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텔레콤,번호이동으로 자생력 확보

[그 때 그 종목] LG텔레콤

번호이동으로 자생력 확보

[그 때 그 종목] LG텔레콤

 

 

600만 가입자 확보로 자생력 갖춰…

 

2004년은 LGT에게 있어 뜻 깊은 한 해 였다. 번호이동성 시행으로 가입자수는 492만명에서 620만명으로 증가했고, 점유율은 14.5%에서 16.5%로 상승했다. (2004년 1월 à 2005년 5월말) 가입자의 질 측면에서는 타사의 우량고객이 유입되어 ARPU (Average Revenue Per User) 격차를 많이 줄인 상태이다.

 

규모의 경제가 큰 힘을 발휘하는 이동통신시장에서 후발주자로 겪어왔던 설움을 어느 정도는 해소했다고 평가되며, LGT 내부적으로도 “이젠 해볼만 하다.”라는 자신감이 충만해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이동통신 시장에서는 0.1%의 점유율 상승조차도 매우 어려운 일로 여겨지고 있다. 그 때문에 점유율을 이야기할 때 소수점 둘째자리까지 따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LGT가 이루어낸 2% 시장점유율 상승은 경쟁사인 SKT와 KTF에서도 “참 잘했다”고 인정할만한 성과이다.

 

가격경쟁력과 비대칭규제의 효과

 

LGT하면 떠오르는 것은 욘사마의 “당신의 상식에서 배우겠습니다”라는 맨트일 것이다. 이동통신 시장의 성격상 후발주자로서 마땅히 해볼만한 것이 없다보니, LGT가 내세운 것은 “저렴한 요금”이다. 통화량이 많을수록 타사와의 격차가 벌어지는 구조인데, 월별요금 40,000원이 넘는 SKT 가입자가 LGT로 이동하면 약 15% 정도를 아낄 수 있다고 한다. 물론 장기가입할인이나 TTL할인 등을 고려하면 격차는 조금 줄어든다.

 

번호이동 전에는 가격이 싼 줄 알면서도 번호를 바꿔야하는 부담 때문에 이통사를 옮기기가 만만치 않았었다. 하지만, 번호이동성 시행으로 인해 이러한 부담은 사라졌고, 신규가입자의 경우 010 식별번호를 부여받아 “019”를 숨길 수 있게 되었다. 여담이지만, 그동안 많은 019 가입자들이 “011” 앞에서 당당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여기에 번호이동성 시차제 적용으로 LGT가 선공을 할 수 있도록 한 정통부의 배려도 있었다. 또한, 연말에는 LGT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접속료 차등조정이 있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비대칭규제의 직격탄을 맞은 SKT 쪽에서는 곡소리가 들려왔지만 LGT는 600만 가입자 확보라는 염원을 이루어냈다.

 

유효경쟁체제 구축으로 비대칭규제는 완화될 듯…

 

정부가 2004년에 “SKT 죽이기” 혹은 “LGT 밀어주기”에 나섰던 이유는 이통시장의 유효경쟁체제를 만들기 위해서였다고 풀이된다. 기존의 구도대로 가면 SKT와 KTF가 사실상 시장을 독과점할 것으로 보고, “3사”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칼을 든 것이다. 역시 규제산업에서 정부의 존재감은 장난이 아니다. SKT는 최근 “2008년까지 시장점유율을 50%대 초반에서 묶어두겠다”고 공언했는데, 이것은 “점유율에 욕심없으니까 그만 하세요…”라는 정통부에 대한 메시지나 다름없다.

 

아무튼, 정통부나 업계의 입장이 “할만큼 했다”로 모아졌고,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으므로 향후 비대칭규제는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LGT가 “홀로서기”라는 시험을 무사히 통과할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2002년 3월, 주가는 12,000원의 최고점을 지나…

 

 

LGT의 주가는 2002년 3월 12,000원을 찍은 후 2004년 5월 3,015원 까지 하락한 바 있다. 2002년 3월 당시 주가가 급등한 배경에는 창사이래 최초의 흑자반전이라는 “판타지”가 있었으며, EV/EBITDA 7~8배 수준의 높은 벨류에이션을 정당화하는 분위기도 한 몫 했다. (현재 업종 선도주인 SKT의 적정 EV/EBITDA가 4~5배 정도라고 알려져 있다.)

 

당시 애널리스트 리포트를 참고해보면, 2001년의 흑자반전 이후 지속적으로 이익규모가 커질 것으로 예측하는 것이 대세였으나, 실제로 발표된 2002년 이후의 실적은 이러한 기대를 무색케 한다.

 

 

 

 

고객유출 및 점유율하락, 마케팅비 증가, 감가상각비 증가 등의 악재 속에 주가는 12,000원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했고, 2002년 3분기에는 급기야 적자결산을 하면서 5,000원 이하로 떨어졌다. 이후에도 SKT의 거센 공격 속에서 “과연 생존 가능한가?”라는 질문이 항상 따라다녔으므로 주가는 힘을 받을 수가 없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2003년 말 번호이동성 시행이 확정되었는데도 주가는 별 반응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아무도 기대하지 않는” 그런 주식이 되어버렸다.

 

우호적인 외부환경 속에서 시장 지위 강화 모색…

 

현재 LGT는 최저점 3,015원 대비 54% 상승한 4,65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실적개선 기대감을 반영한 것으로 보이는데, 가장 주요한 것이 SKT의 점유율 경쟁 자재 입장이다. SKT는 “50% 이상”에 대한 관리만 할 것이라고 밝혔고, 이는 번호이동성 시행으로 촉발된 마케팅 경쟁의 종결을 의미한다. 마케팅비는 이통사의 의지에 따라 얼마든지 조절 가능하면서도, 실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다. 따라서 향후 LGT의 실적은, 늘어난 가입자를 바탕으로 매출액은 증가하는데 마케팅비는 감소하게 되므로 큰 폭의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그간의 소극적인 투자로 인해 감가상각비의 감소도 예상된다.

 

단기적인 실적개선은 어느 정도 확실한 가운데, LGT는 올 연말까지 16.9%, 장기적으로 18~20%의 점유율을 확보할 계획이다. 20% 수준이면 SKT의 눈치를 안보고 경쟁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러한 목표 달성은 결코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연한 말이지만, SKT나 KTF는 순순히 가입자를 내줄 의사가 전혀 없다. 또한, SKT와 KTF가 진행중인 HSDPA 투자에서 소외된 채 EVDO-rA 투자로 구색을 맞추는데 급급하기 때문에 기술적 낙후 우려가 드는 것이 사실이다. 마지막으로 IHQ 및 YMB서울음반을 인수하며 공격적인 콘텐츠 확보에 나선 SKT와는 달리 미온적인 입장이어서, 향후 펼쳐질 콘텐츠 전쟁에서 매우 불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장기적인 성장을 위한 투자는 부족하지만, “저렴한 요금”이란 무기를 가진 LGT가 시장점유율 20%를 달성할 수 있을 지 관심을 가져보자.

 

 

박성빈 sb80@viptooz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