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가치의 수익가치 전환이 중요

[주주이익]롯데제과

양동선 05.11/17 20:42 조회 5267 누적점수: 0

롯데제과는 약 1조7,000억 원의 시가총액으로 국내 제과업계의 “황제”다.

경쟁업체인 오리온이 약 1조3,700억 원이고, 크라운제과가 약 2,009억 원인 것에 비하면 롯데제과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매출규모 역시 롯데제과가 최근 4분기 기준으로 약 1조1,100억 원인 반면에 오리온이 약 5,200억 원, 그리고 크라운제과가 약 3,080억 원 수준이다.

제과업계의 시장점유율 역시 시가총액과 매출규모 순으로 서열이 정해졌다. 하지만 올해 초 업계 4위였던 크라운제과가 롯데제과의 전통의 라이벌이었던 해태제과를 인수하는 초유의 사건이 발생해 서열이 재편성될 수 있다는 일말의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는 분명히 업계 1위인 롯데제과에게 강력한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사건임이 분명하지만 롯데제과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 왜냐하면 현재 벌어지고 있는 해태제과의 장기파업에서 알 수 있듯이 크라운제과의 조직관리 능력이 그다지 강력하지 못해 향후 두 기업 간의 시너지 효과가 가시화될 지 불확실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알다시피 롯데제과는 제과업계의 선발주자가 아니다. 1967년 4월에 설립됐는데 최초의 민족자본으로 설립됐다는 해태제과(1945년 설립)는 제외하더라도 오리온(1956년 7월 설립)과 크라운제과(1947년 영일당제과가 모태)보다도 후발주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에 진출한지 10년 만인 1978년에 건과시장에서 정상에 오르고, 빙과시장 역시 후발주자로 들어왔으나 10년 만에 업계 1위에 올라 제과시장을 평정했다.

다른 경쟁업체들보다 전통의 깊이(?)는 얕더라도 브랜드 파워의 임팩트가 큰 제품군들을 골고루 보유하고 있는 강점이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품목이 자일리톨껌과 설레임이다. 자일리톨껌은 단순히 씹기만 한 기호식품 기능에 국한돼 있던 껌의 영역을 치아를 보호해 주는 기능성 식품의 영역으로 차별화시킨 대표적인 품목이다. 2000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누적 매출규모가 약 6,800억 원에 달한다.

빙과부문에서는 단연코 설레임이 독보적이다. 설레임은 업계 최초로 한 달 만에 매출액이 100억 원을 돌파한 빙과업계의 반도체로 불리는 제품인데 놀랍게도 시장에 출시된 지 2년이 조금 지났을 뿐이다. 빙과업계에는 10년 이상이나 된 수많은 장수제품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출시된 지 2년 밖에 안 된 제품이 월 매출 100억 원을 돌파한 것은 분명 굉장한 일이다.

이는 롯데제과가 항상 강조하는 일관된 성장전략에 기인했기 때문이다. 즉, 제과업종은 저성장산업이라는 일반적인 인식과는 달리 롯데제과는 이러한 인식을 받아들이는 것을 거부했다. 다시 말하면 성장할 수 있는 여지는 어디에서든 충분하다는 논리인데 바로 제품과 시장을 통해서 가능하다는 것이다.

소비자의 욕구와 니즈를 충분히 반영한다면 기존의 제품과는 차별화된 제2의 자일리톨과 설레임이 나올 수 있다는 말이다. 국내 제과시장이 인구구조의 변화에 따른 어린이 계층의 비중이 줄어든다 할지라도 연령대별로 차별화한 제품을 출시한다면 분명히 성장모멘텀을 발굴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롯데제과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제과업체들은 일반적인 me-too 제품이 보편화된 국내 시장에 집중하기 보다는 해외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롯데제과는 1969년 껌의 해외수출을 시작으로 해외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작년에 약 950억 원 상당의 해외매출을 기록했는데 이는 2003년의 약 640억 원 보다 약 50% 이상 증가한 수치다. 주력 시장은 인도와 중국이다.

올해에는 Chindia(중국과 인도시장)의 괄목할 만한 내수성장에 힘입어 2004년보다 약 70% 증가한 1,600억 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롯데제과는 시간이라는 무형자산의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일반적인 Green Field 방식(직접 현지의 초원을 매입하여 공장부지로 터를 닦은 다음 공장을 세우는 시장진출방식)에 의한 현지시장 진출보다는 현지 업체들을 직접 인수하는 방식으로 글로벌 시장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이미 작년 5월에 인도 재벌그룹인 무루구파의 계열사인 패리스 제과를 인수하면서 인수 당해 약 300억 원의 매출을 달성한 바 있다. 올해에는 약 450억 원의 매출이 예상된다. 중국 시장 역시 청도의 금호식품유한공사를 인수하면서 제품 품목 수와 판매루트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1위의 내수시장 점유율과 공격적으로 강화하고 있는 해외시장 진출가속화는 롯데제과의 안정적인 수익성에 기여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롯데제과가 부각되고 있는 데에는 롯데제과가 12.37% 보유하고 있는 롯데쇼핑의 상장가능성 때문이기도 하다. 롯데쇼핑은 이마트를 앞세워 승승장구하고 있는 신세계에 필적할 만한 유통의 명가로 롯데백화점을 보유하고 있는 우량회사다.

현재 롯데쇼핑의 장부가가 약 56억 원으로 잡혀있지만 롯데쇼핑 상장 시 롯데제과가 보유하고 있는 롯데쇼핑의 평가액은 무려 6,000억 원 이상으로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대한 자산가치의 부각이 최근 롯데제과의 주가상승을 견인하고 있지 않나 판단된다.

하지만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은 아무리 우량한 자산가치를 보유하고 있더라도 이를 수익가치로 전환하지 않으면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는 사실이다. 롯데쇼핑이 상장된다고 해서 롯데제과가 롯데쇼핑의 지분을 매각할 지 그 가능성은 거의 희박하다고 판단된다.

롯데제과의 주주이익은 지난 2002년 이후 하락하고 있다. 이는 아무래도 롯데제과가 강점을 갖고 있었던 직판조직의 영향력이 대형할인점들이 대세를 이룸에 따라 감소하면서 순이익이 축소한 데에 따른 영향 때문이다.

또한 자일리톨껌의 영향력 역시 일명 짝퉁 제품들이 범람하면서 감소함에 따라 순이익기조가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물론 작년의 경우, 부실계열사인 코리아세븐과 관련한 손실을 모두 반영함으로써 손실의 폭이 크게 증가한 영향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인상적인 점은 롯데제과는 동 기간 동안 약 400억 원의 감가상각비 수준에서 CAPEX를 집행해 왔다는 사실이다. 내년 롯데쇼핑의 상장에 따라 롯데제과의 기업가치가 어떻게 변할 지 관찰하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양동선 sebian523@viptooz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