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순당, 치열한 경쟁 예상

[고영업이익률형기업]

양동선 06.03/13 08:59 조회 2419 누적점수: 0

오래 전에 이 코너에서 국순당을 다룬 적이 있다. 하지만 이후 시간이 꽤 흘렀고, 그 동안 국순당의 기업가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이슈들이 나옴에 따라 다시 살펴보는 것도 의미 있는 작업이라 생각해 다시 살펴보고자 한다. 또한 작년 음식료 업종이 안정적인 사업구조와 견조한 순익기조를 바탕으로 업종 자체가 레벨업된 상황에서 국순당은 아직까지 이러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 않아 살펴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국순당 전통주 생산에 주력해 온 제조업체다. 공식적으로 1983년에 설립된 배한산업이 전신이지만 사실 1952년에 설립된 기린양조장 시절부터 배상면 회장은 전통주의 대중화에 주력해왔다. 그만큼 전통주에 대한 전통과 열정이 회사경영에 녹아있다고 할 수 있다.

현재 국순당은 배상면 회장의 첫째 아들인 배중호 사장이 이끌고 있다. 둘째 아들인 배영호 사장은 산사춘으로 유명한 배상면 주가를, 그리고 딸인 배혜정 사장은 배혜정 누룩도가를 이끌고 있어 이들 일가의 술에 대한 관심과 열정을 짐작케 할 수 있다.

국순당의 매출액은 지난 2003년 1,312억 원의 정점에 달한 뒤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영업이익 역시 2003년의 378억 원에서 작년에는 223억 원을 감소했다. 결과적으로 영업이익률은 2001년 약 31.2%를 기록한 뒤 작년에는 약 22.6%를 기록했다.

국순당 매출액의 핵심은 바로 백세주다. 백세주가 전체 매출액의 약 90% 이상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백세주 판매량 여부에 따라 매출액이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백세주의 매출액은 2003년에 정점을 이루었다. 2003년을 중심으로 그 이전에는 연간 약 20%씩 매출액이 증가했으나 2003년 이후부터는 매출액이 감소하기 시작했다. 백세주가 아무리 전통주의 대명사라고 하지만 브랜드파워가 예전 명성 그대로 지속될 수 없었다.

물론 정말로 프랜차이즈 가치가 있는 제품이라면 시간이 지날수록 그 가치가 부각되는 법이지만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국순당의 브랜드 관리가 아쉽다. 여전히 웰빙트렌드가 유효한 시점에서 백세주의 판매를 부각시킬 수 있을만한 소지는 충분히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질적인 판매수량 역시 2003년 이후로 감소하고 있는 점은 우려스럽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동사는 작년 5월에 백세주의 병뿐만 아니라 알코올 도수를 높이고(13도à14도), 한약재를 첨가하는 등(구기자, 오미자, 인삼 외에 산수유와 울금 첨가) 대대적인 리뉴얼을 단행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판매로 이어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추가적인 신제품 출시가 불가피했다.

이 때 출시한 제품이 바로 “별” 이다. 기존의 약주 도수가 14도 인 것에 반해 “별”은 16.5도로 도수를 대폭적으로 올렸다. 병 용기 역시 블루톤으로 세련되게 팩키징함으로써 젊은 세대를 겨냥했다. 물론 “별”의 출시로 기존의 백세주 소비층을 잠식할 수 있는 카니발라이제이션을 배제할 수 없으나 백세주가 30대 후반의 연령을 타킷으로 했기 때문에 별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국순당의 실적 중 특이한 점은 매출액이 2004년에 비해서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은 소폭 증가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원가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반영됐기 때문인데 1) 작년 5월, 백세주 병을 리뉴얼 하면서 기존의 반투명병에서 투명병으로 교체함에 따라 원가하락 요인이 발생했다. 일반적으로 반투명병 제조 시, 불소를 첨가한 산화공정이 필수인데 투명병으로 대체함에 따라 공정 자체가 없어졌다.

2) 또한 반투명병은 재활용이 불가능한 반면에 투명병은 재활용이 가능해 폐기 처리시 추가적인 비용발생이 없다. 하지만 올해에는 약 52억 원 상당의 재활용 투자설비에 대한 CAPEX가 계획돼 있기 때문에 이로 인한 본격적인 비용감소 효과는 올해 하반기부터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3) 마지막으로 주 원재료의 약 67.7%를 차지하고 있는 찹쌀 가격의 지속적인 하락이다. 2004년에는 평균적으로 3,423원/kg이었으나 올해에는 약 2,277원/kg으로 예상돼 이에 대한 추가적인 원가개선이 주목된다.

만약 이와 같은 상황이 올해에도 지속된다면 국순당의 원가개선 가능성은 유효할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올해 신제품 “별”과 백세주에 대한 대대적인 프로모션 비용을 예상하고 있어 원가 개선으로 인한 GP마진 증가분은 고스란히 상쇄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백세주는 복분자주와 같은 과실주와 실질적인 경쟁관계에 있다. 트렌드가 어느 쪽으로 이동하느냐에 따라 전통주와 과실주의 제로섬 게임은 불가피하다. 소주와 맥주는 원래부터 안정적인 수요층이 있기 때문에 이러한 경쟁과는 무관하지만 기존 주류의 소비층을 끌어와야 하는 전통주와 과실주는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올해 국순당의 대대적인 프로모션 역시 이러한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양동선 sebian523@viptooz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