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광, 화인캐피탈 지분가치 '주목'

[버핏처럼 생각하라]

박성빈 05.11/01 18:12 조회 2711 누적점수: 0

안정성+자산가치, 그러나 예측가능성 부재는 가장 큰 할인요인

[버핏처럼 생각하라] 선광

★ 탐색작업

→ 소비자들이 쉽게 접할 수는 없지만, 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며 꾸준히 돈을 벌고 있는 회사들이 있다. 선광도 그런 류의 회사이다. 인천항에는 15개의 하역업체가 있는데, 선광은 대한통운, 한진에 이어 인천항만 3위의 하역업체이다.

주력 분야는 곡물 하역이다. 항만하역 사업은 큰 폭의 성장은 없지만, 별다른 리스크 없이 안정적인 영업이 가능하다는 점이 매력이다. 선광의 경우에도 매출액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영업이익률은 10% 내외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국내 항만의 처리실적은 2004년에 4.8%의 성장을 보였으며, 일반적으로 GDP 성장을 상회하는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선광의 영업무대인 인천항은 2002년 이래로 취급량이 소폭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자연항이 아닌 내항 위주의 구조로 인해 선박의 효율적인 출입이 어렵기 때문으로, 상당 부분의 물동량이 평택항으로 이전된 상태이다.

인천 항만은 이러한 문제점을 직시하고 현재 외항 개발사업을 진행 중에 있어, 물동량 증가는 시간 문제일 것으로 판단된다. 이미 인천 남항 컨테이너 터미널은 지난 7월 개장하여 처리량을 순차적으로 늘려가고 있다. 따라서, 인천 신항에도 자리를 잡은 선광 역시 물동량 증가의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선광은 하역사업 외에도 해사채취사업을 하고 있는데, 경기도 지역 1위 업체이다.

인천, 경기 지역에는 8개의 해사업체가 있으며, 단위부피당 부가가치가 낮아 지역별 영업이 불가피한 비즈니스인데, 선광은 자금력 및 하역사업기반을 통해 꾸준히 점유율을 확대해왔다. 육상골재의 고갈로 인해 선광은 경기도 지역 1위 업체로서 가격 결정력을 쥐고 있으며, 직접 채취한 해사를 세척하여 판매하는 데 있어 영업이익률은 25%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해양 생태계 파괴라는 문제가 수반되기 때문에 환경부의 규제를 받고 있으며, 부족분은 북한산 모래를 수입하여 충당하고 있다. 북한산 모래 판매의 영업이익률은 12% 수준으로 추정된다. 해사 사업은 규제 여부, 건설업으로부터의 수요 등에 따라 단기 실적 변동이 있을 수는 있지만, 하역사업과 마찬가지로 매출 및 수익성의 안정성이 돋보이는 사업이다.

★ 지속적 경쟁우위를 가진 제품이나 서비스를 파는가, 아니면 가격경쟁형 제품이나 서비스를 파는가?

→ 선광이 영위하는 하역사업, 해사사업 모두 ‘선점효과’가 경쟁력으로 작용하는 비즈니스이다. 하역사업의 경우 한정된 항만 부지에 하역 설비 및 적하장이 확보되어 있어야만 영업이 가능하고, 그 동안 거래해온 물류 업체들과의 신뢰관계도 중요하다.

따라서, 새로운 경쟁자의 등장은 어렵고, 기존 업체들 간에 안정적으로 물량을 나누어 먹는 시장이다. 물론, 인천항의 경쟁력이 급속히 약해져서 물동량이 지속적으로 감소한다면 선광에게도 리스크이겠지만, 중국 및 수도권과의 접근성을 고려할 때 인천항의 하역 처리량은 꾸준히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해사사업 역시도 환경부의 허가, 지자체로부터의 광구확보, 채취선확보, 해사세척시설확보, 적하부지확보 등이 강력한 진입장벽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신규 경쟁자의 진입이 매우 어려운 사업이다. 이러한 진입장벽 덕분에 선광은 가격경쟁에서 한 발짝 떨어져서 안정적인 이익률을 유지할 수 있다.

★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해할 수 있는가?

→ 직접 항만에 나가보지 않는다면 눈으로 확인할 수는 없지만, 대략 머리 속으로도 어떤 일을 하는 지 쉽게 떠올릴 수 있으며, 수출입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분야임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직접 인천항에 나가본다면 부지 확보 등 선점 효과가 얼마나 큰 진입장벽인지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 재무구조가 안정적인가?

→ 2005년 2분기 말 현재 부채비율 77%, 유동비율 94%, 당좌비율 79%로 수치상으로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은 모습이다. 하지만, 이는 최근에 성장을 위한 신항만 투자가 진행중인 영향이 크고, 안정적인 영업을 통해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기 때문에 리스크라고 하기는 어렵다.

또한, 선광은 화인캐피탈의 지분을 17.88% 보유하고 있는데, 화인캐피탈은 다시 한국개발금융의 76.5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개발금융은 부실채권 인수 등을 통해 2004년의 경우 50%의 ROE를 시현한 바 있는 우량 투자 회사이다. 다만, 앞으로도 계속 이러한 추세를 이러갈 수 있을 지는 불투명 하기 때문에, 투자처를 찾아 헤매는 3,000억원 짜리 현금 덩어리라고 표현할 수 있다. 이들 회사의 경영에는 심장식 씨 등 선광의 오너 일가가 깊이 관여하고 있는데, 그동안 보여준 투자 수완을 감안할 때 낙관적인 기대감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어쨌든, 한국개발금융 및 화인캐피탈의 적정 벨류에이션을 실질 순자산 가치 대비 PBR 0.6배 수준이라고 가정할 경우, 선광이 보유한 관련 지분가치는 544억원, 주당 8,400원에 이르고 있다. 화인캐피탈 및 한국개발금융은 사실상 현금으로 이루어진 회사이지만, 선광의 지배력이 미치지 않고 오너 일가에 의해 움직인다는 점과 예측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감안하여 실질가치 대비 40% 할인을 해 준 것이다. 적정 할인율에 대해서는 투자자의 시각에 따라 큰 차이가 날 수 있으므로, 주의를 요한다.

★ 수익력이 강하고 상승 추이를 보이고 있는가?

→ 지난 15년간의 자료를 토대로 볼 때, 안정적인 수익력 및 상승 추이를 확인할 수 있다

★ 능력 범위 안에서 자본을 배치하고 있는가?

→ 선광의 타법인출자현황을 보면, 화인캐피탈 관련 투자를 제외하고는 항만 관련 투자가 전부이다.

★ 자사주를 매입하는가?

→ 선광은 주가안정 차원에서 3% 수준의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는데, 유동성 문제를 고려하여 추가적인 매입계획은 없다. 따라서, 매력적인 주주정책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 경영진이 유보 이익을 활용해서 주당순이익을 높이고 주주가치를 증진시키고 있는가?

→ 선광의 1990년부터 2004년까지의 주당순이익의 합은 19,729원이며, 이 중 2,215원은 현금배당으로 주주에게 돌려주었으며, 17,514원은 내부 유보했다. 이 기간 중 주당순이익은 310원에서 3,584원으로 3,274원 증가했다. (화인캐피탈 관련 지분법평가이익이 포함된 수치)

3,274원의 주당순이익 증가는 선광이 가진 지속적 경쟁우위와 동 기간 동안 내부 유보한 17,514원을 투자한데서 나온 것이다. 17,514원의 내부유보를 통해 3,274원의 추가적인 이익을 만들어냈으므로 내부유보수익율은 19%이다. 내부유보수익률은 높게 나오는 편이지만, 사실상 2002년부터 반영된 화인캐피탈 지분법평가이익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본 사업 부문에서의 이익 증가는 크지 않았다. 이는 뒤집어 본다면, 하역사업은 경쟁력 제고 노력이 크게 필요치 않을 뿐만 아니라, 평균 이상의 노력을 투입한다고 해도 개선의 여지가 크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 ROE가 평균 이상인가?

→ 선광의 ROE는 화인캐피탈 지분법평가이익이 반영되기 시작한 2002년부터 급격히 개선되어 2004년에는 18.1%에 달해 평균 이상의 수준을 보이고 있다. 올해부터는 지분법평가이익 반영이 중단됨에 따라 재차 낮은 수준의 ROE로 돌아갈 것으로 보이지만, 실질이 아닌 회계상의 변화에 불과하다. 다만, 본 사업영역 만으로는 평균 이상의 ROE 달성이 어렵다는 점은 버핏이 생각하는 매력적인 기업의 요건에서 벗어난다고 할 수 있다. 그동안의 추세로 보았을 때, 하역 및 해사 사업만으로는 금리를 약간 상회하는 수준의 ROE 정도가 한계인 것으로 판단된다.

★ 인플레이션에 따라 가격을 자유롭게 올릴 수 있는가?

→ 하역사업의 경우 하역업체들이 갑의 위치에서 가격을 조정하는 입장은 아니다. 선진국 항만의 경우에는 하역업체들이 갑의 위치에 있는 것이 일반적인데, 우리나라도 점진적으로 이러한 방향으로 변화하지 않을까 예상된다. 하지만, 지금도 인플레이션 정도의 하역비 인상은 시간차를 두고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크게 우려할 바는 아니다. 또한, 해사사업의 경우에는 국내 육상골재 공급 부족으로 인해 적극적으로 가격 인상이 가능한 구조이다.

★ 공장이나 기계를 최신식으로 유지하기 위해 대규모 자본지출필요한가?

→ 하역 및 해사사업은 설비산업인 관계로 만만치 않은 수준의 CAPEX(Capital Expenditure)가 필요한 사업이다. 일상적인 유지, 보수 투자는 연간 50억원 수준이며, 이 부분은 감가상각비와 상쇄되는 수준이지만, 최근 인천 신항 및 군산, 평택 항 투자가 집중되면서 2004년에는 300억원 이상의 투자가 집행되었다. 하지만, 이를 통해 60% 이상의 처리량 증가가 기대되며, 향후 안정적인 매출이 발생하게끔 하는 진입장벽을 구축하는 의미이므로 투자효과가 확실한 안전한 투자로 분류할 수 있다.

CAPEX의 필요로 인해 주주이익이 그다지 매력적인 수준이 아니며, 굴곡이 있다는 점은 분명 할인 요소이다. 하지만, 최근의 대규모 CAPEX로 향후 주주이익의 점프 업이 기대된다는 점은 위안이 된다.

★ 탐색작업의 결론 : 버핏이 선호할만한 기업인가?

→ 세상의 주목은 받지 못하지만, 진입장벽을 갖추고 안정적인 영업이 가능하며 경제가 돌아가는 한 반드시 필요한 사업을 한다는 점은 버핏이 좋아할만한 점이다. 또한, 최근의 신항 개발처럼 성장의 모멘텀을 통해 계단식 성장이 가능하기 때문에 인플레이션 이상의 성장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반면에, 강력한 경쟁우위의 부재, 주주이익을 갉아먹은 CAPEX의 필요, 본사업만으로는 높은 ROE 달성 불가능 등은 매력을 반감시키는 요소이다.

선광의 오너 역시 이 점을 인식하고, 선광의 유보 현금을 화인캐피탈에 대한 투자에 사용하여 지금까지는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버핏이 회사를 인수하여 잉여현금흐름을 자신의 투자 수완을 발휘하는데 활용했던 것에 비유할만 하다.

선광의 장, 단점을 모두 고려할 경우, 버핏이 두 손 들고 환영할만한 기업은 아닐 지 몰라도, 적당한 가격에 나온다면 통째로 사버릴만한 회사라고 판단된다.

★ 가격분석 : 현재 주가에 매수해도 되는가?

선광의 기업가치는 상당부분 화인캐피탈 지분 가치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 그 동안 그랬듯이 화인캐피탈이 한국개발금융을 통해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다면, 동 지분가치는 위에서 제시한 주당 8,400원 이상이 될 수도 있다. 반면에 신규 투자처를 찾지 못해 순자산을 키우지 못하거나 투자 손실을 겪는다면, 동 지분가치는 형편없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따라서, 화인캐피탈의 미래에 대해 합리적인 추정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그 동안 여타 기업에 적용해왔던 ㄱ) 초기투자 수익률과 국채와의 상대적 가치를 이용한 벨류에이션, ㄴ)채권성 주식으로서의 벨류에이션, ㄷ)연간 주당순이익 증가율을 이용한 벨류에이션 등의 가격 평가 모델은 큰 의미가 없다고 판단된다.

다만, 선광의 하역사업, 해사사업 관련 투자 현황 및 투자로 인한 효과 등을 감안하여 2007년 까지의 본사업부문 주당가치를 추정해 보면, 2006년 말 기준으로 7,000원 선인 것으로 판단된다. 가치 산정에 적용한 적정 PER은 사업의 안정성 및 저성장성을 감안하여, 시장평균(10.7배) 대비 25% 할인한 8배를 적용했다. 물론, 다른 관점을 가진 투자자라면 더 높게, 혹은 더 낮게 적용해야 할 것이다. 또한, 시장평균 대비 상대적 방식의 벨류에이션이므로 지수 변동에 예민하게 반응할 수 있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