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시스, 사무실 평정하고 학교로

[버핏처럼 생각하라] 퍼시스

 탐색작업

→ 투박한 철제, 목재 가구는 과거 우리나라 사무실의 대표적인 모습이었다. 미적 감각이나 사용자의 편의는 그다지 고려하지 않던 시대에, 시스템가구 개념을 도입한 업체가 있었으니, 바로 퍼시스다. 퍼시스는 87년 설립된 국내 1위의 사무가구 전문업체로 사무 가구 대형 4사 (퍼시스, 리바트, 보루네오, 한국OA) 가운데 55.3%의 점유율을 자랑한다. 전체 시장 점유율은 17% 정도로 추산된다.

자금에 여유가 있는 대기업이나 관공서는 사무용 가구를 선택함에 있어서 조금 더 주더라도 고급스러움, 깔끔한 디자인, 편의성을 우선 고려하는 성향이 있다. 일반적으로 사무용 가구를 구매하면 5년 정도는 쓸 생각이기 때문에, 소위 ‘가오가 서는’ 브랜드를 선호한다. 당연히 퍼시스가 최우선 고려 대상이다.

지속적 경쟁우위를 가진 제품이나 서비스를 파는가, 아니면 가격경쟁형 제품이나 서비스를 파는가?

→ 사실 가구 제조는 그다지 좋은 비즈니스라고 할 수 없다. 부피당 부가가치도 작고, 고정설비가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한 번 사면 좀처럼 교체수요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반복적인 구매’가 발생하지 않는 아이템이라는 점도 할인요인이다. 이듬 해 매출이 성장하려면, 작년에 팔았던만큼을 일단 팔고 추가적으로 더 팔아야 하는데, 사양산업으로 분류되는 가구산업에서 그다지 쉬운 일이 아니다. 요즘처럼 경기가 안 좋은 상황에서는 특히 더 그렇다. 또한, 영세한 업체들이 유사한 디자인으로 저가 공세를 펴는 것도 큰 부담이다.

따라서, 가구업체가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타사와 차별되는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경쟁력 요소로 들 수 있는 것은 ㄱ) 브랜드 인지도 및 신뢰, ㄴ) 제품 기획력, ㄷ) 효율적인 생산 및 유통 시스템 등을 들 수 있다.

ㄱ)    브랜드 인지도 및 신뢰 : 퍼시스는 적어도 국내에서는 고급 사무용 가구의 대명사로 자리잡았다. 이는 설립 이후 일관된 품질 위주의 경영을 했기 때문이다. 동사는 가격 경쟁은 배제하고, 좋은 물건을 제 값받고 파는 전략을 고수해왔다. 또한, 사후 고객관리에도 철저했다. 그 결과가 ‘좀 비싸더라도 퍼시스로 사야 탈이 없다’라는 브랜드 인지도와 신뢰이다. 가구시장 내에서도 특히 사무용 가구시장은 안정성을 중요시하는 보수적인 시장이다.

ㄴ)    제품 기획력 : 동사는 국내에 시스템가구를 최초로 도입한 이래로, 국내 사무용 가구의 진화를 주도해왔다. 눈에 띄는 선두업체가 없던 초창기 시절부터 차별화된 디자인과 편의성으로 주목을 받았으며, 지속적으로 R&D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최근 신 성장동력으로 등장한 ‘팀스’ 역시 이러한 제품 기획력의 연장선상에 있다. 생활 수준 향상으로 인해 고급 교구재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시점에, 기존 중소기업 제품과는 완전히 차별화된 학교용 책/걸상을 런칭하여 높은 성장을 보이고 있다. 기존 제품이 책/걸상 세트당 7만원에 불과했던 반면, 동사 제품은 세트당 14만원에 팔리고 있다. 또한, 2006년 경부터는 병원용 가구 시장을 공략할 계획으로 현재 제품 표준화 등의 연구 개발을 거의 완료한 상태이다. 이러한 제품 기획력은 저성장 산업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ㄷ)    효율적인 생산 및 유통 시스템 : 동사는 상품 매출 비중이 77% 수준에 이른다. 이는 제품별 분업화를 통해 전문성을 높이고 고정비 부담을 줄이고자 수림, 한스, 일룸 등 관계사 아웃소싱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공장 자동화도 업계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생산 측면 뿐만 아니라, 유통 측면에서도 ‘무점포 대리점’(물리적인 점포를 보유하지 않는 판매대리인 개념)을 도입하여 효율성을 극대화 하고 있다. 이는 사무가구의 특성상 소규모 대리점에는 제품 전시가 어렵고, 일반적으로 영업직원이 고객을 방문하는 형태로 판매가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착안된 아이디어이다. 현재 총 160개 대리점 중 3분의 1이 무점포대리점이며, 최근 증가하는 대리점의 대부분이 무점포대리점이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동사가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등지에 대규모 쇼룸을 보유하고 있어 실물 확인에도 별다른 어려움이 없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깔끔한 대리점과의 거래관계도 동사 유통망의 강점이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해할 수 있는가?

→ 직장, 은행, 관공서 등에서 퍼시스 제품을 자주 접할 수 있다. 이제는 학생들도 학교에서 퍼시스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즉, 일상생활 속에서 사업의 내용과 품질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재무구조가 안정적인가?

→ 2005년 1분기 현재 부채비율 24%에 실질적인 무차입 경영 상태이며, 현금성 자산이 1,200억원에 이르고 있다. 이는 시가총액의 74%에 해당한다. 따라서, 재무구조는 매우 안정적이라고 볼 수 있다.

수익력이 강하고 상승 추이를 보이고 있는가?

→ 지난 15년간의 자료를 토대로 볼 때, 안정적인 수익력 및 상승 추이를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시장 포화로 인해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90년대에 이익률의 하락을 겪었지만, 2001년 이후 완만히 상승하여 현재 15% 이상의 영업이익률을 보여주고 있다. 당기순이익은 90년 이후 연평균 19% 성장하여 236억원에 이르고 있다.

능력 범위 안에서 자본을 배치하고 있는가?

→ 관계사 현황을 살펴보면, 목재 및 도장가구를 생산하는 “수림”, 특수가공 가구를 생산하는 “한스”, 의자 등을 생산하는 “일룸” 등이 있다. 이들 업체는 영업상 퍼시스와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는데, “수림”을 제외하고는 퍼시스가 지분을 보유하지 않고,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이 소유하고 있다. 때문에 상품 거래시 이익이 불공정하게 배분될 가능성이 있지만, ‘퍼시스 매출원가율의 지속적인 개선’ 및 ‘관계사간 영업이익률의 높은 상관관계’ 등 정황을 살펴보면, 우려는 크지 않다. 어쨌든, 퍼시스와 특수관계인은 그동안 가구사업에만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자사주를 매입하는가?

→ 퍼시스는 2005년 1분기말 현재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2001년에 발행주식수의 4.3%에 해당하는 물량을 이익소각하여 벌어들인 이익을 주주가치 증대에 활용한 바 있다. 다만, 현재는 유통물량 부족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자사주 매입을 자제하고 있다.

경영진이 유보 이익을 활용해서 주당순이익을 높이고 주주가치를 증진시키고 있는가?

→ 퍼시스의 1990년부터 2004년까지의 주당순이익의 합은 81,025원이며, 이 중 30,636원은 현금배당으로 주주에게 돌려주었으며, 50,389원은 내부 유보했다. 이 기간 중 주당순이익은 170원에서 1,885원으로 1,715원 증가했다.

따라서 1,715원의 주당순이익 증가는 퍼시스가 가진 지속적 경쟁우위와 동 기간 동안 내부 유보한 50,389원을 투자한데서 나온 것이다. 50,389원의 내부유보를 통해 1,715원의 추가적인 이익을 만들어냈으므로 내부유보수익율은 3.4%이다. (같은 방식으로 2001~2004년의 내부유보수익률을 계산해보면 8.53%가 나온다.)

ROE가 평균 이상인가?

→ 퍼시스의 ROE는 상장사 평균인 16%를 하회하는 14%대를 기록하고 있다. 절대적인 ROE 수준은 높지 않지만,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는 현금성자산을 고려하면 현 수준의 ROE가 유지되고 있다는 점을 높게 평가할 수 있다.

ROE를 개선시키기 위해서는 쌓여만 가는 현금성자산을 배당으로 주주에게 돌려주던지, 투자에 사용하던지 양자택일을 해야만 한다. 하지만, 유통물량 유지를 위해 배당목적의 장기투자자를 기피하기 때문에 배당을 크게 늘릴 가능성은 낮아 보이며, 특별한 투자대상 또한 없는 상황이다.

인플레이션에 따라 가격을 자유롭게 올릴 수 있는가?

→ 퍼시스의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연평균 5% 수준의 가격인상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2004년에는 7월 경에 원재료가 인상을 이유로 8.3%의 가격인상을 단행한 바 있다. 이를 통해 추가적인 원재료가 인상에 대한 여유도 확보된 상태이다.

공장이나 기계를 최신식으로 유지하기 위해 대규모 자본지출이 필요한가?

→ 퍼시스는 2002년에 113억원을 설비투자에 지출한 바 있지만 영업현금흐름과 비교하면 부담되는 수준은 아니었으며, 이후에는 미미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Free Cash Flow(혹은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에 감가상각비를 더하고 CAPEX를 차감하여 얻어지는 주주이익을 살펴보면, 자본지출이 주주의 부를 훼손하는 구조가 아님을 확인할 수 있다. 주주이익은 당기순이익을 상회하고 있다.

★ 탐색작업의 결론 : 버핏이 선호할만한 기업인가?

가격분석 : 현재 주가에 매수해도 되는가?

1) 초기투자 수익률과 국채와의 상대적 가치 이용

→ 우리나라의 10년만기 국채 수익률은 현재 4.55%를 기록하고 있다. 퍼시스의 2005년 주당순이익은 증권사 컨센서스에 의하면 2,200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2,200원을 4.55%로 나누면 상대가치는 48,351원이 나온다. 이것은 퍼시스 주식에 48,531원을 지불하면 국채와 동일한 수익률을 얻게 된다는 뜻이다. 만약 2005년 7월 18일 종가 19,500원에 퍼시스 주식을 산다면, 초기수익률은 국채수익률 보다 높은 11.28%가 된다. 따라서 버핏이라면 다음과 같은 비교를 했을 것이다.

4.55% 수익률의 국채 42,500원어치를 보유하는 것이 낫겠는가? 아니면, 초기수익률 11.28%에 지속 성장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는 퍼시스 주식을 사겠는가?

2) 채권성 주식으로서의 퍼시스 주식

→ 2005년 초 퍼시스의 주당순자산 가치는 13,071원이었다. 만약 퍼시스가 다음 10년간 연평균 14%의 ROE를 유지할 수 있고, 이익의 80%를 유보한다고 가정하면, 주당순자산은 연간 11.28%씩 성장해 10년 뒤인 2015년에는 38,061원이 된다.

2015년에 여전히 14.4%의 ROE를 낸다면, 퍼시스의 예상 주당순이익은 5,481원이다. 만약, 2015년에도 퍼시스가 2004년말 PER인 8배에 거래된다면, 주가는 43,848원이 될 것이며, 배당을 통한 수익을 제외하고 연평균 8.44%의 세전 복리수익률을 올리게 되는 셈이다.

3) 연간 주당순이익 성장률 수치를 이용한 투자

→ 퍼시스의 주당순이익은 지난 15년간 연평균 19%씩 성장한 바 있다. 성장률이 향후 10년 동안 9.5%를 유지한다고 가정하면, 2015년의 주당순이익은 4,671원이 된다. 2015년에도 2004년말 PER인 8배에 거래된다면 주가는 37,400원이 되고, 세전 복리수익률은 6.73%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