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적인 비전을 위해 단기적인 손해는 감수하라', '하나의 목표를 갖고 꾸준히 나아가라', '남에게 대접받고자 하는대로 남을 대접하라' 등등. 　 여기서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살아가는 기본을 지켜야 한다는 점이다. 경영에서도 마찬가지다.

이용문(58) 대표가 동양계전을 국내 최고의 전원공급장치(SMPS) 전문기업으로 키워낼 수 있었던 것도 바로 경영의 기본에 충실했던 덕분이었다. 　 # 변신 　 이용문 대표는 삼성그룹 공채 11기 출신으로 삼성전자 공채로는 첫번째 기수였다. "당시엔 삼성물산의 인기가 가장 높았지요. 반도체는 막 시작할 무렵이었죠. 전 새로운 게 좋았어요. 그래서 삼성전자로 지원하게 됐죠." 　 그렇게 해서 삼성전자와 20년 이상의 세월을 함께 지냈다. 유럽 현지법인 대표와 해외 생산법인 운영책임자 등을 역임했다.

90년대 후반이 되자 그는 새로운 결심을 하게 됐다. "어차피 모든 사람이 대기업 사장이 될 순 없는 노릇입니다. 또 그렇게 된다고 해서 반드시 행복해지는 것도 아니구요." 　 창업을 생각했다. 그러나 97년 동남아에서부터 외환위기가 시작됐다. 개인 사업은 일단 보류했다. 그러던 와중에 동양계전에서 경영자를 맡아 달라는 제의가 왔다. "그 업종에 흥미가 있었어요. 전원공급장치라는게 전자제품이 쓰이는 한 수요가 생기는 품목이었거든요. 또 대주주께서 소유와 경영을 완전히 분리할 의사를 밝히셨어요. 그렇다면 개인 사업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생각해 맡아보자 결심했지요." 　 그러나 막상 들어와 보니 생각보다 형편이 그리 좋은 건 아니었다. "당시 매출이 약 300억원 선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정말 인력구조가 취약한 상황이었어요." 그래도 실망하지 않았다. "당시만 해도 국내 전원공급장치 업체들의 규모도 크지 않았고 영세한 업체도 많았죠. 하지만 성장성이 매우 큰 시장이라 확신했기 때문에 한번 부딪쳐 보자 마음 먹었습니다." 　 그는 대만의 '델타'라는 회사를 목표로 삼았다. "그 델타라는 회사도 70년대 중반 설립돼, 80년대까진 그저 그런 중소기업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그런데 80년대 중반 PC가 나왔고, 그 전원공급장치를 생산하면서 급격히 커나가기 시작했죠. 미국 본토에도 진출해 외형 1조7000억원 규모로까지 발전했지요." 　 일단 목표를 잡은 그는 하나하나씩 차근차근 실행에 들어갔다. 　 # 기본 　 그는 먼저 오랫동안 해외법인을 관리했던 경험을 살려, 수출을 시도했다. 하지만 만만치 않았다. "국내 대기업만 보고 있다간 안되겠다 싶어 열심히 이나라 저나라를 쫓아 다녔어요. 그런데도 정말 손톱도 안 들어갔어요. 경험도 기술도 모두 딸렸어요. 이대론 아무것도 안되겠다 싶더라구요." 　 기술개발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 "가격보단 좋은 기술로 승부해야 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게 기본중의 기본이지요. 그런데 인력구조가 너무 취약했어요. 연구개발 인력부터 보강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중소기업에 누가 오나요. 신입사원을 뽑아 대기업 비슷한 수준까지 대우해주고 키워보자 생각했죠. 기술연구소에도 적극 투자를 했구요. 그렇게 한지 한 3년쯤 지나자 99년부터 그 결실이 오기 시작하더군요." 　 때마침 불어온 IT열풍도 회사 성장에 한 몫했다. "회사 외형이 99년부터 시작해 지난해까지 5년만에 4배나 성장했습니다. 휴대폰 충전기 뿐만 아니라 레이저 프린트, 셋톱박스 등에 쓰이는 고급 제품도 연이어 개발해 나갔죠. 예전엔 써달라고 매달렸지만, 이젠 국내·외 유수기업에서 제휴하자고 먼저 연락이 올 정도가 됐습니다." 　 # 세계 1위 　 그러면서 그는 불만스런 속내 하나를 털어놨다. "상장을 하고 보니, 애널리스트나 펀드매니저 분들 중에는 저희 주력 제품에 대해 낮게 평가하시는 분들이 더러 있었습니다. 하지만 전원공급 장치의 성장성은 실제로 엄청납니다." 　 고급 사양의 전원공급장치를 만들려면 기술장벽이 매우 높으며, 그 쓰임새도 놀라울 만치 다양하다는 설명이었다. "새로운 모든 IT제품 뿐 아니라 전기자동차, 가정용전기발전기 등 개척해야 할 분야가 얼마든지 있습니다. 기술개발을 꾸준히 해 나가서, 국내 챔피언이 머물지 않고 세계 챔피언을 꼭 따낼 겁니다." 　 꿈을 말하는 그의 목소리는 찌렁찌렁 울렸다.

"물론 우리 분야에는 대만이 배출한 세계 최고의 회사가 버티고 있습니다. 우리 회사보다 10배이상 큰 회사지요. 하지만 우리나라엔 삼성전자 등 세계적인 IT기업들이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저희 회사보다 가진 훨씬 엄청난 격차를 뛰어넘어 세계 최고가 됐지요. 저희 회사라고 못해 낼 이유는 하나도 없습니다. 저희는 IT강국에 걸맞는 세계 최고의 전자부품 기업이 될 겁니다." (사진=박문호 기자) 박창욱기자 pcwpcw88@money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