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반도체 부활의 1등 공신, “채권단”

부채에 짓눌려 부실기업으로 전락하여 수 많은 주주를 울렸던 하이닉스반도체(이하 하이닉스)의 상승세가 무섭다. 최근의 분기실적은 업계 최고의 수익성과 성장성을 보여주고 있으며, 삼성전자에 이어 메모리반도체 시장 2인자로 우뚝 서고 있다. (2006년 예상 M/S : DRAM 18%, 낸드플래시 10%) 이에 따라 하이닉스는 지난 2년간 6배에 가까운 주가 상승을 보였으며, 특히 2005년 12월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이처럼 하이닉스가 부활하면서 회심의 미소를 짓는 이들이 있었으니, 바로 외환, 우리, 조흥, 산업은행 등 ‘최후의 채권단’이다. 이들의 하이닉스 주식 매입가격은 평균 15,000원 수준으로 현재 원금을 모두 회수한 것은 물론 주가상승에 따라 수익의 크기도 점점 커져가고 있다. 채권 원금의 20~30%를 손해보고 하이닉스를 털어버린 상당수 은행들과는 달리, 이들 ‘최후의 채권단’은 하이닉스 부활의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 과실을 향유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하이닉스의 부활은 어느 정도 운도 따른 것이 사실이다. 2003년 2분기까지만 해도 부도위기에 몰려있었으나, 2003년 3분기 D램 가격이 안정세로 돌아서고, 뒤늦게 뛰어든 플래시메모리 사업이 예상 외로 효자 노릇을 해주면서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것이다. 하지만, 그 뒤에는 반도체 경기 싸이클이 상승할 때까지 버티고, 신사업인 낸드플래시 사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지원한 채권단이 있었다. 또한, 채권단의 관리를 통해 현대그룹 부실 계열사를 지원해주던 굴레를 끊게 되었다는 점도 부활의 주된 이유가 되었다.

하이닉스의 변화를 재무구조 및 매출-이익 그래프로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하이닉스의 우수한 원가구조, 지속 가능한가?

하이닉스의 가장 큰 매력은 경쟁사 대비 우월한 원가구조에 있다. 해외경쟁업체인 미국 마이크론, 독일 인피니온, 대만 난야는 최근 수년간 적자에 허덕이며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하이닉스는 2003년 4분기 이후 영업이익률 20% 이상을 유지하며 Market Maker인 삼성전자에 필적할만한 수익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 원천은 채권단의 엄격한 관리와 임직원들의 각고의 노력을 통한 효율적인 투자집행에서 비롯된다. 업계 전문가들은 채권단이 지나치게 제한적인 투자만을 허용하여 성장잠재력이 훼손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했었지만, 지금까지의 투자 성과 및 시장 점유율 확대 추이, 그리고 향후 투자계획을 볼 때, 투자가 과소했다고는 도저히 말할 수 없다. 하이닉스의 최적 투자효율성은 ㄱ)불필요한 설비증설 보다는 설비개선을 통한 단위당 생산성 확대, ㄴ)단위당 생산시간 단축, ㄷ)낸드플래시로 대표되는 프로덕트 믹스 개선을 통한 고부가가치화 등의 요인으로 설명될 수 있는데, 이에 따라 업계 평균인 12%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30% 수준의 ROIC(Return On Invested Capita = 세후영업이익/투하자본)를 기록하고 있다.

현재 DRAM 시장의 경쟁구도는 거의 완성되어, 추가적인 경쟁자 진입, 탈락은 발생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하이닉스를 비롯한 업체들의 원가경쟁력 구도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NAND 플래시 시장은 현재진행형인 시장으로, 선두인 삼성전자의 단가하락을 통한 경쟁사 견제와 후발업체들의 맘모스급 투자로 인해 경쟁력 유지가 불투명한 시장이다. 하이닉스는 아직까지 삼성전자의 수익성을 능가하지는 못하고 있는데, 추가적인 원가절감을 이루어 삼성전자와 동등하거나 상회하는 수준을 달성해야 이 같은 위협에서 자유로울 것으로 판단된다.

하이닉스는 NAND 플래시 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와 M/S 2위를 굳히기 위해 ㄱ)12인치급 투자 확대, ㄴ)해외 제휴사와의 생산협력, ㄷ)하이엔드 제품군 비중 확대, ㄹ)벤더 다양화 등의 전략을 펼치고 있다.

2년간 6배 올랐지만, 아직도 싸다?

하이닉스는 여전히 동종업계에서 가장 저평가된 업체이다. 2006년 실적 컨센서스 기준 PER은 인피니언 약 24배, 난야 약 15배, 마이크론 약 13배, 삼성전자 약 10배 수준이며, 하이닉스는 약 8배 수준으로 가장 낮다. 이처럼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이유는 높은 수익성의 지속에 대한 의심과 과도한 채권단 지분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 같은 할인요인은 점차적으로 해소되고 있어 벨류에이션 갭은 어떤 식으로든 해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황도 하이닉스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2006년~2007년의 반도체 경기는 호조세를 지속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2006년 까지는 NAND 플래시의 수요가 고성장을 유지하는 가운데, bit당 원가를 50% 절감할 수 있는 MLC(Multi Level Cell)기술이 4기가급 이상에 적용되면서 견조한 수익성이 유지될 것이라고 한다. 또한, 2007년에는 윈도우 비스타 출시 효과로 인해 DRAM 경기가 반전되면서 이 부분 수익성이 급증할 것이라고 한다.

가치투자 관점에서는 하이닉스와 같은 반도체업체는 매력적이지 않다. 대규모 설비투자가 필요하고, 끊임없는 기술혁신을 통해 새로운 시장에서 경쟁해야 하며, 업황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이닉스가 ㄱ)우호적인 업황, ㄴ)우수한 원가구조 및 시장지위, ㄷ)상대적 저평가 메리트 등 단기적으로 시장의 관심을 사로잡을 3박자를 모두 갖추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박성빈 sb80@viptooz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