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아파트 가격은 거품이다’ 라는 의견…

거품이라는 의견은 전세가격과 매매가의 괴리를 근거로 제시한다. 아파트라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 이자수익이나 배당금을 주지는 않는다. 안락한 휴식과 같은 효용이 있을 뿐이다. 이러한 효용에 대해 거주자가 지불하고자 하는 대가로서 매매가보다 정확한 것이 전세가격이다. 인터넷 부동산 사이트에서 확인해본 결과, 평당 2500만원 짜리 강남 아파트의 전세가가 평당 800만원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즉, 전세가격이 매매가의 3분의 1이라는 얘기다. 반면에 집값이 싼 지역으로 갈수록 이러한 괴리가 줄어드는 모습을 보인다.

이러한 사실을 통해 ‘1. 강남 아파트는 실제 사용가치에 비해 과도한 벨류에이션을 받고 있다, 2. 그 이유는 추가적인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다.’라는 논리를 도출할 수 있다. 주식시장에서 ‘꿈이 있는 주식’이 높은 PER을 적용받는 것과 비슷한 상황인 것이다. 이러한 논리는 ‘3. 집값이 구매력이나 사용가치와 무관하게 무한정 오르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결국 기대감이 사그라들면서 거품이 붕괴될 수 있다’라는 결론으로 귀결된다.

‘거품이 아니다’ 라는 의견…

반면에 강남 아파트 가격이 비싼 게 아니라고 주장하는 논거는 한 마디로 말해서 ‘너도 강남살고 싶지?’ 이다. 사실, 사람들이 강남, 강남 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타 지역에 비해 교통, 교육여건, 거주자의 경제적 수준, 문화시설 등에서 우위에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또한, ‘강남 XX아파트 산다’ 라고 하면, ‘이 사람, 조금 사는군’ 이라는 반응을 보이는 사회적 인식도 무시할 수 없다. 즉, 강남 아파트는 ‘체감할 수 있는 생활의 편의성’과 함께 ‘명품을 입은 것과 같은 뿌듯함’까지 제공하는 것이다.

때문에, 돈만 있으면 강남 아파트로 이사오고 싶은 사람은 정말 많다. 수요는 이처럼 풍부한 반면, 공급은 수요에 턱없이 부족하다. 일단 강남에 새로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땅이 없기 때문에 가구수가 늘어나기는 정말 힘들다. 여기에 노무현 정부 들어서 시행한 부동산 가격 억제 정책이 더욱 공급량을 줄이는 효과를 가져왔다. 우선, 재개발, 재건축 기준을 엄격하게 해서 중대형 평형의 아파트를 짓기 힘들거나 아예 재건축 추진이 힘든 환경을 만들었다. 또한 각종 거래세를 과중하게 매겨서 가급적이면 팔지않고 보유하는 쪽으로 소유자들을 유도했다.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없으면 가격은 올라가게 되어 있다. 주식 시장으로 치면 소위 ‘쩜상한가’에 빗대어볼 수 있다.

향후 부동산 시장의 Keyword는 차별화, 양극화

강남 아파트에 대한 ‘거품이다. 아니다’ 논쟁은 ‘둘 다 옳다’ 라고 결론 내리는 게 속 편하다. 어차피 정답은 없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의 부동산 시장을 통해 향후 건설업에 대한 전망을 해볼 수는 있을 것이다.

현재 부동산 시장에서 각광을 받고 있는 물건들은 고소득 계층을 겨냥한 ‘확실한 차별성’을 보유한 것들이다. 종종 뉴스에 등장하듯이 평당 분양가가 2500만원이 넘는 100평짜리 펜트하우스가 가장 먼저 분양완료 된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러한 추세에 따라 건설사들은 너나할 것 없이 ‘럭셔리하게 만들어서 비싸게 분양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소득의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부동산 시장에도 양극화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기둥 세우고 시멘트 발라서 뚝딱 건물을 지어내는 시대는 끝났다고 할 수 있다. 과거 경제개발 시대에는 ‘빨리, 그리고 싸게’ 짓는 게 미덕이었기 때문에, 건물의 디자인, 이미지, 편의성에 대해 요구하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하지만, 요즘 부동산 수요자들은 예전에 비해 많이 까다로워졌고, 앞으로 더 까다로워질 것이다.

건설업계에도 양극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

이에 따라 건설업체의 역량에 따라 수주량이 양극화될 수 밖에 없다. 분양을 받거나, 건설업체에게 개발을 맡길 때, 조금 더 쓰더라도 역량이 뛰어난 건설사와 거래하는 것이 수요자에게도 이익이라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미 비싼 부동산이 오를 때 더 많이 오르는 것을 여러 번 경험한 바 있다.

이러한 추세에 따라 주택시장의 경우 ‘래미안’, ‘자이’와 같은 브랜드가 있고, 요지에 랜드마크를 보유하고 있는 건설업체가 예전보다 훨씬 더 유리한 위치로 올라서고 있다. 마찬가지로 일반건설, 정부발주, SOC 등의 경우에도 ‘역량을 검증받았고 신뢰도 높은 건설업체’가 수주에서 보다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것이다. 예전처럼 물량 나누어먹기식의 발주는 점차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우수한 자금력과 기술 그리고 브랜드를 보유한 업체가 편애를 받는 것은 마땅함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건설업계에는 ‘공산주의’ 식의 평등이 자리잡고 있었다. 앞으로는 주식을 고르는데 있어서도 어떤 건설회사를 ‘차별’할 것인지, 옥석을 가려내는 안목이 보다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뒤에 ‘건설’이라는 두 글자가 붙은 종목이 우르르 몰려다니는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