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IR-두분 다 잘해드릴게요

GIIR(구LG애드)는 광고업계 1위인 제일기획을 늘 추격하고 있었다.

하지만 삼성전자, 삼성물산등 국내최고의 그룹사를 등에 업은 제일기획을

LG전자, LG건설의 후광으로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만년2등의 신세에서 벗어나는 것은 감히 상상하기 어려웠다.

지금은 2위의 자리에서도 점점 더 위축되고 있다.

LG그룹과 계열분리되면서 LG전자로부터의 광고수주가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전체 수주물량의 80%에 육박하던 LG그룹사 광고가

70%대 초반까지 떨어진 것이다.

이제 더이상 확실했던 밥그릇이 없어진 셈이다.

고정된 밥그릇을 어느정도 양보하는 대신에 GIIR은 다른 밥그릇을 찾아나섰다.

우리나라 광고시장은 '1업종 1광고주'라는 관행상의 원칙을 철저히 지키고 있다.

아마도 재벌기업들이 다양한 업종마다 저마다 진출해있는 구도때문인듯 하다.

현대차를 광고하는 대행사가 쌍용차를 광고할수 없는 것은 거의 상식이다.

GIIR은 재벌그룹사에서 독립해 독자적인 광고그룹(지주사형태)을 형성하였다.

또한 GIIR자체가 WPP라는 세계1위 광고그룹의 일원이 되었다.

재벌그룹의 안전한(?) 우산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광고그룹이 되었다는 것은

'1업종 1광고주'의 원칙을 깨고

두분 다 잘해드린다는 복수광고주 영업을 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GIIR은 자회사를 통해 LG애드가 GS건설을,

엠허브가 대우건설을 광고주로 영입하고 있다. 

또한 LG애드가 외환은행을, 원더맨코리아가 CITI은행을 맡고있다.

시각을 좀더 넓혀보면,

WPP그룹의 일원인 제이워터톰슨이 삼성전자의 글로벌마케팅을 맡고있고,

마찬가지로 WPP그룹의 일원인 GIIR이 자회사인 LG애드와 WTL, 연지맹을 통해 LG전자의 마케팅을 대행하고 있다.

'1업종내 복수광고주' 영업을 이미 하고 있는 것이다.

(일례로 WPP그룹은 코카콜라와 펩시의 마케팅을 동시에 대행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과실이 모두 WPP그룹에게만 돌아간다면

GIIR이 얻는 것은 생각보다 그리 크지 않을수도 있다.

하지만 재벌그룹사 구도하의 단수광고주영업에서 벗어난 복수광고주 영업은

LG전자로부터 잃는 부분보다 점진적으로 더 많은 것을 얻을 것이라 기대된다.

또한 WPP로부터의 선진적인 경영기법의 전수는

단순한 광고대행사에서 한단계 도약하여

홍보, 마케팅조사, 엔터테인먼트, 컨설팅을 아우르는 종합적인 서비스회사로 발전할 기회가 된다.

현재 GIIR의 자회사들(LG애드, 원더맨코리아, 알키미디어, WTL, 엠허브, 더블유브, 주머니이엔티, 프레스라인등 11개사)중 만족할만한 실적을 보이는 기업은 LG애드밖에 없다.

선뜻 투자에 나서기가 꺼려지는 부분이며 또한 LG애드의 단기적인 실적악화가 걱정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WPP그룹과의 co-work이 어떻게 가시화되는지,

그러한 선진적인 노하우가 GIIR의 자회사들로부터 어떻게 발현되는지를

지켜본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