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HQ, 연예계의 레알 마드리드

[기업탐방] IHQ

 

 

국내 최초 기업형 연예 매니지먼트 개척

 

과거 연예 매니지먼트 사업은 스타급 매니저가 자신의 인맥을 활용하여 각종 로비를 통해 소속 연예인을 띄우는 식으로 이루어져 왔다. 그렇다보니, 각종 부정이 저질러지고 체계적인 시스템이 갖추어지지 않아 사업확장에는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IHQ는 이러한 구태를 극복하고 제대로된 ‘기업’의 모습을 갖춘 첫 회사가 아닌가 싶다. 그 바탕에는 업계에서 의리있고 정직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정훈탁 사장이 있었다. 초기에는 정우성, 전지현, 전도연, 송혜교, 박신양 등 초일류 연예인들이 정훈탁 사장과의 인간적인 관계로 뭉쳐서 출발했지만, 지금은 의리가 아닌 실익을 바탕으로 70여명의 연예인이 소속되어 있다.

 

IHQ가 소속 연예인에게 제공해줄 수 있는 것은 다름아닌 체계적인 관리와 성장의 기회이다. 이미 얼굴이 널리 알려진 톱스타의 경우에는 CF, 영화, 드라마 등을 고르는데 있어서 IHQ의 출연료협상력과 이미지 메이킹의 도움을 받는다. 그 때문에 계약금이나 수익배분비율에 있어서 타사에 비해 나쁜 조건이지만, IHQ에 잔류한다. 지금 당장을 생각하면 회사측에 나누어주는 게 아까울 수 있지만, 길게 보면 결국은 이익이라는 생각이 있기 때문이다.

 

신인급 연예인의 경우에는 IHQ가 제공할 수 있는 다양한 성장의 기회를 보고 IHQ에 제 발로 찾아오게 된다. IHQ에 소속되어 있으면, 스타급 연예인이 출연하는 영화나 드라마에 묻어가는 식으로 얼굴을 알릴 기회를 갖기 수월하기 때문이다.

 

 

IHQ의 기본적인 BM은 연예 매니지먼트로서, 소속 연예인의 활동 수입을 일정한 비율로 나누는 것이다. A급 연예인의 경우 7:3(회사)의 비율로 나누고, 신인급의 경우에는 5:5의 비율로 나누는 것이 일반적이다. 과거 국내 기획사들은 신인의 경우 1:9(회사) 나누거나 스타급의 경우 반대로 9:1(회사)로 나누는 극단적인 배분율이 비일비재 했는데, IHQ는 번듯한 기업답게 윈-윈 전략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연예 매니지먼트의 영업이익률은 10% 수준이 유지되고 있고, 워낙 많은 연예인을 보유하다보니 안정성이 뛰어나다는 장점을 가진다.

 

그 외에 IHQ는 자회사를 통해 영화 제작/배급, 드라마 제작, 음반제작, 게임제작/배급 등을 하고 있다. 최근 드라마 ‘봄날’, 게임 ‘팡야’ 등이 주목받긴 했으나, 기본적으로 이들 자회사의 역량은 크게 내세울 것이 없다. IHQ가 보유하고 있는 스타들의 이름값을 감안하면 흥행성적은 그다지 좋지 않다. (특히 영화사업 쪽이 그렇다.) 이는 IHQ가 그동안 매니지먼트에만 집중을 해온 탓에 자체 컨텐츠 제작 능력은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는 이야기와 일맥상통한다. 탄탄한 자금력과 스타 라인업이라는 기초체력을 바탕으로 노하우 축적, 유능한 creative 인재 영입이 이루어진다면 점차 나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SKT의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책임진다.

 

IHQ를 탐방한 목적은 IHQ의 사업구조를 이해하기 위함 보다는, SKT와의 시너지 및 업계 재편 상황을 알아보기 위함이었다.

 

주지하다시피, SKT는 2005년 초 IHQ의 지분 21.6%를 주당 1,880원(총 144억원)에 취득해 화제가 된 바 있다. 또한, SKT는 올해 3월 정훈탁 대표 보유주식 1,000만주 중 500만주를 매입할 수 있는 콜옵션을 보유하고 있다. 행사할 경우 SKT의 지분율은 35.3%로 늘어나게 되고,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SKT가 지분투자를 한 지 1년이 되었지만, 그 동안에는 시너지가 전혀 창출되지 못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양사 간 시너지란 다름아닌 “IHQ가 소속 연예인을 기반으로 제작한 콘텐츠를 SKT의 유통망(무선인터넷, 네이트, 싸이월드, 위성DMB 등)을 통해 팔아 양사 모두의 성장을 도모한다”는 것인데, 기업문화가 전혀 다른 두 기업이 단시간 내에 융합되는 게 쉬울 리 없다.

 

현재 SKT 신규사업추진본부장이 IHQ의 부사장을 겸직하면서 커뮤니케이션 창구 역할을 하고 있고, 양사간 갈등은 전혀 없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장기투자에 익숙한 SKT와 단기승부에 익숙한 IHQ 간에는 아직 보이지 않는 벽이 존재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양사는 지속적으로 TU미디어에 대한 콘텐츠 제공에 대해 협상하고 있으며, SKT의 무선인터넷과 IHQ의 콘텐츠를 결합시키기 위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어서 조만간 어떤 식으로든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향후 제대로된 시너지가 창출된다면 SKT는 ARPU 증가라는 과실을 얻게 될 것이다.

 

그러면, SKT의 IHQ 투자 목적이 단순히 ARPU 증가에만 국한된다는 말인가? 최근의 행보나 업계 동향을 살펴보면, “사업확장” 그 자체로 이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IHQ는 케이블 채널 YTN스타와 YTN코미디를 보유한 PP인 YTN미디어 지분 51%를 177억원에 매입했다. IHQ와 이들 채널의 결합효과는 둘 째 치고라도 사실상 SKT가 인수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인수자금은 IHQ가 전환가격 9,200원짜리 CB를 발행하여 조달했는데, 이는 PBR 10배 수준의 가격에 해당한다. 그렇다보니 186억원을 조달하고도 지분 희석은 5% 정도에 불과하고 한 마디로 SKT 입장에서는 꽤 괜찮은 PP를 거저 먹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또한, SKT 입장에서는 시민단체 및 정부의 눈치를 살피느라 어차피 직접 인수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꿩 먹고 알 먹고가 아닐 수 없다. 향후에도 이런 식으로 케이블 음악채널 인수를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SKT는 IHQ 외에도 서울음반을 자회사로 두고 있는데, 어느 정도 인수가 마무리되어 구도가 짜여지면 지분 구조 정리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면, SKT가 SKT 엔터테인먼트홀딩스를 보유하고 다시 이 회사가 IHQ, 서울음반, PP 등을 보유하는 형태 등이 거론될 수 있다.

 

현재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영화, 케이블TV 쪽에 강점을 보유한 CJ, 오리온을 비롯해 SKT, KT 등이 인수전을 벌이며 대기업 위주의 시장으로 빠르게 변해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 대기업들은 기존 사업의 저성장성 극복을 위한 신사업으로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택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향후 어떤 기업이 절대 강자로 등극할 지는 알 수 없지만, IHQ를 비롯한 SKT 진영의 승산도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SKT의 자금력, 홍보력 및 유통망이 워낙 강력하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IHQ를 바라본다면, 단순히 SKT의 ARPU 증대를 위한 수단이 아니라 신사업 진출 그 자체로 이해해야 할 듯 싶다.

 

 

IHQ에 대한 과도한 기대는 금물

 

현재 IHQ는 벨류에이션이 무의미한 가격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권사 에널리스트들은 장및빛 전망을 제시하며 목표주가를 상향하는 모습이다. 물론 SKT와의 시너지가 본격 발생하기 시작하면 매출 및 이익의 급성장이 예상되기는 하지만, 증권사의 낙관적인 전망을 충족시키기는 어렵지 않나 우려스럽다.

 

IHQ가 SKT라는 큰 형님을 등에 업고 업계 재편의 중심에 서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나, 가치투자 관점에서는 직접 투자로 연결시키기 ‘정말’ 부담스럽다. 엔터테인먼트 및 미디어 업계의 변화를 관찰하는 창으로 생각하는 편이 속 편할 듯 싶다.

 

 

박성빈 sb80@viptooz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