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인프라코어, 곰의 행보가 시작됐다

[현장스케치]

얼마 전, 중국 상해에 머무른 적이 있었다. 상해는 도시 전체가 개발 중이었다. 특히, 황포강을 중심으로 고층 빌딩과 아파트 건설은 그 규모부터 달랐다. 개발이 한창인 상해 거리를 거닐면서 반가운 브랜드를 볼 수 있었다. 바로 굴삭기에 붙어 있는 ‘DEAWOO’라는 로고였다. ‘DEAWOO’ 굴삭기는 국내는 물론 중국 내 굴삭기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세계 시장에서도 점유율 6%로 4위에 올라있다. 매출의 22%를 차지하고 있는 공작기계 부문도 세계 시장 점유율 3위를 기록하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의 한계를 뛰어 넘어 세계시장에서 강한 경쟁력을 나타내고 있는 두산인프라코어(구 대우종합기계)를 찾아가 보았다. 

 

두산인프라코어 본사는 동대문 두타빌딩에 위치해 있었다. 두타빌딩에는 주)두산과 삼화왕관, 두산인프라코어가 자리 잡고 있다. 주)두산과 아래 위층을 사용하면서 두산그룹의 직접 지휘/통제를 받고 있다. 주인이 생긴 (구)대우종합기계 임직원들은 열정을 가지고 두산그룹에 적응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1937년 잠수함 공장을 모태로 1976년 대우중공업으로 편입 뒤, 1994년 조선업 합리화 정책에 의해 대우조선과 대우중공업이 되었다. 1999년 대우 사태 이후 대우종합기계로 분할하였고 2005년 4월에 두산중공업에 인수되었다. 2004년 말 기준, 매출 비중은 건설기계 33%, 공작기계 14%, 산업차량 18%, 엔진13%, 방산 및 기타 22%를 차지하고 있다. 수출과 내수 비중은 각각 5:5로 동일하며 지역별로는 유럽 29%, 미주 20%, 중국이 26%를 차지하고 있다. 굴삭기의 국내 점유율은 44%, 중국시장 점유율은 20%로 M/S 1위를 유지하고 있고 세계시장의 M/S는 9%로 4위의 점유율을 기록 중에 있다. 공작기계 내수 점유율은 28%이고, 세계 시장 점유율은 14%로 2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건설 장비 사업

 

두산인프라코어의 건설 장비(굴삭기, 지게차, 휠오더 등)의 국내 시장점유율은 45%, 중국 시장 점유율은 20%로 각각 1위의 차지하고 있다. 우수한 자체 설계 능력과 높은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에 빠르게 진출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유럽시장 매출이 40% 증가한 2억유로(약 2,400억원)에 달해 유럽 시장에서 높은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다. 

 

이는 1990년의 유럽시장 진출 이후 관리, 마케팅 능력의 지속적 향상되었고, 2004년 프랑스 이탈리아의 딜러망 50% 가량 증가(프랑스, 이탈리아 딜러망은 전체 유럽 매출의 30% 차지함)하였고, 주문 증가에 따른 재고 수준 확대에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미국시장에서 역시 올해 시장 성장률보다 높은 15%의 매출 증가를 예상된다. 

 

이 두 시장에서 두산인프라코어가 갖는 장점은 동일한 품질에 가격은 10%~20% 가량 저렴하다는 점이다. 15년이라는 장기간 동안 보수적인 소비자들 사이에서 시장점유율을 높여온 두산인프라코어의 점유율 확대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최근 세계적 화두로 등장한 중동 지역 매출은 2004년에 최초로 영업소를 개설하여 지난 해 500대를 판매한 데 이어, 2005년에는 상반기에만 총 880대를 판매하였다. 중동 지역 점유율은 10%로 CAT, 고마츠에 이어 3위를 기록 중인데 이는 두산중공업과의 시너지 효과가 일정 부문 작용한 결과다. 

 

중국 굴삭기시장에서도 판매대수가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순수 중국시장 판매가 올해 4월 900대 수준까지 회복되었고, 5월 600여대, 6월 400여대로 지난해 하반기 200대 수준에서 벗어나기 시작하였고, 올해 하반기에도 400대 수준 유지가 가능할 전망이다. 중국 시장은 두말할 나위 없이 성장잠재력이 매우 큰 시장이다. 중국 점유율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어 중국 시장에서의 꾸준한 매출은 이어질 전망이다.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공작기계

 

지난 해와 올 상반기 두산인프라코어 매출 증대의 가장 큰 요인은 미국시장과 유럽시장에서의 공작기계 매출 확대였다. 공작기계부문의 성장은 세계적 굴삭기 수요 증가와 더불어 또 다른 성장 축으로 작용하고 있다. 공작기계 사업부는 2004년 전체 매출의 14%로 건설 기계 매출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으나, 올 해는 건설기계 매출의 2/3 수준으로 성장할 것이 전망된다. 

 

 

주목할 점은 이 같은 공작기계 사업부의 성장은 현재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일본 공작기계 업체와 동등한 수준에 이른 제품 경쟁력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5년 전인 2000년 당시 두산인프라코어의 제품가격은 일본선도업체 대비 15~25% 낮은 수준이었고 그만큼 제품 품질 격차도 존재했다. 그러나, 최근 가격 차이는 5% 수준으로 좁혀졌고 품질 역시 동일한 수준으로 올라선 것으로 파악된다. 가격 상승을 동반한 점유율 확대는 두산인프라코어 공작기계의 제품 경쟁력과 회사에 대한 신뢰도 상승을 단적으로 보여준 다고 볼 수 있다.

 

세계 시장에서의 점유율 확대는 97년 이후 2년에 한번씩 실시하고 있는 DIMF(Daewoo International Machine Tools Fair)에서 꾸준히 신제품을 선보임으로써 해외 고객, 딜러 및 국내 고객들로부터 기술력과 제품에 대한 신뢰를 확보했기 때문이라는 담당자의 설명이다. 지난해와 올해 공작기계 매출 증가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2003년, 2004년 출시된 제품군에 대한 딜러와 고객의 우수한 평가 때문이었다. 2005년 5월 이미 개최 되어 신제품을 선보였던 전시회는 2006년과 2007년 매출 증가로 이어질 전망이다.

 

고 마진 사업부인 공작기계의 매출 증대는 영업이익률 증대로 이어진다. 현재 중국 내 공작기계 매출 중 30%(약 300~400대) 가량만을 중국 현지에서 생산하고 있으나, 중국 공장의 설비증설을 통해 올해 말에는 생산능력을 연간 1000대까지 증가시킬 계획인데 이는 한국으로부터의 공작기계 SKD (Semi-complete Knock Down) 부품 수출 본격화를 의미한다. 일반 굴삭기 마진의 3배 가량에 해당했던 CKD 수출이 2004년 상반기까지 이익률 상승을 주도했듯이 2006년에는 공작기계 SKD 수출이 마진 상승요인으로 작용하며 최고의 영업이익률이 달성이 가능 할 것으로 예상된다. 

 

2006년 이후 영업이익률 증가 예상

 

두산인프라코어는 2005년을 기점으로 수출금액의 내수 판매 금액 추월, 유럽과 미국시장 매출의 중국 매출 추월, 공작기계 매출 성장률의 건설기계 매출 성장률 추월이라는 세 가지의 큰 변화가 나타나고 있음에 주목할 필요다 있다. 마진율이 좋은 공작기계의 매출 증가는 이익률 증가로 이어지고, 여기에 따르는 SKD 매출 증가는 마진율 상승에 크게 일조를 할 것으로 예상되어 8% 이상의 영업이익률은 지속 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지난해 두산공정기계중국유한회사(중국 굴삭기 생산, 판매 법인)가 막대한 대손충당금 설정(합병전 모든 예상 손실 비용으로 처리, 완전 클린화)으로 적자를 기록했으나, 올해 들어 흑자로 전환해 두산인프라코어의 중국자회사로부터 지분법 평가이익은 상반기중에만 130억원에 달했다. 미국법인으로부터의 본격적인 지분법 평가이익 인식 시작 등으로 인해 2005년 연간 지분법 평가이익은 4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리스크 요인

 

두산인프라코어는 2015년 매출 15조 영업이익률 10%라는 당찬 비젼을 제시하였다. 이를 위해, 각 사업분야와 관련된 기업을 공격적으로 M&A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위해서는 차입이 필요하고, 이는 자칫 부담으로 다가올 수가 있다. 또한, 두산그룹 차원에서의 부의 이동이 있을 수 있는 점은 리스크 요인이다.  

 

김세훈(acc1@hanafo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