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주(SBS etc) - 매체 다변화의 시대에서

방송주 - 매체 다변화의 시대에서

 

이제 우리가 접할수 있는 방송매체는 무수히 다양해졌다.

어릴적 TV가 없던 시절, 만화영화 아톰을 보기위해 TV가 있는 친구집에 놀러갔던 기억이 난다. 컬러 TV가 처음 나왔을때는 우리집의 흑백 TV에 빨간색 하나라도 나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상상을 하기도 했다. 그러던중 아버지께서 14인치 컬러TV를 사들고 오셨을때의 감격이란...

 

이제는 이런 기억들이 아버지께서 겪으셨던 6.25 피난시절의 이야기 만큼이나 옛날 이야기가 되었다. 언제 어디서나 TV를 볼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전파를 통해서, 위성을 통해서, 케이블 망을 통해서, TV 수상기를 통해서, 핸드폰을 통해서, PDA를 통해서.. 내가 TV를 보고싶을 때 보지못하는 경우는 아마도 없을 것이다.

 

매체의 다변화, 방송과 통신의 융합, 디지털 컨버전스등 수년전부터 회자되던 화두들이 어느덧 피부로 느낄수 있을 만큼 성큼 다가왔다. 이 모든 화두들을 나는 소화해낼 능력이 없다. 솔직히 말해 나의 상상력내지는 '설마 벌써~'라는 의구심보다 기술의 발전은 훨씬 빠르다. 이런 technology에 대해서는 나는 문외한이다.

 

방송은 우리 생활에서 필수불가결하다. 아니 우리의 생활은 거의 반강제적으로 방송에 노출되어 있다. 집안의 거실에서, 지하철의 LCD모니터에서, 음식점에서, 심지어는 회사내에서까지도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방송을 시청하도록 강요받는다. 그렇게도 강력했던 매체가 이제는 더 강력하게 다가온다. 승용차안에서, 학교에서, 심지어는 걸어다니면서도 방송은 우리의 생활이 된다.

 

1. 지상파TV

 

가장 강력한 방송매체는 여전히 지상파TV이다. 아무리 케이블티비가 정부의 밀어주기식 정책에 힘입어 확대되었어도 방송시청의 75%는 지상파TV를 통해 본다. 광고주들이 가장 선호하는 매체 1순위도 당연히 지상파TV이다. 광고비용대 광고효과를 본다면 지상파TV는 신문의 2.5배, 케이블방송의 3배의 위력을 갖는다. 만일 TV광고 단가가 지금보다 2배가 오른다 하더라도 광고주들은 지상파 광고를 줄이지 못한다. 차라리 신문광고등 다른 매체의 광고를 줄여 광고비를 절감할 것이다. 케이블TV의 시청점유율이 불과 2년사이에 10%대에서 25%로 높아졌어도 자상파의 광고매체로서의 매력은 좀처럼 감소하지 않는다. 지상파TV는 1사 1채널이다. 케이블은 대체로 30~60개의 채널이다. 25%의 시청점유율을 대략 45개 채널로 나눈다면 평균적인 시청점유율은 채널당 0.5%에 그친다. 지역광고주가 아니라면 매력을 느낄수가 없다.

 

매체 다변화의 시대에 진입하면서 지상파TV 3사가 수난을 겪고 있다.

이유인즉슨, 케이블, DMB, 위성방송등에 시청자를 빼앗기고 이에따라 광고또한 빼앗길 것이란 우려다. 지상파TV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는 케이블이었다. 왜냐하면 하나의 수상기를 통해 경쟁하는 매체이기 때문이다. 9:1이었던 지상파 대 케이블의 점유율이 이제 7:3까지 내려앉았다. 어디까지 내려갈지는 두고볼 일이지만, 이미 케이블방송내에서의 시청프로그램도 SBS드라마, MBC ESPN등 지상파 계열 PP의 프로그램이 시청률 상위를 점유한다는 것을 보면 그 한계가 자명해보인다. 7:3의 비율밑으로 떨어지는건 케이블TV 프로그램에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나야만 가능하다.

 

DMB는 지상파의 경쟁상대가 될 가능성이 낮다.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식생활이 풍성해진다고 쌀소비가 급감하는 것이 아닌것과 비슷한 이치다. 거실에서 PDP를 통해 스포츠중계를 보던 사람이 핸드폰을 들고 시청할리가 만무하다. 대체재이기보다는 보완재이다.

 

투자자가 접근할수 있는 유일한 지상파TV회사인 SBS는 최근 2년간 디지털방송투자에 열중하고 사옥을 세우느라(약 3천억) 투자자의 외면을 받아왔다. 전체 자산규모의 50%에 달하는 CAPEX였으니 과도하지 않을수 없다. 연평균 감가상각비가 150억원에 불과했었지만  지난해에는 500억원에 달했다. 350억원의 추가적인 감가상각비가 없었다면 평년수준의 순이익을 낼수 있었는데 말이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내수경기 침체에 따라 광고판매가 급감해 외형마저 정체되었다.

방송사업은 초기 설비투자를 마치고 나면 생각보다 CAPEX가 그리 크지 않다. 원재료비의 성격을 띠는 프로그램 제작비를 제외한 방송기계설비등 고정자산에 대한 CAPEX는 SBS의 경우 연평균 200~300억원 수준이다. MBC의 경우는 연평균 800억원 가량이다. 총자산의 5% 이내이다.

 

매체의 다변화에도 불구하고 지상파TV라는 매체의 우월성이 크게 훼손된 것은 아니다. 방송국사업은 제도적으로나 비즈니스적으로나 강력한 MOAT에 의해 보호받는다. 매년 300억에 머물던 CAPEX가 최근 급증하여 주주이익을 침해하였지만 향후 CAPEX는 2010년까지 연평균 2~300억원대로 평균적인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다. 지상파 방송사업은 3사의 과점에 의해 유지되고 주주이익을 지속적으로 증대시킬수 있는 비즈니스다.

 

2. SO

 

SO는 최근 2년간 지상파 시청자의 1/3가량을 끌어왔다. 통신망 구축도 거의다 완료되었고 경쟁이라 해봐야 2개업체의 복점이다. 대부분의 가입자가 기본요금제를(4~7천원) 선택한 가입자이기에 앞으로 고부가가치 요금제의 확대를 기대해볼수도 있다. 무엇보다 대부분의 투자가 완료되고 회수기에 접어들었다는 것이 도시가스 사업과 흡사하다.

이런점들로 인해 MSO의 주가는 벌써 시장에 반영되었고 매력적인 가격대에 거래되고 있는 회사는 소규모SO에 불과하다는게 흠이다.

 

큐릭스는 손자회사인 한빛아이앤비가 영업권상각기간을 5년으로 단축하는 바람에 지분법평가손실이 발생해 실적의 증가폭이 작게 느껴진다. 이런 점을 감안한다면 매력적인 투자대상이라 여겨진다.

 

3. PP

 

케이블TV의 급속한 보급에도 불구하고 PP사업자들의 사업환경은 매우 열악하다. 케이블시청자중 35%는 지상파계열 PP(SBS드라마, MBC ESPN 등등)를 시청한다. MSP계열 PP중에는 오리온의 투니버스, OCN등이 시청률 상위에 랭크되어 있을뿐 나머지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독립PP중에는 한경와우TV, JEI스스로방송, 농수산TV, KMTV만의 전국 SO중 90%에서 송출되고 있고 대부분은 50%이하에서 송출되고 있다. 의료, 건강, 육아, 취미등의 교양물을 편성하는 PP는 대부분 고전을 면치 못한다. 또한 OCN의 막강한 영향력에 눌려 대부분의 영화채널도 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다.

 

증권방송인 한경와우TV는 2001년 PP중 시청률 순위가 10위에서 현재 20위권으로 추락하였다. 2001년까지 이어지던 코스닥시장의 활력이 감소하고 개인투자자가 증시에서 이탈하면서 생긴 결과이다. 이런 고전에도 불구하고 한경와우의 케이블TV에서 입지는 상당히 공고해 보인다. 90%이상의 SO가 한경와우를 송출하고 있는데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경영성적표도 어려운 여건에서도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다. 2002년 20억원, 2003년 36억원, 2004년 40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했고 올해는 50억원 가량이 기대된다. 증권방송이라는 특화된 영역에서 독점력을 키우고 있다고 보인다.

만일 주가지수가 1천포인트에 안착하고 향후 개인투자자들이 증시에 가세한다면 시청률 증가와 SO와의 유리한 수신료 분배협상, 광고판매의 증가를 기대해볼수 있는 시점이다.

 

처음엔 방송매체의 다변화가 각각의 방송사업자들에 어떤 명암을 줄까를 고민했었다. 진행하다보니 서로 먹고 먹히는 관계에서 이제 서서히 자신들의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아직 방송매체간의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아니, DMB방송의 시작으로 이제 부터가 시작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따로따로 떼어놓고 보았을때의 각각의 매력을 무시하기도 어렵다. 매체다변화의 시대에서, 점점 거세지는 경쟁속에서도 매력적인 비즈니스를 갖고 있으며 자신만의 경쟁우위를 구축하고 주주이익을 증대하는 기업들이 그래도 건재하게 있는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