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는 사명이 한국화약의 약어로서 화약관련 제품을 주로 생산하면서 성장한 회사다.

1952년에 설립돼 업력이 50년을 넘었다. 한화그룹의 지주회사는 아니지만 법적인 지주회사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각 계열사의 지분을 보유하면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한화의 주력 자회사는 26.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대한생명을 비롯해 한화석유화학, 한화건설, 한화개발, 한화기계, 한화국토개발의 여섯 회사다. 하지만 한화가 실질적인 대주주로 있는 한화석유화학이 자체적으로 한화종합화학, 한화유통, 여천NCC, 한화국토개발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어 이들 손자회사로까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 동안 한화 주가상승의 이유는 이들 자회사들의 장부가치가 한화의 시가총액보다 높았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다는 의미다. 하지만 지난 IMF 이후 지속적인 구조조정을 실시해온 턴어라운드 관점에서 한화의 기업가치 개선이 시장에서 부각된 영향이 가장 컸다.

 최근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시장에 부각된 이슈가 바로 인천공장 부지 매각이다. 인천공장은 한화그룹의 창업주인 고 김종희 회장이 1959년 화약생산의 대량생산체제를 갖추면서 처음 사업을 시작한 어찌 보면 한화그룹의 역사적인 장소라고 할 수 있는데 이 곳을 매각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인천공장 부지 매각에 관한 소문은 3년 전부터 나오기 시작했지만 그 동안 인허가 문제로 질질 끌어오다가 작년 12월 건교부로부터 도시개발구역 승인을 받으면서 본격적으로 탄력 받기 시작했다. 올 연초 한화의 주가가 약 80% 가까이 단기 급등한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인천공장 부지 매각은 그만큼 한화의 구조조정 의지를 반영하는 상징적인 의미라 할 수 있다. 인천공장 부지는 현재 한창 개발되고 있는 송도신도시 인근에 위치해 있어 주택/상업용지로 개발될 경우 추가적인 이익이 기대된다.

 이에 따라 한화는 일괄부지 매각이 아닌 부지의 50%를 화인캐피탈에 매각했고, 향후 50:50의 지분율로 인천공장 부지를 2009년까지 주택과 상업지구로 공동개발하기로 했다. 물론 시공은 자회사인 한화건설이 맡게 했다. 매각이익 외에 개발이익으로 인한 자회사의 수익개선의 효과를 가져오는 긍정적인 효과가 예상된다. 부지 일부를 매각하면서 화약공장은 149만 평의 충남 보은공장으로 이전하게 됐다. 현재 전국에 산재해 있는 공장을 보은공장으로 통합함으로써 향후 시너지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한화의 주력사업은 산업용 화약과 방산부문이다.

산업용 화약은 건설경기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품목으로 SOC투자 및 골프장 건설 증가에 따라 안정적인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 산업용 화약시장은 한화가 사업초기부터 시작해 온 사업이라 업력이 50년 이상이다. 비록 시장규모는 2,000억 원 수준으로 그리 크지 않지만 시장점유율 약 80%로 시장지배적인 위치에 있다. 하지만 성장성이 제한된 시장이다 보니 향후 일본, 인도네시아 등으로 화약류 기술 및 플랜트 관련 수출을 추진할 계획이다.

방산부문은 산업용 화약사업과 연관된 수직계열화 사업으로 산업용 화약에서 축적된 화약기술을 바탕으로 1970년대부터 탄약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안보와 관련된 탄약의 매출이다 보니 주로 정부와의 조달계약을 통해 매출이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이 분야의 매출은 경기변동보다는 정부의 예산증감에 따라 좌우되는 특징을 갖고 있다. 국가로부터 방산 지정제도에 따른 운영시스템으로 시장이 형성되다 보니 해외업체들의 시장진입 역시 불가능하다.

이 시스템은 크게 두 가지 제도로 나뉘어지는데 방산물자 및 업체 지정제도와 전문화/계열화 제도가 그것이다. 방산물자 업체로 지정되면 양산 독점권이 부여되는 것이고, 전문화 업체로 지정되면 연구개발 및 도입생산 우선권이 부여된다. 현재 한화는 탄약 및 유도무기 분야에 지정돼 있는 상태다.

최근 미국 의존의 방위시스템에서 우리나라의 독자적인 방위시스템으로 전환되는 추세이기 때문에 한화는 재래식 탄약에서 첨단/정밀 무기사업으로 영역을 확대하는 중이다. 안보위협이 높은 국가들의 GDP 대비 국방예산 비중이 평균적으로 약 8.0%임에 반해 우리나라는 약 2.9%에 지나지 않아 이에 대한 확대가 예상된다.

한화는 지난 4분기부터 MLRS(227mm 다연장 로켓탄)의 매출이 반영되기 시작했는데 이 사업은 미국 록히드 마틴사로부터 국방부가 기술을 도입해 한화가 국산화함으로써 정부에 납품하는 사업이다.

2002년 1,882억 원 상당의 공급계약이 채결됐는데 이에 대한 매출이 2005년까지 계상될 전망이다. 작년 4분기에 204억 원이 반영됨에 따라 올해 약 1,680억 원의 매출이 기대된다. 그 외 유도미사일과 휴대공 지대미사일 그리고 항공기 부품 등 관련 매출이 반영될 것이다. 일반적으로 방위산업의 영업이익률은 6~10% 수준이라고 한다.

실질적인 지주회사이다 보니 자회사의 순자산 가치에 따라 한화의 기업가치가 결정됐는데 장부가액 기준으로 중요한 자회사는 아무래도 대한생명일 것이다. 대한생명은 국내 생명보험 시장에서 삼성생명 다음으로 교보생명과 업계 2위를 다투고 있다.

대한생명 인수에 대해서 많은 논란이 있지만 중요한 점은 대한생명의 펀더멘탈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이다. 작년에 5,360억 상당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해 결손금 규모를 1조5000억 원에서 1조원으로 줄였다. 현재 한화건설의 6.6%, 한화석유화학의 1.0%의 지분을 합해 한화그룹이 34.0%의 대한생명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상태다.

49%의 대한생명 지분을 갖고 있는 예금보험공사의 지분 중 16%를 2007년 10월까지 콜옵션으로 확보할 수 있고, 또한 컨소시엄을 구성해 함께 대한생명 지분을 인수한 오릭스가 보유하고 있는 17%의 지분에 대한 풋옵션을 2006년 4월1일부터 행사가능하기 때문에 최고 67%까지 대한생명 지분확보가 가능하다.

주주이익 관점에서 한화는 대표적인 턴어라운드 종목이다. 이미 2001년부터 당기순이익의 손실 폭이 감소하면서 주주이익의 기울기가 (+)로 전환했다. 물론 이 당시에도 주가는 계속 떨어졌지만 주주이익의 변화를 감지한 투자자는 한화의 사업구조 변화에 대해서 나름대로 호기심을 가져봤을 것이다. 한화는 화학, 유통, 레저, 금융의 사업에 그룹의 역량을 집중하기로 결정하고 정보통신 사업부문에서 완전 철수했다. 이러한 선택과 집중의 결과가 주주이익의 급증과 기업가치의 상승으로 나타난 것이다.

양동선 sebian523@viptooz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