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대책이 건설,은행업에 미치는 영향

[알고투자합시다] – 8.31 부동산대책

박성빈 05.09/24 12:10 조회 1497 누적점수: 0

2005년 8월 31일 정부의 부동산대책 발표

정부는 치솟는 부동산가격을 잡기위해, 2003년 10.29 대책에 이어 2005년 8.31부동산 대책을 전격 발표했다. 서민주거 안정, 부동산거래 투명화, 주택시장 및 토지시장 안정화를 목표로 보유세강화, 양도세강화, 주택담보대출제한, 전매제한강화, 개발이익환수제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기존의 대책보다 현실성이 높아졌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는 반면, 모든 부동산 보유자를 투기꾼으로 몰아간다는 비판도 있다. 또한, 단기적인 조정에 그치고 2년 정도 후에 부동산 가격은 재차 상승할 것이라는 냉소적인 반응도 있다.

향후 얼마 만큼의 효과가 있을 지를 떠나서, 이번 대책으로 부동산 부자들의 입지가 조금은 좁아졌다는 것은 분명하다. 일부에서는 부동산에서 유출된 자금이 증시로 유입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있지만, 수급으로 인한 주가부양 가능성을 점치는 것 보다는 이번 대책이 개별 산업의 펀더멘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해보는 편이 보다 생산적인 고민일 것이다.

건설업에 대한 영향 : 기회요인이자 위기요인, 양극화는 심화될 듯…

부동산 종합대책은 투기수요억제 뿐만 아니라 주택공급확대 정책 또한 담고 있다. 정부는 주택공급확대를 통한 주택보급률 상승이 본질적인 해결방법이라는 점에 공감하고 있는 듯 하다. 하지만, 우선적으로는 수요억제에 중점을 두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 동안 국내 주택시장이 투기수요에 의한 가격 상승을 바탕으로 초기분양시장의 분양가가 상승하는 악순환 속에 놓여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연결 고리를 끊은 뒤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따라서, 정부의 목표대로 부동산가격이 안정적인 하향추세에 놓이게 되면, 일정 시점 이후 규제 완화 및 공급확대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단기적으로 가수요 억제로 인한 분양시장의 위축은 어느정도 불가피하다는 점을 염두해둘 필요가 있다. 단기적인 분양시장의 위축 속에서는 브랜드파워와 맞물린 양극화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과열기에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위축기에는 브랜드파워에 따른 분양률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에 상위권 건설사와 중소건설사의 차이는 더욱 벌어질 수 밖에 없다. 또한, 상위권 건설사의 경우, 토목, 해외 등 주택 외 부문에서 풍부한 수주잔고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주택시장의 위축 속에서도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중장기적으로 정부의 공급확대 정책이 본격화될 경우에도 역시 수혜자는 상위권 건설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수도권 신규택지 개발을 확대하고, 재개발 및 재건축 부문에 대한 규제완화의 가능성을 열어놓았는데, 브랜드파워 및 택지확보능력이 있는 상위권 건설사에게 보다 유리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미 강북 등지에 재건축, 재개발 물량을 다량 확보하고 있는 현대건설, GS건설, 동부건설, 삼성물산 등은 공급확대 정책의 직접적인 수혜자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주택공급제도 공공성 강화라는 원칙을 내새우고 있기 때문에 원가연동제, 채권입찰제, 개발이익환수제 적용 등으로 건설사의 수익성 악화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다.

은행업에 미치는 영향 : 장기성장추세에서 속도조절 불가피

부동산 시장은 은행업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부동산담보대출은 은행의 주요자산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부동산 시장의 움직임에 따라 대출성장률 및 자산건전성이 달라질 수 밖에 없다.

이번 부동산 대책은 주택담보대출시장 침체로 인해 은행의 외형성장을 둔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2003년 이후 주택담보대출 증가분이 원화대출금 증가분의 70%에 달했고, 2005년 7월말 주택담보대출이 가계대출과 은행 총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62%와 32%에 달하기 때문에 부동산대책으로 인한 영향이 눈에 띄게 드러날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다. 2000년 이후 주택담보대출 월 평균 증가액이 1조원 미만으로 하락한 적이 거의 없었지만, 이미 8월의 경우 0.8조원 수준으로 상반기 증가액의 절반에도 못 미칠 정도로 하락한 상황이다. 이는 투기지역의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전체의 3분의 2 수준으로 추정되고, LTV(담보인정비율)가 60%를 초과하는 대출이 3분의 1을 넘는 등 이번 담보대출 제한조치의 영향을 받는 대출이 광범위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주택가격이 하락세를 보이면, 주택금융에 대한 수요가 줄어드는 경향이 있고, 최근 나타난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상승전환도 대출 수요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어서 당분간 주택담보대출시장은 침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하지만, 향후 정부의 주택공급정책이 본격화되어 신규주택 공급이 확대되면, 지속적인 주택금융 수요가 창출되므로 주택담보대출이 역성장을 기록하는 상황으로는 이어지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가 계획하고 있는 연간 30만호 공급 정도면, 충분한 수요창출 효과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부동산정책으로 인한 자산건전성 측면의 변화를 살펴본다면, 한 마디로 큰 영향은 없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물론 주택가격의 조정 폭을 예상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전반적으로 주택가격의 폭락을 점치는 의견은 없기 때문이다. 일부 급등지역의 경우 조정폭이 예상외로 클 수도 있지만, 은행평균 LTV가 56%에 불과하기 때문에 주택가격 조정이 자산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제한적이다. 또한, 국민은행 주택금융실태조사에 의하면 실질적인 LTV는 4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 더욱 그렇다. LTV비율이 60%를 초과하는 대출잔액비중이 높은 은행은 부산은행을 제외한 지방은행들과 기업은행을 꼽을 수 있는데, 이들 은행들 조차도 거의 문제가 없다고 보면 된다.

8.31 부동산대책으로 인해 향후 안정적 경제성장 도모

최근들어 전세계적인 부동산 가격 상승 속에, 미국 부동산 시장의 거품이 3년내에 붕괴된다는 식의 경고도 들려오고 있다. 현재의 가격이 거품인지 아닌지를 떠나서, 단기간의 부동산가격 급등은 경제 전반적으로 좋을 게 없다. 유휴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쏠리면서 돈의 흐름에 왜곡이 생기고, 건전한 근로의욕 상실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또한, 극단으로 치달은 후 버블이 붕괴될 경우, 일본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경제 전반적으로 엄청난 부담을 져야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따라서, 과열 초기 국면 정도로 볼 수 있는 부동산 시장에 정부가 칼을 댄 것은 잠재적인 위험요인을 제거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다만, 조금 과격하다는 생각이 든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8.31 대책 이후, 각계각층의 논란이 분분하고, 일부에서는 쿠테타가 필요하다는 식의 발언도 나오고 있지만, 이번 조치로 인해 건설업, 은행업 뿐만 아니라 경제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성장의 기틀이 닦인다면, 노무현 정권의 치적으로 남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