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석유공사, 성장전략 추진

[언더그라운드 가치주]

석유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미 경제적인 가치의 범위를 넘어서 나라들 간의 정치적인 이슈로 그 가치가 재평가되는 이른바 정치적인 가치로까지 확장되고 있어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다. 불확실성은 곧 비용을 의미하기 때문에 석유의 고가화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지난 석유자원의 역사를 간단히 살펴보면 이 “검은 황금”을 놓고 각 국가 간의 헤게모니 쟁탈전이 치열했는데 이전까지만 해도 엑손이나 쉘 등 서구 메이저 정유업체들의 파워가 절대적이었다. 아무리 가치 있는 자원이라도 그것을 사용하지 않으면 단순한 검은 광물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커다란 리스크를 짊어지고 이러한 검은 광물을 검은 황금으로 변모시키는 “연금술사적인 사업”을 통해 서구 거대 정유업체들은 생산물 분배계약(PSA: Product Sharing Agreement)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해 오랫동안 이익을 만끽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점차적으로 석유에 대한 전 세계적인 수요가 증가하고, 석유자원을 둘러싼 시장이 기존의 수요자 시장에서 공급자 시장으로 변모됨에 따라 중동 등 산유국들의 입김이 거세졌다. 즉, 석유자원을 가진 자들의 목소리가 커지게 되자 생산물 분배계약에서 이들 서구 메이저들보다 점차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됐다.

 

이에 따라 서구 메이저들은 이 업종 내에서 많은 업체들이 경쟁하기 보다는 규모의 거대화를 통한 선택과 집중을 통해 협상권을 높이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해 공격적인 M&A를 함으로써 업체 수를 줄였다. 동시에 알래스카 및 북해 유전 개발 등을 통해 중동 산유국들을 압박하고자 했으나 북해 유전이 고갈됨과 동시에 중국으로 대표되는 새로운 수요가 등장하게 되자 석유시장은 완전히 공급자 시장으로 고착되면서 주도권을 이들 산유국으로 넘기게 되었다.

 

급기야 이들 산유국들의 자원 내셔널리즘은 점차적으로 민족주의와 연계돼 경제적인 한계를 넘어서기에 이르렀다. 세계 각국 정상들이 에너지 외교에 집중하면서 이미 에너지 문제는 외교문제나 정치문제로 표면화되기에 이르렀다. 비록 산유국들이 석유 헤게모니를 장악했다고 하지만 미국, 프랑스 등 선진국들의 적극적인 외교지원에 힘입은 서구 메이저업체들은 여전히 건재하다. 이들 업체들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새로운 유전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이러한 거시적인 상황 속에서 국내 업체들 역시 에너지 개발 및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석유 등의 자원이 거의 없는 우리나라로서는 에너지 개발은 필수가 아닌 그 이상의 생존문제다.

 

한국석유공사는 이러한 사명을 갖고 1979년 3월에 발족된 회사다. 크게 대륙붕사업, 해외사업, 건설사업, 석유비축사업, 그리고 시추선사업을 영위하고 있는데 매출액 대부분이 대륙붕사업과 해외사업에서 발생하고 있다. 각 사업부문을 살펴보자.

 

대륙붕사업은 다른 국가들에 비해 취약한 우리나라 자주원유개발율과 편중된 중동지역 석유의존도 등을 감안할 때,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다. 현재 우리나라 자주원유개발율은 약 3.8%로 프랑스의 93%, 이태리의 50%, 그리고 스페인의 56%에 비해 매우 취약하다. 자주원유개발율은 전체 소비량을 국내 생산량과 해외 개발분을 통해 얼마만큼 충족시킬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인데 국내 수준이 다른 국가들에 비해 턱없이 낮음을 알 수 있다.

 

또한 국내 중동지역 석유의존도가 약 78%이기 때문에 이들 지역의 불확실성 여부에 따라 국내 석유수급은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에너지 자립과 안정적인 에너지 확보를 위해 대륙붕 탐사는 필요하다. 이에 대한 성과로 울산 앞바다에서 약 2,500억 입방피트 규모의 경제성 있는 천연가스 매장량(동해-1가스전)을 발견했고, 2004년 7월부터 본격적인 공급을 시작했다. 2005년 3월에는 인근 동해-1가스전에서 약 400억 입방피트 규모의 천연가스 매장량을 가진 새로운 가스층을 추가로 발견했다.

 

해외사업 역시 안정적인 국내 석유수급과 자주원유개발율을 높이기 위함이다. 한국석유공사는 현재 3.8%의 자주원유개발율을 2008년에는 약 10%, 2013년에는 약 18%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현재까지는 유전탐사 및 개발에 집중돼 있지만 올해부터는 원유가 생산되고 있는 유전광구를 직접 매입할 계획이다.

 

현재 39개의 해외 광구 중 원유를 캐내고 있는 광구는 8개에 불과하고, 개발단계 및 탐사단계의 광구가 각각 2개와 29개에 달하고 있다. 유전광구를 직접 매입하고자 한 데에는 각 국가들 간의 에너지 확보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국석유공사는 올해 9,381억 원을 투자하는 것을 시작으로 2007년 13,457억 원, 2008년 15,907억 원, 2009년 18,022억 원 그리고 2010년에는 14,261억 원 등 향후 4년 간 약 7조 원을 해외 유전에 집중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다.

 

건설사업과 석유비축사업은 말 그대로 석유비축기지 건설 관련한 사업들이다. 특히 석유수급 안정을 위해 단순히 석유를 비축하는 정적인 개념이 아닌 약 4조 원의 자산가치를 갖고 있는 비축유를 활용한 동적인 개념으로 자금차입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한국석유공사는 2004년에 약 7,968억 원의 매출액을 달성했다. 이는 전년의 3,349억 원에 비해 약 137.9%가 증가한 수치이다. 2004년 매출액이 급증한 이유는 당해 7월부터 생산하기 시작한 동해-1가스전의 천연가스 매출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또한 유가상승도 한 몫 했다.

 

 

워낙 에너지 개발사업이 고수익, 고위험 사업이다 보니 매출액 증가만큼 각종 이익실적 규모 역시 크게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약 2,341억 원, 경상이익은 3,267억 원, 그리고 당기순이익은 2,717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약 29.4%를 나타냈다.

 

특히 경영진 측면에서 긍정적인 점은 작년 11월 황두열 전 SK부회장이 사장으로 내정되면서 공공성을 바탕으로 한 수익성 확대를 목표로 성장전략이 구축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향후 4년 동안의 7조 원의 해외유전 투자도 이의 연장선상이다. 사실 당시만해도 경쟁사의 경영진을 내정한 사례라 노조의 반발이 심했으나 지금은 오히려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분위기라고 한다.

 

이전까지만 해도 육해공 장성이나 정치인 출신 사장이 대부분이었던 선례에 비추어볼 때, 이번에 선임된 SK의 영업마케팅을 주도한 황두열 대표이사는 향후 회사성장의 신뢰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세계 각 국의 에너지 확보를 위한 노력은 가히 전쟁이라 불리만 하다. 그리고 세계 유수 투자기관들은 원유 100달러 시대가 곧 도래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한국석유공사는 어떠한 행보를 보일 지 상당히 주목된다.

 

 

양동선 sebian523@viptooz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