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마케팅 대박 'FC서울 박주영'

스포츠마케팅, 시장개척 새 도구로 떠오르다

 

 ‘스포츠는 인간이 가장 잘 몰입할 수 있는 행동이다. 스포츠에 몰입된 소비자들에게 접근하는 것은 마치 빗장 풀린 대문에 들어가는 것과 같다.’ 적은 투자로 엄청난 효과를 창출하는 ‘스포츠마케팅’에 기업들이 과감한 도전을 하고 있다. 기업 간 마케팅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스포츠마케팅이 시장개척의 새로운 도구로 떠오른 것. 스포츠마케팅에 대한 가능성을 진단해본다.

 

 

 얼마전 삼성전자는 영국 축구의 명문 클럽 ‘첼시(Chelsea)FC’와 후원계약을 체결해 국내 스포츠마케팅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켰다. 올림픽, 아시안게임 공식후원사이기도 한 삼성전자는 이번 후원이 전 경기에 브랜드 노출이 가능한 독점적 스폰서십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 가치와 효과에 거는 기대가 크다. 삼성전자는 나가노올림픽 참여 당시 약 32억 달러였던 삼성의 브랜드가치가 시드니, 솔트레이크, 아테네올림픽 등을 거치면서 지난해 125억달러(세계21위)로 4배에 달한 스포츠마케팅 효과를 경험하기도 했다.

 

 이뿐만 아니다. 박세리가 1998년 US여자오픈 때 신발을 벗고 연못에 들어가 환상적인 샷으로 우승을 일궈냈던 장면을 기억하는가. 이 장면은 틈만 나면 TV에 방영돼 외환위기를 겪던 우리에게 감동과 용기를 줬다. 이 장면이 지구촌 전파를 타면서 거둔 광고효과가 1억5000만 달러에 달했다고 한다. 삼성이 당시 박세리와 처음 맺은 계약금이 8억원, 연봉 1억 원에 비하면 얼마나 남는 장사인가.

 

 

스포츠마케팅 연간 5조 시장규모

 스포츠마케팅 나이키, 아디다스, 스포스펙스, 르카프 등 스포츠 의류 및 용품 생산업체에게는 매출과 직결된는 마케팅이라는 좁은 의미와, 일반기업에게는 스포츠를 이용해 기존의 광고 또는 홍보 활동 등을 보조해 주는 강력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도구라는 광의의 스포츠마케팅으로 정의할 수 있다.

 

스포츠마케팅에 대해 김찬경 경희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스포츠마케팅이란 마케팅의 신무기”라며, “적게는 연간 8000억원, 많게는 5조원 정도가 시장규모로 측정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기업들의 스포츠마케팅은 스포츠 마케팅 활동을 통해 자사 및 자사 제품의 인지도를 향상시키고, 이미지를 개선하거나 유지하려는 목적이 가장 크다.

 

 삼성이 박세리에 8억원 투자로 1억5000만 달러를 벌어들인 것도, 안시현 선수를 키워 코오롱의 ‘엘로드’라는 브랜드가 명품으로 자리매김한 것도 이러한 스포츠 마케팅의 결실이다. 국내기업뿐 아니라 나이키, 필립, 아디다스, 캐논, 오펠 등 내노라하는 다국적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명문클럽과 스폰서십을 맺거나 후원자로 나선 것도 다 같은 맥락이다.

 

 전문가들은 “평균 5~6년 걸리는 브랜드 인지도 구축을 스포츠마케팅을 통해 단기간 이룩한 기업들이 늘고 있다”며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업들의 욕구가 강해지면서 스포츠마케팅은 선진기업들과 맞붙는 좋은 무기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박주영 ‘500억원’ 효과 얻은 GS건설

 1982년 프로야구의 출범을 시작으로 씨름, 축구 등이 프로화가 진행되면서 국내 스포츠계도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이제까지 스포츠에 대한 국민적 관심수준은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등에서의 우리 선수들의 활약상 등에 머물러 있었으나, 프로야구가 시도한 지역 연고제는 스포츠를 일상 생활 속에 진입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스포츠의 프로화는 여러 측면에서 스포츠 상업주의를 스포츠마케팅으로 승화시키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전문가들은 얘기한다. 김찬경 교수는 “무엇보다도 스포츠마케팅의 발전계기는 미디어의 보급”이라며, “PC보급률에 따라 인터넷산업이 확산된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의견을 내놓았다. 국내기업의 스포츠마케팅 참여는 대체로 경기장의 간판 광고, 스폰서십 참여, 스포츠단 운영 등이다.

 

이 중 스포츠단 운영은 대기업 위주로 활발하게 이뤄지는 정도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 2002년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에 이어 오는 8월13일 개막하는 2004년 아테네올림픽, 2008년 베이징올림픽까지 공식후원하는 삼성은 이제 올림픽 무선통신부분 붙박이 파트너가 됐다.

 

 현대자동차는 스포츠마케팅 가운데 축구에 ‘올인’하면서 세계시장 공략에 힘을 쏟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3월 체코 축구국가대표팀 자동차부문 독점공식후원사로 선정됐다. 현대차는 2006년 까지 브라질, 프랑스, 아르헨티나에 이어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4위인 체코팀이 출전하는 독일 월드컵과 유로 2008 예선 등의 모든 홈경기 후원사 자격을 갖는다. 이에 앞서 현대기아차는 같은달 스위스 제네바에서 김동진 현대차 부회장과 제프 블라터 피파 회장 등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2007년부터 2014년 까지 공식 파트너십에 관한 협약을 체결했다.

 

 박주영신드롬의 주인공 축구선수 박주영이 올해 초 GS건설의 프로축구구단인 ‘FC 서울’과 입단계약을 맺으면서 GS건설도 톡톡한 홍보효과를 보고 있다. K리그 득점 1위를 달리며 연일 득점포를 쏘고 있는 박선수의 경기가 있는 날이면 신문. 방송 등 대중매체에 이 회사의 아파트 브랜드인 ‘자이’의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은 박 선수의 얼굴이 각종 매체에 등장한다. 예상치 못하게 우리나라 축구의 새로운 별로 떠오르고 있는 박주영이라는 대어를 낚게 된 GS건설은 약500억원의 광고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회사 측은 분석했다.

 

 GS건설 관계자는 “스포츠마케팅은 자연스럽게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고객들에게 호의적인 이미지를 심어주는 좋은 기회”라며 “앞으로도 박 선수가 이영애씨와 함께 ‘자이’브랜드를 알리는 1등 홍보맨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문인력 확보해야

 스포츠마케팅 시장 가능성에 대한 기업들의 ‘공감’에 비해 국내 스포츠마케팅 수준에 대해서는 그리 높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 이유는 우선 스포츠마케팅에 대한 기업들의 ‘이해도 부족’을 꼽을 수 있다. 이러한 이해 부족이 과감한 투자, 장기적인 시각을 방해한다. 일부기업에서는 스포츠를 유용한 마케팅 현실화 도구로 활용하고 있기도 하지만, 경기장 광고 정도로 타 매체와의 동일한 척도에서 보려는 안일한 시각도 있다.

 

 따라서 장기적인 안목을 통한 체계적인 투자가 ‘스포츠마케팅’의 드림을 가능케 해 줄 것으로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국내 스포츠마케팅 성장에 있어서 해결해야 할 또 하나의 과제는 ‘전문인력 부족’이다. 전문인력의 저변확대는 먼저 학문연구에서 시작된다. 국내 대학과 대학원 중 스포츠마케팅 강좌가 개설된 곳이 불과 몇 군데 안된다. 이 분야의 학위를 취득한 전문가도 미진하다. 단순히 스포츠학과 출신자보다는 비즈니스 관점에서 적절하게 접근 할 수 있는 비즈니스 전문가가 무엇보다도 필요한 시점이다.

 

 

체계적 준비로 장기적 시각에서 접근해야

 

스포츠 마케팅 급부상의 배경은 무엇인가?

 기업들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색다른 ‘무기’가 필요했고, 그 대안으로 ‘스포츠’라는 새로운 전략이 생겨나면서 스포츠마케팅은 주목받고 있다. 특히 미디어가 발달하면서 스포츠의 현장감, 박진감이 매체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전달되면서 ‘만족감’을 느낀 고객들이 스포츠에 대해 열광하게 된 것이다. 이젠 스포츠용품 관련기업을 넘어 다른 업종 기업들에까지 확산되고 있다.

 

스포츠마케팅 ‘효과 증대’를 위해 기업들은 어떤 준비가 필요한가?

 장기적인 시각이다. ‘자금회수 기간’에 대해 기업들은 좀더 여유를 가져야 한다. 박세리가 좋은 예다. 당시 삼성은 박세리 선수에게 ‘잠재력’만 믿고 투자를 한 것이다. 5년간 30억원 투자의 규모였다. 하지만 1년 반 만에 박세리 선수가 LPGA에 우승, US오픈에서 맨발의 투혼을 보이면서 삼성의 스포츠마케팅 전략은 적중했고, 3000억원의 효과를 거둬들였다. 현대종합상사의 경우 1996년 유도선수권대회를 후원했다. 그 당시 ‘흥미’등의 면에서 유도는 인기 없는 종목이었다. ‘가능성’에만 기대를 걸었던 현대종합상사는 10년 동안 유도선수권대회 ‘프로모터’의 자격까지 얻는 등 큰 성과를 올렸다.

 

스포츠마케팅 시장 가능성은 어떻게 진단하는가?

 당분간 스포츠마케팅 인기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마케팅에서의 색다른 도구가 나타나기 전까지 가능성이 큰 잠재시장이다. 무엇보다도 스포츠마케팅은 재생산비용이 들지 않는다. 박세리 선수가 출전하는 경기를 100만 명이 보면 100만 명의 효과를 거두고, 1000만 명이 보면 1000만 명의 효과를 거두는 것이다. 이러한 상상할 수 없는 가능성, 매력으로 기업들이 스포츠마케팅에 주목하는 것 같다. 스포츠마케팅에 대한 시장잠재력을 생각하면, 하루 빨리 그 분야에 대한 투자와 연구가 필요함에 마음이 급해질 것이다. 하지만 무작정 뛰어 들기엔 위험하다. 체계적인 준비와 장기적 관점에서 착실한 준비가 필요하다.

 

 

김찬경 경희대 경영대학원 교수(스카이벤처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