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성넥스티어 김도균 사장

▲ 우성넥스티어 김도균 사장 우성넥스티어 김도균 사장중견 디지털TV 업체인 우성넥스티어의 김도균 사장의 요즘 고민은 '5년 후 뭘로 먹고 사느냐'다.

김 사장은 이 고민에 빠질 때면 심각한 위기감을 느낀다.

"LCD TV 시장이 5년 뒤면 성숙 단계에 들어설 공산이 크다.

디지털TV에만 올인하고 있는 우성넥스티어로서는 신수종 사업을 적극적으로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지난 4월28일 금천구 가산동 우성넥스티어 본사에 만난 김 사장은 자신의 고민을 이렇게 털어놨다.

겸손이라면 지나친 겸손일까.4월초부터 백화점에 자사의 PDP TV, LCD TV를 공급하며 인지도를 쌓고 있는 우성넥스티어는 이제 막 출범한 기업이 아니다.

아니 국내에서는 브랜드를 알려지지 않았으니 걸음마 단계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유럽이나 미국 등지에서 우성넥스티어는 이레전자나 디지탈디바이스 등과 같은 중견 디지털TV 업체들과 마찬가지로 인지도가 꽤 높다.

일찌감치 시장이 형성된 해외의 문턱을 두드린 결과다.

지난해부터 디지털TV 수요가 국내에서도 조금씩 발생하면서 내수에 진입해 브랜드를 알릴 기회가 없었다.

김도균 사장은 4월초 현대백화점 압구정점과 목동점에 '넥스티어' 브랜드의 디지털TV를 공급하기 시작하며 내수 경쟁에 들어갔다.

삼성전자, LG전자, 소니, 샤프 등 최고의 브랜드들과 대결 전략은 '가격 경쟁력'이다.

우성넥스티어의 42인치 PDP TV는 타 대기업 제품 가격보다 100만원 이상 싸다.

김도균 사장은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시장을 공략해 나갈 계획이다.

김도균 사장은 "대기업들은 브랜드 마케팅에 거액을 투자해 TV 가격에는 이 부분의 비용이 포함돼 있다"라며 "그러나 우성넥스티어는 이런 부분의 가격이 포함되지 않아 대기업 제품과 적어도 20~25% 가량 가격 차이를 유지해 나가려 한다"라고 말한다.

자칫 우성넥스티어 제품이 저가 제품으로 조립돼 품질에 의심을 갖고 있다면 큰 오산이다.

우성넥스티어는 PDP 모듈과 LCD 모듈을 모두 삼성전자, LG전자, LG필립스LCD 등 세계 최정상 기업들의 우수한 제품을 채용해 제품의 질은 대기업의 그것과 하등의 차이가 없다.

해외에서 우성넥스티어 제품의 우수성을 인정한 것도 다 이런 이유에서다.

올초 3분기(3월 회계법인)까지 회사는 누적 매출액 367억원, 순이익 3억8000만원을 실적을 보였다.

지난 1월 매각한 식품사업부가 해당 기간 동안 8억여원의 적자를 냈던 것을 감안하면 TV에서 순이익은 12억여원이었다는 얘기다.

매출과 순익은 모두 해외 사업을 통해 이루어졌다.

지난해 5월 우성식품이 넥스티어를 인수 후 합병을 통해 출범한 지 13개월만에 식품 사업에서 철수하며 우성넥스티어는 디지털TV 전문 기업으로 완전히 탈바꿈했다.

김도균 사장은 피인수법인이던 넥스티어의 오너였다.

피인수법인이었음에도 향후 주력사업인 디지털TV 경영의 전문성을 인정받아 합병법인의 CEO를 맡았다.

막상 합병을 했지만 식품사업이 적자구조를 극복하지 못하자 김 사장은 올초 '머거본'에 식품 사업을 양도했다.

머거본은 그동안 우성넥스티어의 머거본 땅콩 등을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으로 생산 공급해오던 흥양산업의 새 이름이다.

머거본과 영업 양수도 계약을 체결한 이유는 전원 고용 승계를 약속했기 때문이다.

우성넥스티어는 프랑스 현지 유통회사인 DTE와 독일 메트로, 스위스 스카이미디어 등을 통한 수출 외에도 이탈리아, 노르웨이, 네덜란드 등에 PDP, LCD TV를 수출하고 있다.

PDP TV는 작년 초 이미 연간 3만대 수준의 양산체제를 구축하고 유럽시장에 42인치 HD와 SD급 외에도 50인치급 출시를 앞두고 있다.

LCD TV는 보급형인 20, 26인치와 32인치 모델을 선보였으며 앞으로 37인치와 42인치까지 라인업을 구축할 계획이다.

그런데 해외에서 승승장구하고 국내에서도 선전을 다짐하고 있는 김도균 사장은 왜 '5년 후'를 고민하고 있는 것일까. 김 사장은 내년 가을께 32인치 LCD TV 가격이 99만원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를 중심으로 대형 LCD 패널이 쏟아지고 이는 가격 하락으로 이어져 PDP TV 수준 또는 그보다 저가에 시장에 공급될 날이 머지 않았다는 판단 때문이다.

김 사장의 예측대로라면 3~5년 사이 국내 디지털TV 시장은 PDP TV, LCD TV를 중심으로 시장 성숙기에 들어가게 된다.

또 5년 뒤에는 틀림없이 중국산 저가 공세가 판을 칠 것이다.

특히 TV 교체주기가 평균 10년 이상 된다는 점에서 5년 뒤에는 평면TV 수요가 정체기에 진입할 공산이 크다.

김 사장의 위기의식은 여기에서 출발한다.

김사장은 "산업용 모니터, 게임기 보안 장비 등에 채용되는 LCD 모듈을 공급하는 사업을 심도 있게 검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소량이지만 미국의 로또 복권 사업자들과 복권 발매 기계에 LCD 모니터 모듈을 제공해오고 있다.

국내에서도 터치패드형 LCD 모듈을 공급하는 사업을 고려하고 있다.

당장 매출에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겠지만 수익성이 매우 높다.

기업 경영이란 사람으로 시작해서 사람으로 끝난다.

김도균 사장의 지론도 이런 이치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김 사장의 인재관은 무엇일까. 명문대를 졸업한 엘리트도, 해외 유학파도, 대기업 출신의 검증된 인력도 아니다.

신뢰성을 주는 사람이다.

김 사장은 신입사원이던 경력사원이던 면접을 볼 때 그 사람의 신뢰성을 끊임없이 파악하려 한다.

신뢰성이 결여된 사람과는 일을 하기 어렵다는 게 김 사장의 인재관이다.

김 사장의 지론 때문일까. 우성넥스티어는 이직률이 높은 전자업계에서 별난 기업으로 통한다.

이직률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임지원들이 상호 신뢰감으로 똘똘 뭉쳐 있기에 가능했다.

김도균 사장은 "이력서를 볼 때 단기간에 걸쳐 여기저기 옮겨다니는 사람은 능력이 우수하다는 생각보다 신뢰가 없는 사람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이어 "우리 회사에 입사하고 싶은 경력자는 이력서를 작성할 때 이런 점들을 신중히 고려해 경력을 인정받으면서 신뢰성도 줘야 하는 부담도 가져야 한다"라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김도균 사장은 누구인가김우중 회장 존경하는 '대우맨'김도균 사장은 옛 대우그룹의 대우통신 출신이다.

'대우맨'들의 우상이던 김우중 전회장을 존경한다고 말했다.

분식회계 등으로 얼룩진 김우중 전회장의 불명예스런 말로는 차치하고 김 전회장이 추구하던 프론티어적인 경영 마인드는 김 사장에게 큰 영향을 줬다.

김 사장은 "처음 창업한 넥스티어는 '넥스트'에 '프론티어'를 접목시킨 이름이었다"라며 "프론티어는 김우중 전회장에게 배웠다"라고 말했다.

그는 "김우중 전회장은 상인으로서 가장 이상적인 시각을 갖고 있던 분이었다"라며 "아프리카에 신발을 판매한 선구적인 마인드의 상인 중의 상인이었다"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적자 사업체들을 인수해 흑자로 전환시킨 '인수 후 정상화'의 달인이던 김 전회장의 경영 능력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는 말도 곁들였다.

김도균 사장은 "대우에서 근무할 당시 김우중 전회장을 대면한 적은 별로 없다.

그저 멀찌감치서 지켜보면서 '언젠가 저런 CEO가 되겠다'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라고 회고했다.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았던 김우중 전회장은 1세대 경영인으로서 도전의 연속이었다.

김도균 사장은 김 전회장의 도전 정신을 높이 사면서도 자신만의 경영관을 확립했다.

'우리'라는 공동체 의식에 의한 단결이 잘되는 회사가 생존한다는 것이다.

김 사장은 "이직률이 거의 없는 것도 임직원 모두가 공동체 의식이 강하기 때문"이라며 "남들보다 복지가 뛰어난 것도 아님에도 임직원들이 높은 애사심을 발휘하며 근무해주는 데 대해 항상 고마워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도균 사장 프로필▲1960년 12월10일생(46세)▲1983년 2월 연세대학교 불어불문과 졸업▲1990~1997년 미국 Datus 법인장▲1997~2000년 대우통신 수출사업부장▲2000~2004년 (주)넥스티어 대표이사▲2004~ ㈜우성넥스티어 대표이사 사장김지산 기자 san@stock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