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탐색작업

→ 유명 백화점 1층의 화장품 매장에서 해외 브랜드를 오히려 압도하고 있는 태평양은 국내 점유율 32%로 부동의 1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매년 1~2% 정도씩 점유율이 늘어가는 추세이다. 2위인 LG생활건강의 점유율이 8.1%에 불과한 것을 보면 태평양의 브랜드 파워를 실감할 수 있다. 세계 화장품 시장의 20% 가량을 점유하고 있는 로레알도 국내에서는 점유율이 4.1%에 불과할 만큼 맥을 못추고 있다.

★ 지속적 경쟁우위를 가진 제품이나 서비스를 파는가, 아니면 가격경쟁형 제품이나 서비스를 파는가?

→ 태평양이 영위하고 있는 사업영역은 크게 1) 화장품, 2) 생활용품(모발 및 구강 관련제품 등), 3) 녹차류로 나눌 수 있으며, 화장품의 비중이 80%로 절대적이다. 화장품의 가격은 브랜드 별로 가격대가 다양하지만, 투자자가 주목해야할 부분은 설화수, 헤라와 같은 고가 브랜드의 존재이다. 최근 저가 화장품의 등장으로 “화장품이 비쌀 이유가 없다”라는 반론이 제기되고 있으나, 여전히 화장품 구매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는 브랜드, 품질, 신뢰와 같은 무형가치이다.

20만원 짜리 설화수 크림을 구매하는 소비자는 멀리 있지 않다. 몇 백, 몇 천원에 민감한 우리 주변의 아주머니들이 바로 그들이다. 이들에게 이러한 이율배반적인 행동을 하게 만드는 것은 장기간에 걸쳐 형성된 믿음일 것이다. 태평양 제품을 사용했던 경험, 광고를 통해 형성된 이미지 등이 복합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에 경쟁자들이 단기간에 태평양의 위치에 올라서는 것은 불가능하며 강력한 경쟁우위로 작용하고 있다. 에이블씨앤씨가 지난 1~2년 동안 미샤를 통해 폭발적인 성장을 거둔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양적인 성장에 불과하며 10만원이 넘는 화장품을 팔 수 있게 되려면 10년으로도 부족할 지 모른다.

국내 화장품 시장은 판매량이나 매출액을 늘리기 어려운 포화 시장이다. 여기에 저가 화장품까지 더해져서 상황은 더욱 안 좋아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해외시장을 배제한다면, “이익의 성장”은 브랜드력을 바탕으로한 “제품의 프리미엄화”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해할 수 있는가?

→ 태평양의 제품들은 너무 잘 알려져 있어서 별도의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이다.

★ 재무구조가 안정적인가?

→ 2005년 2분기 현재 부채비율 23%에 무차입 경영 상태이며, 현금성 자산이 3,000억원에 이르고 있다. 태평양은 94~97년 당시에는 부채비율 300%에 단기차입금으로 돌려막기를 하는 처지였으나, 장기간에 걸친 구조조정을 통해 새롭게 거듭난 바 있다.

★ 수익력이 강하고 상승 추이를 보이고 있는가?

→ 지난 15년간의 자료를 토대로 볼 때, 안정적인 수익력 및 상승 추이를 확인할 수 있다. 특히, 99년 이후의 상승세가 인상적이다. 다만, 시장 포화 및 경쟁심화로 인해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태평양은 휴플레이스를 통한 전문점 유통채널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고, 최근에는 자회사인 에뛰드가 런칭하는 에뛰드샵를 통해 저가 화장품 시장에도 진출한 바 있다. 이는 흔들리고 있는 국내시장의 위상을 탄탄히 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성공 가능성이 타 업체에 비해 크다고 판단된다. 또한, 장기간 공 들여왔던 해외시장 진출이 중국을 중심으로 가시화되고 있다는 점도 장기 성장성에 대한 가능성을 제시한다.

★ 능력 범위 안에서 자본을 배치하고 있는가?

→ 관계사 현황을 살펴보면, 광고대행사인 비비디오코리아와 화장품 원부자재 공급 계열사가 눈에 띈다. 또한, 해외 진출을 위해 설립한 해외 자회사들이 있는 정도이다. 태평양은 90년대 초 비관련 다각화로 인해 스포츠단, 증권, 보험, 전자 등 91년 당시 계열사 수가 24개에 달한 바 있다. 하지만, 95년부터 ‘비핵심사업매각, 한계사업정리, 유사업종통폐합’이라는 세 가지 축을 통해 구조조정을 진행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즉, 무분별한 다각화로 인한 쓴 맛을 경험한 이후, 능력 범위 안에서만 자본을 배치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 자사주를 매입하는가?

→ 태평양은 2005년 2분기말 현재 보통주 수량의 3.54%에 해당하는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다.

★ 경영진이 유보 이익을 활용해서 주당순이익을 높이고 주주가치를 증진시키고 있는가?

→ 태평양의 1990년부터 2004년까지의 주당순이익의 합은 97,305원이며, 이 중 14,034원은 현금배당으로 주주에게 돌려주었으며, 83,237원은 내부 유보했다. 이 기간 중 주당순이익은 1,400원에서 17,758원으로 16,358원 증가했다.

따라서 16,358원의 주당순이익 증가는 태평양이 가진 지속적 경쟁우위와 동 기간 동안 내부 유보한 83,237원을 투자한데서 나온 것이다. 83,237원의 내부유보를 통해 16,358원의 추가적인 이익을 만들어냈으므로 내부유보수익율은 19.65%이다. (태평양이 2004년에 실적 악화를 겪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2003년까지의 내부유보수익률은 이보다 더 우수하다.)

★ ROE가 평균 이상인가?

→ 태평양의 ROE는 1,900%를 상회하는 유보율에도 불구하고 2004년 기준 16%라는 평균 이상의 수치를 보여주었다. 실적이 악화되기 이전인 2001~2003년의 ROE는 20%가 넘기도 했다.

★ 인플레이션에 따라 가격을 자유롭게 올릴 수 있는가?

→ 전자공시를 통해 확인해보면, 개별 제품 가격은 쉽게 인상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브랜드 가치 상승에 따라 고가 제품군 출시 및 비중 확대로 인해 실질적인 가격인상 효과를 누리고 있다.

★ 공장이나 기계를 최신식으로 유지하기 위해 대규모 자본지출이 필요한가?

→ 태평양은 95년 이후에는 영업현금흐름에 비해 부담없는 수준의 CAPEX만을 지출해왔다.

Free Cash Flow(혹은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에 감가상각비를 더하고 CAPEX를 차감하여 얻어지는 주주이익을 살펴보면, 자본지출이 주주의 부를 훼손하는 구조가 아님을 확인할 수 있다. 주주이익은 당기순이익을 상회하고 있으며, 전반적으로 상승추세를 확인할 수 있다.

★ 탐색작업의 결론 : 버핏이 선호할만한 기업인가?

→ 2002년 이후 주춤하는 모습이 눈에 띄며, 저가화장품의 공세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을지, 해외시장의 성장성은 어떠할지가 관건이다. 하지만, 사업을 쉽게 이해할 수 있으며, 위기 속에서 보여준 메니지먼트 능력 등을 감안할 때, 높은 점수를 받을만 하다.

★ 가격분석 : 현재 주가에 매수해도 되는가?

1) 초기투자 수익률과 국채와의 상대적 가치 이용

→ 우리나라의 10년만기 국채 수익률은 현재 5%를 기록하고 있다. 태평양의 2005년 주당순이익은 증권사 컨센서스에 의하면 16,000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16,000원을 5%로 나누면 상대가치는 320,000원이 나온다. 이것은 태평양 주식에 320,000원을 지불하면 국채와 동일한 수익률을 얻게 된다는 뜻이다. 만약 최근 주가 280,000원에 태평양 주식을 산다면, 초기수익률은 국채수익률 보다 높은 5.71%가 된다. 따라서 버핏이라면 다음과 같은 비교를 했을 것이다.

5% 수익률의 국채 280,000원어치를 보유하는 것이 낫겠는가? 아니면, 초기수익률 5.71%에 지속 성장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는 태평양 주식을 사겠는가? (가격 메리트가 크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다.)

2) 채권성 주식으로서의 태평양 주식

→ 2005년 초 태평양의 주당순자산 가치는 92,707원이었다. 만약 태평양이 다음 10년간 연평균 15%의 ROE를 유지할 수 있고, 이익의 80%를 유보한다고 가정하면, 주당순자산은 연간 12%씩 성장해 10년 뒤인 2015년에는 287,930원이 된다.

2015년에 여전히 15%의 ROE를 낸다면, 태평양의 예상 주당순이익은 43,190원이다. 만약, 2015년에도 현재의 PER 수준인 15배에 거래된다면, 주가는 647,850원이 될 것이며, 배당을 통한 수익을 제외하고 연평균 8.75%의 세전 복리수익률을 올리게 되는 셈이다.

3) 연간 주당순이익 성장률 수치를 이용한 투자

→ 태평양의 주당순이익은 지난 15년간 연평균 18.45%씩 성장한 바 있다. 성장률이 향후 10년 동안 절반 수준인 9%를 유지한다고 가정하면, 2015년의 주당순이익은 42,040원이 된다. 현재의 PER인 15배에 거래된다면 주가는 630,600원이 되고, 세전 복리수익률은 8.45%이다.

박성빈 sb80@viptooz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