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 장기조정 돌입

[알고투자합시다]

컨테이너운임 마저도 하락반전 돌입

 

2004년 말부터 이미 하락세에 돌입한 BDI 지수(Baltic Dry Index, 건화물선 운임지수), 유조선 운임지수에 이어 컨테이너 운임지수도 2005년 상반기부터 추세반전이 시작되었다. 컨테이너 운임지수는 해운업황을 지지하는 마지막 보루 였다. BDI, 유조선 운임지수는 그 동안 2004년까지 이어진 호황기의 상승분을 거의 반납하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컨테이너운임지수 하락의 배경

 

컨테이너 운임지수는 그 동안 여러 차례 하락 가능성이 점쳐져 왔다. 그 이유는 2006년~2007년의 기간 동안 매년 15% 내외의 컨테이너 선박 투입이 예정되어 있는 반면, 물동량 증가율은 10%~12% 정도로 추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5년 들어서도 컨테이너 운임지수가 지속 상승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미국 서부해안의 정체현상 등으로 인해 실질 선박 증가율은 15%에 못 미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또한, 섬유쿼터제 폐지로 인해 중국발 의류 선적량 폭발 기대감이 크게 작용한 바 있다.

 

2004년, 미국 서부해안에서는 폭발적으로 증가한 아시아발 물동량을 처리하지 못하고 선박들이 항구 주변에 장기 대기하는 사태가 발생한 바 있다. 이러한 추세가 이어진다면, 묶여 있는 선박 때문에 실질 선박 공급량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또한, 안전상의 이유로 선박에는 Capa의 100% 만큼을 싣지 못하는 데, 이로 인해 실질 선박 공급량은 감소한다. 업계가 추정하는 15%의 컨테이너선 증가율은 조선소의 수주잔고를 통해 산출된 ‘상수’ 개념인데, 실질 증가율을 구하기 위해서 안전을 위한 빈 공간을 빼줘야 하는 논리는 상식적으로 맞는 이야기이기는 하다.

 

하지만, 2005년 들어서는 해안적체 현상이 발생하지 않고 있으며, 기대를 모았던 섬유쿼터제 폐지효과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정책 때문에 부분적으로 쿼터가 부활하는 바람에 기대에 못미치고 있다. 이 때문에 이해 당사자들의 심리가 냉각되어 운임 하락이 시작되었다. 운임도 주가와 마찬가지로 단기적으로는 ‘기대’에 따라 움직이는 경향이 있어, 결국은 운임추이가 하락 반전에 이르게 된 것이다.

 

어찌 되었건 이제 시장은 컨테이너 운임 하락을 대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이다. 업종 대표주인 한진해운의 경우 2006년 6%, 2007년 8%의 운임 하락이 점쳐지고 있다.

 

 

해운업황하락, 과거와 다른 점

 

과거 해운업황은 단기호황, 장기불황의 싸이클을 보여 왔으며, 해운사 실적의 골은 매우 깊었다. 하지만, 이번 싸이클은 불황기 보다는 조정기로 봐야할 만큼, 주변 환경이 과거와는 사뭇 다르다. 가장 다른 점은 세계경기에 의존하지 않는 ‘중국’이라는 구조적인 물동량 증가요인이 버티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관련 물동량은 최소한 베이징 올림픽이 열리는 2008년 까지는 연평균 10% 가까이 증가해서 세계 물동량 증가를 이끌 것이다.

 

원자재 관련 건화물선 및 유조선 물동량 보다는 특히 컨테이너 물동량이 견조하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및 아시아 개도국 발 미국향 공산품 수출 증가는 세계적인 아웃소싱 확대 경향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컨테이너 물동량의 강력한 버팀목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고유가로 인해 선진국의 소비경기가 급랭할 경우 물동량이 타격을 받아 해운업황이 더욱 침체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 또한, 섬유쿼터제의 사례에서 이미 겪었듯이 EU와 미국의 보호주의 무역 정책이 예상보다 강력해질 경우에도 업황에 타격을 가할 수 있다.

 

 

업종 대표주 한진해운

 

 

세계 5위의 컨테이너 선사인 한진해운의 주가는 상반기 이후, 줄곧 약세를 지속하고 있다. 실제 운임이 하락하기 이전부터 운임하락에 대한 우려감이 주가를 끌어내린 바 있고, 차익실현도 더해진 것으로 판단된다.

 

과거 한진해운은 높은 금융비용과 강도높은 싸이클의 진폭으로 인해, 업황 하락기에 대규모 적자가 발생하곤 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싸이클의 진폭이 심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2,500억원에 달하던 이자비용은 2005년에는 900억원대로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2005년 말 예상 부채비율 : 227%)

 

또한, 골치덩이였던 자회사 독일 Senator 해운(지분율 80%)이 올해부터 자본잠식에서 벗어나 지분법평가이익을 안겨줄 것으로 보여 긍정적이다.

 

여기에 톤세제 실시로 인해 이익규모 자체가 업그레이드된 바 있다. 운임 폭락, 유가 급등과 같은 심각한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 톤세제는 해운사에 득이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우호적인 외부 환경 때문에 운임, 유가, 환율, 물동량 등 주요변수가 극도로 불리하게 움직이지 않는다면, 최소한 2007년 까지는 3,000억원 이상의 당기순이익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업황은 불리하지만, 저평가 관점에서 접근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현재 2005년 예상 배당수익률 5%대, 2005년 예상 실적 기준 PER 3.3배, PBR 0.8배에 불과하다.

 

 

현대상선

 

 

현대상선은 한진해운에 비해 상대적으로 컨테이너 수송 비중이 낮아 업황 하락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 현대상선은 2005년~2006년 총 1조원의 선박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데, 이로 인해 한진해운에 버금가는 선대를 갖추고, LNG 수송에 대한 지배력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업황 하락기의 대규모 투자는 재무구조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고, 36.9%의 지분을 보유한 현대아산 관련 불확실성도 리스크이다.

 

절대적인 벨류에이션도 2005년 예상 순이익 기준 PER 4배로 한진해운에 비해 높은 편이며, 보다 보수적인 접근이 요구된다.

 

 

박성빈 sb80@viptooz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