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운임추이에 주가향방 달려

[그 때 그 종목] 한진해운

◇ 세계 6위의 컨테이너선사

 

 한진해운은 컨테이너 부문 세계 6위의 선적량을 자랑하는 국내 최대의 해운선사이다. 중국의 경제성장으로 인해 최대 수혜를 받고 있는 아시아/미주 노선만 놓고 본다면, 점유율 9%로 2위에 랭크되어 있다. 일반 소비자들에 대한 노출도는 떨어지지만, 삼성전자, 현대차와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얼굴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한진해운은 머스크, 에버그린 등 초대형 선사들에게 규모에 있어서는 못미치지만, 물류 시스템이나 서비스 측면에서는 거의 대등한 수준이라고 판단되며, 재무구조 개선 및 자사선 확충을 통해 초일류 해운사로 거듭나고 있다.

 

◇ 해운주는 대표적인 경기변동주

 

 주지하다시피 해운주는 대표적인 경기변동주로 알려져 있다. 해운주의 실적을 좌우하는 것은 운임인데, 운임은 해운업의 ‘수요/공급’ 이라고 볼 수 있는 ‘물동량/선박량’ 에 따라 결정된다.

 

 물동량은 세계 경기가 호황을 누리면 수출입 화물이 늘어나면서 증가하게 되고, 불황 때에는 감소하면서 경기에 즉각적으로 반응을 보인다. 하지만, 선박 공급은 경기에 즉각적으로 반응을 보일 수 없다. 따라서, 물동량이 많아져서 선박을 확충하고 싶어도, 대형 화물선 건조에는 3~5년이 걸리기 때문에 수요초과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 반대로 물동량이 감소하더라도 선박량을 줄일 수 없고, 업황호조기에 발주한 선박이 더해지면서 공급초과가 발생한다.

 

 이 때문에 업황호조기에는 운임이 폭등하여 해운사의 실적이 폭발하고, 반대의 경우에는 운임급락으로 손익분기도 맞출 수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2년 벌어 5년 먹고 산다’는 말은 이러한 산업의 속성 때문에 나온 말이다. 일반적으로 해운업황은 ‘단기 호황, 장기불황’ 의 반복으로 알려져 있다.

 

◇ 중국의 등장으로 물동량 업그레이드…

  

 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 등장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중국 관련 물동량은 90년대에 이미 세 배가 넘는 성장을 보였다. 하지만, 증가율이 급격히 가파라진 것은 2002년에 들어서이다.

 

 

 중국 물동량은 최근들어 연평균 8% 이상의 성장을 거듭하여, 세계 물동량 증가세를 이끌고 있다. 이미 세계 경제는 중국산 저가 제품 없이는 지탱할 수 없는 구조로 변화했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적어도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까지는 이러한 증가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물동량 증가가 해운업에 미친 효과는 ‘업황 싸이클의 완화’로 요약될 수 있다. 중국을 제외한 물동량이 등락을 보이더라도, 중국 물동량 증가가 든든히 받쳐주기 때문에 과거의 심한 진폭이 상당 부분 완화된 것이다. 때문에 해운주가 대표적인 경기변동주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 2001년 4월, 주가는 2,530원의 최저점을 지나…

 

 

 한진해운의 주가는 2005년 4월 34,500원에 이르며 최근 9년 기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4년 전인 2001년 4월의 2,530원에서 무려 1,264% 상승한 가격이다. 한진해운의 주가가 2000~2001년에 바닥을 기었던 원인은 유가상승과 불안한 재무구조 때문이었다.

 

 

 유가는 두바이유 기준으로 99년 초의 10$ 선에서 2000년 중 30$를 돌파한 후 2001년 중반까지도 불안한 움직임을 보였다. 한진해운의 운항원가를 살펴보면, 벙커 C유 매입비가 운항원가의 12% 정도를 차지하며, 가장 큰 부분은 30%를 차지하는 용선료(선박임대료)이다. 선박의 연료로 쓰이는 벙커 C유의 경우 가장 저급유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유가 상승에서 자유로운 성격을 띤다. 하지만, 당시 상황은 유가 상승 부담을 BAF(유류할증료)를 통해 화주에게 전가할 만큼 업황이 좋은 시점도 아니었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우려할만 했다.

 

 

또 한가지 문제는 열악한 재무구조로 인한 과다한 금융비용이었다. 부채비율 추이를 보면 2001년에 650%로 외환위기 이후 최고에 이른 모습이다. 또한, 당시 이자율 수준은 지금과는 비교가 안되는 높은 수준이었다. 이 때문에 2000년, 2001년에 영업이익은 흑자를 기록하고도 700억원대의 적자를 기록할 수 밖에 없었다. 이러한 재무구조 악화는 한진그룹 차원의 문제와 함께 독일 해운선사인 SENATOR사를 인수하면서 발생한 것이었다.

 

◇ 중국 물동량 급증과 함께 실적 폭발…

 

 

 한진해운의 영업이익률은 2002년에 최저점을 기록한 후, 드라마틱하게 개선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는 중국 물동량 증가세 때문에 운임이 유가, 용선료 상승 부담을 커버하고도 남을 만큼 강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또한, 차입금 축소의 가속화, 이자율 하락에 따라 금융비용도 감소하여 순이익도 폭증하였다. 그 결과 2003년 3,000억원, 2004년 6,50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 향후 운임 추이에 따라 주가도 결정될 듯

 

 

 최근 주가는 저점 대비 1,200% 이상 상승하여 35,400원을 기록한 후 조정 양상을 보이고 있다. 6월 17일 종가 27,000원 기준으로 PER은 3배에 불과하다. 하지만, 운임 추이에 따라 실적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PER 3배를 저평가라고 단정짓는 것은 위험하다.

 

 최근의 업황 호조 속에서 해운사들은 적극적으로 선박 발주를 한 상태이고, 이에 따른 선박량 증가 효과는 2005년 말부터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중국 물동량이 연간 8%씩 성장하면서 수요 증가를 견인하고는 있지만, 향후 운임 추이를 낙관할 수 만은 없다.

 

 한진해운의 주가는 2004년부터 지속적으로 업황반전에 대한 우려가 등장하며,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한진해운의 기업가치가 최근의 호황 속에서 급상승한 것은 사실이지만, 앞으로의 운임 추이는 누구도 알 수 없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

 

 

박성빈 sb80@viptooza.com