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지멘스 핸드폰 사업 매각의 의미

뮌헨 맥주집의 새 고객, 대만 사람들

대만기업의 지멘스 핸드폰 사업 인수

 

  지멘스가 핸드폰 사업을 포기했다. 독일의 대표기업 지멘스가 이름없는 대만 기업에 핵심 사업을 매각했다. 엄밀히 말하면 매각이 아니라 웃돈까지 주면서 떠 넘겼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독일 수출품목 중 핸드폰의 비중이 10%에 이르렀다. 3년 전 5%, 2년 전 7%에서 작년 10%로 늘어난 것이다. 최근 삼성과 LG의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은 핸드폰 덕이 적지 않다. 그 만큼 핸드폰은 우리 수출뿐만 아니라 기업의 이미지 향상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세계 핸드폰 메이커들의 움직임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시장의 흐름 쫓아가지 못해

 

  지멘스는 소비자들의 취향을 빨리 쫓아가지 못했다. 덮개 달린 모델이 시장에 나오는데도 지멘스는 여전히 보수적 모델만 생산하고 있었다. 음악이 있는 핸드폰, 카메라 달린 핸드폰, 칼라 화면이 나오는 핸드폰이 쏟아져 나오는데도 지멘스는 늘 한발 늦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살아야 한다는 말은 지멘스의 핸드폰 사업을 두고도 해당되는 말이다. 지멘스는 원래 발전설비, 철도차량, 의료기기 등 전기전자 대형 설비 전문업체다. 고객들은 주로 기업 혹은 정부 발주자들이다. 일반 소비자들을 상대로 물건을 파는 업체가 아니다.

 

노키아도 책임

 

  지멘스의 위기에는 노키아 탓도 있다는 주변의 분석이다. 2004년 상반기 노키아사는 모델부족으로 시장점유율이 처음으로 30% 이하로 떨어졌다. 위기감을 느낀 노키아는 매우 공격적인 가격 정책을 펼쳐 원래 시장점유율을 회복했다. 당시 4위였던 지멘스는 노키아의 발 빠른 가격파괴 정책을 따라가지 못했다. 설비업체의 속성상 소비재 마케팅에 필요한 순발력이 부족했던 것이다. 가격인하도 중요하지만 신속한 모델 개발도 중요하다. 소니-에릭슨의 T610모델이 2년 전에 히트해 많은 고객들을 확보한 것이나, 모코롤라 Razr 모델이 납작한 평면 디자인 덕분에 삼성에 내어 준 3위 자리를 다시 회복하는 데 기여를 한  것이 그 예이다.

 

벤큐(BenQ), 어떤 회사인가?

 

  지멘스는 핸드폰사업 결별이 발표된 지난 6월 7일, 독일 언론에서는 “지멘스가 대만으로 넘어가다”, 혹은 “벤큐는 도대체 어떤 업체인가?"라는 제목의 글들이 많이 실렸다.

 

  벤큐(BenQ)는 Bringing Enjoyment and Qualtity to Life의 약자로 신 소비자의 취향을 맞춰 52세의 K.Y. Lee 사장이 지은 이름이다. 최근 독일 언론에 가장 많이 떠오른 아시아 인물, 벤큐사장 K.Y. Lee 사장은 원래 대만 퍼스널컴퓨터 에이서(Acer) 출신이다.

 

  에이서로부터 5년 전 컴퓨터 주변기기만 떼어내어 분사해 나와 2001년에 벤큐사를 별도 설립했다. 디지털 카메라, 평화면 모니터도 생산하고 있으며 핸드폰은 주로 주문자 상표로 납품해왔다. 자기 브랜드 점유율은 세계 시장 0.1%에 불과하지만 노키아나 모토롤라등 메이저에 주문자 상표로 납품한 것을 합치면 점유율은 약 4%를 차지해 아는 사람은 잘 아는 핸드폰 메이커의 하나다. 이제 지멘스 인수 덕분에 세계시장 9.5%의 메이커로 급부상하게 되었다.

 

지멘스가 얻은 것, 벤큐가 얻은 것

 

  지멘스는 앓던 이가 빠진 분위기다. 지멘스뿐 아니라 독일 경제계가 안도의 한숨을 쉬는 분위기다. 물론 노조측에서는 원망이 고조되고 있다. 이제 지멘스는 본래의 핵심 사업 즉 B2B 사업으로 돌아갈 채비를 하고 있다. 지멘스의 핸드폰 공장 노조를 대표하는 금속노조 레벡이사는 이번 결정을 두고 “핸드폰 사업은 지멘스의 미래가 달린 사업이다. 경영을 장기적으로 봐야지, 당장 아프다고 이곳 저곳 잘라내면 나중에 간과 심장을 자라내야 하는 순간이 올 것이다” 라고 경영진을 비난했다. 어쨌든 이번 계약의 중요 조건으로 고용 보장 약속은 지키게 되어서 지멘스는 노조에 대해 또 정치적으로도 체면은 유지하게 되었다.

 

  벤큐도 이번 딜을 통해 얻은 게 많다. 벤큐의 숙원이던 고유브랜드를 갖게 됐고, 유럽의 메이저 통신서비스 업체에 쉽게 납품을 하게 되었다. 무명의 핸드폰업체가 세계 4위 업체로 부상하게 됐고, 독일의 우수 기술자, 3군데의 R&D 센터, 수준급의 경영진, 무엇보다도 블루칩 통신 서비스업체들, 즉 Vodavone, T-Mobile 접근 채널이 쉽게 얻어진 것이다. 독일 3군데, 북경, 브라질 공장을 얻고, 유럽 및 중남미 시장 기반을 갖게 됐다. 아시아 기업의 유럽 기업 사업 인수에 따른 눈에 보이지 않은 경영 노하우, 문화적 측면의 경영자산 획득도 중요하다. 하지만 동사의 주가는 인수 발표 후 2.7%가 하락해 전문가들의 눈에는 플러스 측면과 함께 리스크도 비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기업을 위한 시사점

 

  세계 핸드폰 시장은 약 7억개 규모다. 2005년 예상 1위는 노키아가 확고한 위치를 구축하고 있다. 금년 1분기 기준 노키아 30.4%, 모토롤라 16.8%, 삼성 13.3%, 지멘스-벤큐9.5%(지 5.5%+벤4.0%), LG 6.25%, 소니-에릭슨 5.5%, 기타 18.3%이다.

 

  지멘스의 퇴장은 우리 기업에 반면교사 역할도 하고 있다. 지멘스의 핸드폰사업 위기는 순식간에 찾아왔다. 아무리 기업이 크고 지명도가 높아도 시장의 요구에 적시에 대응하지 못할 때, 소비자의 추세를 빨리 파악해 시장을 주도해나가지 못할 때, 신모델 출시를 적시에 하지 못할 때, 기술결함이 발견되었을 때 위기는 금새 찾아올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어떤 독일 신문은 “금년 여름 대만 사람들이 뮌헨 맥주를 마시는 풍경이 많이 보일 것 같다” 라며 지멘스 기사를 맺고 있다. 뮌헨의 지멘스가 대만 벤큐의 본부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멘스이 핸드폰 사업 결별을 아쉬운 눈으로 보는 독일 언론들의 분위기, 우리에게도 타산지석으로 느껴진다.

 

 

SKY VENTURE - KOTRA (http://www.skyventur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