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광고매체는 TV, 라디오, 신문, 잡지를 의미한다. 아직까지는 이들 매체가 광고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특히 TV의 비중이 48%로 높다. 현재 케이블TV 광고가 연간 40% 이상의 높은 성장세를 기록하고는 있으나, 절대 금액 자체는 크지 않은 상황이다.

4대 매체 광고액은 내수경기부진의 영향으로 역성장을 기록하고 있는데, 올 상반기 2조 2천억원 수준으로 전년동기대비 9.5%의 감소를 겪었다. 분기별로는 1분기에 13.3%의 감소세를 겪은반면, 2분기에는 6.1%로 감소폭을 줄였다. 2004년 2분기에 이통사간 광고전쟁이 치열했음을 감안하면, 2분기의 감소폭 축소는 긍정적인 SIGNAL로 해석할 수 있다.

광고업황은 홀로 개선되거나 악화될 수 없으며, 결국은 국가 전반의 경제상황에 따라갈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광고경기가 회복되기 위해서는 소비회복에 따른 기업들의 광고비 지출 증가가 수반되어야 한다. 하반기부터 점진적인 소비회복이 기대된다는 컨센서스와 2006년의 스포츠 이벤트(독일월드컵, 토리노 동계올림픽)는 광고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를 갖게 만들고 있다.

광고업계 순위

광고사 중 상장사는 제일기획, G2R(엘지애드), 휘닉스컴, 오리콤 정도이며, 국내 광고업계의 1인자는 20%의 시장점유율을 보유한 제일기획이다. 풍부한 삼성그룹 광고물량을 바탕으로 안정성이 뛰어나며, 삼성전자 해외 광고가 늘어나면서 해외 시장에서의 경쟁력도 한층 강화되고 있다. 또한, 해외 중소 광고사 인수를 통해 네트워크 및 노하우를 강화하여 진정한 글로벌 광고사로 성장한다는 비전을 가지고 있다.

2위인 LG애드는 과거 LG그룹 계열사로서 그룹물량을 바탕으로 성장했으나, 현재는 외국계광고그룹인 WPP에 인수되어 LG그룹과의 지분관계는 거의 남아있지 않다. 그렇다보니 LG그룹 광고물량 확보의 안정성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3위인 금강기획도 마찬가지로 현대그룹 관계사였다가 WPP에 인수된 바 있다. 현대그룹과의 관계 덕분에 그동안 현대차 광고의 대부분을 대행했지만, 현대차가 광고자회사인 이노션을 설립함에 따라 큰 타격이 예상되고 있다. 광고사의 핵심인 맨파워가 이노션 쪽으로 유출되고 있다는 소문도 있다.

4위 대홍기획은 롯데그룹 관계사로 안정적인 그룹 물량을 바탕으로 시장 지위를 한층 강화시킨 바 있다. 5위 TBWA 코리아는 외국계 광고그룹인 TBWA 계열이며, SK그룹 물량을 거의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SK그룹과 모종의 계약이 있는 것은 아니냐는 추측이 나돌고 있다.

5위권 외에 상장사를 살펴보면, 보광그룹 계열사인 휘닉스컴, 두산그룹 계열사인 오리콤 등이 있다. 휘닉스컴의 경우 인척 관계를 통해 삼성그룹 광고물량 중 일부를 안정적으로 대행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며, 오리콤은 두산그룹 물량을 바탕으로 식음료 쪽에 강세를 보여왔다. 최근에는 업계 관심사였던 국민은행을 광고주로 영입한 바 있다.

광고업의 비즈니스 모델

광고업은 전형적인 지식 산업으로 사무실과 사람만 있으면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다. CAPEX 부담이 전혀 없다보니, 벌어들인 돈이 그대로 현금으로 쌓이는 구조이며, 대부분의 광고사들의 현금성 자산이 풍부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따라서, 업황이 좋지 않은 시기에도 양호한 배당이 가능하다.

광고사의 업무는 크게 광고제작과 매체대행으로 나눌 수 있는데, 광고제작은 말 그대로 광고 아이디어 구성, 촬영, 편집 등의 작업을 의미하며, 매체대행은 방송사, 신문사 등에 광고를 내보내주는 업무이다. 광고사에게 실질적으로 돈이되는 부분은 광고제작 보다는 매체대행 부분이다. 광고제작에는 원가가 들어가다보니 마진이 15% 수준에 불과하고 규모의 경제 효과가 거의 없는 반면, 매체대행은 사실상 원가가 없어 대행수수료가 그대로 이익으로 연결되며 광고주가 광고횟수를 늘림에 따라 이익이 증폭되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시되는 공중파 TV 매체대행에 대해 살펴보면, 광고사는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를 통해 방송사에 광고를 제공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KOBACO는 전두환 정권의 산물로 존폐논의가 분분하기는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큰 변화가 생기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KOBACO는 시간대별로 구분해서 광고요금을 책정하고 있으며, 광고주가 광고사에게 광고요금을 지불하면, 광고사는 매체대행수수료로 9~12%를 제하고 KOBACO에게 광고요금을 납부한다. KOBACO는 다시 일부(4% 수준)를 수수료로 제하고 최종적으로 방송사에게 광고요금을 지불한다. 광고가 많이 나갈수록,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광고사가 챙기는 돈이 많아지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광고사의 실적은 광고경기에 따라 급변할 수 밖에 없다. 고정비 성격의 인건비, 사무실 유지비, 광고제작비 등은 거의 일정하게 유지되는 가운데, 광고횟수 증가에 의해 레버리지 효과가 크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조 때문에 광고사 입장에서는 광고횟수가 작은 광고주를 여럿 보유하는 것 보다 프라임타임 위주로 광고횟수가 많은 소수의 대형 광고주를 보유하는 편이 훨씬 이익이다. 또한, 대형 광고주는 소형 광고주보다 경기에 둔감하다는 이점도 있다.

광고단가 인상은 연기되었지만, 실망할 필요는 없다

최근 광고업계에서는 KOBACO가 공중파 광고단가를 인상할 것이라는 소문이 있었다. 최근 몇 년동안 광고단가가 인상되지 못한 바 있고, 방송사들이 경영난을 호소하는 상황에서 단가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논리였다.

실제로 KOBACO 내에서도 광고단가 인상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던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최근 KOBACO는 올해는 단가인상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여기에는 잇단 물의를 빗고 있는 방송사에 대한 견제의 의미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어쨌든 시장의 기대는 무산되었지만, 시기가 문제일 뿐 광고단가 인상은 조만간 이루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내년 3월 정도를 그 시기로 예상하고 있다. 광고단가가 인상되면, 광고주가 광고횟수를 줄이게 되는 역효과를 감안하더라도 광고사의 실적에는 긍정적이다.

이는 광고단가 인상폭만큼 매체대행수수료도 증가하기 때문이다. 앞서 밝힌 바와 같이 매체대행 쪽의 호조는 광고사의 실적을 드라마틱하게 바꿀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투자자 입장에서는 항상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대형업체 위주로 재편되고 있는 광고업계

광고사의 비즈니스 모델은 매우 훌륭하지만, 경쟁이 매우 치열하기 때문에 향후 어떤 업체가 경쟁력을 가지고 성장할 수 있을 지 유의하여야 한다. 과거 안정적인 그룹사 물량을 바탕으로 땅짚고 헤엄치기 식의 장사를 해왔다면, 이제부터는 진정한 Creative Power를 통한 광고주 영입이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외국계에 인수되면서 그룹사와의 인연을 끊은 LG애드, 금강기획 등의 사정이 절박함은 말할 것도 없고, 여타 대기업 관련 광고사들도 그룹사 물량만으로는 성장이 어렵기 때문에 맨파워 보강 및 과학적인 광고기법 개발 등에 사활을 걸고 있다.

또한, 장기적으로 KOBACO의 영향력이 감소한다고 가정한다면, 경쟁을 제한하는 요소가 사라지는 셈이기 때문에, 광고사간 경쟁심화는 자명한 일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강력한 맨파워(네트워크 포함) 및 검증된 시스템을 갖춘 대형업체가 유리한 위치를 점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물 안 개구리 였던 국내 광고업체들은 큰 변화 앞에 놓여있다. 이들 중에서 세계 일류 수준의 광고사가 나올 수 있을 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자.

박성빈 sb80@viptooz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