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만심에 잘못된 투자 - 데코

  가치투자를 설명하는 말 중에서 “하다못해 몇 만원짜리 옷을 사도 여러 번 자료를 찾고 고민하는데 주식을 살 때는 충동적으로 산다”는 말이 있다. 주식을 매수하면서 신중하게 고려하기보다는 감이나 남들의 말만 듣는 경우가 주식투자를 한 분들에게는 누구나 있을 것이다. 본인도 주식을 잘 몰랐던 때 이런 실수로 몇몇 종목에서 꽤 많은 손해를 본 기억이 생생하다. 그런데 몇 일전 잘 몰라서가 아니라 자만한 가운데 어설프게 알아서 이런 실수를 저질렀다. 이 글에서는 부끄럽지만 이러한 실수를 공개적으로 고백함으로써 앞으로는 좀 더 신중한 투자자가 되는데 계기가 되려고 한다.

  지난달 시립도서관에서 평소 즐겨보던 “패션비즈 7월호”를 보니 데코에 대한 기사가 있었다. 이랜드에 인수된지 2년정도 된 데코가 본격적으로 행보를 시작했다는 기사였다. 평소부터 이랜드 그릅에 관심이 많아서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왔고 부모님 계좌를 통해 몇차례 단타도 친 주식이라 솔깃했다. 개인적으로 후반기 들어서 내수회복의 가능성이 있고 그럴 때 의류주가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었지만, 최근 들어서 단순히 저평가된 의류주를 찾기가 쉽지 않았던 터라 고민중이었다. 그런데 이 기사를 보면서 이랜드 그룹이 한 2년정도 개입했으면 이제는 한번 해볼만하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었다. 주가차트를 보니 700원 수준에서 바닥을 유지하는 것 같고 다른 의류주에 비해 상승도 별로인 듯하고, 부채가 많기는 하지만 경기 호황시는 레버리지 효과로 오히려 고부채가 이익극대화로 연결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 등이 어울러져 별다른 분석없이 8월 29일 730원에 670주를 매수했다.

  그런데 매수를 하고 아이투자에도 분석보고서를 올릴 생각으로 자료를 모으면서 제가 생각을 잘못했다는 점을 발견했다. 문제는 기존주식에 2배가 넘는 유상증자와 올해 발표된 반기보고서에 있었다.

  우선 9월 2일자로 상장된 유상증자에 대해 간단히 언급하겠다. 회사는 부채비율을 낮추어 경영정상화를 이루겠다는 목적으로 주당 500원에 23,255,814주를 유상증자를 했다. 기존의 주식 11,005,044주를 합쳐서 총 34,260,858주가 상장주식수가 된 것이다. 이번 유상증자에는 기존의 2대, 3대주주인 아리랑구조조정기금과 구 데코 대주주인 이원평씨 일가가 참여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랜드 그릅이 이 물량까지 참여함으로써 71.89%의 지분을 확보하게 되었다.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제비용을 제외하고 11,553,912,026원의 현금이 들어오게 되었고, 이 금액을 전액 부채상환에 쓰여진다면 회사가 밝힌 가중평균이자율인 10%를 적용시 1년에 11.55억원의 이자비용이 절감될 것이다. 그리고나서 금일 종가로 볼 때 시가총액 251.82억원짜리 회사가 된 것이다.

그렇다면 당사의 1사분기 보고서와 반기재무제표에서 요약재무제표를 보겠다.

1. 요약재무정보

  일단 위 요약재무제표를 통해서 매출이 1분기보다는 약간 늘었고 영업이익도 호전되었지만, 그 비중이 미미하고 상당한 수준의 영업외비용이 발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몇몇 브랜드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매출이 전년에 비해서도 감소했음을 알 수 있다. 영업외비용의 상당수는 자산평가 및 처분손실과 이자비용이었다.

  그렇다면 현재 상황에서 낙관적인 시나리오상으로 올해 실적은 어느 정도나 될까? 우선 그 동안의 구조조정 및 이번 유상증자로 더 이상의 영업외비용이 영업외수익과 유사한 수준에 이르러서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의 차이를 가져오지 않는다고 가정하자. 또한 구조조정의 성과가 가시화되어서 후반기 매출액은 전반기 매출액보다 다소 증가한 400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은 최근 5년 이내에 가장 좋았던 제 24기 영업이익률인 10%라고 가정하면 후반기 반기순이익은 40억원이다. 전반기 손실분과 합치면 겨우 적자를 벗어날 수 있는 수준이다. 이러한 후반기 순이익을 2배로 한 80억원을 기준으로 현 주가의 Per를 계산해도 6.3이나 된다.

  하지만 이러한 계산의 가정에 숨어있는 여러가지 낙관적인 가정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불확실하고 설령 이루어지다고 해도 올해는 적자전환이 어렵고 내년에 개선실적으로도 현재의 시가총액이 의류업계로써는 높은 편인 6.3이라면 현재의 투자는 잘못된 것이 아닌가? 물론 그외에도 여러가지 변수들이 존재하고 주가는 예측하기 힘들기 때문에 이렇게 계산해 놓고도 주가가 상승할 수도 있지만 투자를 결정할 시점에서 이러한 자료를 알았다면 투자를 했을까 자문했을 때 결과는 NO였다. 결국 데코에 대한 투자는 내 기준에서 잘못된 투자였던 것이다. 그래서 오늘 매매수수료와 세금만 보존하는 수준인 745원에 매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