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촌화학의 주가는 농심홀딩스가 재상장된 2003년 7월 이후, 약 세 달이 지난 10월부터 본격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했다. 이는 보유하고 있던 농심의 지분을 처분함으로써 자산가치가 본격적으로 수익가치로 전환돼 기업가치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기 때문이다. 약 767억 원 상당의 특별이익이 2분기와 3분기에 나눠서 반영됐다.

이렇듯 지주회사의 계열사인 현실과 우량 자산의 수익가치화 등 율촌화학을 둘러싼 상황들은 하나의 그림을 완성시켜주는데 그것은 유입된 현금을 가지고 향후 배당을 더욱 올려줄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실제로 율촌화학은 2003년 이후로 주당 배당금 규모를 늘려 액면배당률이 2002년의 35%에서 작년에는 100%까지 증가했다.

하지만 율촌화학이 보유하고 있던 우량 투자자산을 처분함으로써 배당을 위한 재원을 마련했다지만 회사 자체가 지속적인 이익을 창출시켜 이를 통한 배당금 규모 증가라는 선순환을 이루는 것이 아무래도 바람직한 모습일 것이다.

사실 율촌화학의 영업이익률은 지난 1999년 18.5%를 기록한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추세다. 영업적인 측면에서 봤을 땐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은 게 사실이다. 작년 기준으로 율촌화학은 11.1%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고 있는데 영업이익률의 하락은 원자재 가격상승을 제품가격에 제대로 반영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주요 원재료인 PP 레진이 2003년만 해도 톤당 90만 원 수준이었으나 작년에는 톤 당 130만 원까지 상승한 바 있다. 현재는 약 120만 원/톤 수준을 예상하고 있다. 지난 7년 동안 제품가격을 전혀 인상하지 않았지만 2003년부터 원자재 가격이 폭등함에 따라 작년 1분기와 4분기에 각각 판매단가를 인상해 어느 정도 마진하락을 보전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무엇보다 영업이익률이 하락한 데에는 지속적인 투자에 따른 감가상각비의 반영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포장재 사업은 가격경쟁력이 우선 순위이다. 수많은 경쟁업체가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마진을 확보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하지만 율촌화학의 경우, 단순히 저가경쟁보다는 제품의 고부가가치화로 방향을 정했기 때문에 지속적인 투자를 실시해왔다. 주요 매출처인 농심의 라면제품들이 전반적으로 가격이 비싸짐에 따라 이에 걸맞는 용기를 만들 필요가 있다.

국내 최초로 만든 CPP필름과 전분용기가 대표적인 예인데 아직까지 국내에는 경쟁업체가 없다고 한다. CPP필름은 율촌화학이 연포장재(약 58.4% 매출비중) 다음으로 많이 생산하는 OPP필름보다 단가가 높은 고급제품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OPP필름이 연포장재의 원료로 사용되고 있음을 감안했을 때, OPP필름 대신 CPP를 투입하면 공정단계가 줄어들어 원가율이 개선되는 등 여러모로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한다.

율촌화학은 농심을 관계회사로 두고 있기 때문에 용기와 관련한 신기술을 개발하면 즉시 테스트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다른 경쟁업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리한 점이 많다. 하지만 매출액의 약 60%를 차지하는 연포장재가 신라면이나 새우깡의 포장재로 쓰이면서 농심에 대한 매출의존도가 약 90%로 편중돼 있는 점은 안정적인 성장은 가능하지만 매출처를 다변화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해 준다. 이에 따라 율촌화학은 다양한 용기들을 개발하면서 2000년 초 약 64%에 달했던 농심에 대한 매출의존도를 작년에는 약 60% 수준으로 감소시켰다.

현재 율촌화학의 상황은 농심홀딩스에게는 배당을 지급해야 하고, 한편으로는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지속적인 투자를 해야 하는 약간은 상반된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율촌화학이 보유 중인 태경농산(약 48.3% 보유)이나 메가마트(약 8.9% 보유)의 지분을 매각해 다시 한번 현금을 늘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본다. 현금화된 자산들은 배당금 증액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투자를 위한 재원으로도 쓰일 것이다.

비록 원자재 가격상승으로 인해 영업이익률이 많이 하락했지만 율촌화학이 향후 어떠한 개선의 변화를 이루어낼지 지켜보도록 하자.

양동선 sebian523@viptoz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