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 성장산업으로 변모..'옥석'가려야

제약업종 무엇이 변했나?

최근 제약주들은 그야말로 현기증이 일어날 정도로 상승을 했다. 2004년 1월 1,188포인트로 시작했던 의약업종 지수는 1년 반만에 2,343포인트로 100%가까운 상승을 보였다. 같은 기간 종합주가지수는 821포인트에서 1,008포인트로 22.8% 상승에 불과했다.

그럼 무엇이 제약업종 지수를 상승하게 만들었는지 그 원인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1. 수익예측의 변동성이 축소되었다.

2000년 8월 의약분업이 실시되기 전에는 경기 영향을 많이 받는 일반 의약품의 비중이 50%, 의사처방을 요하는 전문의약품 비중이 50%였으나 의약분업 실시 이후 일반의약품 중 상당부분을 전문의약품으로 전환시켜 현재는 전문의약품 비중이 70~75%로 전문의약품의 비중이 높아져 경기 민감도가 낮아졌다.

또한 전문의약품 중에서 경기변동과 거의 무관하고 환자수가 누적적인 만성 성인질환치료제(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 비중이 최근 들어 확대되고 있다는 점도 수익예측의 변동성을 축소시켰다.

2. 취약한 현금흐름이 자구노력과 제도 변화로 크게 개선되었다.

비교적 우량한 제약업체 조차도 매출채권회전기일이 200일에 육박하여 운전자금을 단기차입금으로 조달하여 운영할 정도로 현금흐름이 취약하였으며, 밀어내기식 매출과 재무제표상에 투명하게 나타나지 않는 판촉비 등으로 재무제표의 신뢰도가 떨어졌으며 사업다각화로 인해 부실자회사의 숫자만 지속적으로 늘려왔다.

하지만 의약분업으로 상대적으로 결제일이 짧은 약국으로 신규거래가 발생하였으며 대금결제 시스템이 외상매출금에서 카드로 전환되어 매출채권회전기일을 줄이는데 크게 공헌하였다. 또한 업체들의 자구노력에 의해 상표권, 부동산, 투자유가증권 등 무수익 자산을 매각하여 현금화 시키는 노력을 했으며 외자계 제약회사의 투명한 영업 시스템을 벤치마크 하는 기업들도 생겨나게 되었다. 또한 부실자회사도 상당부분 청산되었으며, 남은 회사들 또한 업황의 호전으로 이익을 내기 시작하였다.

3. 국민건강보험공단 재정수지 개선으로 정부의 약가 규제가 완화되었다.

정부는 의약분업이 실시된 2000년 이후 고가 오리지널의약품의 처방이 급증하면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재정수지가 악화되자 2003년까지 10차례에 걸친 약가 인하, 보험료 인상 등을 통해 재정수지적자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을 펼쳤다.

그 결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재정적자는 2003년에 흑자로 전환되었으며 2004년에는 흑자폭이 확대되어 누적적자를 해소시킬 전망이다. 또한 매년 보험료인상(6%, 인상에 따른 효과 약 8천억원)이 예정되어 있고 담배소비세 인상도 지속될 것이기 때문에 과거와 같은 정부의 약가 규제는 거의 없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4. 국내 제네릭의약품 활성화로 국내 제약회사들의 경쟁력이 강화되었다.

다국적 제약업체들이 보유한 블록버스터 신약의 특허만료는 국내 제약업체의 큰 기회요인이 되었다. 2000년 이후 오리지널 신약의 특허만료 러쉬가 이어지고 있는데 이는 원료합성 및 제제기술이 뛰어나고 영업력이 우수한 국내 상위 업체들에게 우호적인 영업환경을 제공하였다. 또한 주목할 만한 것은 외자계 제약업체가 거의 독식했던 고혈압과 당뇨병 치료제의 특허가 최근 만료됨에 따라 저가의 항생제 중심의 개발에 주력했던 국내 제약회사들이 시장잠재력이 큰 성인병치료제 쪽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점이다.

2004년 국내 단일의약품 매출 1위 품목인 화이자의 노바스크(암로디핀 제제)의 특허가 만료되어 현재는 암로디핀제제 시장에서 점유율이 59%로 떨어져 41%의 시장을 잠식당했다. 또한 당뇨병치료제 시장점유율 1위인 아마릴(글리메피리드 제제) 또한 특허가 만료되어 글리메피리드 제제 시장에서 40%의 점유를 기록하게 되었다. 향후에도 블록버스터 신약의 특허만료는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이와 관련한 국내 제약업체의 제네릭의약품 개발은 활발하게 이루어질 전망이다.

5.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신약의 상용화가 임박하였다.

신약개발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제약업체의 핵심경쟁력이다. 2003년 LG생명과학의 팩티브(퀘놀론계항생제)가 국내 최초로 미국의 FDA로부터 신약승인을 받게 되면서 국내에서도 글로벌 신약에 대한 가능성이 열리게 되었다. 향후에도 글로벌경쟁력을 갖춘 신약 후보물질들이 2005~2006년 중에 신약승인을 신청할 것으로 보이는데 대표적인 후보물질로는 유한양행의 레바넥스(소화기관용약), 동아제약의 자이데나(발기부전치료제), 부광약품의 클레부딘(B형간염치료제), 대웅제약의 대웅EGF(상처치료제), LG생명과학의 Sr-HGH(서방형 인성장호르몬)등이 있다. 이렇듯이 신약개발과는 거리가 있어 보였던 국내 제약회사들이 10년에 걸친 연구 끝에 그 성과가 하나 둘씩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신약의 성공은 제약업의 Re-Rating을 이끌 전망이다.

6. 제약업은 이제 성장산업이다.

노령인구의 증가는 의료비 지출을 늘리는 최대 동인이다. 최근 노령화의 급진전에 따라 50대 이상의 인구비중이 증가할수록 진료비는 급격히 증가하게 된다. 저 성장주로 소외를 받았던 제약주가 이제는 성장주로 탈바꿈을 한 것이다. 또한 소득수준과 삶의 질이 향상되면서 발생하는 질병에 대한 치료제인 QOL(Quality Of Life)제품의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비만, 성형, 발기부전 치료제 등이 이에 속한다. QOL제품은 기존시장에서 새로운 시장의 창출효과를 가져와 제약시장의 성장에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

또한 육식위주의 식습관 등 서구식 식생활문화로 변화되면서 고지혈증, 고혈압, 당뇨병 등의 질병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데, 저가의 항생제, 소화제의 판매비중은 축소되는 반면 고가의 순환기계 약품의 판매비중이 확대되면서 제약시장의 질적인 변화가 이루어 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OECD국가 중 GDP대비 총의료비지출은 선진국에 비해 아직 낮은 수준으로 추가적인 의료비 지출 증가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제약업 사도 될까?

제약업은 경기방어형 산업에서 노령화시대의 신 성장산업으로 패러다임의 전환을 이루었다. 주가 또한 그게 걸맞게 상승하였다. 하지만 좋다는 것은 알겠지만 “사도 되는가”라는 점에서는 망설여지는 것이 사실이다. 위에 언급하였던 산업의 변화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증권사마다 경쟁적으로 제약업종의 목표가를 상향시키는 것을 보고 있으면 씁쓸한 마음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이머징마켓 아시아국가의 제약업종의 평균 PER이 시장에 비해 50% 할증되어 거래되고 있고 우리나라가 이들 국가 중에서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르다는 점에서는 일정부분 할증되어 거래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밸류에이션 지표가 높아진 만큼 상승여력은 예전에 비해 제한적인 것은 사실이며, 정부정책의 변화나 제네릭 제품의 경쟁심화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실적을 기록한다면 한순간 고평가 상태로 전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약에 있어서도 1999년 국내 신약 1호인 ‘선플라’가 나온 이후 꾸준히 제품이 나왔지만 매출성과가 미미해 시장에서 뚜렷이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신약의 성공을 바라보고 신약에 대한 프리미엄을 주고 제약업을 사는 일은 상당한 위험이 따를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하며, 신약개발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중소형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는 더욱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