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기획, '이제는 세계를 무대로'

[버핏처럼 생각하라]

★ 탐색작업

 

→ 우리는 광고의 홍수 속에서 숨을 수 없다. TV, 라디오, 인터넷, 길거리 등 어디에서나 광고는 넘쳐난다. 광고를 제작하고 매체대행을 해주는 광고업은 전형적인 지식산업으로서, 사무실과 사람만 있으면 장사를 할 수 있다.

 

즉, 대규모 CAPEX(Capital Expenditure)가 필요 없다는 점이 광고업의 가장 큰 매력이다. 벌어들인 돈은 차곡차곡 현금으로 쌓여, 재무구조가 우량하고 배당여력이 높다. 제일기획은 국내 광고시장 점유율 25%의 1위 광고대행사로, 2위권인 엘지애드 및 대홍기획 점유율의 두 배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제는 국내를 넘어 세계 시장으로의 진출을 준비 중이다.

 

★ 지속적 경쟁우위를 가진 제품이나 서비스를 파는가, 아니면 가격경쟁형 제품이나 서비스를 파는가?

 

→ 광고업은 사람이 핵심인 비즈니스이다보니, 다른 어떤 산업보다도 인력의 질과 인적 네트워크가 중요하다.

 

인력의 질은 광고의 Creativity를 결정하는 요소이며, 광고주로 하여금 자사를 선택하게 만드는 핵심역량이다. 광고주 입장에서 비용이 많이 드는 부분은 제작보다는 매체수수료이기 때문에, 제일기획이 다소 비싼 제작비를 제시하더라도 Creativity만 보장된다면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다.

 

제일기획은 안주하지 않고, 해외 광고계의 스타급 인재를 적극 스카우트하고 있으며, 선진 광고기법 연구 및 리서치 역량 강화에 앞장서고 있다. 따라서 향후에도 단순히 덩치 큰 거인이 아닌, 실력으로 말하는 일인자의 위치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인적 네트워크는 영업력을 좌우하는 요소이다. 제일기획은 삼성그룹을 든든한 배경으로 두고 있어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특히 국내 최대의 광고주인 삼성전자가 경기와 무관하게 일정 물량 이상을 주기 때문에, 실적의 안정성이 보장된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삼성그룹 내에서도 제일기획은 삼성전자, 삼성물산 다음으로 세계적인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러한 경쟁력은 적어도 국내 시장에서 만큼은 지속적으로 유지될 것으로 보이고, 이제 관건은 해외시장에서 제일기획이 얼마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느냐에 있다.

 

★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해할 수 있는가?

 

→ 광고대행사라는 비즈니스를 처음 접하면 약간 생소할 수도 있다. 광고대행 비즈니스를 간략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광고대행사는 인적 네트워크나 경쟁 PT를 통해 광고주를 영입한다.

 

2.       광고제작에서 대략 20% 수준의 이익을 남긴다. 멋드러진 TV 광고 한 편에 대한 제작단가가 10억원이라면, 10억원 매출에 2억원 정도의 영업이익 기여가 발생하게 된다.

 

3.       제작된 광고를 TV 등 매체에 뿌려주고 수수료를 받는다. 대표적인 광고매체인 공중파 TV의 경우, 단가의 11%를 매체대행수수료로 수취한다. 사실상 아무런 원가 없이 수수료만 챙기는 구조이기 때문에 매우 매력적이다. 어떤 광고주가 9시 뉴스 앞에 광고를 틀기 위해 연간 100억원을 지출했다면, 광고대행사는 수수료인 11억원을 매출액으로 인식하며, 원가가 없기 때문에 11억원 전부가 영업이익에 기여하게 된다.

 

 

 

★ 재무구조가 안정적인가?

 

→ 2005년 2분기 말 현재 2,500억원 수준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향후 역량 있는 해외 소형 광고사 인수에 쓰일 것으로 예상된다. 부채비율은 106%로 낮지 않는데, 이자발생부채는 전무하고, 영업관련 부채이기 때문에 문제될 것은 없다.

 

★ 수익력이 강하고 상승 추이를 보이고 있는가?

 

→ 지난 15년간의 자료를 토대로 볼 때, 안정적인 수익력 및 상승 추이를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이익규모가 2000년 이후 정체를 보이고 있는 모습은 부정적이다. 특히 2002년 이후 내수침체로 인해 이익규모가 게걸음을 하고 있는 모습에서 향후 성장성에 대한 의문을 품을 수도 있다. 이러한 문제점은 점진적인 경기회복 및 해외매출비중 증가, 정부규제 완화에 따라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삼성전자는 해외 광고를 늘리는 추세인데, 2005년의 경우 “Imagine”이라는 컨셉 하에 구상된 글로벌 브랜드 켐페인 예산이 2억$에 이르고 있다. 제일기획은 해외 역량 부족으로 삼성전자 해외광고를 독자적으로 하지 못하고 WPP와 같은 세계적인 광고대행사와 함께 진행 중이다. 향후, 삼성전자 해외광고가 늘어나고, 제일기획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해외 매출은 크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KOBACO로 대변되는 방송광고 시장에 대한 규제가 완화된다면, 제일기획의 경쟁우위가 더욱 돋보이는 상황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규제완화는 'Winner Takes It All' 이라는 시장논리를 강화시켜 줄 것이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꾸준히 민영 미디어랩 설립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으며, 언젠가는 가시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능력 범위 안에서 자본을 배치하고 있는가?

 

→ 제일기획은 과거 이재용씨 관련 부실 인터넷 기업 인수로 호된 비난을 받은 바 있다. 그룹차원에서 하달된 지시를 이행해야하는 심정은 알지만, 80%가 넘는 비삼성 주주들을 무시한 처사였음은 분명하다. 현재는 관련 부실은 모두 떨구었고, 광고관련 투자만 남아있는 상황이다. 제일기획은 그 동안 시가총액의 25%가 넘는 현금성자산에 대한 압력을 받아왔는데, 향후 해외 M&A 등에 사용될 것으로 추정된다.

 

★ 자사주를 매입하는가?

 

→ 제일기획은 2분기말 현재 발행주식수의 4.76%에 해당하는 자사주를 보유중이다. 시장 상황에 따라 취득, 처분하는 것으로 보여 크게 매력적인 주주정책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 경영진이 유보 이익을 활용해서 주당순이익을 높이고 주주가치를 증진시키고 있는가?

 

→ 제일기획의 1990년부터 2004년까지의 주당순이익의 합은 147,053원이며, 이 중 17,649원은 현금배당으로 주주에게 돌려주었으며, 129,404원은 내부 유보했다. 이 기간 중 주당순이익은 401원에서 9,985원으로 9,584원 증가했다.

 

9,584원의 주당순이익 증가는 제일기획이 가진 지속적 경쟁우위와 동 기간 동안 내부 유보한 129,404원을 투자한데서 나온 것이다. 129,404원의 내부유보를 통해 9,985원의 추가적인 이익을 만들어냈으므로 내부유보수익율은 7.72%이다. 내부유보수익률이 높지 않다는 점은 제일기획이 유보현금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했음을 말해주고 있다. 향후 이 부분에 대한 노력이 필요하다.

 

★ ROE가 평균 이상인가?

 

→ 제일기획의 ROE는 15%선을 중심으로 하락 추세에 놓여있다. 위에서 언급했다시피 유보현금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않은 탓이다. 최근 경영진이 M&A를 통한 성장에 대해서 언급한만큼, 장기적으로 15% 이상에서 ROE가 유지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본다.

 

 

 

★ 인플레이션에 따라 가격을 자유롭게 올릴 수 있는가?

 

→ 국내 광고시장에 국한한다면, KOBACO의 규제가 문제가 되고 있다. 광고제작비 쪽이야 광고주와의 협상을 통해 올릴 수 있는 부분이지만, 이익기여에서 차지하는 부분이 작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다. 문제는 매체대행수수료인데, KOBACO가 방송광고단가 및 대행수수료를 묶어놓고 있기 때문에 광고사에게는 가격 조정 능력이 없다. 다만, 3년째 방송광고단가가 인상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내년 초 쯤에는 10% 수준의 인상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높은 상황이다. 궁극적으로 민영미디어랩 설립 후 광고단가 자율화가 이루어진다면, 인플레이션에 따라 가격을 자유롭게 올릴 수 있는 구조로 갈 수 있을 것이다.

 

★ 공장이나 기계를 최신식으로 유지하기 위해 대규모 자본지출이 필요한가?

 

→ 본사건물 매입 정도를 제외하면 CAPEX는 전혀 필요없다. 따라서 당기순이익 규모와 비슷한 400억원 이상의 주주이익이 유지되고 있다.

 

★ 탐색작업의 결론 : 버핏이 선호할만한 기업인가?

 

→ 2000년 이후 이익이 정체되는 모습과 규제산업이라는 점은 할인요인이다. 하지만, 이 두가지 문제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충분히 해결될 수 있는 부분이며, 국내 시장 지위를 더욱 강화하고, 해외 매출을 늘리는 방식으로 성장이 가능하다. 따라서, 주식시장의 변덕으로 좋은 기회가 온다면 과감히 매수해볼만 한 기업이다.

 

 

 

★ 가격분석 : 현재 주가에 매수해도 되는가?

 

1) 초기투자 수익률과 국채와의 상대적 가치 이용

 

→ 우리나라의 10년만기 국채 수익률은 현재 5%를 기록하고 있다. 제일기획의 2005년 주당순이익은 증권사 컨센서스에 의하면 11,150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11,150원을 5%로 나누면 상대가치는 223,000원이 나온다. 이것은 제일기획 주식에 223,000원을 지불하면 국채와 동일한 수익률을 얻게 된다는 뜻이다. 만약 최근 주가 200,000원에 제일기획 주식을 산다면, 초기수익률은 국채수익률 보다 높은 5.58%가 된다. 따라서 버핏이라면 다음과 같은 비교를 했을 것이다.

 

5% 수익률의 국채 200,000원어치를 보유하는 것이 낫겠는가? 아니면, 초기수익률 5.71%에 지속 성장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는 제일기획 주식을 사겠는가?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제일기획 주식이 국채보다 매력적이라고는 할 수 있지만, 더 낳은 기대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주식이 있는 상황에서라면, 선뜻 매수하기에는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2) 채권성 주식으로서의 제일기획 주식

 

→ 2005년 초 제일기획의 주당순자산 가치는 72,990원이었다. 만약 제일기획이 다음 10년간 연평균 15%의 ROE를 유지할 수 있고, 이익의 60%를 유보한다고 가정하면, 주당순자산은 연간 6%씩 성장해 10년 뒤인 2015년에는 130,714원이 된다.

 

2015년에 여전히 15%의 ROE를 낸다면, 2015년 예상 주당순이익은 19,607원이다. 만약, 2015년에 PER 16.05x(최근 시장평균 PER 10.7x 를 50% 할증한 수치)에 거래된다면, 주가는 314,700원이 될 것이며, 이 기간 동안의 세후 배당수취액 54,550원을 합쳐 기간수익률 84.62%, 연평균 수익률 6.35%를 얻게된다.

 

3) 연간 주당순이익 성장률 수치를 이용한 투자

 

→ 제일기획의 주당순이익은 지난 15년간 연평균 38%씩 성장한 바 있다. 성장률이 향후 10년 동안, 38%의 4분의 1 수준인 9.5%를 유지한다고 가정하면, 2015년의 주당순이익은 24,554원이 된다. PER인 16.05배에 거래된다면 주가는 443,500원이 되고, 기간동안 수취한 세후 배당금은 66,900원이다. 따라서, 기간수익률은 155%이며 연평균수익률은 9.81%이다.

 

 

박성빈 sb80@viptooz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