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코, 현대차그룹의 '정치적 수혜자'

[신고가 신저가를 찾아서] 카스코

카스코가 최근 현대모비스의 지분 매입으로 현대차그룹으로 편입되면서 주가가 52주 최고가는 물론 1998년 이후 최고 주가(6월23일 현재 15,700원)를 갱신하고 있다. 2004년 저점 대비 3.5배 상승한 가격이다. 카스코는 어떤 회사이며, 이번 현대모비스의 지분 인수 배경은 무엇일까?

 

◇ 기아차 회생으로 환골탈태

 

카스코는 기아자동차에 조향장치, 구동장치, 제동장치 등을 공급하는 협력업체로 옛 기아정기다. 1997년 주 거래처인 기아자동차 부도로 부실징후기업 정상화(부도유예협약) 대상업체로 분류되었고, 1998년 7월에 화의인가를 받았다. 1999년 기아차가 현대자동차 그룹으로 편입되면서 현대차 그룹으로 계열화됐으나 곧이어 한국프랜지그룹으로 재 분리되었다. 화의인가 후 일부 사업부 매각 및 라인 재조정을 통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실시 했으며 새로운 거래선인 현대차로 영업망을 확대시켜 2004년 8월에 화의를 탈피였다.

 

카스코의 매출비중은 제동장치가 47%, 조향장치 18%, 구동장치 14%, 안전장치 11%, 배기장치 9%, 기타 1%를 차지하고 있다. 매출 비중이 가장 큰 제동장치는 흔히 알고 있는 브레이크 시스템으로 디스크 브레이크, 드럼 브레이크 등이다.

 

 

제동장치의 높은 매출 비중에도 불구하고 제동장치의 마진은 크지 않다. 이는 생산설비에 비해 물량이 너무 적고 생산설비가 노후화되어 있어 효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구동장치는 프랜스미션 펌프 등이며 조향장치는 스트링, 안전장치에는 에어백 등이 있다. 거래선별 매출 비중은 기아차가 75.5%로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현대차는 5.3%를 차지하고 있으며 기타 거래선이 19%를 차지하고 있다.

 

1999년 현대차의 기아차 인수는 기아차를 정상화시켰고, 협력 업체였던 카스코에게도 동반 회생의 길을 열어주었다. 반면에, 기아차가 현대차그룹으로 인수되면서 플랫폼 공유로 인해 카스코가 기아차에 납품 하던 상당수와 물량을 경쟁사인 만도에게 빼앗기는 아픔도 겪어야만 했다. 옵티마, 세라토 등 일부 모델의 플랫폼이 현대차와 공유되면서 제동, 조향 등 주력 제품의 판로를 경쟁사에게 빼앗긴 것이다.

 

1994년에 매출이 2,000억 원을 돌파한 후 한때 3,000억 원까지 확대되기도 했지만 2003년 다시 2,000억 원 대로 축소되었다. 반면 주 거래선인 기아차의 경우 2003년부터 내수위축의 영향을 받았으나 수출이 급격히 신장되면서 전체 생산량은 꾸준히 증가하였다. 주 거래선인 기아차 생산량이 꾸준히 늘었으나 카스코의 매출은 오히려 감소했는데 이는 플랫폼 공유에 따른 피해와 일부 사업부의 매각과 아이템 정리에 기인한 것이다.

 

카스코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인판넬 사업부는 2000년에, 현가장치는 2001년에 매각하였다. 2002년에는 전장장치의 생산이 거의 중단됐고 안전장치(에어백)의 아이템도 정리할 예정에 있다. 인판넬 사업이나 현가장치의 매각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으며 일부 아이템(전장, 전)의 정리는 주력 아이템(제동, 조향, 구동)에 집중하기 위한 전략적인 측면이 크다. 외형 축소는 수익저하에 그치지 않고 제조업체의 성장기반인 신규설비투자의 공백으로 이어지면서 화의인가 후 수 년간 별다른 성장 모멘텀을 찾지 못했다.

 

◇ 현대차 그룹의 정치적 수혜자

 

1999년 만도로 넘어갔던 주력 부품이 2004년 이후 다시 카스코로 넘어오기 시작하였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우선, 현대차그룹과 만도, 한국프랜지 간에 오랜 관계에서부터 출발한다. 과거 만도는 고 정주영 회장의 동생, 정인영 회장이 이끈 한라그룹의 계열사였다. 한라그룹의 해체 이후 만도의 지분은 외국계로 넘어간 반면, 카스코의 대주주는 한국프랜지였고, 회장은 고 정주영 회장의 매제다. 현대차에서 차지하는 만도의 위상이 그만큼 작아졌고, 카스코는 배경 면에서 만도보다는 분명히 유리한 위치에 있었기에 빼앗겼던 만도 물량을 되 찾을 수 있었다.

 

두번째는, 모듈화에 적합한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모듈화는 완성차 업체의 인건비 부담 및 하위 밴더 관리, 물류 합리화 등 원가절감을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모듈 제품 중 코너모듈은 제동장치와 구동장치, 현가장치를 일체화 한 것이다. 카스코의 모회사인 한국프랜지와 카스코의 관계사인 SKS는 코너모듈 생산에 적합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카스코의 제조능력과 품질이 어느 정도 확보된다면 굳이 만도의 아이템을 고집할 이유는 없다. 현대모비스가 카스코를 인수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와 같은 카스코에 대한 현대차 그룹의 우호적인 움직임으로 인해, 2004부터 시작한 현대차 투싼, 포터2, NF 쏘나타와 기아차 스포티지, 모닝, 프레지오로에 구동장치와 제동장치를 납품하였다. 2004년 매출액이 크게 상승한 것도 이 때문이다. 금년에는 그랜져XG 후속모델(TG)과 베르나(MC), 기아차 프라이드(JB), 카니발 후속모델(VQ), 내년에는 테라칸과 스타렉스 후속모델에 제동장치와 현가장치 등 주요부품을 납품 및 납품 예정에 있다.

 

◇ 현대모비스의 인수

 

현대모비스는 6월 2일 한국프랜지로부터 카스코 보유 지분 38.3%를 257억 원에 매입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이 카스코를 인수한 효과는 이미 외국계에 넘어간 만도기계에 대한 현대차의 교섭력이 강화다. 현대차그룹은 가격협상력이 비교적 강한 부품업체들을 견제하기 위하여 경쟁을 촉진하는 정책을 추진하여 왔다. 다른 분야에서는 비교적 경쟁이 심화된 반면, 브레이크 시스템은 예외였다. 만도기계의 주 경쟁자인 카스코가 화의상태에 있었기 때문에 충분한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카스코가 모비스의 경영 하에 있으므로 만도의 위치는 장기적으로 점점 약해질 것을 보인다.

 

이번 현대차그룹의 카스코 인수는 위아(구 기아중공업) 인수와 비교된다. 위아 역시 카스코와 같은 배경을 가진 회사이나 구조조정 시 현대차와 기아차에 인수되었고, 현대차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4-6%의 영업마진을 향유하고 있다. 만일 카스코가 현대모비스에 의해 경영된다면 위아와 비슷한 수혜를 받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 카스코 주가의 급등 이유

 

카스코 주가의 급등 이유는 앞서 언급 한 바와 같이 첫째, 턴어라운드의 기대감이다. 1998년 화의 개시 이후 강력한 구조조정으로 경쟁력 없는 아이템을 정리하는 등 슬림화 되면서 수익성이 크게 개선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두번째는, 현대차 그룹과 만도, 한국프랜지와의 구도하에서 현대차 그룹이 전략적으로 카스코를 지원해 줌으로서 카스코가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현대모비스의 카스코 인수는 기대감이 현실화 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고, 주가는 이를 빨리 반영시켰다.

 

◇ 리스크요인

 

- 높은 부채비율

 

카스코는 화의탈피와 함께 채무조정을 거치면서 보증채무 357억 원을 포함한 확정 화의채무 2,619억원중 2,607억원의 부채를 탕감, 상환 및 장기차입금으로 정리했다. 또한 일부 사업부 매각과 유상증자 등을 통해 차입금 일부를 상환하여 부채비율은 2003년 511%에서 2004년에는 242.0%로 하락했다. 자동차 부품 평균 부채비율이 100% 이내 임을 감안하면 카스코의 부채 비율은 아직까지 높은 수준이다.

 

- 정치적 이슈로 사업 환경의 변화 가능성

 

이번 현대모비스의 카스코 지분 인수는 다분히 정치적 이슈에 의한 것이다. 한국프랜지와의 관계 개선과 만도기계를 견제하려는 일석이조의 결정이었다. 정치적 결정으로 카스코가 수혜를 입었다면 반대로, 예상치 못한 정치적 이슈가 카스코의 영업 환경을 완전히 바꿀 수도 있다.

 

김세훈(acc1@hanafo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