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총액이 1/3 수준으로 급감한 데에는 여러 가지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우선 에이블씨엔씨가 컨셉트로 제시한 10,000원 이하의 초저가 브랜드 제품을 지향한다는 회사방향은 2002년 만해도 설득력이 있었다.

2002년을 정점으로 내수경기가 침체되면서 “화장품은 사치재가 아닌 합리적인 가격으로 거래될 수 있는 필수재” 라는 에이블씨엔씨의 논리는 경기상황과 맞물려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었다. 더욱이 브랜드샵의 성공에 대한 의구심을 갖고 있었던 태평양이 풍부한 현금을 쥐고서도 진출을 꺼려했던 까닭에 에이블씨엔씨는 브랜드샵 시장을 선점할 수 있었다.

 물론 더페이스샵이 2003년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면서 경쟁구도가 형성됐지만 오히려 시장형성 초기의 경쟁자 존재는 시장의 크기를 더욱 확대해주는 모멘텀의 역할을 하게 되므로 이때까지만 해도 실보다는 득이 많았던 시기였다.

하지만 문제는 경기침체가 장기화됨에 따라 화장품업체들이 너도나도 브랜드샵 시장에 진출했다는 점이다. 에이블씨엔씨와 더페이스샵이 주도한 이 유통채널에 많은 중견업체들이 일종의 틈새시장으로 보고 들어옴에 따라 시장규모는 커졌지만 수익성은 오히려 악화됐다.

특히, 브랜드샵 시장의 성공 가능성을 계속 지켜본 태평양이 2004년 휴플레이스를 런칭한 후, 공격적으로 출점하면서 순식간에 지배력을 확대했다. 사실 에이블씨엔씨가 가장 두려워했던 상대는 더페이스샵이 아닌 태평양이었다고 한다.

태평양은 화장품 판매채널 중 유독 전문점 시장에서의 지배력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휴플레이스를 비롯한 이니스프리 허브스테이션과 에뛰드 하우스 등의 브랜드샵을 오픈하면서 지배력을 확대할 수 있었다.

흔히 화장품 가게라 불리는 전문점 수는 2004년 이전만 해도 만 개 이상으로 화장품 판매채널의 핵심이었으나 현재는 5천 여 개 미만으로 급감한 상태다. 브랜드샵은 이러한 화장품 전문점을 대체할 수 있는 판매채널임을 감안하면 태평양의 영향력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결국 에이블씨엔씨의 작년 실적은 참담했다. 매출액은 1,210억 원으로 2004년의 1,114억 원에 비해 약 8.7%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62억 원으로 2004년의 197억 원 보다 무려 68.7% 감소했다. 당기순이익은 45억 원으로 2004년의 147억 원 보다 약 69.1% 감소했다. 이 와중에 확인할 수 있었던 한 가지 특이한 사실은 에이블씨엔씨가 사업 초기 내세웠던 합리적인 가격의 화장품이란 컨셉트를 대폭 수정했다는 사실이다.

또한 컨설팅 결과, 코스메틱넷으로 알려진 스위스퓨어 사업을 전면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매장당 효율성이 떨어지고, 수익성 역시 개선되고 있지 않아 철수하는 것이 최선의 결정이었다고 한다. 다만 스위스퓨어 매장에서 잘 팔리는 제품들은 미샤 매장에서 판매할 계획이다.

결과적으로 에이블씨엔씨는 선택과 집중으로 성장로드맵을 짰다. 그래서 향후 성장의 축은 국내시장보다는 해외시장이라고 한다. 작년 연말 기준으로 65개 매장을 해외에서 출점했지만 올해에는 310개를 예상하고 있다. 특히 대만으로의 지속적인 출점(작년 기준 21개)이 예상되는데 세계적인 드럭스토어인 AS왓슨의 제의가 적극적이라고 한다.

에이블씨엔씨의 주주이익 추이는 드라마틱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속적인 출점으로 인한 감가상각비는 증가하고 있지만 2004년을 정점으로 이익추세가 꺾이면서 전반적인 주주이익 추세가 하락했다.

향후 에이블씨엔씨의 실적개선 포인트는 이번에 새로 출시한 미샤 M 브랜드가 과연 에이블씨엔씨의 초저가 브랜드 이미지를 벗어나게 해 줄 수 있는 히트상품으로 부각될 수 있는지의 여부다. 해외시장에서의 지속적인 성장 여부 역시 중요하다. 꺾여진 에이블씨엔씨의 주주이익 추세가 올해를 저점으로 다시 상승할 수 있을 지 지켜보자.

양동선 sebian523@viptooz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