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를 지나다 보면 똑 같은 이름의 편의점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블록에서 조금만 걸으면 얼마 되지 않은 또다른 블록에 똑 같은 이름의 편의점이 세워져 있어 소비자 입장에서는 다소 혼란스럽다. 하지만 소비자들과 최접점에 있는 편의점의 특성 상 브랜드 이미지의 선점과 집객력의 확보를 위해서는 이러한 카니벌라이제이션(Cannibalization)의 전략은 불가피하다. 같은 회사 내의 편의점끼리 경쟁하기 때문에 단위 당 매출은 감소할지 몰라도 전체적인 매출규모는 늘릴 수 있는 이 전략은 그래서 편의점의 기본적인 방향으로 채택되어 왔다.

훼미리마트는 시장점유율 약 37%로 국내 편의점 1위 업체다. 지난 1990년 10월 서울 송파구 가락동에 1호점을 개점한 이래 2002년 4월 1,000호 점, 2003년 10월 2,000호 점을 돌파했으며, 올해는 현재 2,850개의 점포를 500개 더 늘려 3,200호 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카니벌라이제이션의 선봉에 서 있는 훼미리마트는 작년에 1조 원이 넘는 매출액을 달성했다.

이는 지난 1999년 이후 연 평균 37.4%의 성장률을 의미하는 것으로 국내 내수 침체라는 외부 환경에도 불구하고 훼미리마트는 이에 대한 별 영향 없이 꾸준히 매출액을 늘려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편의점의 특성 상 일반적으로 회전율이 높고, 소비자 인지도가 높은 상품 위주로 판매하는 특성 때문에 경기변동에 둔감한 영향을 보인 것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경기변동에 좌우되지 않은 사업의 특성 상 각 거리마다 속속 파고드는 카니벌라이제이션의 전략은 어느 정도 유효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러한 전략의 취약점은 각 점포들끼리의 경쟁을 유발시킬 수 있어 불필요한 비용지출이 불가피할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외형성장은 지속될 수 있으나 수익성은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 훼미리마트 역시 작년에 168억 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지만 영업이익은 2003년의 173억 원보다 오히려 2.9% 감소했다. 매출액이 동 기간 동안 약 28.9% 증가한 것에 비하면 다소 실망스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니벌라이제이션의 매력은 곳곳에 뚫려있는 강력한 유통망 덕분에 다양한 서비스 창출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 업종의 기업들이 자사 제품의 인지도를 확인할 수 있는 수단으로 훼미리마트와의 제휴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게 된다. 특히 식료품업체들은 신상품을 개발하고 나면 이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을 살필 수 있는 창구로 편의점을 이용한다. 롯데제과가 최근 출시한 1,000원짜리 고급 콘 타입의 아이스크림인 “녹차연인” 역시 편의점에서 소비자들의 반응을 살펴본 후 생산량과 판매망을 확대하기로 결정한 케이스 중 하나다.

그 외 이업종 간의 영역파괴의 대표적인 사례가 넥슨의 자동차용 온라인 게임인 카트라이더의 물품교환권을 훼미리마트의 삼각김밥과 연계한 경우다. 이는 삼각김밥에 들어있는 일련번호를 컴퓨터에 입력하면 풍선이나 카트 등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아이템을 무료로 얻을 수 있는 서비스다. 게임업체 입장에서는 온라인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편의점을 통한 자연스러운 오프라인 마케팅으로 게임 유저의 저변을 확대시킬 수 있어 이득이고 편의점은 매출액 증대 및 게임 세대인 10대와 20대들에 대한 브랜드 인지도를 개선시킬 수 있는 서로 간의 윈윈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훼미리마트는 앞으로도 온라인과 연계한 이벤트를 지속적으로 실시해 편의점이 갖고 있는 강점을 최대로 활용할 계획이다.

훼미리마트는 지난 1월 이상수 신임대표를 선임하고 올해 역시 공격적인 영업과 마케팅을 펼칠 계획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이상수 신임대표는 신세계 출신으로 지난 1990년 보광그룹의 편의점 사업부 창설 준비위원으로 합류한 이래 영업본부장과 운영총괄 전무, 총괄부사장까지 회사 내부의 주요 “영업” 요직을 두루 거친 인물이다. 2002년 11월 금강산 관광특구 및 2003년 12월 개성공단 지구 내의 훼미리마트가 진출하는 데에도 관여했다. 훼미리마트를 단순히 물건을 사고 파는 “편의점”이 아닌 소비자들의 생활의 일부인 “리빙스테이션”의 관점에서 향후 편의점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