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에 대해

보험업은 카지노사업과 더불어 이익이 나는걸 수학적으로 증명할수 있는 사업이라는 말이 있다. 바보라도 이익을 낼수 있는 비즈니스에 투자하라는 버핏도 초창기에 보험회사에 집중투자를 함으로써 자신의 자산을 불려가는 밑천을 만들었다. 보험업은 가치투자자들의 친구이고 꼭 알아야할 비즈니스이다.

그런데 이곳 아이투자엔 보험업에 대한 분석글이 그다지 많지 않다.

우선 보험업의 재무제표가 흔히 접하는 제조업 재무제표와 모양새가 달라 접근이 쉽지 않다. 또다른 이유가 있다면 상장회사가 모두 손해보험사라는 것도 들수 있다. 우리나라 손보사들은 수십년간 생명보험사의 동생격이었고 이익의 안정성이 뒤떨어졌었다. 특히, 본업(영업)에서는 만년적자를 면치못해 이를 기피하는 투자자들도 많았다.

그런데 이젠 보험업을 좀 알아야할 필요성이 커지게 되었다. 정부에서 생명보험회사의 상장을 추진하고 있고 은행과 보험, 손보와 생보의 경계가 허물어지는등 변화의 물결도 거세다.

특히 손해보험사는 본격적인 성장가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굳이 이런 환경적인 요구때문이 아니더라도 보험업은 꼭 공부해두어야할것 같다.

보험업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는 것도 아니고 수준이 일천하지만 앞으로 보험업에 대해서도 더 많은 논의가 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우선 잘나가는 손보사 2개사와 생보사 big 3의 요약재무제표를 비교해보았다.

1. 재무제표 항목

가. 대차대조표

대차대조표에서 제조업체와 다른 부분은 부채계정이다.

보험회사의 부채계정은 크게 책임준비금, 비상위험준비금로 구성되어있다.

책임준비금은 미래에 순지출될 것이라 예상되는 돈을 미리 적립해 놓는 것이다. 계산방법은 미래에 지출될 보험금의 현가와 미래에 유입될 보험료의 현가의 차이를 매년 적립하는 것이다. 금융감독당국은 보험회사의 안정성을 위해 책임준비금 적립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보험회사는 그에 따른다.

좀 쉽게 말한다면, 책임준비금은 보험회사가 1년동안 받은 보험료중 그 해에 지출되지 않았지만 나중에 꼭 지출될 것이라 생각되는 돈을 말한다. 마치 제조회사의 선급비용처럼 미리 비용으로 인식하고 매년 적립하여 부채계정에 쌓아두는 것이다.

비상위험준비금은 손보사들의 고유계정인데, 대규모지진이나 화산폭발과 같은 재앙에 대비하여 적립하는 금액이다. 비상위험준비금도 책임준비금처럼 매년 비용으로 미리 인식하고 부채계정에 쌓아둔다. 하지만 책임준비금과는 달리 발생가능성이 극히 희박하고 이미 책임준비금 계정에 넉넉한 돈을 쌓아두었기 때문에 여유분이라 생각하면 좋다. 그래서 비상위험준비금은 비용으로 처리하긴 했지만 이익의 일부분으로 간주해 손보사의 수정ROE를 구할때 분자분모에 합산된다.

나. 손익계산서

이제 손익계산서로 넘어가자.

매출액에 해당되는 영업수익은 크게 보험료수익과 이자수익으로 나뉜다.

보험료수익은 한해동안 거둬들인 보험료를 말하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략 1년동안 70~80조원을 보험료로 지출한다.(1인당 155만원)

이자수익은 유가증권과 대출채권에 투자된 자산으로부터 들어오는 돈인데 우리나라 보험회사들은 이자수익으로 연간 15조원을 거둬들인다.

이렇게 벌어들인 보험료수익과 이자수익의 합계금액인 90조원이 보험회사들의 매출액이라 보면 된다.

영업비용항목으로 가면,

1)현금흐름불일치 비용

책임준비금적립금과 비상위험준비금 적립금은 앞서 설명했으므로 생략. 손익계산서에서 비용으로 인식된 준비금은 매년 대차대조표의 자산-부채계정에 쌓이게 된다.

신계약상각비는 매년 발생한 신규보험계약을 유지시키기 위한 각종비용(설계사수당등)을 미리 비용으로 인식하는 것을 말한다.

책임준비금, 비상위험준비금, 신계약상각비 이 세개의 항목은 당기에는 지출되지 않았지만 미래에 지출될 것으로 예상되는 것을 미리 비용으로 인식한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2)현금흐름일치 비용

이제 당기에 실질적인 지출이 일어나는 항목을 보자.

우선 보험금비용이 있다. 보험금은 보험회사가 피보험자에게 이벤트가 발생했을때 주기로 약속했던 금액이다. 환급금비용은 중도해약등의 사유로 지급되는 비용이며 재보험료비용은 인수한 보험위험을 제3의 보험회사(재보험회사)에 넘기며 지출하는 비용이다. 사업비는 제조업체의 판관비라 생각할수 있겠다.

이 항목들은 비용인식과 현금흐름이 일치한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정리하자면, 보험회사의 재무제표는 제조업체의 그것과 많이 다르다.

피상적으로 본다면 계정과목의 차이를 말할수 있지만 본질적인 면을 말한다면 현금흐름과 일치하지 않는 비용의 비중이 매우 크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미래에 지출될 비용을 수익-비용대응의 원칙에 따라 당기에 처리하기때문이다.

현금유출이 일어나지 않는 비용항목은 대차대조표의 부채계정으로 적립됨과 동시에 자산계정의 유가증권 또는 대출채권으로 간다. 즉, 무이자부채로 투자활동을 하는 것이다. 실제로 보험회사의 현금흐름표를 보면 당기순이익의 수배에 달하는 영업현금흐름 흑자가 투자활동현금흐름에서 지출이 된다.

자산-부채로 적립된 책임준비금은 이듬해부터 이자수익을 낳는다. 보험회사가 경영활동을 지속할수록 적립된 책임준비금은 늘어가게 되고 이자수익도 점차 늘게된다. 업력이 오래될수록, 자산규모가 클수록 이런 선순환의 규모가 커진다. 이것이 보험업의 매력이다.  

2. 우리나라의 손보와 생보

자산규모

우리나라에서 손보와 생보의 업력은 대체로 비슷하다.

위에서 비교한 동부화재만 67년에 설립되었고 나머지는 4~50년대에 설립됐다. 설립연도가 다소 차이가 난다 하더라도 경제규모가 보잘것없던 시기에서 비교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삼성생명이 1983년에 업계최초로 총자산 1조원을 달성했던 것만 보아도 그 이전의 비교는 도토리키재기에 지나지 않는다.

현재 우리나라 생명보험회사들의 자산총계는 230조원에 이른다. 위의 표에서 보듯, 삼성생명을 비롯한 빅3의 자산총계만해도 170조원이다.

반면 손해보험회사들의 자산총계는 43조원에 불과하다. 비슷한 업력에도 불구하고 자산규모는 1/6수준에 그친다.

원수보험료기준으로 보면 생보 : 손보의 비율은 7:3가량이다. 손보의 자산규모가 원수보험료 비중에 비해 크게 낮은 것이다.

그 이유는 위의 표를 보면 알수 있다.

삼성화재와 교보생명을 보면, 영업수익의 가장 큰 원천인 보험료수익이 6~7조원대로 비슷하다. 그렇다면 그동안 누적된 자산총계도 큰 차이가 없어야 하겠지만 3배가량 큰 차이를 보인다. 그 이유는 삼성화재는 보험료수익의 74%가 당기에 현금으로 유출되고 22%만 자산-부채로 적립되지만 교보생명은 보험료수익의 62%가 현금으로 유출되고 39%는 자산-부채로 적립된다. 이러한 구조가 장기간 누적된 결과가 자산규모의 차이로 나타나게 된것이다.

자산규모의 차이는 상품만기의 차이에 기인한다. 생보상품은 보험료납입도 장기간 분납이지만 보험금지출은 더 나중에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보험계약자가 사망해야 사망보험금이 지급되기 때문이다. 반면 손보상품은 대체로 기간이 1년, 3년단위이기 때문에 합산비율이 100%라고 가정한다면 보험료가 들어오는 시점과 보험금이 지급되는 시점에 큰차이가 없다. 따라서 손보상품만으로는 자산이 축적되지 못하는 구조를 지니고 있다.

자산증가율

손해보험사가 그나마 자산축적의 구조를 갖추게된건 서서히 장기보험을 팔기시작한 1990년대초반부터였다. 최근들어 손보사의 장기보험 판매가 크게 증가(15%증가)했다는 뉴스를 접하지만 90년대엔 연평균 증가율이 40~50%에 육박할 정도였다. 하지만 초기국면이라 전체 판매상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었기때문에 눈에 띄지 못했던 것이다. 지금은 손보사가 거둬들이는 경과보험료중 장기보험의 비중이 50%가 넘어서게 되자 연15% 판매실적증가가 자산축적의 드라이버가 되고 있는 것이다.

장기보험의 비중확대로인해 손보사와 생보사의 자산증가율은 서로 대등한 수준에 이르렀다. 1992년 전체 손보사의 자산총액은 6.8조였지만 2005년 43.3조원으로 불어나 연평균 15.3%가 증가하였다. 한편 생보사는 1992년 45조에서 2005년 227조원으로 불어나 연평균 13.2% 성장하였다. 절대적인 사이즈에서는 아직 비교할수 없지만 증가속도는 서로 엇비슷해졌다.

손보사 이자수익추이

현금흐름과 불일치하는 책임준비금의 적립이 자산으로 축적되는 구조를 위에서 설명했다.

이번엔 양대 손보사가 축적된 자산으로 창출하는 이자수익의 추이를 보자.

                                                                                  (단위:억원, /뒤는 반기실적)

2000년부터 지금까지 지속적인 금리하향기조에도 불구하고 자산증가에 힘입어 이자수익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자산규모가 커질수록 이자수익은 가속도가 붙어 증가한다. 삼성생명의 경우 전체 영업수익에서 이자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16.5%에 달한다. 대한생명은 14.9%, 교보생명은 14%에 이른다. 아직까지 삼성화재는 7.3%, 동부화재는 4.8%에 불과하지만 현재까지의 자산증가율이 지속된다면 생명보험사와 같은 변화를 예측할수 있다.

생손보 교차판매

정부는 하반기부터 생명보험상품과 손해보험상품을 상호간에 교차판매하게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생명보험입장에선 위험이 낮은 손해보험상품을 선별해 판매한다면 현재의 영업망을 활용해 사업비를 낮출수 있는 잇점이 있다. 저위험의 보험인수만 가능하다면 생명보험처럼 불확실한 미래를 예측하지 않고 당기에 알짜의 현금을 남길수 있다.

손보입장에서는 그동안 생보가 독점했던 자산축적의 열쇠를 공유할수 있다. 또한 현재 최대 80세 만기까지 한정되어 있는 장기보험 상품을 종신형으로 전환할수 있어 기존 상품내에서도 자산축적이 한층더 강화될수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영업규모나 보험인수의 노하우에서 손보사는 생보사의 동생격이다. 생보사가 이마트라면 손보사는 하이퍼마켓정도이다. 또한 기업지배구조면에서도 생보가 손보를 거느리고 있는 경우가 많아 생보를 위협하는 정도로 경쟁할수 있을지는 다소 의문이다.

따라서 생손보 교차판매가 실시된다 하더라도 단기적으로 손보사가 생보상품을 비중있게 판매할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고령화사회 진입에 따른 장기보험 수요의 증가, 장기보험의 종신형화가 지속되면서 현재의 자산축적 드라이브가 이어진다고 생각하는 것이 편할것 같다.

보험사의 위험

삼성생명은 2005년 16조의 보험료수익과 3조7천억원의 이자수익을 거둬들였음에도 불구하고 당기순이익은 5700억원에 불과했다. 많은 돈을 벌었지만 현금비유출 비용인 책임준비금과 신계약상각비로 6조7천억원을 비용처리했고 현금유출비용인 보험금지금으로 1조7천억, 환급금으로 9조원가량을 지출했다.

현금비유출비용은 결과적으로 자산을 축적시키고 수익을 미래로 이연시키는 효과를 가져오므로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보험업계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생보사 상장이 지연되고 주주이익보다는 계약자와의 배당관련 이해관계가 더 크게 작용하기때문에 책임준비금 적립을 통해 이익을 조절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행이라 할 정도이다.

반면 천재지변, 잘못된 상품개발, 무리한 언더라이팅은 실질적인 현금유출을 가져오는 위험을 초래할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예로 보험회사가 부실해지는 경우는 소형사를 제외하곤 거의 드물다. 그보다는 부실대출을 한다든지, CEO가 엉뚱한 짓을 해서 예상밖의 손실을 입는 경우가 문제가 된다. 그래서 소비자이건 투자자이건 대형 보험사를 선택해서 CEO가 특별히 멍청한 짓을 하지 않는 한 편안히 잠을 잘수가 있다.

맺으며

우리나라 손보사는 이제 성장의 요건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생보사는 규모로 압도한다는 점에서 각각의 장점을 갖추고 있다. 어떤 투자안이 더 매력적인지는 좀더 봐야겠지만 현재 자산총액 15조인 삼성화재는 시가총액 5.5조원에 거래되고 있고 자산총액 90조인 삼성생명은 장외시장에서 대략 10조원에 거래되고 있는 것을 보면 생보사의 저평가가 눈에 뜨인다.

이제 과거와 같은 부실대출, 계열사에 대한 무불별한 지급보증같은 엉뚱한 짓을 하지 않고 바보라도 이익을 낼수 있는 보험회사가 많아졌으면 하는 바램을 갖으며 보험업에 대해 많은 글들이 올라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