 바이어가 선적된 제품들을 모두 뜯어서 품질검사를 했지만 이 시스템으로 최종 품질검사까지 공장 내에서 완벽한 확인이 가능하게 했다. 따라서 이에 수반되는 각종 물류비용을 추가로 절감할 수 있게 됐다.

 

세계적인 업체들과 담판을 하면서 거래를 하고, QA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이 모든 것은 최고경영진의 리더쉽이 아니면 불가능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박은관 사장은 이전 국내 핸드백 시장을 풍미했던 청산에서 근무하다가 1987년 도나카렌 컬렉션을 수주하면서 독립해 시몬느를 설립했다. 원래부터 해외영업에 두각을 나타내 입사 4년 만에 부장(이 때 그의 나이 29살이었다고 한다)으로 초고속 승진하는 등 탁월한 능력을 보여왔었다. 업종 특성 상 맨파워의 중요성을 항상 강조했기 때문에 직원들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일례로 직원들이 집보다는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회사에서 생활이 즐거워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창업 초기 때부터 생각해 온 멋진 업무 공간을 직원들에게 만들어주겠다고 맹세했다고 한다. 이런 연유로 지어진 시몬느의 본사는 “2003년 한국건축문화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중국 광저우 공장 역시 중국 전체에서 종합평가 1위를 받았을 정도이니 직원들의 편의에 대한 그의 관심을 짐작할 수 있다.

 

이렇기 때문에 국내 본사에 근무하는 220명의 직원은 강력한 로열티를 가질 수 밖에 없다.  1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이들은 똘똘 뭉쳐 맨파워를 자랑한다. 시몬느는 한 마디로 최고경영진의 강력한 리더쉽과 ODM과 QA 시스템의 조화, 그리고 직원들을 위한 회사의 관심 등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완벽히 조화된 강소형 회사라 정의할 수 있다.

 

 

 

 

시몬느는 평균적으로 매년 1,600억 원의 매출액에 13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특이한 건 매출액의 변동폭은 있어도 상대적으로 이익변동폭은 크지 않았다. 나름대로 차별화된 기술력에 대한 프리미엄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시몬느는 자본총계가 약 900억 원인 반면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 자산은 약 500억 원이다. 자본총계도 대부분(95% 이상)이 이익잉여금이다.

 

 

재무구조 역시 안정적이다. 부채비율은 최근 기준으로 26.8%에 지나지 않으며, 이자비용발생부채로는 64억 원 상당의 단기차입금만 있을 뿐이다. 단기차입금은 무역금융으로서 이자율 역시 3.7%~4.5%로 그다지 높지 않다.

 

현재 시몬느의 성장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향후 글로벌 패션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풍부한 현금성 자산을 갖고 지난 2003년에는 정하실업을 인수하기도 했다. 향후 및 화장품 패션사업을 영위하고 있기 때문에 시몬느 디자인 노하우와의 시너지 효과가 예상된다.

 

향후 미래의 모습이 더욱 궁금한 회사가 시몬느일 것이다. 글로벌 패션기업으로서의 시몬느를 기대해본다.

 

 

양동선 sebian523@viptooz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