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비스, 버블 해소 중

[현장스케치]

최근 뉴스 1면을 장식하고 있는 현대차 비자금 사건이 발생하기 전인 2005년 3월13일에 글로비스를 방문하였다. 이번 사건의 영향을 배제한 상태에서 객관적인 시각으로 글로비스를 바라보고자 한다.

 

♦ 기업개요

 

 

2005년, 글로비스는 71%의 매출액 증가율을 보이며, 대한통운을 넘어 국내 물류사 중 매출액 1위로 올라섰다. 경쟁사의 경우 당장의 성장 모멘텀은 부재한 상황이기 때문에, 2006년에도 20% 이상의 매출액 성장이 기대되는 글로비스는 2위와의 차이를 더욱 벌릴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비스는 현대차그룹의 물류를 통합하기 위해 2002년 초 설립되었다. 위 표에 나타난 바와 같이 계열사향 매출이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범한종합물류(LG, GS계열) 및 삼성전자로지텍 처럼 안정적인 계열사 물량이 있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지난 5년간 자동차 물류 통합에만 전력을 다해왔기 때문에 비계열사 고객 확대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지만, 향후에는 적극적인 영업을 전개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 물류에 대한 점유율은 아직 40%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현대차그룹 노조와의 마찰을 피하면서, 내부처리물량을 점진적으로 글로비스에 이전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에 따라 2007년까지 현대차그룹 물류의 60%를 글로비스가 담당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며, 점유율 확대 만으로도 추가 성장 여지가 크다.

 

 

자동차 관련 물류는 위와 같은 단계로 구분 되는데, 글로비스는 각각의 과정에서 화물 주선업을 영위하고 있다. 즉, 자기차량 및 지입차량 없이 화주와 실행사를 연결해 주는 업무를 담당하고 5%를 커미션으로 받는 비자산형 물류업체이다. (비슷한 형태의 업체로 한솔 CSN이 있다.)

 

 

이러한 시스템을 통해 공차 운행 최소화 등 물류 효율성을 높여, 화주는 물류비를 절감하고, 글로비스는 수수료를 수취하며, 실행사 역시 매출과 수익성이 증가하는 윈-윈 관계가 성립하고 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현대차 내부조직으로도 충분히 커버 가능한 업무라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다만, 현대차 내부적으로 비용절감을 위해 물류시스템 재편이 필요했던 시점에 글로비스가 등장하여 단기간에 성공적으로 추진했다는 점은 인정 받을 만 하다. 해외의 경우에도 도요타가 자회사로 도요타 통상 및 도요타 해운을 두고 물류를 처리하고 있는 등 물류조직 분사는 일반적이다. 글로비스의 경우, 현대차나 기아차의 지분 참여가 배제되었다는 점이 논란의 여지를 남기고 있다.

 

♦ 주주구성

 

아무리 부인한다고 하더라도, 글로비스가 현대차그룹 오너 일가(특히 그룹 내 지분이 미약한 정의선 기아차 사장)의 부를 편법적으로 늘리는 수단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정의선 사장의 지분은 최근 주가 기준으로 4,500억 원 수준의 시장가치를 가지고 있는데, 결국은 그룹 경영권을 장악하기 위한 실탄으로 사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시점이나 규모는 현대차그룹 입장에서 매우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에 극비에 부칠 것으로 보인다.

 

정의선, 정몽구 씨외에 눈에 띄는 주주로는 자동차운반전문 해운사인 노르웨이 빌헬름센이 있다. 이 회사는 2004년 말 정의선, 정몽구 씨로 부터 글로비스의 지분 25%를 1억 $에 매입한 바 있다. (당시 글로비스 추정 가치: 4,500억 원) 이 회사는 현대차그룹의 수출 차량 해상운송을 담당하고 있는 유코카캐리어스의 대주주로 현대차그룹과 인연이 깊다.

 

이 회사는 2002년, 스웨덴 발레니우스사와 공동으로, 자금난을 겪던 현대상선의 자동차운송 사업부문을 인수해 유코카캐리어스를 설립했다. (유코카캐리어스는 벨헬름센과 발레니우스가 각각 40%, 현대-기아차가 각각 1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 매출구성
 
ㄱ) 국내물류 (영업이익률 5% 추정)

글로비스의 국내물류 사업은 완성차 및 부품물류, 오일뱅크 유류운송, 현대하이스코, INI스틸 철강운송 등을 의미한다. 현대차의 성장에 따른 관련 물동량 증가가 지속되고, 한보철강 인수 효과가 본격화 됨에 따라 2006년 매출액은 전년대비 20% 증가한 6,600억 원이 예상된다. 글로비스는 비계열사 영업에도 적극적으로 나서 3PL 시장의 강자가 되겠다는 구상을 가지고 있다.

 

ㄴ) 해외물류 (영업이익률 5% 추정)

해외물류 사업은 현대차 보수용 부품 수출, 철강 원자재 수입 등을 의미하며, 2006년 매출액은 전년대비 10% 증가한 5,500억 원이 예상된다.

 

ㄷ) CKD (영업이익률 3% 추정)

글로비스는 국내에서 조립부품을 매입한 후, 현대차 해외공장으로 수출하는 형태의 비즈니스를 영위하고 있다. 수익성은 타 부문보다 낮은 편이지만, 현대차 그룹의 해외 생산이 본격 확대 초입에 놓여있기 때문에 성장의 여지가 매우 크다. 현대차 해외공장의 라인업이 늘고, 신규 공장(기아차 슬로바키아 등)이 가동에 들어가는 2007년 경에는 2005년의 두 배가 넘는 매출액 1조원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CKD 매출이 늘면서 전체적인 영업이익률 하락은 불가피 하다.

 

ㄹ) 중고차 (영업이익률 추정 어려움)

글로비스는 국내 중고차 시장의 투명성 부족과 현대차 관계사로서의 신인도를 이용해 중고차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중고차량을 매입하거나 위탁 받아 200개 항목을 평가 후 도매업자에게 경매로 넘기는데, 위탁차량의 경우 출품 수수료 5.5만원과 낙찰 수수료 2.2%를 수취하고 있다. 이 부문도 향후 성장성이 큰 편이지만 비중이 작아 기여도는 미미한 편이며, 수익성은 물류사업에 비해 좋을 것으로 추정되나 내부집계자료가 없는 형편이다.

 

♦ 투자계획

 

비자산형 화물주선업을 영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워낙 고성장 중이기 때문에 2007년 까지 900억원 수준의 CAPEX가 계획되어 있다. 구체적으로 울산, 화성, 아산, 슬로바키아, 당진 등에 집하장과 하역설비 등에 소요될 예정이다.

이후에도 국내 비계열사 및 해외현지 영업(LA, 알라바마, 중국, 인도, 슬로바키아, 영국, 독일, 터키 등지에 현지법인 보유 혹은 설립 예정)을 강화할 계획이기 때문에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 유코카캐리어스 관련 ISSUE

 

*환율 및 유가변동과 관련된 파생상품계약으로 인해, 영업이익과 경상이익의 괴리가 큰 편이다.

 

유코카캐리어스는 현대, 기아차 수출 물류를 위해 2002년 9월 설립된 해운선사로 수출운임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자동차 운송해운업은 1960년 유코카캐리어스의 대주주이기도한 발레니우스사가 RoRo선을 개발, 일본 자동차 생산업체의 해외운송을 시작한 이래 메이저 6개 선사가 세계시장의 82%를 점유하는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이 시장은 일정 규모의 선대확보 및 화주확보, 자동차 수송업에 대한 노하우, 선박신조가격부담 등 진입장벽이 높은 편으로 판단된다.

 

현대/기아차와의 장기해상운송계약을 보면, 다음과 같다.

 

-2002년~2007년 : 수출물량의 100% 우선입찰 권리
-2008년~2009년 : 수출물량의 80%(단, 유럽 및 미국 동부 수출물량은 100%) 우선입찰 권리
-2010년~2011년 : 수출물량의 65% 우선입찰 권리

 

빌헬름센이 글로비스 지분 25%를 저가에 넘겨받았다는 점(현재 20% 보유)을 고려하면, 현대차그룹과 모종의 밀약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위 계약에 따라 우선입찰권리가 해제되는 부분을 글로비스가 넘겨받지 않을까 예상된다. 이러한 가정하에 향후 글로비스의 매출액 및 영업이익 증가분을 예상해보면 다음과 같다.

 

 
단순가정에 의한 계산이기는 하지만, 2008년에서야 5,000원 정도의 주가상승 효과가 발생하며, 2010년에 추가적으로 5,000원 정도가 더 붙게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2012년이 되어서야 20,000원이 추가될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시간의 기회비용을 고려하면 현재 시점에서는 의미있는 주가흐름을 만들어내기 어렵다고 판단된다.
 
♦ Valuation

 

Target PER은 현대차에 비해 보다 안정적이고 높은 성장 달성이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하여, 현대차 적정 PER 10배를 50% 할증한 15배를 적용했다. YS(정의선)프리미엄은 고려하지 않았다.

 

 

3년 이상의 장기로 볼 때, 현주가에 사도 손실의 위험은 적지만, 연복리 수익률이 낮아 매력이 크지 않다고 판단된다.

 

참고 1 : YS(정의선)프리미엄 30%를 할증해서 적정 PER 19.5배를 적용했을 경우

 

 

참고 2 : 글로비스의 지분법평가이익

 

지분법평가이익이 경상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순이익 추정에 어려움이 있다.그룹 내 지분구조상 대부분의 자회사가 이익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참고로 글로비스의 보유지분 현황은 다음과 같다.

 

 

참고 3 : 최근 현대차그룹 로비 관련 이슈에 대한 대응

 

이번 수사가 현대차그룹 후계구도 및 글로비스의 영업에 지장을 초래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의 주가하락은 고평가 상황에서 ‘울고 싶은데 뺨 때린 격’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금번 이슈를 기업가치 산정에 반영할 필요는 없다.

 

김세훈(shkim@viptooz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